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약한 미니버스를 타고 전날과 같이 멜번 시내를 돌면서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태우고 그레이트오션로드 투어를 가는 길이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1994년 1월달에 혼자 배낭여행을 할 때 왔었던 곳이다. 그때도 YH에 묵으면서 미니버스로 다녔었는데 이번에는 식구들이 생겼다.^^
<12월 30일> Great Ocean Road 가는 날!
Great Ocean Road 가는 길에 한 일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참전 군인들이 이른 바 일일이 삽질해서 닦은 도로다.) (우리나라에는 예전에 구두 광고에서 각선미가 이쁜 여자가 구두를 떨어뜨리는 장면으로 알려졌던..) (꼬불꼬불한 길옆으로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이어져 있어 해마다 세상을 뜨는 사람이 있다더군) 1) 주변 풍광이 아름다운 등대에서 놀기 (흐리던 하늘이 속마음을 내주면서 사진찍게 허락해줌^^) 2) 투어가이드 겸 버스기사인 'Jerry'가 준비해 온 커피와 쿠키 먹기 3) 이름모를 바닷가에서 아이를 풀어놓고 미역줄기 흔들며 파도와 숨바꼭질 하기 4) 잘라온 재료를 늘어놓고 다같이 샌드위치와 밀크티 만들어 먹기 5) 우림에 들어가 아름드리 나무를 안고 사진찍고 삼림욕 하기 (역시 이게 내 체질) 6) 주차장에 둘러서서 수다떨기 7) 그레이트 오션로드에서 장엄한 풍광에 넋놓기 이런 사진들을 다 모아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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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 Melbourn 시내에서 노는 날
지난 이틀간의 험난한 버스 투어 여정에 지친 몸을 달래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위해 호주에서의 마지막 날에는 시내에서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먼저 멜번 박물관에서 이것 저것 구경하고 Activity Room에 아들을 넣어 놓으니 말도 잘 안통하면서 나름 재미있게 지도교사와 재밌게 논다. 그림도 그리고 오려 붙이면서 고래의 진화과정을 알아보는 과정.
박물관에서 나와 트램을 타고 시내에 자리잡은 '피츠로이 정원'으로 간다.
커다란 나무 밑에 앉아 싸가지고 온 간식도 먹고...
피츠로이 정원 안에 자리잡고 있던 아름다운 집. 아래 첫번째는 호주대륙을 발견한 캡틴쿡의 부모님이 살았다던가(?) 하는 집. (사실 호주대륙은 캡틴 쿡이 발견한게 아니지. 원래 원주민이 살고 있었으니까!) (발견한 게 아니라 강탈한 거지) 두번째 사진은 피츠로이 정원 안에 있던 예쁜 집 (개인 주택인데 오래 전부터 있어서 그냥 공원 안에 보존하고 있는 듯 했다.)
피츠로이 정원 가장 자리에 있던 어린이 놀이터. 기린 모양을 하고 있는 틀에 걸어 놓은 그네가 정감이 갔다.
시내에서 숙소로 걸어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 들러 요즘 이곳에서 유행한다는 어린이 서적 Power Jack 시리즈를 사갖고 왔는데 아들에겐 아직 읽기가 무리인 지 거들떠도 안보고 애엄마만 재밌게 읽고 있다.
암튼 스무날의 여행 일정이 끝나는 마지막 날인데다 12월 31일인지라 수퍼마켓에서 그동안 먹었던 것들 중에 맛있었던 음식들을 각자 골라담기로 했다. 아빠 - 살구, (돌아오는 길에 술파는 가게에서 포스터스 맥주 6병 들이 한 박스 샀다^^) 엄마 - 로스트 치킨, 청포도, 콜라 아들 - 망고, 엉클토비스(견과류, 곡물, 말린과일을 꿀에다 묻혀 스틱형태로 만든 일종의 강정?)
YH에 돌아와 이곳 저곳을 사진에 담아 둔다. 그 중 한 장... YH 게시판. 이곳은 요일마다 YH가 어떤 이벤트를 제공하는지 어떤 서비스를 싸게 제공하는 지... 여러 정보들을 알려주는 곳이다.
방에 앉아 여행에서의 느낌을 서로 얘기하고 사온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서 맥주와 콜라를 들고 YH 옥상 라운지로 올라가보니 시내에서는 불꽃놀이가 한창이고 YH에 온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하얀 옷을 입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난리가 났다. 동네 골목 여기저기도 시끌벅적한데 다음날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러가야 하기에 일찍 잠을 청했다.그런데 잠은 오지 않고 오만 가지 잡생각이 떠올라 잠든 가족들을 두고 1층 로비로 가니 여러 젊은이들이 앉아서 놀고 있다.
젊은 여인네가 말을 걸어온다. 혼자냐고... 아니다 가족들 있다 너는 어디서 왔냐?... 독일에서 왔다. 오늘저녁에 뭐할꺼냐... 낼 아침에 한국에 가야해서 잘거다. 넌 어디가는 모양이다?... 나는 시내에 싸돌아댕기러 간다. 새해 복 마이 받아라. ... 너도... 빠이...
바람을 쐬로 밖에 나가보니 늦지 않은 시간인데 스페인 여인네 하나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 있고 일행인 듯한 남녀 젊은이들이 업다가 부축하다가 해서 YH방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ㅉㅉㅉ... 내가 처다보니 지들도 민망한지 씨~~익 웃는다.
그렇게 애덜 노는 모습을 구경하고 이런저런 담소들을 나누다가 돌아와 억지로 잠을 청한다.
<1월 1일> 드디어 돌아가는 날이다. 아쉽기도 하고 얼른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겨우 20일을 떠나있으면서도 만감이 교차한다. 여섯시에 일어나 간단한 요기를 한 후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으로 간다. 택시비는 대략 5만원. 새해 첫날 이른 시간이라 부득이 택시를 탔다.
공항에 도착해서 샌드위치로 배를 좀 더 채우고...(마누라는 무지 빨리 적응해서 돈만 있으면 혼자서 아무 이상없이 막 돌아다닐 것 같다. Speaking은 아직 좀 딸리지만 Listening은 여기서 여러 해 살았던 것 처럼 거의 다 알아듣는다.^^ 공부를 열심히 하더만...보람이...)
암튼 대한항공을 타고 열시간을 좀 넘게 날아 다시 인천공항에 도착했는데... 날씨가 허걱! 영하다! 섭씨 40도 근방에서 놀다가 영하로 바로 돌아오니...뜨아... 그래도 울 나라가 좋다. 집에 언능가서 따숩게 목욕하고 또 회사갈 준빌 해야쥐.
여행이란 꿈과 현실을 이어주는 다리고,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청량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몸으로 겪고 몸에 차곡차곡 쌓인다. 그래서 돌아와 잠들면서 또 다시 다음 여행을 꿈꾸기 시작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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