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 다닌지 십년쯤 되었습니다. 늘 홀로 다녔었는데 지난 연말에는 동행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이 다녀온 이야기를 책으로 내보자 해서 저도 몇줄 써봤습니다. 저는 원래 사진도 잘 안찍고 기록도 잘 안냄기지만 열성적인 친구들 덕분에 책이 한권 나올것 같습니다. 허접한 글이지만 히말라야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올려봅니다.
가난하나 높은데서 기품있게 살아가는 사람들
Nepal Himalaya로 가는 것은 과거로 되돌아가는 시간여행이다.
네팔은 인도와 티벳(중국)으로 둘러싸인 비스듬한 직사각형의 나라다. 국토면적은 대략 우리의 1.5배 이고 인구는 3천만 명 정도다. 인구의 3분의2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평균연령이 30세 미만으로 인구구성이 매우 젊은 나라이다. 북으로 티벳과의 접경인 히말라야 산악지대(35%)와 남으로 인도와 국경을 마주하는 비옥한 저지대의 광활한 떠라이 평원(23%) 그리고 중부의 구릉지대(42%)로 이루어져 있다. 카트만두나 포카라 등의 대도시와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주로 중부의 구릉지대다. 여행자로서 우리가 찾는 곳은 대개 중부와 북부 산악지역의 일부이다.
타임머신 같은 네팔 행 비행기를 타면 순식간에 50년 전의 풍경으로 날아갈 수 있다. 거기엔 아직도 한국의 과거 반세기 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당신이 환갑을 지난 노인일지라도 대번에 어린 시절의 고향에 돌아간 듯한 정서를 느낄 수 있다.
Himalaya는 산스크리트어 Hima(눈)와 Alaya(거처, 불교의 藏識)의 합성어로 ‘눈의 거처’ ‘눈이 쌓인 곳’이란 뜻이다. 하지만 어찌 단순히 눈이 쌓인 형상만을 표현하고자 했겠는가. 히말라야는 먼 옛날에 바다가 융기하여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맥을 이루었다. 지금도 산속에서 몽돌을 주워 깨트려보면 오래 전에 바다생물이었던 암모나이트의 화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곳엔 평범한 인간의 능력으론 닿을 수 없는 신비가 있고 그 너른 품속에는 밀라레빠를 비롯한 많은 수행자들의 전설이 있으며 오랜 세월 사람들의 가슴속을 지키던 이데아의 설산들이 있다. 그래서 만년설로 덮인 설산을 마주하기만 해도 절로 눈물이 흐른다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 산속에 오래된 마을들이 있다. 그 곳엔 어린 시절 우리의 이웃을 닮아 설산처럼 순박하고 맑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나무로 불을 지펴 음식을 만들고 풀을 뜯어다 가축들을 먹이며 남루하지만 오순도순 정겹게 살고 있다. 백석의 시구처럼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비록 곤궁하지만 기품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네팔인구의 80%이상은 아리안 족으로 주로 힌두교를 믿으며 평지에서 도시를 이루고 사는 반면 나머지 소수민족들은 대개 산속에서 계단식 논밭을 일구며 살아간다. 산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친숙한 세르파 족을 비롯 주로 몽골리안 계통의 종족으로 다수가 티벳 불교를 믿으며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네팔에 가신다면 트레킹만 하고 올 것이 아니라 관광객의 발길이 드문 소수민족 마을을 찾아 머물러 보시길 권한다. 상업적인 트레킹 코스를 벗어나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면 낯익은 우리의 옛날 모습과 함께 왠지 모를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그들의 먹거리, 결혼풍습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이제는 우리에게서 사라져버린 풍경 속에서 아련한 그리움이 솟아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오래된 미래이고 신선한 힐링이다. 그렇다. 그동안 짧은 기간 동안 우리는 물질문명의 홍수 속에 너무도 숨 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 결과로 정신의 속도가 물질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체현상이 생긴 것이다. 오래된 미래란 오래되고 낡아서 폐기해야할 과거가 아니라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미래다. 번지를 제대로 찾아간다면 물신숭배의 욕망이 극으로 치달아 빚어낸 이상과 현실의 엇박자와 그로 인한 삶의 피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10년 전 처음 네팔에 갈 때부터 지금까지 해온 나의 여행방식은 단순하다. 여행을 계획하고 가능한 기간이 정해지면 일단 카트만두 행 왕복 항공권부터 예매한다. 그 밖의 구체적인 계획은 현지에 도착하여 제반 상황이나 조건들을 파악한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적당한 코스가 정해지고 보통 열흘내외로 산길을 걷고 난 후 가급적 관광객에게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마을을 찾아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며칠을 머문다. 이것이 내가 네팔을 여행하고 힐링하는 내 나름의 간단한 노하우다. 여행을 익숙한 것들로부터 벗어나 낯선 세계 속에서 누리는 자유라고 생각하는 나의 방식이 다소 무모해보일수도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늘 혼자여서 한 번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매번 기대이상의 즐거움을 누렸다. 가장 최근의 예는 2022년 11월에서 12월까지의 네팔여행이다. 역시 아무 계획 없이 갔다가 경비가 싸다는 이유로 보름일정의 아름다운 아일랜드피크도 등정하고 가이드였던 싱거만의 고향인 구델에서 삼일 간 머물렀었다. 루클라에서 3일을 걸어갔던 Gudel은 솔로쿰부 지역에 있는 인구 만 명의 큰 마을임에도 내가 한국인으로선 공동체의 첫 방문자였다. 그 바람에 오백 명이 넘는 학교에서 자못 황송한 환영을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친구들과 함께 한 2023년 겨울엔 여건상 홈스테이 마을에서 일박이일의 짧은 맛보기 현지체험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함께한 친구들에게 출발 전부터 강조한 것이 나마스테와 비스따리다. Namaste란 서로 만나서 주고받는 가장 기본적인 인사말로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에게 경배합니다.” 란 의미를 담고 있다. 백 수십 개의 민족이 제각기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도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공존해가는 나라의 인사말답다. 당연히 여행자나 이방인들에게도 적용되며 여행자가 편안함을 느끼는 배경이기도 하다. 단일민족을 내세우면서도 사소한 일들로 편을 갈라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Bistary는 ‘천천히’란 뜻의 네팔어인데 트레킹의 가장 큰 복병인 고산병에 대한 대비책으로 강조했던 말이다. 하지만 비스따리는 물리적인 속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의 속도나 영혼의 속도에 적용함이 더욱 적실해 보인다. 그래서 비스따리는 고지를 오르는 보행속도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네팔의 음식문화를 비롯한 생활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나마스테가 상대에 대한 공경이라면 비스타리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전자가 밖을 향한 예의라면 후자는 안을 향한 배려이다.
네팔도 이제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10년 전 처음 네팔에 갔을 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우리가 6,70년대의 근대화 과정을 거쳐 작금의 물질문명을 이루었듯 그들은 선진한국을 모델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신을 쫒다가 잃게 될 그들의 순정이 안타깝지만 물질의 편리함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의지를 막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면서도 오래전 개봉된 영화 ‘박하사탕’의 마지막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다리위에서 달려오는 기차를 마주하고 주인공은 절규한다. “나 다시 돌아갈래!”
히밀라야를 다니다보니 한 시절이 지나갔고 어느덧 나도 초로에 접어들었다. 장년의 넘치던 기운으로 만용을 부리던 때가 엊그제 같다. 기운이 넘치면 넘치는 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각기 색다른 맛이 있기에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히말라야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못할 것 같다. 늙어가는 백수에게 달리 무슨 즐거운 일이 있겠는가!
안나푸르나를 함께 걸었던 벗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나마스테 와 비스따리
그 뜻을 새겨봅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출판 축하드립니다
히말라야님 소중한 체험글
감사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히말라야에 다녀온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10년을 히말라야에 다니시면서 단순히 등산과 힐링만 하고 오신것 같진 않네요. 대자연을 접하면서 도를 닦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함께 히말라야를 할 수 있기를 꿈꿔봅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가난하나 높은데서 기품!!
지난번에 대충 훓어 보고 오늘 두번째 글을 접해 보네요..
"나마스떼"... Namaste,,,“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에게 경배합니다.”
" 비스타리"... Bistary....천천히. 마음의 속도나 영혼의 속도
요가를 하고 나면 Namaste 하며 마무리를 하지만 깊은 뜻은 알지 못하고 따라만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여행은 현지인들의 삶속에 들어가 보는것이 그들의 음식문화 생활문화 등등 접할수 있는 귀한 여행이 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만 했던 본인으로선 거친 여행의 매력이 느껴지지만 아직 도전해보진 못해 진정한
여행을 해보았다 할수 없을꺼 같네요..
멋있는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이런글 자주 올려주시면 좋을꺼 같다는 생각 해보네요
감사합니다~
하늘님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나마스테
전해 주시는 겸손과 배려, 감사와 사랑을 담습니다.
감사합니다.
시간여행(아마다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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