하늘에서 아내가 보내준 외발 자전거
김낙중
요즘 나는 늘 기쁘고 행복하다. 풍선처럼 마음이 공중에 붕붕 떠 있다. 이처럼 그 무엇에 매료되어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 이유는 36인치(바퀴의 지름크기) 대형 외발 자전거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저녁 해 질 때까지 정신없이 타고 야간에도 시간이 허락되면 탄다.
주로 활동무대가 영종도 하늘도시인데 아파트 주변의 근린공원이나 잘 조성된 자전거 도로이다. 나뭇잎이 하늘거리는 푸른 녹지공간을 시원하게 달리는 기분은 그야말로 가슴 벅찬 환희이다.
얼마나 행복하고 좋은지 모르겠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용솟음쳐 올라오는 울컥한 덩어리 그 자체이다. 이러한 감정은 외발 자전거가 주는 독특하고도 색다른 신선감이 아닌가 한다.
한마디로 너무도 사랑스럽고 애착이 가는 별난 물건이다. 평생을 함께 할 삶의 가치로 가꿀 만 하다. 왠지 자석처럼 끌리는 기운을 어찌할 수 없다. 더 나아가 내 소중한 파트너로서의 존재로 자리 매김 되고 점차 분신으로 친해지리라 생각해 본다.
두발도 아닌 외발 자전거가 달린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어찌 그리 될 수 있을까? 그 과학적 원리는 논리적으로 설명 할 수 없다. 다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무한히 노력한 끝에 이룬 성과라는 점은 분명하다.
처음에는 소형 24인치 외발 자전거로 시작했다. 어린아이 걸음마 배우듯이 조심스럽게 말이다. 타는 자세는 안장에 엉덩이를 걸치고 양쪽 페달에 발을 올려놓는다. 바퀴가 앞뒤 등 제멋대로 움직여 중심을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가슴 높이로 설치된 보조용 시설물을 잡으면서 한발 한발 움직였다.
안장에 편안히 앉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넘어질까 불안하여 페달에 잔뜩 힘을 주기 때문이다. 엉거주춤한 상태로서 하중의 무게 중심이 엉덩이 10% 양발에 45%씩 분배한다. 참고로 고수가 되면 비중이 반대로 엉덩이에 80% 양발에 10%씩 전환되어 편안해 진다.
외발 자전거를 조심스럽게 다루어도 내 마음대로 통제되지 아니하여 튕겨나가면서 정강이에 부상을 입기도 한다. 또한 안장의 압박에 의하여 사타구니와 엉덩이가 아프다. 또한 페달에 균형을 잡기 위해 힘을 주는 관계로 다리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프다.(이 부분도 고수가 되면 전혀 아프지 않다)
어떻게든 보조용 시설물을 잡지 않고 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한때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끝까지 배워야겠다는 신념을 굽힐 수가 없었다. 조금씩 향상되는 기량을 체감하면서 보람과 위안을 삼았다.
활력 넘치는 정렬과 각고의 노력을 다하다 보면 어느덧 온 몸은 땀으로 흥건하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허탈감도 있지만 점점 나아지는 모습에 도전은 계속된다. 고난 없는 성공은 존재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런 험난한 과정을 겪어서일까 비로써 보조 시설물을 잡지 않고 홀로서기를 하여 전진하게 되었다. 아! 얼마만인가?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 대견하고 장하다. (약 1주일 소요)
앞으로는 매일 매일 연습하여 숙련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그리하다 보면 기량이 신장되고 안정화 될 것이다. 동작의 균형 감각이 의식적인 모드에서 반사적인 모드로 자연스럽게 바뀌어 가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그런 내공의 덕분인지 처음의 올라타기도 여러 가지 힘든 과정을 겪인 했지만 무난히 이수할 수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일 큰 36인치 외발 자전거가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24인치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규모가 우람하다. 36인치 외발 자전거에 올라타면 지상에서 높이(약 210m)가 장난이 아니다. 주행은 물론 올라타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타야만 한다. 도전은 숭고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은 축복받는 일이며 숙명이다. 나의 정신과 능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됨을 잘 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모두 도전에 의해서 쟁취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도 24인치 외발 자전거의 기본기가 있어서인지 수백 아니 수천 번의 시행착오 끝에 36인치 외발 자전거 올라타기에 성공하게 되었다.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진감래의 뜻을 알 것만 같았다.
현재는 연습에 연습을 더하여 기량이 한층 신장되었다. 요약하면, 능숙한 올라타기, 시속 약 30㎞ 주행, 작은 원을 그리며 빙빙 돌기, 제동 및 하차 등이다. 이외에도 여유롭고 안정적인 자세와 조종관리 능력이 겸비되어 있다.
여기에서 36인치 외발 자전거의 특징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독특한 모양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
둘째, 자전거 규모가 커서 위상이 남다르다.
셋째, 지상높이 약 210㎝로 시각전망이 좋다.
넷째, 기량 ․ 속도 등 무한도전의 개체이다.
다섯째, 흥분을 자아내는 마력이 있다.
그렇다면 36인치 외발 자전거의 효과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첫째, 전신운동이나 특히 허리, 심폐기능, 근육이 강화된다.
둘째, 동호회 참여로 교우관계가 돈독해 진다.
셋째, 이동수단 활용으로 경제적 이익이 있다.
넷째, 말을 탄 기분으로 행복감이 생성된다.
다섯째, 스트레스 제로에 가까운 무아지경이 된다.
이상과 같이 36인치 외발 자전거는 별난 특성과 신비감으로 애착이 가는 물건이며 평생 도전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36인치 외발 자전거를 탄다는 자체만으로도 뿌듯하다. 이를 접하면 세상사 근심 걱정이 없고 오직 그 시간이 기다려질 뿐이다.
성경 말씀처럼 항상 기쁘고 범사에 감사하며 쉬지 않고 기도하게 된다. 생활의 변화는 물론 인생의 삶까지 바꾸어 놓았다. 너무도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처음 외발 자전거를 접하게 된 동기는 이렇다. 2013년 4월경 솔빛 공원을 산책하다가 80대 어르신과 그 동호회원들이 외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후 뭔가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필요함을 느끼고 외발 자전거를 구입하여 동참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 인생에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 즈음 나는 사랑하는 아내를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고 하염없는 슬픔에 빠져서 우울한 나날을 지내고 있었다. 아내 없는 세상은 너무도 쓸쓸하고 외로웠다. 삶의 희망을 잃고 넋이 빠진 것이다.
아내와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도 많았지만 오랜 투병으로 힘들어하던 모습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아팠다. 생전에 좀 더 잘해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얼마나 아팠으면 모든 뼈와 장기를 깨끗한 물로 씻고 다시 맞추었으면 좋겠다고 했을까?
심성이 착하고 바른 인성으로 우리 가족의 행복을 이끌었던 사람인데 정말로 안타깝다. 영원히 잊지 못할 그리운 님 이다. 아내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차곡차곡 쌓은 정을 내려 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슴깊이 간직하다가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여보사랑해요. 외발 자전거는 이렇게 가슴 아픈 시기에 만난 것이다. 아마 아내가 자기없는 삶이 외롭고 허전할까봐 외발 자전거를 타게 만들었나보다. 분명 아내가 그런 계시를 주어 외발 자전거와 인연을 맺게 한 것이리라. 나는 그렇게 믿는다. 아내는 참 좋은 사람이니까 말이다.
이제 외발 자전거 타기를 맘껏 즐기면서 외로움을 달랠 것이다. 아내도 그걸 하늘나라에서 바랄 테니까. 여보 고마워요
-출처 : 다음카페 <문학산>(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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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중 : 동구문학회원, 동구송림4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