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오법정사에서 수악길 입출구까지 11.3km로 구성되어 있다. 예보와 달리(?) 지속적으로 비가 내렸다가 개이는 궂은 날씨가 반복된다. 한라산에 있는 여우가 백마리쯤 시집을 가는 모양이다. 땀에 젖으나 비에 젖으나 마찬가지일 수 있어서 주저하다가 그래도 우의를 입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몇번이나 우의를 입었다 벗었다 했다. 길은 전반적으로 내리막이고, 거의 자연상태로 어느 길보다 돌이 많아 조심해서 걸아야 했다. 계속 비와 함께 홀로 걷다가 중간에 이 길을 걷는 사람을 만나니 반갑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이 길을 이렇게 걷는다. 하긴 누가 시켰으면 이 날씨에 이 산길을 누가 홀로 걷겠는가?
시작부터 제주 항일운동의 본산인 무오법정사 항일운동 기념탑을 만나고, 중간에 일제의 흔적과 4.3의 흔적 및 서귀포치유의 숲 등을 마주할 수 있다. 이름에 걸맞게 이 길 내내 동백이 함께한다. 동백이 만발하는 겨울날 이 길을 다시 걸을 생각에 벌써 마음이 들썩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