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춥더니 아이거 북벽에 눈이 내렸다.
밀가루 흩뿌려 놓은 듯 살살 뒤덮혀 있는 눈
이곳에서 사계절을 한꺼번에 느낀다.
아이거글래처에서 클라이네샤이덱까지 하이킹하는 날
알피글렌까지 3시간여 계획했던 트래킹 일정을 강의 컨디션 난조로 급변경했다.
게다가 날씨까지 너무 쌀쌀하다.
하지만 오히려 최상의 선택이 되었다.
눈덮인 아이거 북벽과 융프라우 돔형 지붕까지 제대로 보며 따스한 햇살 아래를 걷는다.
북벽 아래쪽을 걸었더라면 그늘에 파묻혀 덜덜 떨며 걸을 뻔 했다.
보기 힘든 눈을 실컷 본다.
아이들마냥 눈뭉치 던져 가며 깔깔거린다.
비록 한 시간 하이킹길이지만 풍경에 취해 사진 찍으며 노닥인 시간이 더 많았다.
인공호수에 비친 설산의 모습, 곁으로 지나가는 빨강 노랑 산악열차까지
어디를 바라봐도 한 폭의 그림이고 예술작품이다.
클라이네샤이덱역에서 감자칩에 홍차와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부려 본다.
사는 게 별 거 있나,
잠시 잡다한 생각들 모두 풀어 놓고 무장해제 상태가 된다.
그린델발트로 돌아와 드디어 퐁뒤와 뢰스티를 먹는다.
식당에 들어설 땐 꾸릿한 치즈냄새로 맛이 의심스러웠는데 알코올과 소금을 빼달랬더니 다행이 퐁뒤에서 고소함이 더 많이 느껴진다.
비프 뢰스티도 성공이다.
스위스 음식 맛없다고 소문났는데 이만하면 참 훌륭하다.
하긴, 이런 음식을 내내 먹었다 생각하면 질리고 또 질렸겠구나
준비해 온 한식들은 스위스 음식마저 맛나게 느끼게 한다.
강의 상태가 더 심각해진다.
숙소로 돌아와 약을 먹고 쉬다.
엄살이 없는 사람인데 많이 힘들었나보다.
쌕쌕거리며 잠들어 있다.
어서 빨리 낫기를..ㅠㅠ
첫댓글 아이거글래처~클라이네샤이덱 하이킹,,,
이것을 어떻게 잊지 않고 기억하셨나요. 대단한 기억력이세요.
지명 외우는 뇌가 쨈 더 발달한듯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