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가 1,38
어떤 의미에서 성모님께서는 순결한 당신의 태를 하느님 말씀의 강생을 위하여 바치심으로써 성체성사 제정 이전에 이미 성체성사의 신앙을 실천하셨습니다.
성체성사는 주님의 수난과 부활을 기념하면서 또한 강생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주님의 탄생 예고 때에 성모님께서는, 몸과 피라는 육체적 실재로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 성모님께서는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아래 주님의 살과 피를 받아 모시는 모든 신자 안에 성사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당신 안에서 선취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모님께서 천사에게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fiat) 라고 말씀하신 것과 모든 신자가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실 때 "아멘"이라고 말하는 것 사이에는 깊은 유사점이 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당신께서 "성령으로" 잉태하신 분이 "하느님의 아들" 이시라는 것을 믿도록 요청받으셨습니다.(루가1,30~35 참조)
동정 성모님의 신앙과 일치하여 우리도 성체성사의 신비를 통하여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며 성모님의 아드님이시기도 한 예수 그리스도께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아래 그분의 완전한 인성과 신성으로 현존하심을 믿도록 요청받고 있습니다.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
시작기도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천천히 성호를 긋고 잠시 자신을 반성한 뒤 시작기도를 바치거나,
성체성가 혹은 성모님과 관련된 성가를 부른다.
빵과 포도주의 형상안에 감추어 계시면서
늘 저희와 함께 머무시는 예수님
저희의 눈길이 언제나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당신께로 향하게 하시며
티없이 깨끗하신 성체의 어머니이시며
교회의 자녀들을 위해 성찬의 식탁을 마련해 주시는
성모 마리아의 도우심으로
저희가 날마다 성체를 모시기에 합당한 자들이 되게 하시어
당신께 참다운 양식을 얻고 당신으로부터 빛을 받아
저희의 신앙을 삶으로 고백하게 하소서.
영원한 광채이신 아버지 하느님과
마음의 빛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과 함께
성체성사 안에서
세상 끝날까지 저희와 늘 함께하여 주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말씀묵상
아래 내용을 천천히 소리내어 읽거나 정독하면서 마음에 와 닿는 부분에서는
그 말씀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지를 잠잠히 생각해 본다.
1) 예수 탄생의 예고 (루가 1,26~38)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진 지 여섯 달이 되었을 때에 하느님께서는 천사 가브리엘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동네로 보내시어 다윗 가문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는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하고 인사하였다.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여 도대체 그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다시 "두려워하지 말라. 마리아,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 아기는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에게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시어 야곱의 후손을 영원히 다스리는 왕이 되겠고 그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하고 일러 주었다.
이 말을 듣고 마리아는 "이 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자 천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성령이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 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나실그 거룩한 아기를 하느님의 아들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라고들 하였지만, 그 늙은 나이에도 아기를 가진 지가 벌써 여섯 달이나 되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다."
이 말을 들은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묵상
주님 탄생 예고의 신비는 인간의 품위를 한층 더 들어 높이는 사건이었습니다.
이 신비로 말미암아 하느님께서 나와 같은 사람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내적 신비 - 즉 영적 친교(영성체)의 신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영성체를 통해서 예수님께서는 내 안에서 육화 되십니다.
내가 영성체를 하는 것은 하느님의 계획에 참여하는 것이고, 그것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마리아께서는 당신께서 주님을 잉태하셨을 때 느끼셨던 그 기쁨을 나 또한 느끼게 되기를 바라십니다.
나의 영성체는 마리아와 일치를 이루어 영하는 영성체여야 합니다.
내가 마리아와 일치를 이루어 성체를 영할 때, 마리아께서 주님을 잉태하셨을 때 느끼셨던 것과 같은 기쁨을 나 또한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탄생 예고의 신비를 통해서 주님께서는 성모 마리아 안에서 위대한 일을 이루셨습니다.
성체로 내 안에 오시는 주님께서도 당신 어머니 마리아 안에 이루신 것과 같은 위대한 일을 내 안에 이루시고자 하십니다.
마리아의 대답 "제게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fiat)" 는 우리 모두에게 성체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마리아께서 성령께 협조하시어 "네(fiat)"하고 응답하신 순간 원죄 없으신 마리아의 태중에 예수님께서 잉태 되셨듯이 매순간 나를 부르시는 하느님께서 성체로 내 안에 오시어 나와 함께 머무시는 것 또한 내가 '네'라고 대답하는 순간입니다.
매순간 주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언제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마리아의 '네(fiat)'를 본받을 때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계시는 주님께서 언제나 나에게 조흔 것을 주고자 하신다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때때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통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내가 마리아의 '네'를 본받는다면 나는 믿음으로 그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마리아의 순명적인 '네(fiat)'는 그분을 예수님과 하나로 일치시켰고, 모든 사람에게 구원의 문을 열어 주었으며, 세상에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모셔다 주었습니다.
나의 '네' 또한 예수님과 나를 하나로 일치시켜 주고, 내 영혼을 그분 사랑의 기쁨으로 열어주고, 예수님께서 내 안에 살도록 할 것입니다.
예수 탄생 예고의 기쁜 소식은 오늘날에도 나에게 계속해서 들려옵니다.
왜냐하면 복음의 기쁜 소식은 그분이 선택하신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지속적인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2) 여러분이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결합하려면 영성체를 하시오.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네(fiat)'하고 응답하셨기 때문에 마리아의 태중에 잉태되신 예수께서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실 수 있었고, 성체 성사에서 참으로, 신성과 인성, 살과 피, 영과 육이 결합된거룩한 몸, 성체로 현존하시게 된 것이다.
억지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완전히 자유로운 동의로 -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 마리아의 동정의 모태에서, 마리아의 살과 핑서 성체 안에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탄생한 것이다.
중세의 어느 신학자는 이런 주장을 했다.
"그리스도의 살은 마리아의 살이다."
이 말씀은 한 사람의 살과 피가 그 어머니의 살과 피에서 나온다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몸이 이루어질 때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협력했지만, 예수 그리스도ㅔ서는 동정의 잉태로 인해 아버지의 개입 없이 다만 복되신 동정 마리아만을 통해서 - 순수하게 생물학적으로 본 - 예수님의 몸이 되셨기 때문이다.
교회가 사도시대 때부터 '성령으로 인하여 잉태되시고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 라고 신앙으로 고백하는 예수님의 인성은 단순히 갈릴레아에서 복음을 전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인성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성체안에 참으로 현존하여 계시는 예수님의 몸과 피와도 관계가 있는 믿음의 고백이다.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는 언젠가 이것을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표현했다.
"여러분이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결합하려면 영성체를 하시오.
성체를 받아 모시면 그분의 살과 피에서 동정 성모의 살과 피를 받아 모시기 때문입니다.
성체 안에 현존하는 구세주의 고귀한 몸은 동정녀의 태중에서 가장 깨끗한 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3) 모든 행실을 '피앗'의 정신으로
모든 행실은 성모님의 '피앗'(fiat:뜻대로 이루어지소서)의 정신으로 해야 합니다.
그 근거는 천사의 아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는 순간 모든 인류는 그들의 대표자이신 마리아와 결합되어 있었습니다.
마리아께서 천사에게 하신 말씀에는 전 인류의 말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어떤 의미로는 마리아께서 당신의 말씀 안에 전 인류를 포용하고 계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통해서 인류를 바라보셨습니다.
이제 그리스도인의 일상생활이란, 그리스도 신비체의 일원인 자신 안에 오직 주님을 모시는 일 외에는 다른 일이 없는 생활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성모님 없이 이 일은 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주님의 강생으로 이미 드러나 사실이며 강생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성모님은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신 것과 마찬가지로 참으로 그리스도 신자들의 어머니가 되십니다.
각각의 영혼 안에 그리스도가 나날이 자라시게 하려면, 그리스도께서 처음 성모님 안에서 인간의 육신을 취하셨을 때처럼, 성모님의 동의와 모성적 돌보심이 필요한 것입니다.
묵주기도
환희의 신비를 바치면서, 모든 것에 앞서서 먼저 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바칠 수 있는 은총을 청한다.
마침기도
묵상한 내용을 마음에 새기고 생활 안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며 마침기도를 바친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성모님, 당신의 그 응답이 제게는 너무 놀랍습니다.
당신은 당신 앞에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는 줄 알면서도
그저 '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을 떠나가는 아들 앞에서도,
비참하게 죽은 아들을 부둥켜안고서도
당신은 '네'라고 하셨습니다.
살아가는 순간순간, 하느님이 바라시는 것과
제가 바라는 것이 다를 때
선뜻 '네'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요
하느님이 무리하게 요구하신다고 생각될 때,
저는 '네'라고 하기보다는 '제발'이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늘 하느님의 뜻보다는 제 뜻을 찾는 저,
당신이 보여주신 신앙의 응답을 생각하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일 뿐입니다.
어머니, 저도 당신처럼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네'라고 할 수 있게 도와 주십시오.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거룩한 성체여,
당신은 어둠과 실패와 절망 중에도
저희의 유일한 희망이요, 신뢰이십니다.
-성녀 파우스티나의 기도-
첫댓글 " 태중에 잉태되신 예수께서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실 수 있었고, 성체 성사에서 참으로, 신성과 인성, 살과 피, 영과 육이 결합된거룩한 몸, 성체로 현존".......
주신 글 읽고,
다시금 하나이신 주님의 현존하심을 굳게 믿는다고 기도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