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Han Art High School
" 곧 종치니까 빨리 먹지? "
민정을 애타게 부르는 지민을 바라보던 세훈이
닭다리를 4개 째 뜯고있는 종인의 식판을 탁탁치며 재촉했다.
"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들인다는데. "
종인이 툴툴대며 치킨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뭐해, 안오고. "
먼저 일어난 세훈이 어색하게 앉아있는 지민을 챙겨 급식실을 빠져나왔다.
화장실을 갈테니 먼저 가라는 종인의 말에
세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민의 옆에 섰다.
" ..종인이는? "
" 화장실 간대. "
아. 세훈의 말에 짧게 고개를 끄덕인 지민이 세훈의
걸음에 맞춰 걷기 시작했다. 말 한마디 없는 어색한 분위기.
지나가던 아이들이 지민과 세훈을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 쟤 오세훈 아니야? "
" 맞는데? 옆엔 누구야? "
" 그러게. 오세훈이 여자랑 저렇게 다정하게 걷는 거 처음봐. "
" 나도. 저 여자애 누군데 그래? 둘이 사귀나? "
아이들의 시선을 의식한 지민이 아무렇지도 않게
걷는 세훈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조용히 세훈의 옆에서 한발짝 떨어졌다.
" 야. "
저를 부르는 세훈의 말에, 지민이 고개를 들어 세훈을 바라봤다. 왜?
" 신경쓰지마. "
" .. 어? "
" 쟤네 하는말. 신경쓰지 말라고. "
그냥 옆에서 걸어. 세훈이 말을 마치고 무심한 듯 걸었다.
그런 세훈의 뒷모습을 보던 지민이 쫓아가 세훈의 옆에 섰다.
말을 할까 말까, 속으로 10000번은 고민한 지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근데 넌 .. 무슨 과야? "
예고에서 왔어, 체고에서 왔어? 지민이 물었다.
" 체고. 수영부. "
" 오. 진짜? 어쩐지. 키도 크고 어깨도 넓어서 딱 체고 일 것 같았어. "
지민의 칭찬에 세훈이 입꼬리를 씩 올리며 의외라는 듯 말을 했다.
" 사람 볼 줄 아네. "
세훈의 말에 지민이 살짝 웃었다. 지민이 살짝 웃는 걸
본 세훈이 큼큼. 헛기침을 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야, 너. 그렇게 좀 웃고 다녀. "
" .. 어? "
" 겁먹은 토끼마냥 눈치보고 다니지 말고. 그렇게 웃고 다니라고. "
그래야 친구들도 생기지. 세훈의 말에 지민이 아까보다 더
활짝 웃으며 세훈을 바라봤다.
" 이렇게? "
허. 지민의 의외의 모습에 세훈이 미간을 긁적이며 헛웃음을 쳤다.
" 너도 좀 웃고다녀. 새침한 병아리 같아. "
.. 허. 세훈이 마지막 말을 남기고 민정에게 전화가 왔다며 사라지는
지민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한편, 급식실에서 빠져나온 주은과 백현은 ….
" 야, 근데 아깝지 않냐? "
뜬금없는 백현의 말에 주은이 물었다.
" 뭐가? "
" 치킨. "
" 갑자기 웬 치킨? "
" 아까 세훈이랑 종인이 들어올 때, 애들이 떨어뜨린거. "
생각 할 수록 아깝단 말이지. 그걸 왜 떨어뜨려?
백현의 말에 주은이 어이없다는 듯 표정을 구겼다.
" 저기 많네. 꺼내 먹던가. "
주은이 잔반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 그럴까? "
" 미친놈 미친놈 하니까 진짜 미쳤냐? "
" 응. 너한테 미친놈. "
" 너 진짜 쏘이고 싶지, 오늘. "
주은이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며 물었다.
" 으억. 나의 죽음을 .. 알리지 말ㄹ.. "
백현이 심장 쪽을 부여잡으며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주은이 그런 백현이 쪽팔린듯 쟤 진짜 미쳤나봐. 하며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 백현아, 너 지금 뭐하냐. "
때 마침 옆을 지나가던 준면이 백현을 한심하게 보며 물었다.
" ..... "
" 뭐하냐고. "
" 쪽팔리니까 그냥 지나가라. "
백현의 말에 준면의 옆에 있던 수빈이 웃으며 준면의 손목을 끌어당겼다.
" 그냥 가자, 준면아. "
" 어. 백현아, 정신 좀 차려. "
나 간다. 연락하고. 준면이 수빈과 함께 저를 지나가자 백현이
그제서야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 아, 진짜 쪽팔려 뒤질 뻔. "
" 그러게 누가 미친 짓 하래? "
" 여기는 사람 잘 안다니니까 그랬지! "
백현이 괜히 주은에게 큰 소리를 내며 말하자
주은이 어이없다는 듯 백현을 쳐다보았다.
" 바로 앞이 운동장이고, 바로 뒤가 급식실인데
어떻게 여기가 사람이 잘 안다니는 곳이냐? "
" 아, 몰라 몰라! 이제 그 얘기 그만해! "
주은의 말이 안 들린다는 듯이 두 손으로는 귀를 막고 입으로는 '아아-' 소리를 내며 빠르게 걷던 백현이 운동장 중앙 조회대 앞에서 멈춰섰다.
" 뭐하냐? "
" 축구부 경기 구경. 존멋. "
" 그냥 고등학생들이 축구하는게 뭐가 멋있다고. "
더운데 빨리 좀 가지? 주은이 툴툴거리며 백현을 재촉했다.
" 저기 국대도 있어. 쩌어기 주황색 머리. "
그냥 고등학생들이 아니라니까? 백현이 손가락으로 운동장 중앙쪽을
가리키자 주은이 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 헐. "
주은이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에는 주황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운동장을 누비는 민석이 있었다. 그 순간 주은의 귓가에 종소리가 울렸고,
민석 외에는 모두 블러 처리를 한 것처럼 뿌옇게 변했으며
이리저리 운동장을 재빠르게 뛰어다니며 공을 모는
민석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 .. 대박. "
" .. 뭐야. 그 반응은? 설마 너.. "
백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생각했다. 저거 금사빠 기질이 또 도졌네.
" 표정보니까 머릿속에선 이미 결혼까지 했구만? "
" ..뭐래. 그런 거 아니거든? "
주은이 뜨끔해하며 대답했다. 그러자 백현이 턱 끝으로 운동장
사이드에 있는 계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 쩌어기 쟤네, 보이지? "
" 어. "
" 쟤네 다 김민석 좋아하는 애들이야. 김민석 팬클럽. "
" .. 뭐어? "
백현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주은이 조회대 안 쪽으로 들어가 밑에 쪽을 내려다보았다.
그 곳에는 삼삼오오 모여 앉은 여학생들로 계단이 꽉 차있었다.
주은이 조회대 바로 밑에 앉은 1학년 학생들이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 민석 선배 너무 멋있으셔! "
" 그러니까! 이번에 국대로 발탁되셨다던데. 역시 갓민석. "
" 헐, 진짜? 대박 존멋. 역시 세원고 축구부 에이스. "
세원고..? 라면 우리 학교아니야? 후배들의 이야기를
엿듣다가 깜짝 놀란 주은이 백현에게 물었다.
" 쟤 세원고였어!?!? 너 알고 있었지! "
왜 나한테 말 안해줬어 ?!?!?! 저에게 따지듯 묻는 주은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던 백현이 입을 열었다.
" 너 작년에 그, 누구였더라? 검도부 김아담, 야구부 이진기, 쇼트트랙부 송중기, 저 옆 학교 실음과 이홍빈
등등 걔네한테 미쳐가지고 축구엔 관심도 없었잖아! 왜 나한테 지랄이야!! "
" ..... "
괜히 머쓱해진 주은이 입을 다물었다.
" 야, 아무튼. 쟤 진짜 운동에 미친걸로 유명하거든? "
" 어. "
" 그러니까 그냥 포기해. 니가 뭘 해도 안넘어갈걸? "
" 참나, 니가 그걸 어떻게 아세ㅇ.. 악 !!!!! "
그 때였다. 운동장에서 민석이 찬 공이 조회대를 향해 날아와
주은의 뒷통수를 강타했고, 주은은 뒷통수를 부여잡고 자리에 풀썩 넘어졌다.
" 아, 미친ㅋㅋㅋㅋㅋㅋ 야. 괜찮냐? 머리에 빵꾸난거 아냐 !?!? "
주은은 넘어진 제 앞에서 배를 부여잡고 낄낄대는 백현에게 금방이라도
발차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불타는 것 같이 화끈거리는 뒷통수에
가만히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 순간, 가까이에서 누군가가 민석에게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 야, 김민석. 정신 똑바로 안차려? 공을 어디다 차는거야! "
" ..죄송합니다. "
" 쟤 양호실 데려다주고 체육관으로 집합해. 너넨 공 정리 해놓고 와. 알았어? "
" 네. "
" 네!!! "
축구부 선배의 말이 끝나자 민석이 재빠르게 조회대 위로 올라갔다.
머리를 잡고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주은을 도와 일으켜주며 말했다.
" 괜찮아? 공이 거기로 튈 줄은 몰랐어, 미안. "
" 아, 괜찮.. 아! "
주은이 갑자기 무릎에서 느껴지는 쓰라림에 고개를 숙여 무릎을 살폈다.
무릎에는 아까 넘어지면서 땅에 쓸린건지 살이 까져 피가 나고 있었다.
" .. 아, 따가워. "
" ..... "
상처의 고통에 살짝 인상을 찌푸린 주은이 상처 주위
흙을 털고 있는 사이, 민석이 주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 잡아. 양호실까지 데려다 줄게. "
제 앞에 내밀어진 민석의 손을 잡은 주은이 자신과 민석을
따라오려는 백현을 향해 고개를 돌려 입모양으로 작게 속삭였다.
' 꺼-져 '
주은의 입모양을 읽은 백현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홀로 중얼거렸다.
" 아, 저 또라이 진짜. 아픈 것도 연기 아냐? "
첫댓글 존잼 따봉 오백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