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공 신익희 추모곡 ‘비 내리는 호남선’
1948년 최초로 헌법이 발표될 당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에 의해 뽑는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했다. 이후 1952년 이승만 정권은 간접선거에서 직접선거로 대통령 선출을 바꾸는 개헌을 진행해 재선에 당선된다. 그러나 당시까지 헌법은 대통령의 재임까지만 인정했기에 3선은 안되게 돼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당은 1954년 무리하게 3선 금지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마련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게 된다.
당시 국회에서 3선 개헌안을 투표한 결과, 재적의원 203명 중 202명이 참석해 찬성이 135표, 반대가 60표, 기권이 7표로 나타나 개헌 가능 의결 정족수 136명에 단 1명이 모자라 부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자유당은 136명의 가결 정족수는 135.33 이라는 소수점의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사람을 소수점으로 헤아려 136명으로 정족수를 채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야당이 퇴장한 상태에서 단독 국회를 개최해 개헌 가능 정족수를 135명으로 하는 법안을 가결해 무리한 3선 개헌을 진행한다.
무리한 법 적용으로 3선 개헌안을 통과시킨 자유당은 이승만을 대통령 후보로 하여 민주당의 신익희 후보와 1956년 물러설 수 없는 대선을 펼치게 된다. 당시 민주당은 자유당의 독재를 막기 위해 무소속의 조봉암과 후보단일화로 격론을 펼친다. 당시 조봉암은 민주당에 대통령 후보를 양보하고 부통령 후보에 자신이 출마하겠다고 양보했으나 민주당은 진보적 인사인 조봉암에 부통령조차 양보할 뜻을 갖지 않았다. 이에 조봉암은 차기에 자신이 나서는 것으로 재합의가 타결될 무렵이었다.
5월 3일 한강 백사장에서 열린 신익희의 유세에는 30만 명이라는 숫자가 몰려 정권교체라는 대의가 목전에 왔음을 알렸고 신익희는 그 흥분을 좀체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흥분과는 반대로 신익희의 건강은 날로 악화됐고 5월 5일 호남에서 열릴 유세 참석을 위해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아쉽게 이 열차가 그의 마지막이 됐다. 이리역(지금의 익산)으로 가는 도중 신익희는 기차 안에서 뇌일혈과 심장마비로 쓰러져 의식을 차리지 못한 채 세상을 뜬다. 갑작스런 후보의 죽음으로 민주당은 대선후보를 잃어버리고 야권단일화는 합의되지 못한 채 조봉암 후보가 야권의 유일한 후보가 돼버렸다.
이렇게 치러진 56년의 3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은 약 500만 표로 전체 유권자의 70%를 얻어 무난히 3선을 유지했다. 그리고 무소속 조봉암 후보는 약 210만 표로 전체 유권자 30%를 얻어 56년 진보당 창당의 기초를 다지게 된다. 그러나 이 선거에서 특이한 점은 무효표가 조봉암 후보가 받은 201만 표와 비슷한 약 180여만 표, 기권자가 50만 이상이 나왔다는 것이다.
신익희 죽음을 알고도 국민들은 신익희 후보에게 표를 던졌고 신익희 후보가 나오지 못한다는 점에 애통해 투표를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통령 후보에는 자유당의 이기붕보다 민주당의 장면 후보에게 더 많은 투표를 함으로써 부통령으로 장면을 선출하는 기현상을 보이게 됐다.
이러한 국민들의 정치적 기대와 아쉬움은 대중음악으로 승화됐다. 최초 손목인씨가 부른 ‘비내리는 호남선’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한 곡이었다. 그러나 호남선 열차 안에서 타계한 신익희 후보의 서거를 듣게 된 국민들은 이 노래에 자신들의 한을 담아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이 곡을 만든 작곡가 박춘석씨와 작사가 손노원씨는 경찰에 불려가 갖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이 노래가 신익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만들어 부르게 한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국민들 사이에서 이 노래의 실제 작사가가 해공 신익희 선생의 부인이 만들었고 직접 노래까지 취입하려다 너무도 목이 메여 노래를 부르지 못해 손인호씨가 대신 노래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경찰조사에서 이 곡이 나온 시기가 신익희 후보가 타계하기 3개월 전에 나온 곡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무혐의로 조사는 끝난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비 내리는 호남선’은 신익희 선생의 추모곡으로 사랑받았고 당시 민주당의 당가처럼 이 노래가 불려 졌다고 한다.
https://youtu.be/TZLyHiQA7J8?si=zUbmM5yMAoI2fH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