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끼는 쉽게 눈에 띄지도, 꽃을 피우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래서 척박한 환경을 견디고 다른 생명이 살 터전이 된다. 북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식물생태학자인 로빈 월 키머러는 이끼의 삶을 깊이 관찰하며 얻은 깨달음을 전한다. 작고 단순한 몸으로 생태계에 기여하는 이끼만의 특성, 개별 이끼 종의 다양한 개성 등을 전하는 이야기는 자연의 모든 생명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일깨운다. 《이끼와 함께》는 이끼의 생태를 국내에 소개하는 첫 교양서이자, 이끼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생명인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자연에세이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 로빈 월 키머러 1953년 뉴욕 태생의 식물생태학자, 두 딸의 어머니, 아메리카 원주민의 후예. 북아메리카 원주민인 포타와토미족 출신으로 식물과 가까이 생활하며 배움을 얻었고,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식물학을 공부하며 과학이 지나치게 인간을 배제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이끼의 생태를 과학적으로 규명할 뿐만 아니라 이끼가 같은 자연의 생명체인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자신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는지 성찰한다.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3년부터 뉴욕주립대학교 환경산림과학부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6년 ‘원주민과 환경 센터’를 설립하고 소장으로 취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첫 책 《이끼와 함께》로 자연문학 부문 저술상인 존 버로스 메달을 2003년에 받았고, 다른 책 《향모를 땋으며》로 시구르드 자연문학상을 2014년에 받았다. |
이끼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로 시작했다. 초반보다는 후반에 한 장의 대부분을 줄을 그을 정도로 좋은 이야기가 많았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후손이라는 저자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글들이 감명을 주었다.
책의 후반에서는 이끼와 한몸이 된 듯 이끼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고스란히 마음에 와 닿는다.
이끼의 지식에 관한 글과, 마음에 남은 글을 따로 정리해보려 한다.
-차례-
구르지 않는 돌이 되어 011 보는 법 배우기 021 작아서 좋은 이유 033 물로 돌아가는 생명 043 역할 분화의 아름다움-꼬리이끼 055 변화를 받아들이는 법 065 | 생명을 부르는 생명-솔이끼 080 물곰의 숲에서 093 재난이 빚는 공존 108 선택하는 삶 120 틈새로 내리는 빛 141 도시사람, 도시이끼 156 | 재능에 깃든 책임-이끼와문화 169 누군가 다진 기반을 밟으며-물이끼 187 나니까 가는 길-스플락툼 202 소유하는 사랑 208 공동체에 보답하는 삶 233 아낌없이 내어지는 아픔 248 금보다 귀한 우리-빛이끼 257 |
<이끼의 지식>
12. 이끼와 만남의 시작, 이름
나는 대학생때 크랜베리호 생물학 연구소에서 실시한 현장 생물학 연수과정에 참여하면서 연구소를 처음 찾았다. 박사님을 따라 숲속을 다니다가 처음 이끼를 알게 되었다. 전문가용 바슈롬 확대경을 주문하면서 내가 이끼레 매료되었음을 깨달았다. 이후 교수가 된 나는 크랜배리호로 돌아왔고 연구소 소장이 된 지금도 그때 산 확대경을 빨간 줄에 걸어 목에 차고 학생들과 호수를 따라 걷는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이끼는 나와 달리 거의 변하지 않았다.
18쪽. 바위는 느림과 강함을 ㄴㅁ어섰지만 표면의 알갱이를 서서히 모래로 풍화시키는 이끼의 부드럽고 푸른, 비하처럼 강한 숨결에는 굴복햇다.
30쪽. 이끼에는 꽃과 열매, 씨, 뿌리가 없다. 내부에서 물을 나르는 관다발계, 즉 물관부와 체관부가 없다. 이끼는 가장 단순한 식물이며 그 단수함에 우아함이 깃들어있다. 몇 안되는 기초적인 줄기와 잎으로만 된 구조이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 진화한 이끼 종느 약 2만2천개에 달한다.
35쪽. 나무와 달리 이끼의 엽록소는 구조가 세밀하기 때문에 숲 우듬지를 뚫고 들어오는 빛의 파장도 흡수할 수 있다. 상록수가 만드는 습한 그늘 아래에서 ㅂ너성하는 이끼는 조옹 촘촘한 초록 카펫을 이룬다. 하지만 낙엽수로 이루어진 숲은 가을이면 축축하고 거무스레한 잎사귀가 바닥을 덮기 때문에 이끼는 숨을 쉬지 못해 서식하기 힘들다.
38쪽. 실온의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농도는 약 380ppm이다. 하지만 통나무 위 경계층에서 이산화탄소 함유량은 치대 열배 높다. 광합성의 원재료인 이산화탄소는 이끼의 축축한 잎으로 쉽게 흡수된다. 그러므로 경계층은 이끼 서앙에 유리한 미시 기후를 형성할 뿐 아니라 광합성의 원재료인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공급한다. 굳이 다른 곳에 살 이유가 있을까?
40쪽. 이끼는 스스로 형태를 바꾸어 경계층의 너비를 조절하기도 한다. 움직이는 공기와의 마찰을 증가시키는 모든 표면은 공기의 속도를 찾추고 경계층을 두껍게 만든다. 거친 표면은 부드러운 표면보다 효과적으로 공기의 속도를 낮춘다. 거칡 눈보라치는 황야에서 얼굴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상상해보자. 바람의 힘을 피하려면 따에 엎드려 지표면의 경계층으로 숨어야 한다. 키가 큰 풀은 공기가 흐르는 층을 뚫고 들어가 공기의 속도를 늦추어 경계층을 넓히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같은 원리로 이끼 역시 위에 있는 경계층을 확장한다. 많은 이끼종은 잎이 길고 좁게 위로 솟아 있어 주변 공기 흐름을 늦춘다. 또한 건조한 곳에 서식하는 이끼는 털이 촘촘하게 나 있거나, 반짝이는 잎 끝이 길게 늘어지거나, 작은 가시들이 돋아 있다. 이처럼 잎 표면에서 연장된 부분 또한 공기의 움직임을 늦추고 경계층을 두껍게 만들어 꼭 필요한 수분이 증발되지 않도록 한다. 건조한 곳에서 이끼는 종종 이슬에서 하루치 수분을 얻는다. 이슬은 대기와 바위 표면이 상호작용하면서 형성된다. 태양의 열기가 식는 밤이면 어느 정도의 온기를 간직한 바위 표면의 온도와 공기의 온도가 차이가 나 수증기가 물로 응결된다. 이슬막이 공기와 바위 접촉면에 형성되어 이끼는 쉽게 수분을 흡수할 수 있다.
42쪽. 이끼는 크기가 큰 식물들이 살 수 없는 공간을 차지한다. 이끼의 존재 방식은 작은 몸집을 축복으로 여기는 것이다.
48쪽. 물기 없는 땅에서 겪는 생식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ㅐ 이끼는 대대적인 혁신 감행. 난잘ㄹ 물로 내보내지 않고 암그루 안에 보호하는 것. 양치식물에서 전나무에 이르기까지 현재 존재하는 모든 식물의 이 전략은 이끼가 처음 고안했다. 안전한 자궁에서처럼 난자를 부풀어 있는 자안기 바닥에 고정한다. 얽힌 잎으로는 물을 가둬 난자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고 정자가 ㅔ엄칠 수 있는 웅덩이를 만든다. 수정되지 않은 난자는 장란기에 안전하게 머물며 수정을 기다린다. 하지만 정자가 난자에 닿기란 무척 어렵다. 첫번째 장애는 육지에서는 불안정한 수분 공급. 정자가 헤엄쳐 난자에 도달하려면 수분막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 잎이 무성하다면 잎 사이를 빗물과 이슬이 메운다. 잎 사이에 있는 미세한 공간이 이끼 사이에 물을 흐르게 해 암그루와 수그루를 연결해주는 투명 수로가 된다. 두번째 문제로, 이끼는 정자를 다량으로 생성하지만 각각의 작은 정자 세포가 난자를 만나 확률은 아주 낮다. 이끼의 정자는 목적지를 안내해주는 신호가 없어 수분막을 ㄱ닥치는 대로 ㅎ엄친다. 연악하고 작은 정자는 수영하는 동안 쓸수있는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다. 장정기엣 나오는 즉시 생존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 한 시간안에는 모든 정자가 에너지를 소진하고 죽는다. 난자는 여전히 기다린다. 세번째 문제는 물의 특성에 있다.이끼 정자에게 물방울의 표면장력은 탄성이 있는 벽과 같아 몸부림치고 밀쳐도 통과못함. 그러나 이끼 정자는 물의 영향을 벗어나는 기발한 방법을 개발했는데, 정자가 밖으로 나올 준비가 되면 장정기는 더 많은 물을 흡수하여 몸을 부풀리다가 터트린다. 그러면 정자가 유압ㅇ 의해 밀리면서 힘차게 출발할 수 있다. 이끼가 물의 표면장력을 극복하는 또 다른 방법은 정자에 계면활성 성분을 투입ㅎ는 것. 장정기가 터지면 계면활성 성분이 비누와 같은 역할을 하여 물의 ㅈㅁ성을 낮춘다. 계면할성 성분이 물방울의 팽팽한 표면과 만나 표면장력이 깨지고 물방울의 동 모양이 곧바로 판판해질 때 정자는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이동한다.
50쪽.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 암컷까지 헤어쳐온 정자는 장란기의 긴 목을 타고 내려와 기다리고 있던 난자에 도달. 수정이 이루어지면 첫 자손 세포인 포자체가 만들어진다. 이것을 장란기안에서 정성껏 키운다. 어린 이끼는 잎이 있는 부모의 모습으로 바로 변하지 않는다. 대신 수정란은 중간 세대인 포자체로 발달. 다음 세대를 형성하여 퍼트릴 포자체는 여전히 부모에 붙어 보살핌을 받는다.
60쪽. 정자는 약하고 수명이 쨟아 생식능력이 제한되므로 유성생식은 이끼에게 불확실하다. 헤엄칠 물이 없으면 정자가 난자에 도달할 수 없으므로 적절한 때에 비가 내려야만 한다. 헤어쳐 가더라도 불과 몇 센티미터만 남긴 곳에서 장애물을 만나 난자와 결합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난자와 정자가 아주 가까이 있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정자는 장란기안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난자는 계속 기다릴 뿐이다. 어떤 이끼들은 짝을 찾을 확률을 높일 방법을 진화시킴. 암수한구루가 된 것. 암그루와 수그루가 만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하면, 수많은 수정을 통해서만 겨우 생성되는 포자체가 꼬리이끼속 군락에 흔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꼬리이끼 한 덩어리에는 약 50개의 포자체가 있고 포자는 약 5천만개에 달할 것. 성비가 편향디어 암컷 하나마다 수많은 숰ㅅ이 주변을 맴돌고 있나? 그러나 이끼가 그런 전략을 씨긴 하지만 꼬리이끼는 아니다.
암그루하나를 현미경에 놓자 해부한 암그루의 부푼 수정란 안에 다음 세대가 들어있다. 배율을 높이자 소시지 모양의 주머니가 보이고 분명 정자로 채워져 부풀어 있는 장정기. 바로 그곳에 잃어버린 아빠가 있었다. 매우 작은 수그루가 미래의 짝이 될 암그루의 잎에 숨어있었던 것. 은밀히 교감하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컷은 암컷의 영역에 침입했다. 수그루와 암그류가 밀착하면서 정자는 난자까지 쉽게 헤엄칠 수 있다.
꼬리이끼암그루는 숫자, 크기. 에너지 등 삶의 모든 측면에서 우세. 수컷의 존재조차도 암컷의 힘에 좌우된다. 수정된 암그루가 생성한 포자는 성별이 없다. 포자는 어떤 곳에 아착하느냐에 따라 암컷이 될 수도 수컷이 될 수도 있다. 포자가 다른 이끼가 없는 새로운 바위나 통나무에 정착하면 싹을 틔운뒤 크기가 온전한 새로운 암그루가 된다. 하지만 같은 종의 꼬리이끼가 있는 곳에 떨어진 포자는 이미 자리잡은 암그루의 잎 사이로 들어가 갇히고 암그루에 의해 운명이 정해진다. 암그루는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포자가 왜웅(암컷에 기생하는 아주 작은 수컷)이 되도록 호르몬을 분출하고 이렇게 포로가 딘 수그루는 모계사회에서 다음 세대를 탄생시킬 아빠가 된다.
'왜소한 남성이 유리한 이유'-꼬리이끼속 이끼의 진화적 관점에서는 암그루와 수그루의 불균형이 매우 중요. 수그루의 왯한 몸집은 수정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 암글와 수그루 모두 이러한 구조로 혜택을 입음. 수그루의 크기가 크다면 잎과 가지 때문에 정자와 난자의 거리가 멀어지므로 유전자를 퍼트리는 데 방해가 된다. 왜웅은 큰 수그루보다 훨씬 많은 자손을 낳을 수 있다. 정자를 준 다음 물러나는 왜웅이야말로 자손 번식에 가장 크게 기여한다.
61쪽. 이끼잎위의 얇은 수분막은 이산화탄소를 용해해, 빛과 공기를 당으로 변화시키는 잎으로 들일 관문이다.
69쪽. 이끼는 몸속 수분 중 98%까지 잃더라도 다시 물이 공급되면 깨어날 수 있다. 퀴퀴한 표본 캐비닛에서 40년을 묵었던 이끼도 페트리접시에 몸을 담그면 완전히 살아난다.
'이끼가 물을 사랑하는 법' 이끼는 갖가지 방법으로 수분을 조금이라도 오랫동안 곁에 두려고 한다. 이끼가 모여있는 형상, 가지 위 잎 사이의 공간, 작은 잎의 미세한 표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물을 간직하기 위한 진화적 필요에 의한 것. 이끼는 홀로 자라는 경우가 거의 없이 빽빽하게 군생한다. 개체들이 서로 밀접해 잇어 지상부와 잎이 맞닿으면 잎과 빈 공간이 구멍 뚫린 연결망이 형성되고 스펀지처럼 물을 간직한다....73쪽. 이끼의 모든 잎은 물이 머물 수 있는 형태다. 이끼잎이 서로 가까이 있어 겹쳐지면 물이 오갈 수 있는 작은 오목한 주머니들이 생겨 수로가 형성. 잎의 미세한 표면 역시 얇은 수분막을 끌어당겨 가두도록 조각되어있다. 잎은 작은 아코디언처럼 주름이 져 틈 사이에 물 가둠.
74쪽. '익부세포(alar cell': 줄기에서 잎이 붙은 곳에 익부세포라는 특별한 세포가 모여 있다. 맨눈으로 보면 잎 가장자리에서 반짝이는 초승달처럼 보인다. 현미경으로 본 익부세포는 다른 잎 세포보다 훨씬 크고 대부분 얇은 벽이 있다. 익부세포의 넓은 빈 공간은 물을 빠르게 흡수해 투명한 물풍선처럼 부풀어오른다. 이처럼 익부세포가 부풀면 잎을 바깥으로 휘어져 줄기와 멀어지기 때문에 빛을 더 잘 받는 위치로 갈 수 있다. 이낀ㄴ 신경이나 근육이 없더라도 성장에 필요한 물을 감지해 광삽성에 적합한 각도로 잎을 조절할 수 있다.
87쪽. 솔이끼는 한낮의 무더위에도 폐기물 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는 강인함 덕분에 그토록 척박한 환경을 견뎌낸다. 다른 풀이나 야생화가 살 수 없는, 물이 전혀 없는 곳에서도 살아남는다. 땅에서 무기질을 얻는 고등식물이 건조한 땅에서 말라죽을 때 솔이끼는 필요한 무기질을 빗물에서 모두 얻기 때문이다.
98쪽. '이끼숲의 동물들': 베를레제 깔때기는 이끼 더미같은 미시 새애계에 사며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동물군을 연궇ㄹ 때 주로 사용하는 실험도구. 통로중간에 체가 잇는 큰 알미늄 깔때기에 흙이나 썩은 나무 또는 이끼 덩어리를 넣는다. 그리고 조도가 강한 조명을 알미늄 깔때기위에 며칠 동안 켜 놓는다. 그러면 열고 인해 이끼를 비롯한 물질들이 서서히 마르고, 빛이 들지 않고 수분이 남아있는 깔때기아래로 이동하다가 죽은 무척추동물은 깔때기 밑으로 떨어져 포름알데히드가 담긴 병에 모인다. 머핀 한개정도의 이끼 덩어리에 우너생동물 15만마리, 완보동물 13만2천마리, 톡토기 3천마리, 담륜충 800마리, 선충 500마리,, 진드기 400마리, 파리유충 200마리가 서식한다. 이러한 수치를 통해 한 줌의 이끼에 엄청난 수의 생명이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9쪽. 아무것도 없던 땅을 처음으로 개척하는 이끼는 다른 생물들이 서식하도록 기반을 닦는다....현재에도 진화된 여러 곤충이 여전히 이끼숲에서 알을 낳고 유충을 키운다. 각다귀는 이끼 낀 절벽 주위를 날아다니며 알을 보관할 젖은 잎을 찾는다.
102쪽. 이끼도 타가수정에 대한 압박을 느낀다. 곤충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 없어 유혹이 어렵고, 물의 움직임에 의존해 정자를 나르지만 이동거리가 몇 센티미터에 불과하여 비효율적. 하지만 이끼에 서식하는 무척추 동물 군집이 정자를 조금 더 멀리 옮겨준다. 진드기, 톡토기와 같은 전지동물이 이끼 사이에서 수그루를 지나면 이끼 정자가 든 점액이 몸에 묻는다. 그러면 정자는 무척추동물 몸을 타고 이동한 후 다른 이끼에서 물방울에 씻겨나가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암그루에게 헤어쳐 간다. 부지불식간에 이마에 꽃가루르 묻히고 다니는 벌셏럼 무척추동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끼숲의 존속에 중요한 파트너가 된다.
103쪽. 스플락눔(Splabnum)이끼의 포자체는 포자를 날라줄 똥파리를 유혹하기 위해 색이 화려하고 강한 냄새를 풍기도록 진화했더. 새, 포유류 그리고 특히 개미는 단백질이 풍부한 포자체를 먹이로 삼눈다. 나는 참새가 솔이끼속의 포자체를 체계적으로 수확한 후 부리로 포자낭을 정갈하게 벗겨 포자구름을 퍼트리고 가는 걸 본 적이 있다. 이끼를 확산하는 훌륭한 매개체인 개미는 터진 포자낭을 집까지 이고 가면서 포자를 길에 흩뿌린다.
104쪽. 이끼의 삶과 가장 긴밀한 동물이면 완보동물, 즉 물곰(water bear)를 선택. 대나무숲에만 의지해서 사는 판다처럼 물곰의 삶은 물곰이 서식하는 이끼와 깊은 관계. 뭉툭한 8개 다리를 구르면서 잎사귀 사이를 킁킁거리는 물곰은 영락없이 작은 북극곰이다. 머리가 둥글고 몸이 반투명한 진주색인 물곰은 길고 까만 발톱을 이끼 줄기에 고정하여 자세를 납춤. 이빨이 없는 대신 입이 빨대과 같다. 주사 바늘같은 침을 이끼 세포데 꽂은 다음 세포 내용물을 빨아 먹는다. 다른 종류의 완보동물은 조류와 박테리아처럼 이끼 잎에 사는 착생식물을 먹는다. 다른 무척추동물에 침을 꽂아 세포를 빨아먹는 포식성 완보동물도 있다.
나는 주로 잎이 오목한 이끼에서 물곰을 찾는다. 숟가락 같은 잎에 생긴 작은 못은 곰돌이 젤리처럼 통통하고 말랑말랑한 물곰이 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이끼 매트의 수분은 물곰에겜ㄴ큼이나 이끼에게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끼는 관다발이 없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물의 양에 따라 수분 함량이 변한다. 물이 증발하면 이끼 잎은 쪼글쪼글해지고 뒤틀려 바삭 마른다. 물곰 여시 주변이 건조해지면 몸의 크기가 1/8까지 줄어들어 맥주나 와인을 담는 커다란 오크통 모양의 튠상태가 된다. 튠 상태에서는 신진대사가 거의 완전히 중단되더라도 몇년을 버틸 수 있다. 튠 이 된 물곰은 먼지가 날리 듯 건조한 바람에 날려, 짧은 다리로 갈 수 있는 거리보다 훨씬 멀리 있는 새로운 이끼 무리에 안착가능.
이끼와 물곰 모두 수분이 마르더라도 손상되지 않는다. 온도가 너무 낮거나 너무 높은 곳을 비롯해 여러 척박한 환경에서 이끼와 물곰은 활동을 중단하며 스트레스를 견딘다. 이슬이 맺히거나 반가운 소나기가 내려 신선한 물이 다시 생기면 물곰과 아끼는 물을 흡수해 원래의 크기와 모양으로 부풀어오른다. 20분안에 이끼와 물곰은 동시에 정상적으로 활동을 재개.
106쪽. 물곰은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단적인 실험의 대상이었다. 세상에 알려진 어떠한 생물체로 살아남지 못할 건조한 환경, 팔팔 끓는 액체, 절대영도에 가까운 영하 273.142도의 진공상태에 놓였다. 하지만 이같은 고문을 모두 이겨내고 ㅜㄹ 한방울로 다시 살앗다. 물과 만남ㄴ 생명의 화학작용이 재개되는 매커니즘은 이끼와 물곰에세 일상이지만 그 실체는 여전히 대부분 비밀.
350년동안 열틴 토론과 실험 끝에 많은 사람이 내린 결론은, 가사동결 상태에서 생물체는 생명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거의 인식할 수 없는 속도로 계속된다는 것. 생명을 무한정 멈출 수 있는 무한히 느린 신진대사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생명체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과정은 우리 발밑 이끼 숲에서 계속 진행되는 크나큰 미스터리.
114쪽. '종 다양성과 재난: 중간교란가설': 절벽 아래에는 봉황이끼속, 꼭대기에는 패랭이우산이끼속, 중간에는 각종 이끼가 섞여있어 계층화가 분명. 하지만 이런 패턴의 원인에 관한 증명이 필요했다. ...종끼리 세력권을 방어하거나 어떤 나무가 다른 종의 나무에 그늘을 드리우는 것ㅊ럼 식물끼리 상호작용을 하다보면 자연에 예상치 못한 패턴이 종종 일어난다. 패랭이우산이끼와 봉황이끼가 '경계선'을 두고 경쟁한 결과물일지도 몰랐다. 나는 두 이끼를 온실에 나란히 심어 둘 사이가 어떤 관계인지 살폈다. 봉황이끼는 따로 떨어져 있으면 잘 지냈다. 패랭이우산이끼도 마찬가지. 하지만 나란히 놓이면 권력 싸움이 증거가 분명히 나타났고 항상 봉황이끼가 패함. 매번, 패랭이우산이끼의 뱀과 같은 엽상체가 왜소한 봉황이끼위로 점점 기어올라 결국 완전히 삼켜버림.
물을 채운 얕은 접시에 이끼를 종별로 담은 후 12시간, 24시간, 48시간 후 확인. 봉황이끼는 사흘이 지나도 쌩쌩. 석회이끼속도 마찬가지. 반면 패랭이우산읶는 24시간만에 검고 끈적해짐. 물속을 견디지 못하는 패랭이우산이끼는 절벽 높은 곳에만 머무르게 된 것.
122쪽. 실제로 이끼는 철저한 금욕주의형부터 호색형에 이르기까지 번식양상이 광범위. 한번에 수백만개의 자손을 낳아 성적으로 활발한 종도 있는 반면, 유성생식이 한번도 관찰된 적이 없는 순결한 종도 있다. 성전환을 통해 상당히 자유롭게 ㅅㅇ별을 바꾸는 종도 있다.
123쪽. 번식에 할당된 에너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쓰인다. 같은 양의 열량이라도 어떤 부모는 몸집이 큰 몇 안되는 자손에 투자. 한편 다산을 하는 부모는 영양분은 충분히 주지 못해 크기가 작더라도 자식 수를 늘리는데 에너지를 쏟는다.
127쪽. '네삭치이끼의 분산형 투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끼 중 하나인 네삭치이끼. 가장 생기 넘치는 이끼다. 어린잎은 이슬방울처럼 빛나고 물을 머금어 통통하다. 네삭치이끼의 학명에서 종을 나타내는 펠루치ㅏ는 물처럼 투명하다는 의미, 작지만 힘찬 지상부는 군더더기없이 단순하며 희망에 찬 듯 곧게 솟음. 1cm에 못 미치는 줄기를 숟가락 같은 10개의 잎이 나선형 계단처럼 둘러싼다. 한가지 방식으로 평새을 보내는 대부분의 이끼와 달리 네삭치이끼는 매우 유연하여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에 특화된 기관을 모두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이끼는 잎을 비롯해 떨어져 나간 몸체 일부에서 복제될 수 있다. 이렇게 분리된 부분이 부모와 ㅇ전적으로 동일한 성체로 자라날 수 있고 이러한 비ㅏ식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유리하다. 복제된 유전자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능력이 부족해 부모곁에 머문다. 몸체 일부가 분리되어 이루어진 복제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유저나의 미래를 보장하기에는 분명 허술하고 임의적인 방식.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정교한 구조를 갖춘 네삭치이끼는 무성생식의 정수를 보여줌. 군락 표면에 작은 초록색 컵 같은 것이 흩어져 있다. 위로 솟은 지상부 맨 끝에서 생성되는 무성하기는 에메랄드 알을 품은 작은 둥지같다. 무성하기는 잎이 겹쳐진 둥근 그릇 모양이며 그 안에 알처럼 생긴 무성아들이 담겨잇다. 무성아는 불과 10-12개의 세포로 일어진 둥근 덩어리로, 빛을 받으면 희미하게 반작인다. 이미 수분을 흡수ㅏ고 광합성을 시작한 무성아는 부모로부터 복제된 새로운 식물이 될 준비를 한다. 그러면서 둥지 안에 머물며 기다린다. 부모에게 벗어나 스스로 성장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곳으로 날아갈 기회를 기다리는 것.
빗방울이 무성아기로 정확히 떨어지면 뭇ㅇ아가 떨어져나가 바깥으로 날아가고 둥지는 비어버린다. 무성아는 15cm까지 튕겨나가는데, 키가 1cm에 불과한 식물치곤 나쁘지 않은 거리.
135쪽. 네삭치이끼는 아무것도 없는 나무위에 처음 군락이 형성되면 지상부가 드문드문 흩어져 잇어 여유공간이 많다. 1제곱cm 표본당 50개의 이끼 줄기가 있어 개체 밀도가 낮은 곳에서는 거의 모든 지상부끝에 무성아기가 있다. 땅으로 떨어진 무성아들은 어린 지상부가 되어 무러무럭 자라, 다음해 내가 다시 돌아올 대면 이끼 줄기들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개체군 밀도가 높아지면 무성아는 사라진다. 무성아를 만들다가 갑자기 암그루 지상부를 만들기 시작한다. 개체군 밀도가 유성생식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였다. 흩어져 있는 수그루 사이로 암그루가 빽빽이 들어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포자체가 등장한다. 무성아가 돋아 싱싱한 초록색을 띠던 지상부는 포자를 생성하며 녹슨 색으로 변한다. ... 생성된 지상부는 이제 모두 수그루고, 암그루나 무성아 지상부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개체군 밀도가 높아지면 암그루에서 수그루로 변하는 네삭치이끼는 후천적 암수한그루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개체군 밀도에 따라 성별이 변하는 현상은 일부 어류에서 발견되지만 이끼에서 관찰된 적은 없었다. ... 네삭치이끼 이야기의 조각을 맞추기 위해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무성아번식의 시기는 개체군 밀도가 낮을 대이고 포자 번식의 시기는 개체군 밀도가 높을 때다.
수그루화 과정은 여러 부작용을 낳는 것처럼 보인다. 수그루가 밀집한 곳은 건조해지고 갈색으로 변하면서 잎이 떨어지는 현상을 여러번 목격했다. 번식을 하느라 지쳐버린 수컷 군락은 통나무 위에 사는 다른 이끼에게 쉽게 공격당했다. ->139쪽. 개체군 밀도가 나아 영공간이 많다면 무성생식에 판돈을 건다. 무성아는 비어 있는 나무 표면을 포자보다 빨리 차지해 다른 이끼 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개체군 밀도가 높아지면 살아남을 수 있는 자손은 포자뿐이다. 그러면 유성생식을 시작해 유전 구성이 다양한 포자가 부모가 사는 비좁은 서식지를 떠나 바람에 멀리 날리도록 한다. 포자가 적절한 통나무를 찾아 새 군락을 꾸릴 수 있을지는 도박이다. 하지만 군락에 교란이 일어나지 않아 이끼들이 한 곳에만 머문다면 군락은 분명 절멸한다.
146쪽. 잎눈꼬리이끼는 네삭치이끼와 공통된 부분이 많다. 잎눈꼬리이끼도 썩은 통나무에 서식한다. 네삭치이낓럼 작고 수명이 짧으며, 다른 몸집 큰 이끼와 대적하지 못한다. 네삭치이끼와 마찬가지로 교란에 노출된 공간에서 자란다. 네삭치이끼가 그러하듯 번식 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두 종은 서로 친척은 아니지만 삶의 방식이 상당히 비슷하다. 같은 숲에서 같은 나무에 같은 시기 동안 서식한다.
147쪽. 잎눈꼬리이끼잎은 네삭치의 둥그스름하고 반짝이는 잎과 확연히 다르다. 잎눈꼬리의 잎은 작은 솔잎처럼 길고 뻣뻣하며 끝이 뾰족하다. 잎눈꼬리는 유성생식 포자뿐 아니라 영양번식체도 생성하는 번식 전략을 쓴다. 통나무 주위로 사랑스러운 무성아를 흩뿌리ㅡㄴ 네삭치와 달리, 잎눈꼬리이끼는 지상부 끝에 달린 짧고 뻣뻣한 털다발을 이용해 스스로 복제한다. 이론적으로는 이러한 털 다발이 분리되어 길이가 1MM정도인 얇고 긴 녹색 원통형의 부화가지로 퍼진다.부화가지 하나마다 이끼 한 개가 복제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능성이 항상 실현되진 않는다. 부화 가지가 제 역할을 하려면 부모를 떠나 나무위 새로운 빈 공간으로 가야한다. 부화가지가 비에 튕겨나갈 거라고 생각했으나 아니다. 이끼 주변에 끈끈이르 깔아 부모에게서 떨어져 날아간 부화가지가 있는지 보았으나 이것도 아니고 강풍실험도 했지만 이것도 아니다. 잎눈 꼬리이끼는 영양번식체를 생성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모르는 듯했다.
149쪽. 우리는 놀라우리만큼 규칙적인 패턴을 발견했다. 네삭치이끼와 잎눈꼬리이끼 모두 죽은 나무위의 빈 공간을 차지하지만 둘 사이의 경계는 매우 뚜렷했다. '가장자리에 '네삭치이끼 외 출입금지'라는 표시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네삭치이끼는 26제곱CM미터보다 넓은 공간에 가장 많이 서식했다. 공간이 넓을수록 네삭치이끼가 많았으며 잎눈꼬리이끼는 1/4정도 되는 작은 공간에만 서식했다. 네삭치이끼가 큰 틈을 차지하고 잎눈꼬리이끼는 작은 틈을 공략하면 경쟁을 피할 수 있다.
150쪽. 네삭치이끼가 서식하는 큰 틈과 잎눈꼬리이끼가 서식하는 좁은틈은 전혀 다른 장소에서 발견됨. 네삭치이끼에게 주어진 큰 틈은 거의 항상 통나무 옆구리에 있었다. 잎눈꼬리이끼는 어김없이 나무 윗부분에만 있었다. 서식하는 틈의 크기가 달라진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확신햇지만, 과연 무엇일까?
151쪽. 물기를 머금은 통나무는 민달팽이가 살기에 최적의 장소다. 민달팽이를 관찰하니 실제로 부화가지를 점액에 묻혀 이동시키긴 했지만 몇 CM못가고 거의 모두 떨어져 나갔다.
153쪽. 우연히 땅콩버터를 흘리게 되었는데 얼룩다람쥐가 찾아왔다. 유레카!! 부화가지를 퍼트린 건 물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고 민달팽이도 아닌 얼룩 다람쥐였다. 꺼칠ㄲ칠한 부화가지가 다람쥐 발에 짓뱗혀 분리되었고, 부드러운 털에 붙은 작은 잎들이 여기저기 흩어졌다.
154쪽. 우리는 며칠 동안 조용히 앉아 얼룩 다람쥐들이 잎눈꼬리로 덮인 통나무위를 지나가는 모습을 관찰했다. 얼룩다람쥐는 먹이가 있는 곳과 안전한 굴을 오가며 하루에도 몇버닉 나무 위를 건넜다. 뛰다가 멈추면서는 눈을 반짝이고 포식자가 있나 살펴본 후 다시 뛰었다. 얼룩 다람쥐가 멈추면 자동차가 급제동할 때 작은 돌이 튀듯이 이끼 조각이 튀어 올랐다. 얼룩 다람쥐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이끼 밭에는 도로의 움푹 파인 곳 같은 작은 틈이 만들어졋다. 또한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발끝에 묻은 잎눈꼬리이끼가루를 퍼트렸다. 작은 이끼는 얼룩다람쥐가 오가는 곳에서만 생존기회를 얻는다. 가장 작은 존재들 사이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일에도 질서가 있다니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마음에 남는 글>
25쪽. 한 샤이엔족 노인은 내게 무언가를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찾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과학자에게는 어려운 개념이다. 하지만 노인은 시야를 넘어서 바라보며 가능성에 마음을 열면 원하는 것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했다.
140쪽. 세상은 여전히 예측 불가능하고, 우리는 여전히 기회의 은총과 선택의 힘으로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