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운명의 동업자 다시 한 시진이 지나갔을 때. "……!" 능조운은 어느 정도 평온한 표정을 되찾을 수 있었으며, 그의 피부색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창백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반면 소수성자의 눈빛은 형편없이 흐트러졌으며, 그의 얼굴빛은 누렇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일순, 그의 입술이 느릿느릿 떼어졌다. 그리고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어조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노부의 독기가 네놈의 몸에서 모조리 용해되어 버리다니? 대체 누가 너를 길렀느냐?"그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그러들고 있었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그가 패배할 줄이야……! "노부가 지다니… 철저하게! 그리고 너무나도 완벽하게 패배할 줄이야……!"소수성자는 체내 의 모든 기운을 능조운의 혈관 속으로 흘려 보내 능조운을 제압할 작정이었다. 한데, 그것은 정반대의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그의 체내 독기는 진원지기와 더불어 능조운의 혈관 속으로 모조리 빨려 들어가고 만 것이 다. 소수성자는 패배를 자인하긴 난생 처음일 것이다. 어쩌면 그는 인생의 최초인 지금의 패배에서 진정한 인간(人間)을 느끼게 되었을지도 모르 는 일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세 살짜리 그를 버리는 그 날부터 그는 모든 인간을 증오하였으며, 모든 인 간을 파멸시키는 비법을 연마하며 청춘을 보냈다. 그러한 가운데 그는 마면(魔面)이 되었고, 그로 인하여 그의 성격은 더욱더 편협해지게 되었 다. 그 후, 그는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는 완전한 고독자가 되고 말았다. 한 데 지금, 그는 능조운의 눈에서 자신이 부정하고 있던 인간을 느낀 것이다. "네놈이 누구의 후예인지 모르겠으되, 네놈을 얻은 자는 실로 대단한 행운아일 것이다. 큿 큿, 네놈은… 혼(魂)이 있는 놈이다. 기실, 무림에는 혼을 빼어 버린 자들이 허다하지. 큿큿, 네놈에게 철두철미하게 패배한 것이 수치스럽고 괴로운 한편… 차라리 통쾌하다는 마음이 든다!"그의 입술 사이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그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허탈지경에 빠져 버린 것이다. 능조운도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는 술에 얼큰히 취한 사람처럼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소수성자와 능조운, 두 사람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둘 다 지독한 고집쟁이들이라는 것이었다. "네놈이 마음에 든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소수성자의 입가에도 미소가, 그가 잊어버렸다고 여겼던 인간의 미소가 머금어졌다. "나 또한 마찬가지요, 성자," "큿큿… 좋아. 이제 네가 천하제일의(天下第一醫)이다. 큿큿, 너는 승자(勝者)이니… 패자의 모든 것을 취할 자격이 있다. 기왕 네놈에게 혈관 안의 피를 모두 빼앗긴 이상… 큿큿, 네놈 에게 나머지 두 가지 보물도 전하겠다. 그것은 소수마록(素手魔錄)과 천마각(天魔角)이다. 큿큿, 바로 이것이다."소수성자는 천천히 손을 품에 넣었다. "모두 네 것이다. 너는 이것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는 붉은 비단 보따리 하나를 능조운의 품에 넣어 주었으며, 그러는 가운데 그의 눈빛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하나, 그의 표정에는 여전히 즐거운 미소가 떠돌고 있었다. "네 이름이 무엇인지 묻지 않겠다. 이름을 알게 된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겠지.""……." "네게 부탁을 하고 싶지도 않다. 네게 추레한 모습을 보이며 죽고 싶지 않기에… 큿큿, 그러 나… 하나의 무림인으로 네게 무엇인가를 말해야겠다. 그것은 노부를 대신해 노부의 걸작품 을 파괴하라는 것이다. 이름하여, 악마제일화(惡魔第一花)! 큿큿, 우연히 얻은 악마의 꽃이었 지. 노부에게는 양녀가 되는 여자아이이나, 만나는 대로 살해해라. 살해하는 길은 두 가지, 절세검도(絶世劍道)로 두개골을 파괴하는 것과 천마각을 불어 마혼을 파괴하는 것이다.""악 마제일화!" "실로 무서운 독향(毒香)을 지니고 있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사악한 꽃이다. 그 꽃을 피운 노부는 무림의 대역죄인이다. 하나, 노부의 피를 고스란히 물려 받은 네가 악마제일화를 꺾 는다면… 노부가 강호에 진 죄값은 모조리 씻어지게 될 것이다."그는 천천히 드러누웠다. 지극히 편안한 표정으로……. "악마제일화를 꺾어라! 그것은 진정 중대한 일이다. 악마제일화는 악마동맹의 비밀 병기로 화했다. 그녀를 부리는 자는… 천하를 정복할 수 있다.""악마동맹… 으음……!" "큿큿… 그 놈들은 독한 놈들이다. 노부가 당했고, 마접이 당했다. 하나, 아마도 네놈은 더욱 독한 놈일 게다."그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천천히 감았다. 이어, 그의 목젖에서는 가래 끓는 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했다. 츠으- 츠으-! 그의 신체가 회색 안개에 휘어 감기기 시작하지 않는가?그의 사지(四肢)가 빠른 속도로 허 물어지기 시작했다. 피부가 쭈글쭈글해지다 못해 부패해 버렸으며, 실로 지독한 독기가 일어나는 가운데 그의 몸뚱이는 한 줌의 회색 모발만 남기고 모조리 핏물로 녹아 버렸다. 모든 것은 거의 일순간에 벌어졌다. 소수성자는 독인 중의 독인이었다. 그는 이독제독(以毒制毒)의 방법으로 내공을 유지하고 있 었는데… 독혈을 능조운에게 모조리 빼앗기게 되자, 몸이 체독(體毒)을 이기지 못하고 허물 어져 버리는 것이다. 하나, 그는 죽음 직전 분명히 웃고 있었다. 실로 따뜻하고 자비스러운……. 능조운은 여전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소수성자의 피에서부터 치솟아 오르는 기운은 너무나도 가공한지라, 그 기운이 사라지지 않 는 한은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소수성자가 한여름밤의 꿈처럼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돌 연한 기침 소리를 듣게 되었다. "쿨룩쿨룩… 동업자(同業者) 대접을 해 주지 않고 허무하게 가 버리는군. 고약한 노괴 같으 니라고!"암울한 목소리이다. 인간의 감정이 모조리 배제되어 버린 목소리. 그 목소리는 절제된 언어였으며, 어떠한 특징도 찾아 내지 못할 정도로 특징이 없는 목소리 였다. 목소리는 관 안에서 흘러 나오고 있었다. 심장에 검편(劍片)을 꽂아 넣고 있는 인물, 전신이 피고름에 뒤덮여 있는 반생반사(半生半 死)의 괴인 마접(魔蝶). 그는 가사 상태에서도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를 모두 다 듣고 있은 듯했다. 자객도(刺客道)의 신화를 이룩한 인물. 그는 소수성자만큼이나 처절한 삶을 영위했던 사람이며, 정사 중간의 무림계에서는 산맥(山 脈)처럼 우뚝 솟아난 인물이었다. "쿨룩쿨룩… 소수가 죽었으니, 노부의 죽음도 머지않았군. 하긴, 일 년 전에 죽었어야 했는 데… 소수 늙은이 덕에 일 년 더 산 것이다.""아……!" "큿큿… 아이야, 노부가 이렇듯 처참한 몰골이라고 해서 노부를 비웃지 말아 주기 바란다." "……." "절대자의 위치에 있었던 사람에게 가장 치욕스러운 것은 타인의 동정(同情)을 받는 것이다. 노부를 비웃어도 상관없으되, 절대 동정하지 말아 다오."마접은 소수성자보다도 오만한 인물 이었다. 소수성자는 수하 하나 없이 중원을 종횡한 인물이었으나, 마접은 칠천(七千) 살수(殺手)들을 수족처럼 부리며 거대한 아성을 이룩했던 인물이었다. 몰락한 절대자. 하나, 그의 기도는 여전히 거대했다. 이류무사와 일류무사의 차이는, 승리할 때 나타난다기 보다 패배할 때 나타난다고 해도 좋 을 것이다. "잠룡비전 위로 열 줄기 빛이 치솟았었지. 그 중 가장 뛰어난 빛은 한 줄기 빛이었지. 많은 기인이사들이 그 빛의 주인공을 찾아 잠룡비전으로 갔었는데, 폭발로 인해 일이 망가지고 말았지.""잠… 잠룡비전." "큿큿… 그 곳은 악마의 땅이지. 하나, 그 곳에서 피어나려 했던 열 송이 꽃은 모두 아름다 웠지. 큿큿, 아마도 너는 그 때 가장 찬란한 빛을 뿌렸던 녀석일 것이다.""으음……!" "긴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구나, 아이야." "……." "네게 몇 가지 수법을 일러 주겠다. 그것은 마접백팔공의 정화이며, 노부조차 시전하지 못한 자객의 최후 절기이다. 일컬어 십대살예(十代殺藝)라는 것이다." 십대살예. 그것은 바로 암흑의 정화이다. 또한, 하나의 인간에 의해 종합적으로 창조된 무공이 아니라 천 년에 걸쳐 십 인에 의해 창 안된 절기들이었다. 세칭 고금십야(古今十夜)라 불리는 인물들이 남긴 최고 최후의 절기, 열 가지를 통칭하여 부 르는 말이 십대살예였다. 제일야(第一夜). 그것은 천 년 전의 천하제일자객 암흑일점홍(暗黑一點紅)에 의해 이루어진 공포의 밤을 말 한다. 암흑일점홍은 정의(正義)의 자객으로, 무림의 위선자들을 찾아다니며 처단하기를 십 년에 걸 쳐 계속했다. 그가 죽은 후에야 그의 정체가 밝혀졌는데, 그는 너무나 놀랍게도 칠현금 소리를 파는 거리 의 가난한 노악사(老樂士)였다. 그가 뭇위선자들을 암살하는데 사용했던 절기는 암흑일점홍(暗黑一點紅). 사위를 흑무로 휘어 감은 다음, 허공에 하나의 피꽃을 피우며 상대를 암살하는 수법이었다. 두 번째 밤. 그것은 구백 년 전의 자객왕인 흑의사령(黑衣司令)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흑수선(黑水仙) 이라 불리는 기괴한 살인 초식이었다. 그것은 특이한 장초(掌招)로서, 그것에 격중된 사람의 목덜미에는 수선화와 같은 검은 문신 이 남게 된다. 해서, 그것은 흑수선화공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세 번째 밤. 소소혈랑(笑笑血郞)에 의해 이루어진 밤이며, 팔백 년 전 당시 전 무림을 공포로 몰아넣은 바 있었다. 소소혈랑의 장기는 악마살인소(惡魔殺人簫). 그것은 얼핏 들을 경우, 은은하고 아련한 휘파람 소리이다. 그 소리는 죽이고자 하는 인물의 귓속에만 들리게 되며, 악마살인소를 듣는 사람은 그 소리 를 듣는 가운데 공포와 환각에 휘어 감기게 된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검이 날아들고, 하나의 시체가 만들어진다. 죽어 가는 자는 휘파람 소리가 일으키는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듯이 입 가에 웃음을 짓기 때문에, 악마살인소의 주인은 소소혈랑이라는 별호를 갖게 된 것이다. 미간혈화(眉間血花). 네 번째 밤을 이룩한 살인 초식이었다. 당조(唐朝)를 풍미했던 혈화루(血花樓)의 독문절기로서, 그것에 당하는 사람의 눈썹 사이에 는 핏방울이 꽃잎 마냥 달라붙게 되기에 미간혈화라 불리우는 것이다. 빠르고 정교한 검초로, 그것이 자객의 초식이 아니라 일반 무림계의 초식이었다면 쾌속절륜 한 선검초식이라고 여겨지게 되었을 것이다. 구마잔혼등(九魔殘魂燈). 허공에 아홉 개의 등불을 피우며 죽어야 할 자가 그 찬란한 빛을 흘리는 찰나, 그에게 죽음 을 선물한다. 파풍무음도(破風無音刀). 빠르게 날아가되, 파공성을 내지 않는 비도술(飛刀術)이다. 그러하기에 상대는 비도가 날아드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며, 찰나적으로 죽임을 당하 는 것이다. 파풍음도를 시전할 때 쓰는 비도는 목도(木刀)가 주로 쓰이나, 내공이 막강한 사람이라면 목 도가 아니라 종이꽃을 날려 똑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가 있다. 또한 살인을 하고도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다면, 종이꽃이 아니라 얼음 조각을 허공에 날린 다. 그것은 상대를 죽이며 살 속으로 파고들게 되고, 체온에 의해 녹아 버리기에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는다. 특히 그것이 벌어진 입 속으로 들어가 상대의 목뼈를 끊어 버린다면, 시신을 아무리 뒤진다 하더라도 사인(死因)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둔철은형술(遁鐵隱形術). 상대가 어떠한 곳에 숨더라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은잠술(隱潛術)이다. 지둔술(地遁術)의 최고 경지라 할 수 있으며, 강철이라 하더라도 내공 소모가 거의 없이 뚫고 들어갈 수가 있 다. 과거 필살문주(必殺門主) 지위에 있었던 생사서생(生死書生)은 그것을 이용하여 완벽한 밀 실살인(密室殺人)의 전문가로 전설을 남긴 바 있었다. 십 장 두께의 완벽한 석벽은 물 속으로 잠수하듯 간단히 뚫어 버리며, 기관장치가 제아무리 철저한 곳이라 하더라도 능히 뚫고 들어가는 절기가 둔철은형술이었다. 야환(夜幻). 일컬어 밤의 환상. 그것은 장안술(障眼術)에서 유래가 된 것으로, 일종의 눈속임이다. 백주에서는 그것을 시전할 수 없으되, 지형지물이 많은 곳이나 어두운 밤에는 그것을 능숙 히 시전할 수 있다. 그 경지가 극에 달한다면, 가는 빗방울에도 몸을 숨길 수 있다. 심지어 흐릿한 은색 달빛에도 몸을 감추며, 상대가 빼어 든 도검의 그림자에도 몸을 감추며 상대 쪽으로 접근할 수가 있다. 마접은 새벽이 되도록 고금십야를 전수했다. 능조운은 바라지 않았으나, 그의 자객술을 전수받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지금은 구결로 그 것을 시전받을 뿐이나, 항차 그가 천하를 종횡할 때 그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수법은 마접 의 고금십야공이었다. "소수성자는 네놈에게 별 부탁을 하지 않고 죽었으나… 큿큿, 노부는 네놈에게 몇 가지 부 탁을 해야겠다. 큿큿, 네놈은 바라든 바라지 않든… 노부의 의발전인(衣鉢傳人)이 되었다. 그 러한 이상, 노부의 유언을 엄숙히 지켜야 한다.""의발전인?" "큿큿… 너는 제십대(第十代) 마접이다. 마접은 노부의 별호가 아니라 오대살주 대총사의 명 칭이다. 큿큿, 이제 사백 년 전통을 지니고 있는 오대살루(五大殺樓)의 총사(總師)는 네녀석 이다."오대살루. 그 위치가 어딘지조차 완전한 비밀이다. 그들은 대륙상가에 버금 가는 비밀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특이한 신호에 따라 신속히 모이며, 마접이 원할 경우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데 걸 리는 시간은 하루에 불과하다. 마검무영루(魔劍無影樓). 그 곳에 속한 자객들은 평상시 낭인(浪人)으로 지낸다. 마부(馬夫)일 수도 있고, 어부(漁夫)일 수도 있다. 지금 그대 곁을 지나가는 취객(醉客)이 마검무영루의 일급살수일수도 있다. 그들은 백 가지 자객술에 능통해야 하며, 최소한 백 회의 실전(實戰)에서 실력을 입증해야만 한다. 그들에게는 어느 정도 자유가 보장이 되며, 그들의 신분은 철저한 비밀로 유지가 된다. 철혈위령루(鐵血慰靈樓). 강호에서는 절정무사일 것이나, 마접 휘하에서는 이급살수로밖에 불리지 않는 인물들이 머 물러 있는 집단이다. 그들은 어떠한 형태이든 하나의 거점을 정해 머물게 되며, 그것은 대부분 무림세력과는 연 관이 없는 장소가 된다. 서점(書店)일 수도 있고, 은장(銀莊)일 수도 있다. 그대의 연인이 즐겨 다니는 꽃집일 수도 있으며, 실로 아름다운 비취색을 발휘하는 청자기 가 구워지는 도요일 수도 있다. 철혈위령루의 살수들은 대부분이 중년 이상이며, 칠십 회 이상의 실전 경험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부풍은하루(扶風銀河樓). 그들은 주로 무사 집단에 머물러 지낸다. 그들은 숫자로 불리며, 이중신분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보통 때에는 자파에 충성하나, 마접이 명령을 내린다면 부풍은하루의 살수로 화신하게 된다. 그에게 자신의 아내를 죽이라는 하명이 내려질 경우, 그는 눈 하나 깜짝 않고 그 일을 해치 울 것이다. 오대살루의 무사들은 그 정도로 마접에 대해 충성심을 갖고 있었다. 운중야화루(雲中夜花樓). 주로 쾌활림(快活林)이나 기루(妓樓)에 머물러 지낸다. 오대살루의 자객들 가운데에서는 지위가 낮은 자들로, 그들은 살업(殺業)을 이행하는 일보다 는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맡게 된다. 쾌활림이나 기루에는 소문이 지천으로 나돌고 있는지라, 그 곳에 머물게 되면 강호의 잡다 한 소문을 모조리 알게 되는 것이다. 해서, 운중야화루에 소속된 자들은 기녀(妓女)이거나 점소이(點少二)이기 쉽다. 심지어 도박사도 있고, 기루에 붙어 사는 악녀(樂女)도 있다. 하여간 그들은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며, 지난 오백 년에 걸쳐 아홉 명의 마접에게 천하의 비밀을 알려 준 것이다. 창궁혈화루(蒼穹血花樓). 그 곳에서는 특수한 일을 하고 있다. 그 곳을 이끌고 있는 창궁혈영(蒼穹血影) 만엽(卍葉)이라는 인물은 천하각지를 주유하며 오 대살루에 투신한 대상자들을 찾고 있다. 그는 자객 대상에 오른 자를 상부에 통고하고, 보통은 철혈위령루에 소속된 노자객이 그를 찾아가서 몇 가지 시험을 거친 다음 그를 오대살루의 제자로 받아들인다. 마접의 조직은 철저하게 조직되었으며, 그러한 내력으로 인해 실로 위험한 밤의 길을 오백 년 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붕괴되지 않은 것이다. 한데 제구대 마접이라 할 수 있는 현재의 마접 대에 이르러, 처음으로 세력 기반에 거대한 동요가 일어난 것이다. "언제고 무창(武昌)에 가라. 거기서 구룡보등(九龍寶燈)을 신호로 제자들을 부를 수 있다. 그 들을 꺾어라! 꺾지 못한다면, 거둘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철저한 능력을 숭상하는 자객율법 (刺客律法)이다. 자객들은 약자를 주인으로 섬기지 않는다. 그들은 피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진정한 강자(强者)에게만 복종 충성한다.""으음……!" "큿큿… 거기 가면, 노부의 심장에 검을 꽂은 녀석을 만날 수 있다. 젊고 강한 녀석이다. 감 히 노부를 베었다 하나, 노부는 놈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놈이 노부를 암살하고자 한 용기와 그 수법에 감탄하고 있다. 부디… 그 놈도 잘 거두기 바란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고금십야를 모두 터득하기 전까지는 가지 말라는 것이다. 큿큿, 고금 십야를 터득하면 대자객(大刺客)이 된다. 자객이라는 직업은 빌어먹을 직업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 녀석들이 필요하게 될지 모른다. 하나같이 노련한 녀석들이다.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너를 잘 도울 것이다." 마접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한 후, 조용히 죽었다. 그의 입가에도 잔잔한 미소가 머금어졌는데, 그 이유는 그가 진정으로 마음에 드는 기재에 게 자신의 모든 진전을 물려 주는 행운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새벽이다. 안개는 연보라색을 띈 채 호수를 휘어 감고 있었다. 하나, 능조운이 머물러 있는 곳 근처에는 여전히 핏빛 구름이 번지고 있었다. 멀리서 그 광경을 본다면 하나의 핏빛 반구(半球)가 호숫가에 내려앉아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것이다. 이 새벽, 능조운은 또 하나의 인연에 휘말려 들고 있었다. 어디에서 나타났을까? 노승(老僧) 하나가 능조운 앞에 내려서고 있었다. 그는 몇 가지 점에서 일반 승려와 특이했다. 첫째, 그는 승려들이라면 감히 손대지 못할 주호를 손에 쥐고 있었으며… 걸치고 있는 옷은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추레했다. 어디 그뿐이랴? 그의 두 눈에는 검은 자위가 전혀 없고, 흰자위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것은 술이 아니다. 이것은 곡차(穀茶)라는 것이다!"노승은 주호를 입에 대고 남은 술을 꿀꺽꿀꺽 마셨다. 능조운은 여전히 마비 상태로 잡혀 있었다. 소수성자의 피가 혈관 안으로 들어가며 전신의 기경팔맥이 화산처럼 타올랐으나, 아직도 옥 침관(玉枕關 : 목 뒤쪽) 부위가 뻐근하며 진기가 타통이 되지 않은지라 몸을 움직이지 못하 는 것이다. "큿큿… 오랫동안 면벽(面壁)하며 는 것은 두 가지, 앉아서 자는 재주와 술을 훔쳐 마시는 법이지."마치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이다. 지극히 타락한 승려. 하나, 그의 전신에서는 형언하기 힘든 신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흰자위뿐인 눈이었으되, 그의 눈을 감히 마주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승은 소수성자가 펼친 기문진을 실로 간단히 뚫고 들어온 것이다. 그의 내공이 초범입성 (超凡入聖)하지 못하였더라면, 감히 기문진식 안으로 접어들지 못했을 것이다. "노납은 세상을 살며 실로 많은 중생들을 보았지. 큿큿, 그 가운데 노납을 놀라게 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 하나, 몇 사람은 노납을 상당히 놀라게 했다."노승, 그는 능조운과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능조운은 웃음조차 배우지 못한 갓난아기처럼, 무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허무(虛無)한 표정이다. 타 버린 재처럼……. 그러나 그의 허무 뒤에는 가공스러운 기세가 머물러 있었다. 노승은 그것을 읽어 내는 극소수의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 또한 그는 소수성자와 마접을 끌어들였던 천광신홀의 기운을 보고서 찾아온 인물이기도 했 다. "그런데 얼마 전, 하나의 빛이 노납을 놀라게 했다. 그리 먼 옛날은 아니다. 겨우 이 년 전 이다.""이… 이 년 전?" "아미타불… 노납은 소실봉(少室峯)에서 단정학(丹頂鶴)들과 더불어 춤추고 놀다가 그 빛을 보았다. 큿큿, 그 빛에는 실로 강한 마기(魔氣)가 스미어 있는지라 노납은 심한 공포를 느꼈 다. 그래서 그 빛의 임자를 죽여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죄로 인해 죽는 그 순간까지 면벽 (面壁)하게 된다 하더라도……!"웃으며 말하는 노승. 천진난만하게 말하고 있기는 하되, 그의 목소리에는 타인을 압도하게 하는 힘이 실리어 있 었다. 그것은 불가정종(佛家正宗)의 지혜심인(智慧心印)이라는 수법에서 우러나오는 힘이었다. "한데, 그 후에 알게 되었다. 그 빛은 마(魔)인 동시에, 의(義)라는 것을!""……." "그래서 그 후, 이 년 간 그 빛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지금, 너를 앞에 두게 된 것이다."번쩍 -! 흰자위뿐인 두 눈에서 무시무시한 신광이 흘러 나왔다. '가공하다.' 능조운은 영혼마저 타오르는 듯한 기분에 휘어 감겼다. '강호계에 저 정도의 안광을 발휘할 사람은 극소수이다.'능조운은 문득 노승의 정체를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설마… 신승(神僧) 초의(草衣)란 말인가? 백도계(白道界)의 최고 배분이라는 소림사의 활불 (活佛).'신승 초의. 그는 타락한 승려로 행세하나, 불도에서 그보다 배분이 높은 사람이 없다. 그는 천하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라 할 수 있었으며, 석대숭과는 대조적으로 천하에서 가장 빈한한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일의(一衣), 일발(一鉢). 그가 갖고 있는 전부는 바로 그것에 불과하였다. - 천하(天下)가 노납의 잠자리인데, 구태여 장원을 가질 필요가 있겠는가? 장강(長江) 황하 (黃河)가 나의 식수(食水)이고, 들판의 노송(老松)에 매달린 송침(松針)과 이슬 묻은 풀이 노 납의 식량이니… 헛헛, 대체 어떠한 은자(隱者)가 노납에게 소용이 있겠는가? 초의선사. 그는 부패하기 이를 데 없는 무림에 하나의 빛이 되었던 인물이었다. 그는 소림사의 노승들이 지위 다툼을 하는데 혐오감을 느끼며 방장(方丈) 지위를 박차고 떠 돌았으며, 동가숙서가식(東家宿西家食) 천하를 주유하며 산과 들을 벗삼아 지내 왔다. 그러나 그가 백도무림계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했으며, 특히 구파일방(九派一幇)의 수로장문 인(首老掌門人)들에게 있어 초의선사는 우상(偶像)이나 다를 바 없었다. 만에 하나, 그가 이 년 전 항마불령(降魔佛令)을 발동시키지 않았더라면… 천하백도의 모든 기인들이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초의선사는 백도계의 막후 조종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그 빛이 없었더라면 아무도 잠룡비전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고, 수많은 천하기인들이 폭사 (爆死)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네녀석은 천하무림계의 첫째 죄인이다. 그리고 노 납은 둘째 죄인이다."앙상히 마른 노승 초의. 그의 입가에는 자애스러운 미소가 감돌고 있었 다. 그의 미소는 상인들의 미소와는 달랐다. 상인들의 미소는 상대를 추켜세우는 상혼에서 나오 는 것이되, 초의선사의 웃음은 진정한 인간애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죽음이 목전에 왔고 천하에 진 빚을 갚을 도리가 없어 괴로워, 최근 들어 주량이 상당히 늘었다. 한데, 네녀석을 보게 되는구나. 아미타불… 노납은 이제까지 인간의 감정을 조롱하 였는데, 지금은 기쁨을 이길 수 없다."신승 초의, 그는 이십 세 때까지는 당세제일학(當世第 一學)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는 세속의 갈등에 회의를 느끼고 삭발 출가하였으며, 소림사의 승려가 되어서는, 장경각주 (藏經閣主) 노릇을 이십 년 간 역임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장경각 안에 보관되어 있는 고대의 불서(佛書)들을 읽었으며, 새외변황(塞外邊荒) 의 인사들이 소림사의 장경각에 기증한 진귀한 서적들을 수없이 독파했다. 그는 그러한 가운데 소림사의 절정무공을 모조리 터득할 수 있었으며, 타파의 무공도 수없 이 터득할 수 있었다. 비록 그의 강호행 가운데 단 한 번의 승리를 거둔 적도 없으나, 그는 명실공히 백도계의 일 인이었다. "소수성자와 마접이 너를 찾기 전, 너를 찾으려 했었다. 그들이 너를 악마로 기를 것이 분명 하기에. 한데, 그들은 너를 악마로 만들지 못했다. 너는 악마보다도 무서운 존재이다. 네가 무공을 회복하게 된다면, 항차 무림은 너로 인해 경동(驚動)하게 될 것이다."초의선사는 그 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목에는 묵주(墨珠)가 걸리어 있었다. 검은 염주(念珠). 숫자는 일백팔 개이며, 하나하나의 크기는 은행알만하다. "너를 살리면, 수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너는 살기가 강한 놈이기에…….""그렇소!" "아미타불… 그렇게 여긴다면, 지금 너를 죽여야 한다.""훗훗… 그럴 것이오." "아미타불… 하나, 너를 죽인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으리라.""아……?" "아미타불… 노납은 피가 피를 부르는 살인윤회(殺人輪廻)를 혐오하였다. 우주의 역사에 비 한다면, 인간의 은원이란 하나의 개자씨만한 것으로 여겼기에! 그래서 노납은 이제까지 의 발전인을 두지 않았었다. 또한 노납이 발견한 소림의 진본무예(眞本武藝)를 노납 대(代)에서 절전시키어, 항차 후세인들이 그것을 악용하여 천하를 어지럽히는 것을 방지하고자 했다."초 의선사, 젊었을 때에는 걸어다니는 장경각(藏經閣)이라고 불린 바가 있다. 그는 그 정도로 불가절학(佛家絶學)에 대해 박학다식했다. 그러나 그에게서 일 초 절기라도 전수를 받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으며, 그러한 연유로 인해 그는 소림사 내부에서 철저한 이방인으로 배타당하곤 했던 것이다. - 승려는 화상 노릇만 잘하면 되는 것이다. 살인무공은 필요치 않다. 호신(護身)을 한다는 구실로라도 무공을 익히게 된다면, 항차 그로 인해 손에 피를 묻히게 될지도 모르느니라. 그는 애써 무공 전수를 회피하며 지난 삼 갑자를 살아왔다. 그가 터득하고 있는 절기를 모조리 전수받으려면 적어도 이십 년의 세월이 걸릴 것이다. "노납은 어떠한 의미에서 백도의 죄인이다. 노납이 후진양성에 힘을 기울였다면, 당세의 백 도계가 오늘 같은 치욕을 입지는 않았을 테니까."그는 왜소한 체격을 지니고 있다. 하나, 능조운은 그를 거인(巨人)으로 보고 있었다. '거대하다. 아아, 너무나도 거대하다.' 능조운을 놀라게 한 인물은 거의 없다 할 수 있는데, 초의선사는 능조운을 정신적으로 압도 하고 있는 것이다. "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구나. 아미타불……!"초의선사는 손을 더욱더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손바닥에서는 한 송이 연화(蓮花)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환상일까? 능조운은 연화가 점점 커짐을 보았으며, 그것이 자신의 가슴을 향해 다가서는 것을 보았다. 금빛의 연화, 그것은 점점 거대하게 피어났다. "노납은 지금 불가의 이단자가 되고자 한다. 펼쳐서는 아니 되는, 하나의 마교대법(魔敎大 法)을 시전하려 한다. 그것은 심령격체(心靈隔體) 전혼전력(傳魂傳力)이라 불리는 것이다."" 아……?" "노납의 눈을 잘 봐라!" "눈(眼)을……?" "잘 보아야 한다." 초의선사는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흰자위뿐인 두 눈, 그 눈은 점점 거대해지고 있었다. '빨려드는 듯하다.' 능조운은 초의선사의 눈 속으로 빨려드는 듯한 착각에 휘어 감겼다. 보라! 우우웅……! 한 송이 금색 연화가 더더욱 커다랗게 피어나며, 그것이 능조운의 몸뚱이를 휘어 감는 것 을!너무나도 찬란하게 피어나는 심령화(心靈花). 그것은 초의선사의 지혜(智慧)이며, 내공(內攻)이었다. 너무나도 황홀하고 찬란하게 꽃은 피어났으며, 능조운은 연화를 타고 떠오르는 동자불(童子 佛)처럼 금색 연화 한가운데 갇혀 버리고 말았다. 몸이 타 버리고, 혼이 타 버리는 듯하다. 전신이 활활 불타 버리며 남는 것은 재뿐인 듯……. 능조운은 모든 것이 불로 화하는 아픔을 맛보았으며……. 우르르르르릉-! 대체 어디서 들리는 소리일까? 먼 하늘을 진동시키는 천둥 소리 같은 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개벽(開闢)의 소 리였다. 그 소리는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그의 몸 내부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 노납은 도박(賭博)을 싫어했었다. 그것은 금기로 여겨야 하는 호승심(好勝心)을 자극하는 것이기에! 하나, 노납은 지금 운명의 도박을 하고자 한다. 네녀석은 바로 도박에 쓰이는 패 (牌)이다. 네놈이 마(魔)로 화한다면, 노납은 영혼마저 구제받지 못할 무림천추의 대죄인이 될 것이다! 운명의 도박. 그 의미는 대체 무엇인가? 우르르르릉- 쾅-! 폭음 소리가 요란하며 호수가 비등해 오르기 시작했다. 보라! 인근 오 리 안이 광풍질우에 휘어 감기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이 새벽, 현무호 주 위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의 신기로운 광경을 목격해야만 했다. 호숫가에서 하나의 꽃이 피어 오르고, 그 빛이 황금빛에서 핏빛으로 물들어 가는 것을……. 너무나도 거대하며 아름다운 꽃송이여! 그것은 초의선사가 삼 갑자 내내 길러 온 진원정기(眞元精氣)의 실체(實體)라 할 수 있었다. 콰쾅- 쾅-! 천지개벽(天地開闢).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는 듯하다. - 네게 소림칠십이종절기(少林七十二種絶技)와 달마역근경(達磨易筋經)을 전수할 수는 없 다. 네놈은 필경 피를 흘릴 녀석이기에. 네놈에게 소림사의 절기를 전수할 수는 없다. 네게 전수하는 것은, 노납이 사적(私的)으로 얻은 절기들이다. 노납은 모든 내공과 더불어, 단 일 초(招) 절학(絶學)을 전수하겠다. 네놈은 이미 잡다한 무공을 지니고 있는지라, 복잡한 무공 을 전수해 주나마나이다. 신(神)이 아닌 이상, 인간의 능력과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네게 전 수하고자 하는 것은 허무일도(虛無一刀)! 도는 도이되, 도가 아니며……. 허무일도!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절기이다. 오직 일 초(招)이며, 여타한 변초(變招)도 없이 단 일식(式)으로만 구성이 되어 있다. 백도의 최고자인 초의선사가 시전하기에는 유치하다 할 정도로 간단한 일 초의 도법이었다. 한데, 초의선사는 그것을 자신의 최고 최후 절기로서 능조운에게 전수하는 것이다. 뇌성 벽력치는 소리가 보다 커졌다. 능조운은 환상처럼 하나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앙상히 마른 노승의 손이 쳐들리며, 너른 호수(湖水)가 조용히 갈라지고 있었다. 마치 꿈처럼……. 모든 것은 순간적으로 이루어졌다. 허무일도는 꿈의 절학이며, 무학(武學)의 극치였다. 그것은 예(藝)도 아니고, 술(術)도 아니었다. 어찌 여긴다면, 무학(武學)의 단계마저도 지나 가 버린 정신의 무공이었다. 소리도 없이 호수는 갈라졌으며, 소리도 없이 호수는 이전의 상태를 회복했다. 이어 초의선사는 손을 허공으로 쳐들었으며, 그의 손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가운데 창궁(蒼 穹)이 갈라지는 듯한 환각이 일어났다. 역시 허무일도이다. 능조운은 그것을 너무나도 선명히 기억할 수 있었다. 이어 그는 초의선사가 자신을 바라본다 여겼으며, 문득 그의 입가에 자애스러운 미소가 머 금어지는 것을 보았다. - 됐다, 됐다! 초의선사는 조용히 흙으로 화했다. 그리고 찬란하게 피어 올랐던 꽃송이는 능조운의 백회혈(百會穴) 속으로 스며들며 자취를 감추었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