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동아리의 첫 과제는 '걷다가 발견한 것' 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유일한(..) 운동이 바로 걷는 것이어서 이 주제를 보았을때 나는 기대되기도 했지만, 또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아 무엇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인 '나는 산책을 왜 하는가?' 즉 내가 산책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가 산책하기로 한 날은 오전에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이었다. 하지만 오전에 내리던 비는 금방 그쳐서 오후에는 산책을 할 수 있었다. 나의 오늘 첫 과제는 집근처 도서관에 가서 빌린 책을 반납하는 것이었다. 도서관에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금세 내가 그토록 찾던 첫번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생각하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내가 산책을 좋아하는 첫번째 이유는 내 머릿속에 있던 빈 종이가 내가 아는 길들로 채워지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백지로된 지도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점점 우리가 성장할수록 그 지도의 범위가 커지고 디테일 해진다고 생각한다. 별개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두 공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렸을때, 나는 내 세상이 더욱 넓어짐을 느낀다.
도서관에다 책을 반납하고 나서, 나는 산본 중심상가로 향했다. 딱히 특별한 일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이리저리 구경도 좀 하며 놀다 올 생각이었다. 우선 중심상가에 방문하면 꼭 들르는 알라딘 중고 서점으로 갔다. 그리고는 포시즌에서 옷도 구경했고 피트인에서 인형뽑기도 했다가 돈도 날리고 역전우동에서 새우튀김우동도 먹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들렀던 만화카페에서 내가 산책을 좋아하는 두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의 임무를 실패하고 풀이 죽어있는 여자주인공에게 남자주인공은 '어떤 부조리함에도 겁먹지않고 화낼 수 있는 순수함은 틀림없이 앞으로 네게 큰 무기가 될 거야!' 라고 격려한다. 교우관계나 학업 등 고민이 있을때마다 나는 항상 그 고민을 해결할 조언을 얻기 위해서 누군가와 산책하는 방법을 택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산책은 상대와 많은 대화를 하게 되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잘 꺼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산책을 끝내고 나면 그 사람과 나의 비밀이 생긴 기분이라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그 사람과 더 친해진듯한 느낌을 받고는 한다. 산책은 상대와 더 친해지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걷다가 발견한 산책을 좋아하는 두번째 이유이다.
첫댓글 "별개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두 공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렸을 때, 나는 내 세상이 더욱 넓어짐을 느낀다."
비슷한 저의 경험을 떠올려보게 만들어 주는 문장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