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7> 장원(張源)의 <다록(茶錄)>/ (明) 張伯淵 著. (韓) 河春樹 譯.
<해제>
명나라 때 강소성(江蘇省) 진택현(震澤縣) 동정서산(洞庭西山)에 살았던 장원(張源)이 지은 <다록(茶錄)>은 당시에 정립된 덖음녹차(炒菁綠茶;초청녹차)의 진수가 실려 있는 명저이다.
1595년전후에 쓰여 진 이 책은 명대의 <다서전집>에 실려 있고, 청대의 <만보전서> 등에도 실려 있는데, <만보전서>의 내용을 베껴 적은 것이 초의의 <다신전>이다.
아래의 본문은 1999년 원호경(阮浩耕) 등이 편찬한 (1)<중국고대다엽전서>에 실려 있는 원문을 편의상 원체자(元體字)로 바꾼 것이다. 같은 책의 <다록>은 (2)<다서전집을본>의 <장백연다록>을 저본(底本)으로 한 것이다.
(1)<中國古代茶葉全書>: 원호경(阮浩耕) 등이 주해(註解)함, 浙江攝影出版社, 1999.1.
(2)<茶書全集>: 명나라의 유정(喩政)이 편집한 것으로 그 때까지의 역대 다서가 거의 망라되어 있다. 갑본(甲本)과 을본(乙本)이 있는데, 각각 일본국립공문서관과 남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을본은 갑본을 증보(增補)한 것으로 갑본에는 없는 <張伯淵茶錄><茶考><茶說><茶疏><茶解><蒙史><蔡端明別記><茶潭> 등이 실려 있다.
採茶(채다; 차잎 따기)
採茶之候, 貴及其時, 太早則味不全, 遲則神散. 以穀雨前五日爲上, 後五日次之, 再五日又次之. 茶芽紫者爲上, 面皺者次之, 團葉又次之, 光面如篠葉者最下. [1]徹夜無雲[2]浥露採者爲上, 日中採者次之. 陰雨中不宜採. 山谷中者爲上, 竹下者次之, 爛石中者又次之, 黃砂中者又次之.
채다지후, 귀급기시, 태조즉미부전, 지즉신산. 이곡우전오일위상, 후오일차지, 재오일우차지. 차아자자위상, 면추자차지, 단엽우차지, 광면여소엽자최하. 철야무운읍로채자위상, 일중채자차지. 음우중불의채. 산곡중자위상, 죽하자차지, 난석중자우차지, 황사중자우차지.
[1] 徹(통할 철): <다서전집>본에는 撤(거둘 철)로 잘못 실려 있음.
[2] 浥露採者爲上: 浥露는 이슬에 젖은 상태, 이슬이 채 마르지 않았을 때 딴 차잎이 차를 만들기에 가장 좋다는 뜻.
차잎을 딸 때에는 그 시기가 중요하다. 너무 이르면 차 맛이 떨어지고 늦으면 차의 색향미가 흐트러진다. 곡우 5일 전에 딴 차가 가장 좋고, 그 5일 뒤에 딴 차가 다음이며, 다시 5일 뒤에 딴 차는 또 다음이다.
뾰쪽한 붉은 잎이 가장 좋고, 펴지지 않고 접혀있는 잎이 다음이며, 둥근 잎이 또 다음이고, 산죽(山竹)의 잎처럼 빛이 나는 (쇤) 잎이 가장 나쁘다.
밤새 구름이 없었던 이른 새벽에 딴, 이슬에 젖은 차잎이 가장 좋고, 낮에 딴 것은 다음이다. 흐리거나 비 오는 날에는 차잎을 따지 말라.
골짜기에서 난 차가 가장 좋고, 대나무 아래에서 난 것이 다음이며, 자갈이 많은 땅에서 난 것은 그 다음이고, 누런 모래땅에서 난 것은 또 그 다음이다.
造茶(조다; 차 만들기)
新採, 揀去老葉及枝梗碎屑. 鍋廣二尺四寸. 將茶一斤半焙之, 候鍋極熱, 始下茶急炒, 火不可緩. 待熟方退火, [3]撤入篩中, 輕[4]團那數遍, 復下鍋中. 漸漸減火, 焙乾爲度. 中有玄微, 難以言顯. 火候均停, 色香全美, 玄微未究, 神味俱疲.
신채, 간거노엽급지경쇄설. 과광이척사촌. 장차일근반배지, 후과극열, 시하차급초, 화불가완. 대숙방퇴화, 철입사중, 경단나수편, 복하과중. 점점감화, 배건위도. 중유현미, 난이언현. 화후균정, 색향전미, 현미미구, 신미구피.
[3] 撤(거둘 철): <다서전집>본에는 徹(통할 철)로 잘못 실려 있음.
[4] 那(그 나)는 挪(비빌 나)와 통한다. 두 손으로 차잎을 둥글게 감싸 쥐고 비빈다는 뜻.
새로 딴 차잎에서 센 잎과 줄기와 부스러기를 골라낸다.
덖음 솥의 지름은 2척 4촌(약 80cm)이 알맞다.
차는 한번에 1근반(약 900g)을 덖어 익히는데, 솥이 충분히 달구어졌을 때, 차잎을 넣고 잽싸게 덖는다. 열도(熱度)가 약해서는 아니 되고, 익었다 싶으면 바로 물린다.
체에다 거둔 차잎은 가볍게 덩이 지어 여러 번 비빈 다음, 솥에 다시 넣는다.
조금씩 열도를 낮추는 것이 덖어 말리기의 법도(法度)이다.
차 만들기는 현묘(玄妙)하고 미묘(微妙)하여, 말로는 다할 수 없다. 열도를 고르게 잘 맞추어야 색과 향이 모두 좋고, 현묘(玄妙)와 미묘(微妙)가 모자라면 제대로 된 맛을 갖출 수가 없다.
辨茶(변다; 차 가리기)
茶之妙, 在乎始造之精. 藏之得法, 泡之得宜. 優劣定乎始鍋, 淸濁係乎末火. 火烈香淸, 鍋寒神倦. 火猛生焦, 柴疏失翠. 久延則過熟, 早起却還生. 熟則犯黃, 生則着黑. 順那則甘, 亦那則澁. 帶[5]白点者無妨, 絶焦点者最勝.
차지묘, 재호시조지정. 장지득법, 포지득의. 우열정호시과, 청탁계호말화. 화열향청, 과한신권. 화맹생초, 시소실취. 구연즉과숙, 조기각환생. 숙즉범황, 생즉착흑. 순나즉감, 역나즉삽. 대백점자무방, 절초점자최승.
[5] 白點: 차잎을 솥에 덖을 때 높은 열도에 그을려서 생긴 흔적.
차의 오묘함은 먼저 정확치밀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 그리고 잘 저장하고 제대로 우려내어야 한다.
차의 우열(優劣)은 첫 덖음에서 결정되고, 청탁(淸濁)은 마무리 덖음에서 온다. 적절한 열도로 뜨겁게 덖으면 향이 맑고, 솥이 미지근하면 색향미가 움츠러든다. 너무 뜨거우면 타게 되고, 불기운이 약하면 푸르름을 잃게 된다.
오래 덖으면 너무 익고, 일찍 그치면 설익는다. 너무 익으면 누렇고, 설익으면 어둡다.
제대로 비벼서 만들면 맛이 달고, 그렇지 않으면 떫다.
눌어서 흰 점이 있는 것은 괜찮으나, 눌은 점이 없는 것이 가장 좋다.
藏茶(장다; 차의 저장)
造茶始乾, 先晟舊盒中, 外以紙封口. 過三日, 俟其性復, 復以微火焙極乾, 待冷貯壜中. 輕輕築實, 以箬襯緊. 將花笋箬及紙數重封紮壜口, 上以火煨磚冷定壓之, 置[6]茶育中. 切勿臨風近火. 臨風易冷, 近火先黃.
조다시건, 선성구합중, 외이지봉구. 과삼일, 사기성복, 복이미화배극건, 대냉저담중. 경경축실, 이약친긴. 장화순약급지수중봉찰담구, 상이화외전냉정압지, 치다육중. 절물임풍근화. 임풍역냉, 근화선황.
[6] 茶育: 차를 넣어 말리는 기구. 육우의 <茶經, 二之具>를 참조할 것.
찻잎이 말랐다 싶으면, 오래 된 상자에 가득 담고, 입구를 종이로 봉한다. 삼일이 지나, 차의 성질이 회복되면, 은근한 불로 바짝 말려서, 식힌 다음 단지에 담는다. 가볍게 담되 틈이 없어야 하고, 대 껍질로 안을 꽉 채워 준다. 얇은 죽순 껍질과 종이로 주둥이를 여러 겹 둘러 단단히 봉한다. 위는 잿불에 구워서 식힌 벽돌로 눌러서, 나무나 대로 만든 뒤주에 넣어 둔다.
차를 숙성시킬 때에는, 공기가 들어가거나 불을 가까이 해서는 아니 된다. 바람을 맞으면 차갑게 바뀌고, 불을 만나면 누렇게 변한다.
火候(화후; 불기운 맞추기)
烹茶旨要, 火候爲先. 爐火通紅, 茶瓢始上. 扇起要輕疾, 待有聲稍稍重疾, 斯文武之候也. 過于文則水性柔, 柔則水爲茶降, 過于武則火性烈, 烈則茶爲水制. 皆不足于中和, 非茶家要旨也.
팽다지요, 화후위선. 노화통홍, 다표시상. 선기요경질, 대유성초초중질, 사문무지후야. 과우문즉수성유, 유즉수위차항, 과우무즉화성렬, 열즉다위수제. 개부족우중화, 비다가요지야.
차를 제대로 우려내려면, 먼저 불기운을 잘 맞추어야 한다.
화롯불이 발갛게 일어나면 물을 올려놓는다. 가볍게 끓어오를 때까지는 부채질을 하고, 끓는 소리가 빨라져도 부채질을 하여 마저 세게 끓이는데, 이것이 불기운의 강약(文武之候)를 잘 맞추는 것이다.
불기운이 너무 약하면 물의 성질이 유약(柔弱)해지는데, 물기운이 유약하면 물이 차를 압도한다. 불기운이 너무 강하면 불의 성질이 강렬(强烈)해지는데, 불기운이 강렬하면 차가 물을 제압한다. 이 둘은 모두 차와 물이 제대로 어우러졌다고 할 수 없으니, 그렇게 차를 마셔선 아니 된다.
湯辨(탕변; 찻물 끓이기)
湯有三大辨十五小辨. 一曰形辨, 二曰聲辨, 三曰氣辨. 形爲內辨, 聲爲外辨, [7]氣爲捷辨. 如蝦眼蟹眼魚眼連珠, 皆爲萌湯, 直至湧沸如騰波鼓浪, 水氣全消, 方是純熟. 如初聲轉聲振聲驟聲, 皆爲萌湯, 直旨無聲, 方是純熟. 如氣浮一縷二縷三四縷及縷亂不分氤氳亂繞, 皆爲萌湯, 直至氣直沖貫, 方是純熟.
탕유삼대변십오소변. 일왈형변, 이왈성변, 삼왈기변. 형위내변, 성위외변, 기위첩변. 여하안해안어안련주, 개위맹탕, 직지용비여등파고랑, 수기전소, 방시순숙. 여초성전성진성취성, 개위맹탕, 직지무성, 방시순숙. 여기부일루이루삼사루급누란불분인온난요, 개위맹탕, 직지기직충관, 방시순숙.
[7] 氣爲捷辨: ‘捷’은 ‘할 수 있다’라는 뜻. 오르는 김으로써 물이 끓어서 잘 익었음을 알 수 있다.
끓는 물은 크게 세 가지로 가름하고 작게는 열다섯 가지로 가름한다. 첫째가 모양으로 가름하는 것이고, 둘째가 소리로 가름하는 것이며, 셋째가 김으로 가름하는 것이다. 끓는 모양은 안을 보아 알 수 있고, 끓는 소리는 밖에서 들어 알 수 있으며, 김을 보고서도 이내 알 수 있다.
(끓어오르는 방울이) 새우 눈, 게 눈, 물고기 눈, 이어놓은 구슬 등과 같으면 모두 덜 익은 것이다. 파도 치고 물결이 일렁이는 듯 끓어 올라서, 물 기운이 모두 사라지면, 그것이 바로 잘 익은 것이다.
처음 나는 소리, 구르는 소리, 울리는 소리, 말 달리는 소리 등은 모두 덜 익은 것이다. 모든 소리를 없앨 듯 큰 소리가 나야, 그것이 바로 잘 익은 것이다.
김이 한 가닥 두 가닥 서너 가닥 오르거나 어지럽게 섞여서 거세게 뒤엉켜 오르는 것은 잘 익은 것이 아니다. 김이 곧게 치솟아 오르면, 그것이 바로 잘 익은 것이다.
湯用老嫩(탕용노눈; 조금 끓인 물과 많이 끓인 물)
蔡君謨湯用嫩而不用老, 蓋因古人製茶造則必碾, 碾則必磨, 磨則必羅, 則茶爲飄塵飛粉矣. 于是[8]和劑印作龍鳳團, 則見湯而[9]茶神便浮, 此用嫩而不用老也. 今時製茶, 不假羅磨, 全具元體. 此湯須純熟, 元神始發也. 故曰湯須五沸, 茶奏三奇.
채군모탕용눈이불용로, 개인고인제다조즉필년, 년즉필마, 마즉필라, 즉차위표진비분의. 우시화제인작용봉단, 즉견탕이다신편부, 차용눈이불용로야. 금시제다, 불가라마, 전구원체. 차탕수순숙, 원신시발야. 고왈탕수오비, 차주삼기.
[8] 和劑印作龍鳳團: ‘和劑’는 잘 섞는다는 뜻이고 ‘印’은 틀에 찍어 눌러 모양을 만든다는 뜻. ‘龍鳳團’은 송대의 북원공차이니, 웅번의 <선화북원공다록>을 참조 할 것. 차잎을 갈아서 잘 섞어 뭉친 다음 찍어 눌러 만든 차가 용봉단차이다.
[9] 茶神便浮: 차의 색향미가 쉬 나타남.
채군모는 찻물을 살짝 끓여서 쓰되, 많이 끓여서 쓰지 말라고 하였다. 이는 모두 옛사람들의 차 만드는 방법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차잎을 찧어서, 맷돌에 갈고, 다시 체에 쳐서, 바람에 날릴 듯한 고운 가루로 만든 다음, 잘 섞고 찍어 눌러서, 용(龍)과 봉(鳳)의 무늬가 새겨진 덩이차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차는 찻물에 차의 색향미가 쉽게 드러난다. 이것이 물을 살짝 끓여 썼던 까닭이다.
요즈음 차는 체로 치거나 맷돌로 갈아서 만들지 않아서, 본래의 모습이 온전히 갖추어져 있다. 이런 차는 잘 익은 물이라야 그 색향미가 잘 나타난다. 그러므로, 찻물을 충분히 끓여야 차의 색향미가 제대로 우러난다.
泡法(포법; 차 우리기)
探湯純熟, 便取起. 先注少許壺中, 祛蕩冷氣傾出, 然後投茶. 茶多寡宜酌, 不可過中失正, 茶重則味苦香沈, 水勝則色淸氣寡. 兩壺後, 又用冷水蕩滌, 使壺凉潔. [10]不則減茶香矣. 罐熟則茶神不健, 壺淸則水性常靈. 稍俟茶水沖和, 然後[11]分釃布飮. 釃不宜早, 飮不宜遲. 早則茶神未發, 遲則妙馥先消.
탐탕순숙, 편취기. 선주소허호중, 거탕냉기경출, 연후투다. 차다과의작, 불가과중실정, 다중즉미고향침, 수승즉색청기과. 양호후, 우용냉수탕척, 사호량결. 부즉감다향의. 관숙즉다신불건, 호청즉수성상령. 초사차수충화, 연후분시포음. 시불의조, 음불의지. 조즉다신미발, 지즉묘복선소.
[10] 不則: =否則, 아니(하)면
[11] 分釃布飮: ‘釃(거를 시)’는 원래 술을 거르는 것이나 여기서는 차를 (베에) 거른다는 뜻.
물을 잘 끓였으면, 먼저 다호에 조금 따라서, 냉기를 없애고 따라서 버린다. 그런 다음 차를 넣는다. 차의 양을 잘 맞추어야 하는데, 넘치거나 모자라서는 안된다. 차가 많으면 맛이 쓰고 향이 무거우며, 물이 많으면 색이 옅고 기운이 적다.
두 번 우린 다호는 찬 물로 헹구어 서늘하고 깨끗하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차향이 줄어든다. 다관이 뜨거우면 차의 색향미가 좋지 않고, 다호가 깨끗해야 찻물이 좋다. 차가 물에 잘 우러나면, 걸러서 나누어 마신다. 너무 일찍 거르거나 너무 늦게 마시면 아니 된다. 너무 일찍 걸러 내면 차의 색향미가 채 우러나지 않고, 너무 늦게 마시면 차의 깊은 향이 다 달아난다.
投茶(투다; 차 넣기)
投茶有序, 毋失其宜. 先茶後湯曰下投. 湯半下茶, 復以湯滿, 曰中投. 先湯後茶曰上投. 春秋中投. 夏上投. 冬下投.
투다유서, 무실기의. 선차후탕왈하투. 탕반하차, 복이탕만, 왈중투. 선탕후차왈상투. 춘추중투. 하상투. 동하투.
차 넣기에는 순서가 있으니, 잘 지켜야 한다. 차를 먼저 넣은 다음 물을 나중에 붓는 것을 하투(下投)라 하고, 물을 반만 채우고 차를 넣은 다음 다시 가득 채우는 것을 중투(中投)라 하며, 물을 부은 다음 차를 넣는 것을 상투(上投)라 한다.
봄가을에는 중투를, 여름에는 상투를, 겨울에는 하투를 한다.
飮茶(음다; 차 마시기)
飮茶以客少爲貴, 客衆則喧, 喧則雅趣乏矣. 獨啜曰神, 二客曰勝, 三四曰取, 五六曰泛, 七八曰施.
음다이객소위귀, 객중즉훤, 훤즉아취핍의. 독철왈신, 이객왈승, 삼사왈취, 오륙왈범, 칠팔왈시.
차를 마시는 자리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 사람이 많으면 시끄러울 뿐, 멋이 적다.
홀로 음미하여야 차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 둘이서 마시는 것도 괜찮고, 서넛은 마실 만 하나, 대여섯은 너무 많고, 일고여덟은 차를 그저 퍼주는 것이다.
香(향)
茶有眞香, 有蘭香, 有淸香, 有純香. 表裏如一曰純香, 不生不熟曰淸香, 火候均停曰蘭香, 雨前神俱曰眞香. 更有[12]含香, [13]淚香, [14]浮香, [15]問香, 此皆不正之氣.
다유진향, 유란향, 유청향, 유순향. 표리여일왈순향, 불생불숙왈청향, 화후균정왈란향, 우전신구왈진향. 갱유함향, 누향, 부향, 문향, 차개부정지기.
[12] 含香: 뜬 냄새. 상쾌하지 않은 향.
[13] 漏香: 밋밋한 향.
[14] 浮香: 쉬 사라지는 가벼운 향.
[15] 問香: 어지러이 섞인 잡 냄새.
차에는 진향(眞香) 난향(蘭香) 청향(淸香) 순향(純香)이 있다. 순향은 안팎이 같은 순수한 향이고, 청향은 고르게 익은 맑은 향이며, 난향은 불기운을 제대로 쬔 은은한 향이고, 진향은 일찍 따서 잘 (덖어) 만든 차의 참된 향이다. 그리고 뜬내, 쩔은내, 풋내, 잡내 등은 모두 바른 향이 아니다.
色(색)
茶以靑翠爲勝, 濤以藍白爲佳. 黃黑紅昏, 俱不入品. 雪濤爲上, 翠濤爲中, 黃濤爲下. 新泉活火, 煮茗玄工, 玉茗氷濤, 當杯絶技.
다이청취위승, 도이람백위가. 황흑홍혼, 구불입품. 설도위상, 취도위중, 황도위하. 신천활화, 자명현공, 옥명빙도, 당배절기.
찻닢의 색은 연한 녹색이 좋고, 찻물 색은 밝고 연한 녹색이 좋다. 누런색 검은색 붉은색 갈색 등은 좋지 않다. 밝은 물빛이 좋고, 푸른색은 보통이며, 누런색은 좋지 않다. 샘물을 긷고 불을 지펴서 차를 우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좋은 차를 맑게 우려내어 마시는 것은 절묘한 기술이다.
味(미)
味以甘潤爲上, 苦澁爲下.
미이감윤위상, 고삽위하.
차 맛은 달고 매끄러운 것이 좋고, 쓰고 떫은 것은 좋지 않다.
點染失眞(점염실진; 조금이라도 오염되면 참됨을 잃음)
茶自有眞香, 有眞色, 有眞味. 一經點染, 便失其眞. 如水中着醎, 茶中着料, 碗中着果, 皆失眞也.
차자유진향, 유진색, 유진미. 일경점염, 편실기진. 여수중착함, 차중착료, 완중착과, 개실진야.
차에는 참된 색향미가 있다. 조금이라도 한 번이라도 오염되면 바로 그 참됨을 잃는다. 물에 짠 맛이 섞여 있거나, 차에 다른 맛이 물들거나, 찻그릇에 과일 향이 배이게 되면, 이는 모두 참됨을 잃은 것이다.
茶變不可用(다변불가용; 변한 차는 마시지 말라)
茶始造則靑翠, 收藏不法, 一變至綠, 再變至黃, 三變至黑, 四變至白. 食之則寒胃, 甚至瘠氣成積.
차시조즉청취, 수장불법, 일변지록, 재변지황, 삼변지흑, 사변지백. 식지즉한위, 심지척기성적.
바로 만든 차는 연한 풀빛이다. 제대로 저장하지 못하면, 어두운 녹색으로 변했다가, 누런색으로 변했다가, 검은색으로 변했다가, 흰색으로 변한다. (변한 차를) 마시면 위를 차게 하고, 나아가선 몸이 수척해 진다.
品泉(품천; 물 가리기)
茶者水之神, 水者茶之體. 非眞水莫顯其神, 非精茶曷窺其體. 山頂泉淸而輕, 山下泉淸而重, 石中泉淸而甘, 沙中泉淸而冽, 土中泉淡而白. 流于黃石爲佳, 瀉出靑石無用. 流動者愈于安靜, 負陰者勝于向陽. 眞源無味, 眞水無香.
차자수지신, 수자차지체. 비진수막현기신, 비정다갈규기체. 산정천청이경, 산하천청이중, 석중천청이감, 사중천청이렬, 토중천담이백. 유우황석위가, 사출청석무용. 유동자유우안정, 부음자승우향양. 진원무미, 진수무향.
차는 물에게 색향미를 갖추게 하고, 물이 있어서 차의 색향미가 드러난다. 참된 물이 아니면 차의 색향미는 드러낼 수 없고, 좋은 차가 아니면 물이 좋음을 밝힐 수 없다.
산 위의 샘물은 맑으나 가볍고, 산 아래의 샘물은 맑으나 무겁다. 돌 틈에서 솟는 샘물은 맑으며 달지만, 모래에서 솟는 샘물은 맑으나 무겁고, 흙에서 솟는 샘물은 옅으며 가볍다. 누런 돌에 흐르는 물은 좋으나, 푸른 돌에 흘러내리는 물은 쓸 수 없다. 흐르는 물이 고인 물보다 좋고, 그늘진 곳의 물이 햇볕을 쬐는 곳보다 좋다.
참된 물은 맛과 냄새가 없다.
井水不宜茶(정수불의차; 우물물은 쓰지 말라)
茶經云, 山水上, 江水次, 井水最下矣. 第一方不近江, 山卒無泉水. 惟當多積梅雨, 其味甘和, 乃長養萬物之水. 雪水雖淸, 性感重陰, 寒人脾胃, 不宜多積.
다경운, 산수상, 강수차, 정수최하의. 제일방불근강, 산졸무천수. 유당다적매우, 기미감화, 내장양만물지수. 설수수청, 성감중음, 한인비위, 불의다적.
다경에서는 “산의 물이 가장 좋고, 강물이 그 다음이며, 우물물이 꼴찌이다.”라고 하였다.
강도 가깝지 않고, 산이 작아 샘물도 없을 때에는, 봄에 매우(梅雨)를 많이 받아 두어야 한다. 그 맛이 달고 부드러우니 만물을 기르는 물이다.
눈은 맑기는 하지만 성질이 매우 차서, 사람의 비위(脾胃)를 차게 하므로, 많이 모아두고 쓰지 말라.
貯水(저수; 물의 저장)
貯水瓮須置陰庭中, 覆以紗帛, 使承星露之氣, 則英靈不散, 神氣常存. 假令壓以木石, 封以紙箬, 曝于日下, 則外耗其神, 內閉其氣, 水神弊矣. 飮茶惟貴乎茶鮮水靈, 茶失其鮮, 水失其靈, 則與溝渠水何異.
저수옹수치음정중, 복이사백, 사승성로지기, 즉영령불산, 신기상존. 가령압이목석, 봉이지약, 폭우일하, 즉외모기신, 내폐기기, 수신폐의. 음다유귀호차선수령, 차실기선, 수실기령, 즉여구거수하이.
물독은 그늘 진 뜰에 두고, 비단으로 덮어, 별과 이슬의 기운을 받게 하여, 영기신령을 지니게 한다. 만약, 나무나 돌로 덮거나, 종이나 대껍질로 봉하거나, 햇볕 아래 두면, 물의 색과 맛이 상하여, 본래의 신령스러움을 잃게 된다.
차 마시기에서는 차의 신선함과 물의 신령함이 중요한데, 차가 신선하지 않고 물이 신령하지 않다면, 또랑물과 뭐가 다른가?
茶具(다구; 다기(茶器))
桑苧翁煮茶用銀瓢, 謂過於奢侈. 後用瓷器, 又不能持久. [16]卒歸于銀. 愚意銀者宜貯朱樓華屋, 若山齋茅舍, 惟用錫瓢, 亦無損于香色味也. 但銅鐵忌之.
상저옹자다용은표, 위과어사치. 후용자기, 우불능지구. 졸귀우은. 우의은자의저주루화옥, 약산재모사, 유용석표, 역무손우향색미야. 단동철기지.
[16] 卒歸于銀: 육우의 <茶經>에는 ‘卒歸于鐵’로 실려 있음.
상저옹 육우는 은(銀)다기를 사용하면서 너무 사치하다고 여겼다. 그 뒤로 자기(瓷器)를 썼는데, 머지않아 바로 은다기로 돌아갔다.
내 생각으론, 은으로 만든 것은 기생집이나 부잣집에서 두고 쓸만 하나, 주석으로 만든 것이 산림처사(山林處士)의 띠집에는 알맞고, 색향미를 내는 데에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구리나 쇠로 만든 것은 피해야 한다.
茶盞(차잔)
盞以雪白者爲上, 藍白者不損茶色, 次之.
잔이설백자위상, 남백자불손다색, 차지.
잔은 깨끗한 흰색이 좋다. 푸르스름한 흰색은 차의 색을 해치지 않아서, 그 다음이다.
拭盞布(식잔포; 찻수건)
飮茶前後, 俱用細痲布拭盞, 其他易穢, 不宜用.
음다전후, 구용세마포식잔, 기타역예, 불의용.
차 마시기 전후에는 가는 삼베 수건으로 잔을 닦아 준다. 다른 것은 더러워지기 쉬우니, 쓰지 말라.
分茶盒(분다합; 차통)
以錫爲之. 從大壜中分用, 用盡再取.
이석위지. 종대담중분용, 용진재취.
주석으로 만든다. 차 단지에서 나누어 담아 쓰고, 다 쓴 다음에야 다시 담는다.
茶道(다도)
造時精, 藏時燥, 泡時潔. 精燥潔茶道盡矣.
조시정, 장시조, 포시결. 정조결다도진의.
정밀(精密)하게 만들고,
건조(乾燥)한 곳에 두며,
청결(淸潔)하게 우려낸다.
정조결(精燥潔)로써
다도(茶道)가 모두 이루어졌으니,
무얼 더 보태랴? <1712月江茶會主河春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