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의 심각성
최근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날이 갈수록 더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세력들은 이의 법제화까지 추진할 태세이다.
그리고 일부 대학이나 기관, 회사들은 영어를 전용하고 있다. 카이스트(대학명칭을 이렇게 쓰는 자체부터 잘못이다. ‘한국과학기술대학’이라고 해야 한다.) 포항공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모든 강의를 영어로 할 뿐 아니라 교내에서는 모든 것을 영어로 한다고 하여 총장이 영웅이 되었다. 한국방송공사를 KBS라고 부르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로 고쳐야 한다. 문서의 경우 의사들은 진작부터 영어를 전용하고 있다. 일부 회사는 전공보다 영어 실력을 우선하여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고, 가정에서는 우리말을 배우기도 전에 영어를 가르쳐 집 안에서 영어전용을 실천하고 있다. 영어 조기 교육이 실시되고, 영어 전용 마을이 생겨난 지는 벌써 오래고, 대통령이나 교육부장관마저 영어몰입교육을 부르짖고 있으니 장차 이 나라는 머지않아 영어공용어 국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안타까운 것은 사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학자나 교육자, 담당 공무원이나 관련 학회나 협회 그 누구하나 문제를 제기하거나 이를 규제하거나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글날만 한글의 우수성을 어쩌고저쩌고 하며, 요란을 떨다가 언론에 얼굴이나 비치고 사라진다. 이러는 동안 영어 사용 인구는 요원의 불길보다 빠르게 퍼져나가고 국민들의 의식은 빠른 속도로 식민지화 되고 있다. 인터넷과 일상대화에서 걸핏하면 외국어가 튀어나오고 또 그렇게 해야 유식해보이고, 상품이나 회사명도 외국어로 해야 촌스럽지 않아 보이고, 행사명칭도 영어로 해야 그럴듯해 보인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는 패배주의, 사대주의 사상의 발로로 하루 속히 척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매스컴이나 간판, 광고, 상품, 건물, 각종의 서류나 학술 서적, 공연예술, 음악(특히 아이돌의 노래에는 영어가 많이 들어간다.), 미술, 심지어는 지역명칭(센텀시티) 학교이름(센텀고등학교) 행정기관명칭(동사무소가 주민센터로), 상호(미장원 혹은 미용소가 헤어샵으로), 은행(KDB, KB, LH공사), 아파트 이름(SK view 등) 심지어는 사람의 이름까지 영어로 지어서 부르고 있으니 말해서 무엇하랴?
이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또 있겠는가?
그냥 두고 따라가야 하느냐? 아니면 결사 투쟁을 해야 하느냐? 결단을 해야 하는 주요한 시점에 와 있다.
여기에 영어 공용어 또는 전용어화를 주장하는 자들에 대한 반박문을 실어 본다.
주장1. 영어를 쓰지 않아 생기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국제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반박 : 언어 소통의 지연 또는 불편으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은 그리 크지 않다. 자동번역기를 활용하면 즉시즉시 해결된다. 국가 경쟁력은 영어회화보다 오히려 전문지식과 과학기술이 앞서야 제고 된다. 그리고 국제사회에는 영어권의 나라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국가경쟁력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세계 각국의 언어를 다양하게 배우는 데서 온다. 그리고 외국어를 하려면 적어도 3개 국어 정도는 해야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외국어 교육을 다양하게 해야지 영어만 해서는 안 된다.
주장 2. 외국 우수 인력이 불편을 격지 않게 하는 것이 진정한 국제화다.
반박 : 외국의 우수 인력이 언어소통에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강의와 문서 그 외 생활과 관련된 시설 등을 영어로 한다고 해서 그들이 오고 그렇지 않다고 안 오는 것이 아니다. 나라가 부유해져서 그들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오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찾아 올 것이며, 스스로 우리말을 배우고, 자기 돈을 써서라도 우리나라를 찾아 올 것이다. 다만 그들의 생활공간에 한정해서 그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해준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러한 것 때문에 전 국민이 영어 학습 때문에 괴로움을 당하고 사회적 비용을 낭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주장 3. 새로운 사상과 시스템을 직수입할 수 있는 길이다.
반박 :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문가에 의한 간접수입이 더 안전하고 정확하다. 불확실한 지식을 가지고 직수입한다면 그것이 왜곡될 수도 있고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것 때문에 전 국민이 비싼 대가를 치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외국 것을 수입하여 살아가는 시대는 지나갔다. 선진국 모방하기에만 매달리다 보면 우리는 영원히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언제까지나 남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 다닐 것인가? 우리 스스로 창조하여 그것을 외국에 수출해야 살 수가 있는 시대인 것이다.
주장4. 주체적으로 도입한다면 한국문화의 보편화에 기여할 수 있다.
반박 : 언어에는 그 민족의 문화나 사상이 배어 있어 주체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 쪽으로 동화되거나 종속되기가 쉽다. 중국의 만주족이 한자를 씀으로써 만주족의 문화가 보편화되기는커녕 오히려 한족에 동화되어 문화는 물론이고 민족과 국가마저 소멸된 것은 그 가장 대표되는 사례가 될 것이다. 그보다는 번역가와 번역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된다.
주장 5. 상품이 널리 알려져 잘 팔린다.
반박 : 일본 상품은 일어만으로 써도 잘만 팔린다. 그 때문에 외국인이 오히려 일본어를 더 배운다. 그리고 이 주장에는 우리 것을 알리려는 애국심은 전혀 없고 이익만 따지는 천박한 상업주의적, 소인배적 사고가 깔려 있다. 꼭 알리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한글을 크게 먼저 쓰고 그 아래 영어를 쓰면 될 것이다. 아니 영어만 써서 안 된다. 한자도 쓰고, 아랍어도 쓰고,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포르투칼어도 써야 전세계적으로 선전되어 상품이 더욱 많이 팔릴 것이다. 세계에는 영어만 써서는 안 통하는 나라가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주장 6. 회사 이름이나 간판을 한글로 쓰면 어쩐지 촌스럽고 영어로 써야 국제화시대에 걸맞다.
반박 : 열등의식, 사대주의, 종속주의, 식민지적 사고가 뒤범벅이 된 참으로 부끄러운 생각이다.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이 한글을 멸시하고 한자를 진서라고 숭배하던 그 사대주의적 사고방식과 꼭 같은 사고방식이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창의적이며 훌륭한 문자라고 세계의 언어학계가 인정하는 한글을 왜 우리 민족 스스로 멸시하고 천대하며 부끄러워하는가? 자기 나라의 말과 글을 쓰는 것을 스스로 부끄러워한다면 그 민족이야말로 얼마나 부끄럽고 하찮은 민족인가? 남의 문자를 변형하여 쓰는 일본인들도 저렇게 당당한데 무엇이 부끄러운가? 영어만 많이 쓰면 국제화가 절로 되는 것이 아니며 저절로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필리핀은 영어를 공용어로 써도 나라가 발전하기는커녕 점점 퇴보하고 있지 않은가?
주장 7. 영어를 쓰면 어쩐지 유식한 것 같아서
반박 : 자기 과시욕이다. 권위의식과 특권의식의 발로다. 이것은 식자들이 그만큼 영어를 더 많이 쓴다는 증거다. ‘나는 남보다 우월하다.’ ‘나는 남과는 뭐가 다르다’는 차별의식, 특권의식이 이런 생각을 낳는다. 이와 같은 생각은 민족의 단합을 저해하고 국민간의 위화감을 조장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줄 뿐 국가 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