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프리즘 2024 예능 PD 작문 기출 (80분)
아래 조건으로 한 이야기를 완성하시오.
1. 첫문장 or 마지막문장으로 “나는 지금 양화대교 위에 서 있다.”
2. 제시어 5개 사용: 마동석, 편의점, 밤양갱, 원영적사고, 피지컬, 가스라이팅, 환승, 빨간 알약, 꽃다발, 웃음소리
3. 제목은 꼭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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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_240601 (1284)
"저 퇴사하겠습니다"
입사 1년을 고작 한 달 앞두고 내린 결정이었다. 은근한 따돌림, 실적을 내지 못하면 노력조차 안 한 거냐며 압박하던 상사들, 발표 후 들어오는 무논리성 질문들과 허점 투성이라며 손가락질하는 동기들, 등 뒤로 들리던 날카로운 웃음소리.
'난 이런 소리를 들으려고 이 회사에 들어 온 건가?' 하는 물음이 확신으로 변해가던 시점이었다.
"야 그거 가스라이팅이잖아"
친구의 한 마디에 정신을 차렸다. 연인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이라 굳게 믿어 의심조차 안 했던 그것이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었다.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첫 입사 날 축하한다며 꽃다발을 내밀던 부모님의 환한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거꾸로 매달아 놓아 방바닥에 흩뿌려진, 말라버린 꽃잎이 내 지난 11개월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분명 향긋하고 생기있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생명력을 이맇어버린 내 청춘은, 꽃잎이었다.
퇴사 의사를 전한 뒤, 난 달리기 시작했다.
내 편이 한 명도 없는 그곳에서 내 의지로 한발한발 멀어지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36층이나 되는 그 콘크리트 건물이 내 위로 쓰러질 것 같았다.
바쁘게 퇴근하는 직장인들 틈을 마구 헤집으며 달리고 또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와이셔츠 카라가 다 땀으로 뒤덮혔을 때 쯤 잠시 멈춰 주변을 둘러봤다. 입사 초반 동기와 멀리 점심을 먹으러 나왔던 길가였다. 돌아가는 길에 간식이나 사가자며 신나는 발걸음으로 들렸던 편의점도 눈에 들어왔다. 그때 그 같은 위치, 그때 그 같은 알바생이 일하는 곳이었지만 이곳에 들어가는 나는 그때 그 날의 나와는 아예 다른 사람이 돼있었다.
머리 위에 물을 부어 열을 식히고 한강대교로 올라갔다. 건너편에서 노을을 배경으로 열댓명의 런닝 크루가 달리고 있었다.
"화이팅!"
"할 수 있다!"
자기들끼리 힘을 복돋으려 외치는 소리가 들렸는데, 왠지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때론 11개월이나 알던 사람들보다 처음 본 사람들이 위로가 되는 경우도 있구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달려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 사람들은 그저 서로 응원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런닝크루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저 멀리 한강공원도 보였다.
'저 사람들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내고 저기 삼삼오오 모여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때 저 멀리 날 향해 양팔을 흔드는 누군가가 보였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자아이였다.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님도 날 발견하곤 아이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그들에겐 그저 낯선 사람을 향한 인사였겠지만 내겐 날 향한 응원처럼 느껴졌다.
다시 걸어야겠다. 난 지금 양화대교 위에 서있다.
피드백
- 키워드 1개 + 제목 누락
- 양화대교와 런닝, 입사 후 스트레스 (가스라이팅) 부분이 더 매끄럽게 연결되면 좋겠다.
퇴고
[11개월 < 1초]
"저 퇴사하겠습니다"
입사 1년을 고작 한 달 앞두고 내린 결정이었다. 능지가 낮으니 착해야 한다는 상사의 충고, 발표 후 들어오는 무논리성 공격용 질문, 허점 투성이라며 손가락질하는 동기들, 등 뒤로 들려오던 날카로운 웃음소리.
'난 이런 소리를 들으려고 이 회사에 들어 온 건가?' 하는 물음이 확신으로 변해가던 시점이었다. 직장도 버스환승처럼 간편하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애써 나를 타일러가며 버티고 있었다.
"야 그거 가스라이팅이잖아"
친구의 한 마디에 정신을 차렸다. 연인 사이에만 해당될 수 있는 말인줄 알았는데. 어떤 관계에서도 피어오를 수 있는 단어였다.
이곳에서 먼저 벗어나야한다. 환승보다 하차가 먼저였다.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첫 입사 날 축하한다며 꽃다발을 내밀던 부모님의 환한 표정이 자꾸만 떠올랐다. 거꾸로 매달아 놓아 방바닥에 흩뿌려진, 말라버린 꽃잎이 내 지난 11개월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분명 향긋하고 생기있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생명력을 잃어버린 내 청춘은 꽃잎이었다.
퇴사 의사를 전한 뒤, 건물밖으로 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내 편이 한 명도 없는 그곳에서 내 의지로 한발한발 멀어지고 싶었다.그렇지 않으면 36층짜리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 내 위로 쓰러져 날 집어삼킬 것이다.
퇴근길 직장인들 틈을 마구 헤집으며 달리고 또 달렸다. 숨이 차올라 폐가 말라왔고 와이셔츠 카라는 다 땀으로 뒤덮혔을 때 쯤 잠시 멈춰 주변을 둘러봤다. 어느새 입사 초반 동기와 멀리 점심을 먹으러 나왔던 골목이였다. 돌아가는 길에 간식이나 사가자며 신나는 발걸음으로 들렸던 편의점도 눈에 들어왔다. 그때 그 위치, 그때 그 알바생이 일하는 곳이었지만 지금 이곳에 들어가는 나는 그때 그 날의 내가 아니었다.
머리에 물을 부어 열을 식히고 양화대교로 올라갔다. 건너편에선 열댓명의 런닝 크루가 달리고 있었다.
"화이팅!"
"할 수 있다!"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우렁찬 외침이 왠지 나에게 건내는 말 같았다.
'11개월짜리 인연보다 1초 스치는 사람들이 더 가깝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달려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 사람들은 그저 서로 응원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런닝크루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땀방울에 노을이 반사 돼 달리는 사람들의 테두리가 주황빛으로 반짝였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한강 공원 곳곳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 사람들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내고 저기 삼삼오오 모여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오랜만에 드는 타인을 향한 궁금증이었다. 그때 누군가 다리밑에서 팔을 흔들며 인사를 건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자아이였다.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님도 날 발견하곤 아이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두리번 거리다 나도 아이가 볼 수 있게 머리 위로 크게 손을 흔들었다. 아는 사이도 아니면서 괜히 손을 흔드는 네 사람.
'누군가 날 본다. 인사를 건낸다. 걸어가는 길을 응원해준다. 내 존재를 알아준다.'
땀이 어느정도 식었으니 다시 걸어야겠다. 난 지금 양화대교 위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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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적합한 제목,, 떠오르는 거 있으시면 추천부탁드립니다!
첫댓글 '가까이 있는 사람들 보다 친분은 없는 사람들에게서 받는 응원이 오히려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라는 주제의식이 공감력을 끌어 낼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했어요. <11개월보다 1초 > 보다는 저는 달리기에 대한 묘사나 표현이 좋아서 러닝과 관련된 제목도 어울릴 거 같네요. 생각해보니 저는 제목 이렇게 지어봤을 것 같아요. < 아는 사이보다 존재의 의미만으로도> 이건 어떠신지 한번 추천해 봅니다! 퇴고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
저는 제목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라는 제목이 떠올랐어요! ㅋㅋㅋ 주인공이 아주 작은 희망 하나만으로도 어떻게든 밝게 살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좋았던
문장은 환승이 아니라 하차를 할 시간이다 라는 문장입니다. 키워드를 기존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이 돋보이는
글이였습니다! 아쉬운 점은 개인적으로 런닝크루를 보고 다시 에너지를 얻은 부분이 조금 갑작스럽다고 느껴졌습니다. 제가 그런 경험이 없어서 그런걸수도 있지만. 뭔가 11월짜리 인연보다 1초 스치는 사람들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메시지에 부연 설명이 들어가면 좋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