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보시바라밀다품 - 2
만약 맛을 보시할 때는 일체 중생이 부처님의 위없는 감로법의 맛을 구족하여 충만하게 얻어서 비할 수 없는 청정한 열반에 놓여지기를 원해야 하며, 만약 맛있는 음료를 보시할 때는 일체 중생이 그 갈애(渴愛)가 없어지기를 원해야 한다. 만약 맛있는 음식이나 사탕, 꿀, 감자, 포도, 가지가지 향기로운 음료를 보시하면 여래의 입 안에 네 개의 어금니[四牙]를 얻어 모든 음식 및 모든 독약이 이 어금니에 이르면 감로로 변하며, 만약 의약을 보시하면 일체 중생이 6바라밀[六度]의 약을 얻어 생사의 병을 치료하여 다 나아져서 열반의 즐거움을 얻기를 원해야 한다. 만약 의복을 보시하면 일체 중생이 부끄러움의 옷으로 그 몸을 덮어 모든 더러운 모습을 여의고 단엄하고 수승하여 가장 훌륭하고 비할 데 없는 금색의 몸을 얻기를 원해야 한다.
만약 바르는 향이나 가지가지 가루향을 보시하면 일체 중생이 계(戒)의 향을 몸에 발라서 모든 번뇌의 더러운 냄새와 습기가 모두 제거되기를 원해야 한다. 만약 코끼리, 말, 수레, 가마, 선박, 뗏목을 보시하면 일체 중생이 다 여래의 마음을 따르는 삼매를 얻어 걷거나 멈추는 것이 자재로워 장애가 없기를 원해야 한다. 교량을 보시할 때는 일체 중생이 6도(度)의 다리를 얻어 생사의 강을 건너 열반의 언덕에 이르기를 원해야 한다. 만약 영락을 보시하면 일체 중생이 32상(相) 80종호(種好)를 얻어 영락으로 장엄하고, 만약 광야에 모래와 자갈이 쌓여있는 곳을 오갈 때 내려쬐는 태양열에 목마르고 주림을 당하면 우물, 연못의 물을 보시하여 마시고 목욕하게 하여 일체 중생이 생사의 광야에 유전하며 삼독(毒)의 이글거리는 불같은 고통을 여의기를 원해야 한다.
다시 나의 몸은 법의 샘물과 연못이 되어 일체 지혜의 물이 그 가운데 충만하여 저 중생이 마음대로 마시고 목욕하여 생사의 근원이 다하고 참된 해탈을 얻기를 원해야 한다. 의로운 집[義堂屋]을 보시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비바람과 원수나 도적과 사나운 짐승에 대한 두려움을 여의어 몸이 안락해지며 일체 중생이 다 열반의 집에 들어가 번뇌의 도적과 춥고 더운 지옥 생사의 비바람을 여의고 영원히 두려움이 없어지기를 원해야 한다. 만약 솜털 이불이나 가늘고 부드러운 깔개를 보시하면 중생과 함께 보리좌에 앉아 자연히 깨달아 참된 평등을 얻기를 원하며, 만약 가지가지 최상의 미묘한 의복을 보시하면 일체 중생이 3승(三乘)의 법의(法衣)를 입고 널리 일체 고뇌중생을 덮어주기를 원한다.
만약 3보(寶)와 스승과 부모에게 가지가지 등과 촛불을 보시하면 일체 중생이 일체지안(一切智眼:普眼)을 얻기를 원한다. 만약 음악을 보시하면 일체 중생이 참된 천이(天耳)를 얻어 시방세계에 있는 음성을 다 듣고 알기를 원해야 한다. 만약 부처님 법이 없는 먼 곳에 승방과 초제사(招提舍:寺院의 뜻으로 四方僧房)를 세워 모든 생활도구, 음식, 탕약을 두면 일체 중생이 열반성의 안락한 곳에 있으면서 영원히 생사에 유전하는 고통을 여의기를 원하며, 만약 탕약을 보시하면 일체 중생이 보시한 법의 약으로 번뇌의 병을 없애기를 원하며, 만약 종을 보시하면 일체 중생이 다 아란이 여래를 받들어 모시던 것과 같기를 원해야 한다.
만약 묶인 죄수를 구하여 벗어나게 하면 일체 중생이 일체 번뇌에 얽매임을 널리 여의고 참된 해탈을 얻어 법왕의 자리에 머물기를 원하며, 만약 금이나 은 그리고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를 보시하면 일체 중생이 백복(百福)의 모습을 얻어 그 몸을 장엄하기를 원하며, 만약 보배관과 장엄하는 도구인 영락, 팔찌, 귀고리, 머리장식 등의 가지가지 장식을 보시하면 일체 중생이 80종호를 얻어 법신을 장엄하기 원해야 한다. 만약 아란야(阿蘭若:사원)나 수도하는 장소를 보시하면 일체 중생이 4성종(聖種)의 의지할 곳을 얻기를 원하며, 만약 복장(伏藏)을 보시하면 일체 중생이 부처님의 위없는 공덕법의 재물을 얻기 원한다.
만약 7보와 자유롭고 안락한 전륜왕위를 보시하면 일체 중생이 큰 힘[大力用]을 얻어 미묘한 법의 손을 가지고 중생을 열 가지 악업에서 건져내어 열 가지 선한 물[十善水]로 씻어 청정하게 하고 깨끗한 계(戒)의 향을 그 몸에 발라 일체의 오명(惡名)과 냄새를 없애고 부끄러움의 의복으로 덮어주고 부처님의 공덕으로 영락을 만들 때 인욕으로 화만(花鬘)을 만들어 그 몸을 장엄하며, 정려(靜慮)로 자리하여 편안히 앉아 움직이지 아니하며 보리의 관(冠)을 이마 위에 올려놓고 법왕의 자리에 처하여 관정(灌頂)받기를 원해야 한다. 자씨여, 마땅히 알라. 이와 같이 보시하는 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적은 보시를 행한다고 하느니라.
다시 다음에 큰 보시라는 것은 보살마하살이 사랑하고 공경하는 정순한 처첩과 단정하고 효도하는 남녀(男女:아들 딸)와 같이 둘도 없이 사랑하는 자를 보시함이니, '만약 내가 이 처자를 베풀지[捨] 아니하면 어떻게 일체 중생에게 법의 부모가 될 것이며, 나아가 어찌 능히 일체 중생을 사랑하는 자식과도 같이 불쌍히 여겨 자비와 연민으로 구호하여 능히 생로병사를 여의게 하리오.'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뜻으로 인하여 보살마하살은 총애하고 아끼고 소중한 것을 다 보시하여 성불의 위없는 보리에 이른다. 자씨여, 마땅히 알라. 이와 같이 보시하는 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큰 보시를 행한다고 하느니라.
다시 다음에 제일의(第一義) 보시라는 것은 보살마하살이 청정한 마음으로 자신의 수족, 피부, 살, 뼈, 골수, 머리, 눈, 귀, 코 나아가 목숨을 보시하고도 마음에 인색함이 없으며, 이 공덕으로 일체 중생이 마땅히 오는 세상에 부처님의 허물어지지 아니하는 금강의 몸을 얻기를 원하는 것이다. 수족을 보시하고도 마음에 인색함이 없이 일체 중생이 생사에 유전하면서 거친 강에 표류하지만 구호하는 사람이 없다면 정법의 손을 내밀어 건져내어 안락한 땅에 옮겨두기를 원하고, 귀나 코, 혀를 보시할 때 일체 중생이 마땅히 오는 세상에 다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5근(根)을 얻어 이 묘법을 가지고 중생을 장엄하기를 원해야 한다.
피와 살을 모든 중생에게 보시하고 이와 같이 보시할 때 일체 중생이 장차 이 몸이 대지와도 같이 모든 유정에게 의지처가 되며, 또 이 몸이 능히 더러운 때를 없애주고 메마른 곳을 윤택하게 하여 백초가 번성하게 자라게 하는 큰 물과 같이 되며, 또 능히 어둠을 없애고 일체를 성취하게 하는 큰 불과 같이 되며, 다시 능히 일체를 두드려 생장(生長)을 개발(開發)하고 번영하게 하는 큰 바람과도 같이 되기를 원해야 한다. 눈을 보시하면서는 일체 중생이 모두 부처님의 눈을 얻기를 원하며, 머리와 보배로 만든 관을 보시하면서는 일체 중생이 부처님의 위없는 7각(覺)의 보배관을 얻기 원해야 한다.
또 자씨여, 보살마하살은 세간에 있는 아름답고 좋은 물건에 탐착하지 아니하고 항상 일체 유정에게 은혜롭게 보시해야 한다. 무슨 까닭인가? 대비심을 가지고 중생을 평등하게 보기를 마치 외아들같이 보기 때문이니, 일체 중생에게 영원히 빈궁함이 멈추고 구하고 원하는 것이 다 만족하고 생사의 광야에서 7성(聖)의 재물을 갖추고 부처님의 지혜보배를 얻기를 원해야 한다. 또 자씨여, 무엇이 보살마하살이 보시를 수행하여 모든 허물과 근심을 없게 하는 것인가? 말하자면 스스로 경영하여 지어서 보시를 행하고 남을 질투하지 아니하고 악명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며, 은덕을 구하지 않으면서 보시를 행하며 가난에 시달리는 외로운 이를 구제하기 위하여 보시를 행하니, 이것을 이름하여 보시라 한다.
만약 이름이 널리 퍼지게 하기 위하여 스승과 어른이 되어서 보시를 행하거나 장사하는 사람과 같다면 이것은 진실한 보시가 아니다. 대비심을 일으켜 원수나 친한 사람, 재물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아니하고 보시를 행함을 참된 보시라고 하느니라. 또 다음에 자씨여, 두 가지 밭[田]이 있으니, 무엇이 둘인가? 첫째는 비전(悲田)이니, 모든 외롭고 고독하고 빈궁하고 괴로움을 겪는 이요, 둘째는 경전(敬田)이니, 부처님과 법과 승가와 부모, 스승, 어른이다. 비전은 복전(福田)이 아니라고 가볍고 천하게 말해서는 안되고, 경전에서 과보를 구해서는 안 되며, 대비심으로 분별하지 말고, 일체에 평등하게 보시하는 것을 참된 보시라 이름한다.
또 보시란 바라고 구해서는 안되며 재물을 버리고 여의지 못해서도 안되며, 혹은 관리에게 시달리어 보시를 행하거나, 혹은 손실을 두려워하여 보시를 행하여서는 안되고, 3보가 계신 곳에서는 경망스럽거나 거만해서는 안 되고, 존중해야만 하며 스스로를 칭찬하지 않으면서 보시를 행해야 할 것이다. 혹은 값진 보배에 애착함이 없고 애만심을 내지 아니하고 또한 스스로 잘난 체하지 않으면서 보시를 행함을 참된 보시라 이름하느니라. 만약 경전(敬田)에 공경심을 내지 아니하고 싫어하는 물건을 보시하여 주는 것은 보시라 하지 않는다. 혹은 집안이 빈궁하여 아름답고 좋은 물건이 없고 거칠고 나쁜 것만 있다고 하여 부끄러워 보시하지 않으면 이런 인연으로는 끝내 보시하지 못한다.
선남자여, 대개 보시를 행하는 자는 응당히 분별하지 말고 그 있는 형편대로 보시할 것이니, 이것을 곧 단(檀)바라밀이라 이름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이 스스로 지계(持戒), 많이 들음[多聞], 선정, 지혜 등을 믿지 아니하고 보시를 행하거나 또는 남을 업신여기지는 않지만,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고 들음이 적고[寡聞] 파계 등을 하면서 보시하면 청정한 보시가 아니니라. 보살마하살이 행할 보시는 생활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 없고 악도에 떨어질까 하는 두려움이 없이 많거나 적은 대로 보시하고 광대한 마음으로 하면 다 끝없고 한량없는 공덕을 얻나니, 이것을 곧 이름하여 단바라밀이라 하느니라.
만약 보시하여 서로 질투하고 집안의 권속으로 하여금 싸우고 화합하지 못하게 한다면 보시라 이름하지 않는다. 만약 보시할 때에 걸인을 나무라고 헐뜯으면서 '그대는 지금 장정으로 육신이 온전한데 어찌 생업을 경영하여 짓지 아니하고 구걸하느냐' 하면 이와 같이 보시하는 것은 보시라 이름하지 아니하느니라. 혹은 보시하고 나서 뒤에 뉘우치면서 '나는 어리석어 재물을 잘못 허비하였다'라고 말한다면 이와 같이 보시하는 것은 보시라고 이름하지 아니하느니라. 혹은 남의 칭찬을 바라거나 혹은 악명을 두려워해서 보시하는 것도 보시라 이름하지 아니하느니라.
혹은 나쁜 소원을 이루기 위하여 보시하여도 보시라 이름하지 아니하며, 혹은 날을 받아서 보시하는 것, 즉 백월(白月:초하루~15일)의 초하루, 8일, 14일, 15일과 흑월(黑月:16~30일)의 3일(18일), 8일(23일), 9일(24일), 13일(28일), 14일(29일), 15일(30일)과 같은 날은 보시하고, 나머지 날은 보시하지 아니하면 보시라 이름하지 아니하느니라. 혹은 시간을 가려서 보시하는 것, 즉 새벽에 보시하고 오시(午時)에는 보시하지 않거나 해질 때와 나머지 시간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다면 이와 같은 보시는 보시라 이름하지 아니하느니라. 혹은 사람을 골라서 보시하는 것, 즉 빈궁한 자에게는 보시하고 부자에게는 보시하지 않거나, 혹은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에게는 보시하고 병자에게는 보시하지 않거나, 혹은 병자에게는 주고 다른 이에게는 보시하지 않거나, 혹은 이 사람에게는 보시하고 저 사람에게는 보시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보시는 보시라 이름하지 아니하느니라.
혹은 아는 이와 용모가 단정한 이를 선택하여 좋은 물건을 주고 다른 이에게는 나쁜 물건을 보시하는 것은 보시라 이름하지 아니하느니라. 혹은 구걸하는 자가 광대 짓을 하거나 북이나 음악으로 잘 놀고 재담으로 웃기기 때문에 보시하여 주고 다른 이에게는 보시하지 아니하면 이와 같이 보시하는 것은 보시라 하지 아니하느니라. 무릇 보시란 달리 과보를 구하지 아니하나니 전륜왕, 사천왕, 제석천, 범천, 모든 하늘, 찰제리(刹帝利:王種) 집안 및 바라문, 장자, 거사 같은 집안에 태어나서 자기 몸을 위하여 스스로 해탈을 구하며 보시를 행하거나, 또는 피로하고 게으른 마음을 내어서 싫증나고 물러나지 않으나 '나는 이미 보시하였으니 다시 보시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면 이와 같은 보시 등은 다만 보시라 할 뿐 단바라밀이라 이름하지 아니하느니라.
또한 자씨여, 보살마하살은 위와 같은 법답지 아니한 보시를 하지 않고 바른 해탈로 무상보리로 회향할 것을 발원하나니, 이것이 참된 보시요 단바라밀로서 구경청정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불퇴전을 얻을 것이다. 만약 능히 이와 같이 모든 허물을 여의고 상(相)이 없는 보시를 행하면 얻는 공덕은 한량없고 끝이 없어 광대함이 법계와 같고 구경에 허공과 같을 것이다.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마음으로 꽃 한 송이, 과일 하나를 보시하거나 또한 물 한 방울을 보시하고, 이 경을 받아가지고 읽고 외우거나 나아가 한 게송, 한 구절을 타인에게 들려주기를 한 찰나만이라도 한다면 얻는 공덕은 한량없고 끝이 없느니라.
만약 또 어떤 사람이 무량 아승기겁에 보시를 행함에 금, 은, 7보 및 다른 가지가지 최상의 아름다운 보배와 재물을 보시하되, 전륜왕, 제석천, 범천, 사천왕을 구하거나, 혹은 아라한과 독각(獨覺), 보리(菩提) 및 다른 업을 짓는 것을 구하거나, 무량무변 아승기겁 동안 청정계행을 받아가짐으로써 있게 된 공덕은 앞의 보살마하살의 무주상(無住相) 보시로 얻는 공덕에 비하면 백분, 천분, 만분, 억분, 구지분(俱胝分) 내지 오파니살담분(鄔波尼殺曇分)의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이 보살이 원력으로 보시한 한 방울의 물을 큰 바다에 떨어뜨리면 바닷물은 다함이 있으나 한 방울의 물은 다함이 없나니, 왜냐하면 중생이 다함이 없기 때문에 보살의 원력도 다함이 없는 것이다. 허공법계도 이와 같도다.
또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점차로 부지런히 정진하면 대신통을 얻어 묘고산에 오르며, 혹은 큰 바다에 이르러 값을 헤아릴 수 없는 보배를 얻어서 염부주에 돌아와 갖가지 보배를 비처럼 유정에게 베풀어 내려주며, 혹은 음식, 의복, 와구(臥具), 병을 구원하는 의약을 비내리어 유정의 기갈, 질병, 빈궁, 어렵고 고생스러움을 끊어 없애 주면서 이 공덕을 유정에게 베풀어서 미래의 끝이 다하도록 항상 휴식함이 없기를 원하되, 광대하기가 법계와 같고 구경에는 허공과 같아야 한다. 만약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보시를 행하면 허공에 뜬 조각 구름이 바람이 불면 곧 흩어지는 것과도 같으리니 어찌 능히 일체 중생을 이익하게 하리오.
또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보시하면 진제(眞際:眞性)와 같고 법계와 같아 불이 능히 태우지 못하고 물에 휩쓸리지 않으며 바람도 능히 불어버리지 못하며 금강석같이 견실하여 능히 부수어 무너뜨리지 못한다. 이러한 까닭에 보살의 보시의 원력은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큰 이익을 얻어 구경에 안락하게 하며, 또한 일체 유정으로 하여금 이 행원(行願:몸의 행, 마음의 원)과 나아가 무상정등보리를 같이하게 하며, 맹세코 물러나지 아니하고 항상 이런 행을 행하고 나아가 열반에 이르기까지 유정을 이익하게 하여 해탈을 얻게 한다.
또 자씨여, 여래가 세상에 머물러 계실 때의 일체 유정은 가지가지 가장 아름다운 의복, 집, 방, 눕는 도구, 음식, 탕약, 소등(酥燈), 기름등, 첨복유(瞻蔔油) 등과 가지가지 향기로운 꽃을 받들어 공양하고 존중하고 공경하며 노래와 범패[唄]로 찬탄하고, 부처님께서 멸하신 후는 부처님의 사리를 거두어 탑[窣堵波]을 세워서 또한 위와 같이 가지가지로 공양하고 존중하며 찬탄한다면 이와 같은 두 가지 일의 공덕과 과보는 같아서 차별이 없다. 이런 뜻으로 말미암아 모든 유정으로 하여금 이익하게 하여 은은하고 소중한 마음을 일으켜 경건하고 성실하게 사랑하여 즐기게 한다. 공경하여 사모하는 까닭에 보리심을 일으키며 정법을 듣고 설하심과 같이 행하여 곧 나아가 아라한과 벽지불과와 모든 보살의 6도를 원만히 하고 10지(地)를 섭취하고, 나아가 불과(佛果)의 무상정등보리를 증득하게 한다.
곧 이 유정이 다시 능히 권유하여 모든 유정들이 함께 수승한 행을 닦고 나아가 무상정등보리를 증득하나니, 이런 뜻으로 인하여 보살마하살은 보시바라밀다를 수행하고 나아가 한 방울의 물을 보시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가지는 이익은 진제(眞際)와 같고 법계와 같아 다함이 없느니라. 만약 보시를 행할 때 널리 일체 유정을 위하여 무상정등보리에 회향하지 아니하면 설사 보배를 묘고산같이 모아 가지고 그것을 보시하여도 이익은 참으로 적으리니 마치 겨자씨와 같을 것이고, 쉽게 다할 것이니 조각구름이 회오리바람에 곧 없어지는 것과 같으니라.
또 자씨여, 보살마하살이 대승의 보시행을 닦고 익힐 때에는 마치 복장(伏藏)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과 같이 하고, 여의수(如意樹)가 유정의 뜻을 따라 능히 그 소원을 만족해 주는 것과 같이 해야 한다. 보살마하살도 또한 두 가지 훌륭한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첫째는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과 창고에 넣어둔 모든 물건의 자성(自性)이 공함을 마치 아지랑이 같고 꿈속의 생각 같으며 허수아비 같고 화하여 생긴 것과 같이 여겨야 한다. 둘째는 모든 유정에게 대비심을 일으켜야 한다. 만약 빈궁한 이를 보면 연민의 마음을 일으키고 이 마음을 일으키고 나서 응당히 바르고 밝게 알아 이 재보에 인색해서는 안 되며, 손수 보시를 행하여 일체 유정이 똑같이 무상정등보리를 증득하기를 원해야 한다.
이와 같은 재물이 진실로 나의 소유여서 설사 재물을 저축하여도 끝내 자기를 위하지 않고 다 일체 중생을 요익하게 하면 단바라밀을 성취할 것이다. 만약 내가 가지가지 재물을 모아서 능히 스스로 보시하지 아니하면 이와 같은 재물은 나의 소유가 아니고 쓰는 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나니, 이는 벌거벗은 몸과 같고 창고를 지키는 사람이 자신의 몫이 없는 것과 같다. 무상(無常)의 적이 와서 바람의 칼[風刀]로 몸을 갈기갈기 찢고, 애지중지 여기던 재물은 처첩이 가져가며, 따로 다른 사람을 받든다. 그 사람은 얻고 나서 두 배로 다시 아끼다가 곧 명을 마칠 때 이르러서도 또한 이와 같아 점점 더 인색해져서 마침내 능히 베풀지 못하니, 이와 같은 사람은 잠시 지킬 뿐이다.
이로써 마땅히 알라. 이와 같은 재산은 결코 나의 물건이 아니다. 왕과 도둑, 물과 불 및 나쁜 아들에게 모두 몫이 있으므로 항상 빼앗길까 두려워 하고 친지에 의지할 것을 생각하며 잠자거나 깨어나 있어도 항상 뿔뿔이 흩어져 잃지나 않을까 불안하니, 인색하여 베풀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이런 위험과 근심을 부른다. 또 자씨여, 이 보시를 행하고 나면 물과 불, 원수와 도적이 능히 뺏지 못하며, 잠자거나 깨거나 안온하고 마음에 근심이 없다. 만약 손수 보시하여 회향하기를 발원하면 저 모든 유정은 바야흐로 분수대로 은혜에 젖어 불과(佛果)에 이르니, 항상 서로 따르며 마음이 항상 안온하여 모든 근심과 두려움을 여읜다. 가령 인색한 자는 항상 근심과 고뇌를 안아 현세에서는 모든 고통의 근본이 되고 미래세에도 또한 그러함을 알아야 한다.
또 자씨여, 인색하여 보시하지 않고 모아둔 재물은 풀로 만든 횃불을 들고 바람을 거슬러 가는 것과 같아, 풀이 다 타면 손은 마땅히 고통을 받지만 만약 속히 버리면 곧 모든 고통이 없어진다. 이와 같이 알고 나서 이 재물을 마치 횃불 같고 또한 허수아비나 아지랑이 같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속히 버리고 진실의 열매를 구해야 한다. 만약 인색하고 탐욕스러운 유정이 서로 칭찬하되 '너는 꾀가 있어 보배와 재물을 지킨다. 어리석은 사람처럼 헛되이 은혜를 베풀지 말라'고 한다면 이와 같은 사람은 인과가 없다고 비방하였으므로 마땅히 지옥, 아귀, 축생에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설사 사람이 된다 하더라도 항상 가난하고 비천할 것이다. 또 능히 보시를 행하는 자는 국왕, 대신, 바라문, 거사의 찬양을 받으며, 그가 하는 말은 사람들이 다 믿고 받아들일 것이다. 인색한 사람은 능히 은혜를 베풀지 못하여 항상 근심과 고뇌를 품으며, 보시하여도 복이 없다고 말하므로 마땅히 3악도에 떨어지리라.
또 능히 보시하는 사람은 일체가 경애하고, 간탐하는 무리는 대중이 미워하고 꺼린다. 능히 보시하는 자는 승가람(僧伽藍)과 같아 모든 사람과 하늘이 다 향하여 귀의하고, 간탐한 사람은 함정과 무덤 같아 어진 사람들이 모두 그를 멀리하며, 또한 마른 연못과 같아 뭇 새들이 모이지 아니한다. 이와 같은 두 사람이 대중 가운데 있을 때 만약 보시를 칭찬하면 듣고 기뻐하고, 만약 인색함을 꾸짖으면 무안하여 부끄러워한다. 또 보시를 행하는 자는 모든 하늘과 성현이 즐겨 더불어 함께하고, 인색하여 보시하지 아니하는 자는 아귀나 축생이 자연히 모여든다. 또 상이 없는[無相] 보시를 행하면 제일의(第一義)에 머물러 사람과 법의 공함을 얻어서 능히 나와 남을 이롭게 하여 구경에 원만하다.
<대승이취6바라밀다경 제4권/ 계빈국 반야 한역/ 김진철 번역/ 한글대장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