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예술치료의 개념
1)미국의 통합예술치료-표현예술치료로의 통합
예술치료 분야는 예술이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는 모든 분야에 존재한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들은 처음에는 개별적인 치료 영역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통합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된 과정을 임용자, 유계식, 안미연(2017)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예술치료는 1920년대 초부터 발달하기 시작하여 1930년부터 창조적 예술치료개념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1960, 70년대는 각 학회에서 여러 예술매체 양식들을 치료에 통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지침들을 제공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1970년대 매사추세츠주의 레슬리 대학교 대학원에 창조적 예술치료를 지향하는 "표현치료(Expressive Therapy)" 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된다. 또한 두 가지 종류 이상의 예술매체를 연결한다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보다 통합적이고 창조적인 예술치료의 전문성과 예술 과정에 대한 매체 통합을 위하여 창조적 예술치료 이론의 재개념화를 시도한다. 그의 일환으로 몇 번의 명칭 개정을 통해 미국표현치료학회(National Expressive Therapy Association)가 창립된다. NETA는 표현치료에 포함된 여러 분야의 예술치료를 통틀어 '창조적 예술치료'라 불렀고 여러 예술매체를 같이 사용할 때는 '통합적 접근'이라 불렀다. NETA에서는 표현예술 치료나 표현치료가 내담자의 신체 내에 갇혀 있던 내적 자료들에 대해 치료과정에서 형태를 만들고 이를 변형시켜 밖으로 꺼내도록 돕는 일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들은 1994년 국제 표현예술치료학회(International Expessive Arts Therapy Association)를 창립했다(임용자, 유계식, 안미연, 2017:94-95).
미국에서는 1994년 이래 '창조적 예술'을 통한 치료를 지향하며 여러 예술매체를 같이 사용하는 '통합적 접근'법을 사용하는 예술치료의 커다란 흐름이 형성된 것이다. 이들의 대표적 공동체인 국제 표현예술치료협회(IEATA)는 표현예술치료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표현예술치료란 시각예술, 움직임, 드라마, 음악, 글쓰기, 그리고 다른 창조적 과정을 결합하여 개인의 깊은 성장과 공동체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다. IEATA는 심리학, 유기체적 발달, 공동체 예술과 교육 간의 다양한 발전적 접근을 장려한다. 하나의 예술 과정에서 다른 과정으로 흐를 수 있게 하여 예술 과정을 통합함으로써 우리는 치유, 명료함, 깨달음 그리고 창의성을 위한 우리의 내적 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https://www.ieata.org/)
통합예술학파를 만들고 미국에서 처음으로 표현예술치료 대학원 과정을 설립했던 McNiff(2014)는 각 예술의 표현 양식의 독자성과 그들 간의 공통점을 찾으려 하였고, 각 매체들을 연결하여 사용하는 것이 표현의 수준을 높여주고 표현 과정을 촉진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미술매체가 이야기와 움직임과 드라마를 창조하는 과정을 주목한 그는 그러한 창조적 표현 과정에서 매체간 이동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즉흥적 표현을 권장하기 위해 모든 매체를 사용하기를 권장하면서 종합적이며 온전한 치료 방법을 개발한 융의 치료 형태가 현재 자신들이 표현예술치료라 부르는 치유 형태와 동일한 것이라 했다. 융과 표현예술치료의 공통점은 창의적 표현을 활성화시키고 그 표현이 확장되도록 매체를 확장하여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 과정을 통해 정신이 스스로를 치유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내담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변형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창의적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이다. 가장 깊고 변형적인 체험은 우리가 창의적인 표현을 더 많이 상상할 때 일어나기 때문이다(McNiff, 2014).
미국에서는 표현예술치료라고 부르는 범주의 치료를 우리나라에서는 통합예술치료라 칭하고 있다. 미국의 표현예술치료는 예술의 치유성에 중점을 두고 있고, 우리나라는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치료 형태를 통합예술치료라 칭한다.
2)독일 Petzold의 통합예술치료
독일에서는 1970년경 Petzold 연구소에서 통합적 관점의 예술심리치료가 시작되었다. 다양한 예술매체들을 함께 사용하는 치료 형태로 이를 창의적 치료나 통합적 치료라 통칭하였다. 70년대는 앞서 서술했듯이 미국에서 Shaun McNiff 등이 통합적 구조의 표현예술치료를 도입했던 때이다. 독일의 통합예술치료와 미국의 표현예술치료가 비슷한 시기에 사용된 것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통합예술치료 및 표현예술치료의 용어적 혼란은 결국 그 출발점이 독일과 미국이었다(원상화, 2009).
원상화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통합적 관점에서의 예술치료와 관련하여 Die Integrative Therapie(통합치료), Kuenstlerische Therapie(예술치료) Die Ausdruckstherapie(표현치료)의 용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Petzold의 통합치료(Integrative Therapie)의 기본 원리는 5가지의 인간상을 근간으로 한다. 창의적 인간, 지각하고 표현하고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신체의 인간, 발달적 관점에서의 인간, 자신의 생을 설명하는 인간, 미적 체험을 통해 생활예술을 실천하는 인간이다(원상화, 2009:9-10). Petzold는 이러한 인간의 통합성을 근간으로 한 경험중심적 작업방식과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인간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확장시키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대안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발견적 참여를 통한 역할놀이, 상상, 게슈탈트 방법 등을 사용함으로써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수준의 치료를 제공했다. 이러한 통합중심치료를 사용함으로써 무의식적 갈등, 정신역동적인 문제가 드러나고 해결된다고 주장했다(조영미, 2017). Petzold는 이처럼 인간의 통합성을 파악하여 이를 다양한 예술매체를 사용함으로써 발달적으로 잠재되어 있는 예술적 창의성을 함양하는 것을 통합치료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국의 표현예술치료와 거의 유사하게 예술의 치유적 영향력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국내의 통합예술치료
국내의 통합예술치료에 관련된 논문들은 대체로 두 개 이상의 매체를 혼합해 사용할 때 통합치료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음악, 미술, 무용, 연극, 영화, 문학과 같은 다양한 예술매체를 두 가지 이상 사용하여 각 예술매체가 갖는 장점을 상호보완적으로 통합하여 실시하는 예술치료'가 통합치료에 대한 일반적인 암묵적 정의이다(마지인, 2020; 김혜미, 2020; 송송이, 2020; 배상국, 2018; 홍지영, 2017; 이희숙, 2015; 김정숙, 2012). 이렇게 다양한 매체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목적은 조금씩 차이를 보였는데 첫째, 인간의 5감(五感)이 상호보완적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감각적 활동을 통해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측면의 조화를 가져올 수 있다. 둘째, 다양한 예술이 가진 치료적 기능을 확대하여 치유 효과를 높인다. 셋째, 내담자의 개별성에 따라 익숙하거나 회피하는 매체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내담자에게 더 좋은 치료 환경을 제공한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방순자와 이혜진(2015)은 통합예술치료는 인간의 전체성을 바탕으로 한 치료 영역으로 단지 증상이 아니라 고통받는 문제를 예술적인 경험을 통해 해결하는 치료 유형 중 하나로 개념화하였다.
미국과 독일이 예술의 치유성에 방점을 찍고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개념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통일된 통합예술치료 이론이 정립돼 있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치료형태' 정도로 통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통합예술치료론이 갖는 문제는 첫째, 최근의 뇌 과학이나 인지과학 영역의 학술적 발전과 임상적 변화의 흐름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무의식적 정신 과정과 무의식적 행동이 암묵적 기억과 학습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예술의 즉흥성과 다양한 자극의 매체 사용이 암묵적 기억과 무의식을 의식화시키는 것은 인간이 유기체로서의 상호작용을 활발히 벌이는 통합적 존재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간이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으로 통합적 존재라는 측면에서 통합적 예술치료를 논의하지 않는다.
둘째, 통합예술치료가 주로 다양한 매체를 결합하여 사용한다는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통합적 예술치료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있어서 다양한 매체 사용이라는 방법론을 치료 개념으로 잡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예술매체는 더 많은 내적 경험을 가능하게 해주고, 그 의미를 더욱 다양하게 표현하게 해주며, 우리들 몸 안에 잠겨 있는 많은 무의식에게 다양한 길을 안내해 주지만 그것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며 방법일 뿐이다. 즉 지금까지의 통합예술치료는 통합예술치료가 추구해야 하는 목표가 빠져 있는 상태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다양한 매체 사용을 치료 개념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통합예술치료란 인간이 가진 정서적, 인지적, 신체적 건강과 통합성을 회복하거나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예술양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다양한 예술양식은 다양한 자극을 제공하여 무의식적 내면세계를 보다 효과적이고 다양한 양식으로 밖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한다. 통합예술치료는 창의적 예술 경험을 통해 자기표현을 심화시키고, 자기 내면의 잠재력을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을 성장시키며, 자기 인식을 강화하여 스스로를 발견하고 치유하는 능력을 되찾게 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심신 통합예술치료의 치유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 민주원 용인대학교 대학원 예술치료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