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발 전문가들이 공개하는 인맥관리 비법▣
“영어 공부 당장 시작하고, 친목모임에 부인 대동하라”
‘인맥 지도를 그려라’. 1억원을 호가하는 수입차를 일년에 60여 대 이상 판매하는 영업 딜러에서 대권을 꿈꾸는 유력 정치인, 그리고 초고속 승진을 꿈꾸는 새내기 직장인까지, 이제 ‘인맥(人脈)’은 도약을 꿈꾸는 모든 사람의 ‘성공 보증수표’로 부상하고 있다. 인맥 관리 분야의 달인으로 통하는 남녀 기업인 4명을 직접 만나 이들의 인맥 관리 비법을 들어봤다.
▶대윤 코퍼레이션 김남희 사장
“6번 도와주고 4번 도움 받는
6대4 법칙이 ‘거미줄 인맥’ 비법”
인사 분야 컨설팅 기업 대윤(大允)코퍼레이션의 김남희 사장. 초슬림 휴대폰인 레이저를 앞세워 올 들어 국내 시장에서 약진(躍進)하고 있는 모토롤라 코리아, 세계적인 스토리지 업체 EMC의 상무를 거쳐 올해초 회사를 창립한 김 사장은, 국내 외국계 기업의 한국인 여성 임원들 사이에서 이른바‘왕언니’로 통한다. 오랜 연륜과 인맥을 무기로 ‘동생’들의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의 인맥 지도에 등장하는 국내외 인사 수만 무려 600여 명. 현직에서 물러난 뒤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고3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려던 김 사장이 올해 초 이 회사를 설립한 것도 후원자들의 등쌀(?)을 못 이긴데 따른 것이라고 귀띔한다.
“회사를 꾸려 나가려면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영업은 물론 마케팅, 직원 채용까지 골치아픈 일이 많기 때문에 사실 창업은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김 사장이 올 들어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수주한 인사 컨설팅 프로젝트만 3건. 이 회사가 올해 문을 연 신생 업체(직원 7명)인 점을 감안하면, 관련 업계가 부러움의 시선을 던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3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피자로 점심을 때우며 강행군을 하고 있다”고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김 사장은, 특히 국내의 한 중견 내의업체인 S사의‘ 프로젝트’를 따낸 일을 인맥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외부 모임에서 알게 된 한 지인의 소개로 S사의 최고경영자를 만난 김 사장은, 인사부문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한껏 과시하면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아침 7시면 종로구에 위치한 김 & 장 사무실(이번 프로젝트의 법률자문사)에 출근해 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한다는 김 사장은, 자신만의 인맥 관리 지침으로 ‘6대 4 법칙’을 제시한다. 상대방을 6번 도와주면 4번은 도움을 받으라는 것.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베풀어서는, 양자간의 관계가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서로에게 필요한 관계가 돼야 교우를 지속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왕언니’로 통하는 김 사장이 체면불구하고 지인들에게 툭 터놓고 도움을 청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김 사장이 꼽는 또 다른 인맥관리 비법이다. 김 사장은 요즘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새벽 두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눈을 붙인다. 하루 평균 100여 통에 달하는 이메일에 일일이 답장하고 나서야 잠자리에 든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쫓겨나는 한이 있어도 상가는 반드시 찾아 조문한다”며 웃음 짓는 김 사장은, 여성경영인들의 친목 도모모임인 LWHR(Leading Women In Human Resources)을 비롯해 정기 모임 3곳에 참석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 근무시절, 자신을 보고 슬금슬금 피하는 남자 직원들과 친하게 어울리기 위해 담배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맹렬여성이기도 하다.
▶프레인 이재철 부사장
“소모적 만남 지양하고 내실 다지는 블루오션 찾아야”
부하직원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라면 흡연도 마다하지 않는 김남희 사장과 달리, 국내 최대 홍보대행업체 프레인(Prain)의 이재철 부사장은 인맥 관리 영역에서도 이제는‘블루오션’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모적인 만남을 지양하고, 내실을 다져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것. 이 부사장이 “영어 책부터 잡으라”는 이색적인 조언을 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최근 영어 학습을 매개로 한 학습 모임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으로 뻗어나가며 글로벌기업으로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증가함에 따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이 부사장이 꼽는 대표적인 모임이 ‘수요 독서토론회’. 여현덕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주재로 한달에 두 차례 열리는 이 모임(투마로 독서모임)에는, 국내 주요 언론사의 차장급 이상 기자들과, 중견 기업인들이 참석한다. 이들은 각 분야의 명저(名著)를 미리 읽고, 이를 토대로 활발한 영어 토론을 펼치며 자연스럽게 친분을 맺는 한편, 영어 능력도 향상시키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이 부사장의 설명이다.
특히 기업 임원들의 기피 대상으로 전락한 일부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과 달리, 최고 경영자, 그리고 임원급 이상의 중견 간부 등이 많이 참석해 업계 동향 파악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이 부사장의 설명이다. 다보스포럼 사무국을 거쳐 작년 9월 국내 최대 홍보대행사인‘프레인’에 둥지를 틀며 이 분야에서만 올해로 11년째 근무하고 있는 이 부사장은 특히, 이제는 인맥 관리에도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스트를 만들어 메일을 대량 발송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입니다.”
이 부사장이 각종 모임에 가급적이면 부인을 동반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남자들끼리 만났을 때에 비해 분위기가 한껏 화기애애해져 친분을 더욱 돈독히 하는 데 한 몫 한다는 것. 컴퓨터에 등록돼 있는 지인들만 무려 1000여 명이라는 이 부사장이 꼽는 인맥 관리의 금기 사항은 독점하지 말라는 것. 인맥 지도에 올라있는 지인들에게 필요한 인물을 앞장서서 소개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본인 스스로도 인맥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앤파트너즈 유순신 사장
“인맥관리 첫 걸음은 피드백…
하루 100통 이메일 일일이 답신”
유순신 유앤파트너즈(YOU&PARTNERS) 사장은 ‘오지랖’이 넓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 후임자 인선작업의 실무를 담당했던 유 사장이 참석하고 있는 공식 모임만 20여 개. 대통령 비서실 정책자문위원, 행정자치부 정부혁신관리위원, 이화여자대학교 겸임교수 등 공식 직함만 10여 개에 달한다. 유 사장의 휴대폰 인명록에 등록돼 있는 지인들만 무려 1000여 명.
유 사장은 ‘작은 정성’이 인맥 관리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조찬모임만 일주일에 세차례 참가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하루 평균 100여 통에 달하는 메일에 일일이 답신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맥 관리의 첫걸음이 피드백입니다. 내가 연락 못하면 비서를 통해서라도 답신을 보내야 합니다. 상대방을 서운하게 하는 것은 금기입니다.”
유 사장은 이러한 ‘피드백의 원칙’을 풀무원 남승우 회장,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남 회장의 꼼꼼한 답신 메일을 읽으면서 느끼는 바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 유 사장의 설명. 해외 출장을 떠나 메일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직접 사과전화를 걸어 온 김 행장도 그녀에게 성공한 최고 경영자들의 강점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한다.
유 사장은 처음부터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만나서는 인맥관리에 성공할 수 없다고 조언한다. “비즈니스는 사람을 충분히 알고 나서 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처음부터 부담을 느낀다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임원들이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을 선호하지 않는 것도 이 탓이 크다고 유 사장은 지적한다.
유 사장은 매일 아침, 행정자치부에서 제공하는 일간지 클리핑 서비스, 그리고 삼성경제연구소의 세리(SERI) 보고서를 비롯해 10여 종의 리포트를 탐독한다고 한다.
주요한 이슈를 파악할 경우 지인들에게 이를 공지하며 관심을 환기한다는 유 사장은, 효율적인 인맥관리를 위해 전화를 적절히 활용할 것을 조언한다.
“출퇴근 시간에 연락이 뜸한 분들에게 전화를 걸어보세요. 무작정 전화하기보다 상대방에게 맞는 화젯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가벼운 날씨 이야기로 대화를 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
유 사장이 방송인 이금희씨에게 배웠다는 인맥관리 팁이다. 헬싱키 경제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유 사장은 내년에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 진학해 박사과정을 밟는다는 계획이다.
▶인테크리서치 이태규 사장
“가려운 곳 긁어줘 인연을 인맥으로 바꿔라”
고마운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으로 남아라’. 지난 1979년 조흥은행에 입사, 주요 지점의 지점장을 거친 뒤 지난 2월 퇴임한 이태규 인테크리서치 사장의 말이다. 자신에게 베풀기만 하는 사람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필요한 사람은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한때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듯한 위세를 떨치던 고위 공직자들이 은퇴하고 난 뒤에 사람들의 뇌리에서 곧 사라지는 것도,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이 사장도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부하직원 하나 배치되지 않은 지점장 시절을 거치며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구조조정의 와중에 본점의 업무추진역실 내 지점장으로 발령 받은 이 사장은 당시의 수모를 이렇게 기억한다. “창구 업무를 보는 여직원에게 업무 처리를 부탁했더니 대기표를 뽑아 줄을 서라고 하더군요. 이 때 받은 수모 탓에 충격을 받고, 한동안 다른 은행의 지점을 이용할 정도였지요. ”
하지만 이 사장은 험한 세월을 거치면서 사람을 보는 안목을 지니게 됐다고 한다. “ 내가 어려울 때 같은 학교 출신이나 같은 고향사람들이 도와주는 일은 드뭅니다. 어울릴 때야 좋지만 정작 자신을 희생해서 나를 도와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선뜻 움직이지 않은 가짜 인맥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교유해야 성공에도 한걸음 다가설 수 있다는 이 사장이, 작은 만남의 기회를 결코 놓치지 말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젊은 직장인들을 보면 퇴근 후 바로 집에 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모임이 생겨도 꼭 가야 하는 자리가 아니면 핑계를 대고 빠지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고속승진을 하는 직장동료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지켜보며 자신의 불운을 탓하지만, 인맥 관리 전략의 부재가 실패를 불러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
찬밥 대우를 받던 은행 지점장 시절, 울적한 마음을 달랠 겸 주역을 배우러 학원을 다녔다는 이 사장은 상대방의 얼굴만 봐도 품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주역 강사의 운전사 역할을 일 년 간 자처하며 핵심 원리를 전수받은 데 따른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 기자에게 행운의 2달러를 건넨 그는, 상대방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피 투 피(Peer to Peer)’ 접근방식이야말로 인맥관리 성공의 열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