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다
강시일
시발점은 모른다
시간이 줄을 지어 달려가고 있는 오늘
어제처럼 바람이 내닫는 방향으로 맹목적인 질주
고집스레 길을 접고 있다
세상이 건네는 악수가 화해의 의미를 담고 있거나
안녕이라는 표현일지 몰라도
줄곧 한 방향으로 길을 내고 있다.
동행도 없이 혼자 가는 길에
지켜보는 시선이 하나 또는 여럿
갈증나게 조여오는 태양과
따끔거리거나 간지러움에 배를 움켜잡아야 하는
이슬비나 가랑비 혹은 소나기
천둥번개가 데불고 온 흙탕물 따위로
푸르게 멍든 날 주야장창 이어져
삶의 추가 늘 흔들린다
또
바람이 흔들고 태양이 흔들고 구름과 반달이
모래 숲에 무릎 꿇고 싶은 날도
그냥 허옇게 게거품 웃음으로 날리고
돌아서 다시 쫓아가는 되돌이표 삶
마음 속 등대 하나 세우고
쉼표 없이 파도치는
나는 한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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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일 문학노트
한바다
강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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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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