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랑이 공부인 죽음학습고 5학년
바보 이야기
졸업을 앞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경주 감포 바닷가에 앉아 수줍은 듯 웃으면서 사진기를 바라보고 있는 한소년.
사춘기의 방황을 마치고 공업고등학교 건축과 입시에서 탈락 후 성적 최하위 영석고교에 입학이 예정된 학생.. 이름은 석정.
우연인 듯, 필연인 듯 1살 연상의 이미진이라는 한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사람은 늘 비슷한 소박한 옷차림이었지만, 소년의 눈에는 그 사람만 보이게 되었어요. 자신과 온 세상이 어둠이 되어지고 그 사람만 아득히 보이는 소년의 알 수 없는 마음은 끊임없이 울며 기뻐했습니다.
' 죽어도 이 사람을 지켜줘야해 '라며.
아버님을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언니가족의 작은 빌라에 살던 그 사람을
볼 수 있던 기간은 1달이었습니다.
시립독서실을 함께 다니며 공부하고 걸으며 조용히 대화 나누고 점심에는 새우탕 컵라면과
실론티 홍차음료를 함께 먹었습니다.
밥을 사줄 여유는 없었습니다.
소년은 그 사람이 너무도 소중하여
좋아한다는 말도, 손도 잡으려 하지 않았지만, 해가 저무는 저녁이되면 집 앞에 데려다 주고는 누나의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지켜 바라보며 눈물을 참았습니다.
온종일 장님의 눈으로 바라보며 줄 것이 없음에 몰래 눈물 흘렸습니다.
슬프지만 우주가 지극히도 아름다웠습니다.
만난지 1달이 되자, 소년의 생기넘치던
안색은 사그라지고 그 사람의 관심도 함께 무관심으로 사그라졌음을 느꼈습니다.
소년은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이 왔음을 직감했지만 믿을 수가 없었고 믿고 싶지도 않았나 봅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음을 경험하였지만,
죽어서라도 지키고 싶은 미진이 누나를
저녁에 마지막으로 바래다주었습니다.
무너지는 가슴과 피눈물을 누르며 용기내어 소심히 말했습니다.
"미진이 누나.. 누나를 만나니까 공부 할 시간이 모자라. 우리 수능시험 마치면 다시 만날까? "
별 의미도 두지 않는 마지막 인사를 홀로 마치고, 처음으로 그 사랑이 안전히 잘 들어가는지 지키봐주지 못한채 돌아서서
걸어 귀가하는 길은 너무도 길고 멀기만 했습니다.
온 세상이 어둠의 배경이 되고, 나보다 더 소중한 사람을 이별하였지만
울지 않았습니다. 울 수가 없었습니다..
'한양대학교 건축학과에 수석 입학하여 미진이
누나가 밥을 먹게 해주고 생활을 지켜줄래'
고교 입학 후 일 주에 하루도 쉬지 않고,
단 1초도 쉬지않으려 공부하고 또 공부하였습니다.
새벽 1시에 예일학원에서 공부수첩을 보며 귀가해도 볼 수 없는 눈에서 레이져를
쏘듯이 공부하다가 꿈에서도 공부할 자세로 곯아 떨어져야 잠드는 바보..
아무리 졸리워도 책상에 엎드려 졸기보다
밖에 나가 남몰래 자신의 지친 뺨을 때리고서
붉고 뜨거운 얼굴을 숨기며 학교와 학원의 의자에 다시 허리펴고 앉아 밤을 새기도하는 공부바보..
길을 걷고 식사를 하는 시간까지 책을 놓지 못하는 아이는 피로가 누적되어 자주 커피믹스를 마시게 되자 시간이 아까워서 커피믹스와 물을 입에 넣어 녹여먹는
슬픈 폐인이였지만 행복했습니다.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줄 수 있는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수능시험 마치고
대학에 합격한다해도 다시 볼 수 없다는 걸 처절히 경험하였지만..
공부는 사랑이었기에.. 그리워 할 수만 있다면.
2년 후, 점심식사 시간에 필기구로 밥을 떠 먹을 정도로 건강이 소진되었지만 그만 두지 못하고, 억지로 버티며 공부하다가 결국 죽지 못해 사는 폐인이 되었습니다.
영석 고등학교를 휴학하고 괴로움과 슬픔을 잊으려 몇 년을 잠만 자고 울던 한소년은, 세상이 버린 폐인이 되어도 끝까지 지켜주신 이혼한 부모를 보며 2년간 매일 눈물과 땀의 도봉산행과 기도를 하며 천천히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야 느끼게 됩니다.
이미진.. 그 사랑은 소년과 모두가 쓰는
정해진 바 없는 마음이 사랑임을
인식하게 해주려 허락하신,
만법유식 우주의 가르침이셨다는 것을.
만유는 자신이라는 의식이 상영하는 우주에서
멈출 수 없는 빈사랑을 깨닫고 사랑하기 위해
가를 수 없는 서로의 이미지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