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제의 의도는 '문제해결 역량'과 '추론 역량'의 함양으로, 조건에 맞는 문제를 적절히 제작할 수 있고, 학습한 개념을 이용한 풀이 과정을 논리적 단게에 맞게 서술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고자 했다.
(2) 학생들이 수업에서 해결했던 5개의 문제 소재 중 랜덤으로 2가지가 나오는 형태로 수행평가지를 제공하였고, 기존 문제의 빈칸 부분에 적절한 조건을 제시하여 문제를 만들고, 그것의 풀이를 쓰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첫 번째 수행평가이다보니, 학생들의 수행상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제시된 두 문항 제작을 채점하여 점수가 높은 것을 수행평가 점수로 반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3) 학생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을 고칠 수 있도록 교사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틀린 부분을 정정하여 문제를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평가의 일부로 포함하였다. 예컨대 첫 문제 제출에서 완벽한 풀이를 작성한 학생은 피드백 점수를 5점 만점으로 제공하나, 학생들의 수학적 표현이나 문제 구조상의 실수가 다소 많았기에 해당 학생들은 피드백을 정확히 이해하고 수학적 표현을 올바르게 고치도록 안내했다. 반면 주어진 문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피드백을 받았음에도, 문제를 다시 올바르게 고치지 못한 학생들은 피드백 점수에서도 감점을 하였다.
아래는 학생들에게 제시된 예시 문항과 그에 대한 우수 답변으로, 학생들의 수행평가 준비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제공하였다!
수행평가 예시 문항(왼쪽) 과 학생 모범답안 예시(오른쪽: 필자가 옮겨적음)
문제 만들기 수행을 2022년에 진행할 때, 수행평가 제작을 위한 사전조사 및 운영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위와 같은 운영 방식을 만들었다.
(1-1) 문제 소재만을 간단히 주고 문제를 만들게 하면 학생들의 높은 자유도는 보장되지만, 학생들이 다소 기형적인 방식으로 간단한 문제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평가하고자하는 영역에 부합하지 않은 경우임에도 만점을 부여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기에, 세 가지 조건의 충족하는 문제 제작에서 점수를 제시하는 방식을 택했다,
(1-2) 위와 같이 (가)에서는 빈칸에 들어갈 조건이 만족할 기본 조건을 제시하고, 문제의 답이 정해진 문제를 제작하도록 했다. (나)에서는 제작하는 문제에서 포함될 개념의 영역을 제시하여, 학습한 개념 대부분이 포함되는 문제 제작을 유도하였다. 마지막으로 (다)에서는 풀이를 서술하는 과정에 있어 핵심적으로 제시될 개념에 대해 언급하여 해당 개념을 구체화하는 방향의 풀이 서술을 유도하였다.
(2) 과정중심평가를 지향하는 수업 운영에 있어, 수업에서의 성실성이 평가 점수로 이어지는 구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문제는 수업시간, 학습지에서 다룬 문제이고 그것을 재구조화하는 것 또한 수업 시간의 일부를 할애하여 연습해 본만큼, 학생들이 학원 또는 사교육을 통해 해당 수행평가를 준비하는 것의 효과성이 낮도록 운영하였다. (물론 우리 학생들은 진로선택인 기하 과목을 굳이? 따로 공부하지 않는 것 같다..!?)
(3) 문제를 만드는 과정도 어려운데 그것을 풀이함에 있어서 실수가 없을 수 없고, 동시에 학생들의 현재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 해당 수행의 목적이 아니기에, 학생들이 피드백을 통해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성장하는 방향의 평가를 의도했다. 교사 입장에서는 다시 시험지를 주고 고치게 하여 다시 채점하는 과정이 매우 번거롭지만, 충분히 피드백을 흡수하고 그것을 토대로 능력을 신장할 수 있는 학생들이 충분히 존재한다. 그런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평가에서 외면하지 않고자 했다.
아래의 네 사진은 올해 진행한 수행평가의 문항 사례이다.
벡터의 연산, 실수배 / 위치벡터의 내분점, 연산 / 벡터의 덧셈과 뺄셈, 실수배 / 벡터의 차를 이용한 최소, 최대 분석
간단하게 의도만 안내하면 다음과 같다. (왼쪽부터 1~4번)
(1번) 벡터에 대한 방정식을 해결하여, 주어진 두 벡터를 다른 벡터로 간단히 표현할 수 있고, 벡터의 크기를 구하는 과정에서 벡터의 실수배/연산을 적절히 활용함을 평가하는 문항이다.
(2번) 주어진 두 위치벡터를 이용하여 다른 벡터를 표현할 수 있고, 내분점, 위치벡터의 차를 이용하여 제시된 벡터를 표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문항이다.
(3번) 평행사변형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벡터의 연산을 구성할 수 있고, 그것의 참/거짓을 벡터의 연산 개념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문제이다. 각각의 선지를 구성함에 있어 관련된 개념을 적절히 사용하고 설명할 수 있는가를 평가한다.
(4번) 주어진 벡터의 연산을 하나의 벡터로 간단히 나타낼 수 있고, 벡터의 크기가 선분의 길이임을 이용하여 그 최솟값과 최댓값을 파악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문항이다.
간단하게 의도만 안내하면 다음과 같다. (왼쪽부터 1~4번)
(1번) 주어진 벡터의 연산을 하나의 벡터로 간단히 나타낼 수 있고, 벡터의 크기가 선분의 길이임을 이용하여 도형의 넓이를 파악하는 문항이다.
(2번) 벡터의 덧셈을 이용해 여러 벡터의 합 또는 차를 하나의 벡터로 표현하는 과정을 다룬 문제로, 기존 문제와는 달리 위치벡터의 차를 이용하여 해결하는 방향을 풀이의 의도로 제시하였다.
(3번) 위의 (1번)과 유사한 방향이나 풀이 과정에서 벡터의 성분과 크기를 이용한 접근을 시도하게끔 제시하였다.
(4번) 위의 (4번)과 유사하나, 최솟값과 최댓값을 파악할 벡터를 직접 구성하는 과정에서 결론적으로 만들어낼 벡터를 다른 벡터의 덧셈과 뺄셈으로 분해하는 과정이 요구되는 문항이다.
(평가 진행 상의 고민 & 해결방안) 문항을 구성해보면서 생각한 점은, 전체 학생들을 기준으로 볼 때, 수행평가의 수준이 낮지 않다는 점이었다. 물론 간단히 변형할 수 있는 문항도 있었지만, 특정 조건에 맞게 문제를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개념의 의미를 간단히 학습한 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렇기에 수업 진도 일부를 할애하여 수행평가를 연습하고 친구와 함께 피드백해보는 시간을 가졌고, 그것이 아이들이 해당 수행을 진행함에 있어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항 구성 고민!) 필자가 이와 같이 5개의 문항에서 랜덤으로 2개를 택하여 시험지를 구성할 때, 문제지 간의 난이도에 대한 형평성을 최대한 맞추고자 노력했는데, 두 문항을 제시하지만 학생들이 실제로 만들어야되는 문항은 하나 이상이기에, 한 문제는 다소 수월하게 만들 수 있지만, 다른 문항은 고민이 필요하도록 제시하였다.
그렇기에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은 본인이 확실하게 준비한 문항 하나만을 제작하여 제출하는 모습을,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은 두 문항을 모두 만들어보는 시도를 함과 동시에, 몇몇 학생들은 본인이 조건을 추가하여 문제를 좀 더 복잡하게 만드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이번에는 학생들이 기존에 예시로 제시된 문항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에 대해 매우 어려움을 느꼈기에, 이점을 다음 수행평가에서 적절히 고려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평가 결과의 관찰)
(만점자 비율?) 4개 반 기준으로 첫 번째 문제 제출에서 가장 만점 비율이 높은 반은 만점자가 70% (20명 남짓)정도에 육박한 반면, 낮은 반은 만점자가 35% (7~8명)정도였는데, 채점 당시에는 매우 의아함을 느꼈으나 다시 시험지를 주고 피드백을 반영하도록 하니, 반에서 약 20% 학생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학생들이 만점 점수를 부여받는 것을 관찰하였다.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한 부분?) 확실히 기존 문제를 다른 풀이 방향으로 접근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평행사변형법을 이용하여 풀던 정육각형에 대한 문제를 위치벡터의 차로 접근하라는 맥락이 아이들에게 가장 어려움을 주는 부분이었다.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은요?) 문제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이 가장 피드백을 주는데 세심한 배려가 필요했다. 여러 번 연습을 했음에도, 충분히 준비가 되지 못한 학생들에게 해당 과제는 다소 난해한 것이었고, 그만큼 그 아이들이 최소한의 수준이라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2차 시험 문항 제작전에 아예 문제 자체를 구성하지 못한 학생들을 모아서 예시 문항을 통해 문제를 만드는 방법을 다시 안내하는 방법을 택했다.
(제시된 조건의 구체성이 가진 난점) 채점의 명확성을 높이기 위해 제시한 기준이, 되려 학생들이 적절히 문항을 구성하는데 인지적인 어려움을 주는 경우도 많았다. 간결하게 문제를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약 조건을 지키고자 문제가 다소 복잡하고 번잡한 형태로 구성되는 답안을 보면서, 해당 측면은 학생들이 교사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해 생긴 결과인지, 조건 제시의 방향성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인지에 대해 스스로 성찰해볼 필요성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1) 그러나 학생들은 생각보다 주어진 구조에 익숙해지고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조건에 맞는 개념이 풀이 과정의 어떤 부분에 쓰였는가를 명확히 서술한 학생들의 답안을 확인하면서, 아이들이 갖춘 능력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2) 아이들이 피드백을 통해 본인의 산출물을 정정하는 과정이 점수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1차 제작 과정에서 본인이 범했던 실수에 대해 다시 확인하고 수행평가를 재차 준비해오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3) 서술형 평가이기에 평가의 피드백적인 측면을 잘 살릴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벡터'와 그 표현에 대한 다양한 오개념이 풀이 과정에서 너무 명확히 드러남과 동시에, 주어진 개념을 바탕으로 풀이를 서술해야하기에, 해당 개념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학생들을 명확히 분류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4) 채점 기준을 명확히 이해하고자 교사에게 질문하는 학생들, 본인의 풀이 과정이 가진 오류를 스스로 확인해보며 그것을 올바르게 고치는 학생들을 통해 학습적인 측면에서 최소 수준의 문턱을 높여 제시하는 것이 아이들의 유의미한 학습을 촉진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이해했고, 다만 그 과정에서 적절한 비계를 정확한 타이밍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아근데.. 이거 수행평가 하자마자 소감문을 받았어야하는데 까먹어버려서.. 중간고사 끝나고 남는 시간에 소감문을 받을 예정이다. 평가의 마무리는 아이들의 활동에 대한 성찰인데.. 그것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글을 닫으며!)
필자는 학부 시절 폴리아(Polya)의 문제해결이론을 매우 애정했던 편이다. 문제를 이해하고 풀이 과정을 구성하고 그것을 실행한 뒤, 전체 과정을 반성하여 새로운 문제로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구체화하고 그것의 의미를 부여하는 생각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러한 과정을 경험하면서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했던 필자에게는 새롭게 문제를 구성하여 스스로 그것을 검증하고 그 의미를 도출해보는 과정이 수학 과목에 대한 정의적 측면의 신장 뿐 아니라, 유의미학습에도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도 그러한 과정을 수업 상황에서 경험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고하여 모든 학생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그 풀이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문제 제작이 주는 주체성을 경험하고, 본인의 산출물인 풀이 과정에 대해서도 지적인 책임감을 느껴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수행평가를 친 이후 스스로 만든 문제에 대해 뿌듯해하며 교사에게 자랑하는 학생의 모습을 보니, 작은 의도가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 학생들에게 잘 먹혀들었지 않을까하는 기대 부푼 상상을 해본다.
(필자의 교육관 중 하나!) 필자는 모든 사람이 지식의 습득자이자 지식의 생산자가 될 수 있기에, 누구든 지식을 생산하여 그것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항상 체감시키고픈 마음이다. 학생들이 학습이 가진 의미를 확장하여 이해하고, 나아가 삶이라는 것이 학습의 끊임없는 변주임을 이해하는 기회를, 수업의 일부 그리고 수업 전체를 통해 느끼게끔해주고 싶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학습 기회의 방향성을 최대한 다양화하되,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적절히 해석하는 교수적 설계를 통해 제공하는 것을 올해의 작은 목표로 삼고 있다.
[출처] 평면벡터 문제 만들기 수행평가(Feat. 과정중심평가)|작성자 미로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