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당대교 건너편에서 바라본 미사리 일대. 해질 무렵이면 카페의 조명이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한다.
팔당대교 건너편에서 바라본 미사리 일대. 해질 무렵이면 카페의 조명이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한다.
|
1998년 1월에 문을 연 ‘싼타나’의 전경. 이치현 씨가 세계적인 그룹 ‘싼타나’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카페 이름도 똑같이 지었다고 한다.
|
‘해적’의 라이브 무대에서 열창하는 조정현 씨. 콘서트에서는 오직 나만을 보러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조그만 실수도 좋게 넘어가지만, 라이브 무대는 컨디션상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하면 외면해 버리기 쉽기 때문에 늘 긴장한다고 한다.‘해적’의 라이브 무대에서 열창하는 조정현 씨. 콘서트에서는 오직 나만을 보러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조그만 실수도 좋게 넘어가지만, 라이브 무대는 컨디션상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하면 외면해 버리기 쉽기 때문에 늘 긴장한다고 한다. |
‘로마’에서 열창중인 안상수 씨. “중년 티가 나지요?”라고 첫 인사를 나눈 그이지만 스웨터와 청바지가 여전히 어울린다. 라이브 내내 관중의 시선을 붙잡아둘 정도로 힘있는 무대 매너를 보였다.
‘로마’에서 열창중인 안상수 씨. “중년 티가 나지요?”라고 첫 인사를 나눈 그이지만 스웨터와 청바지가 여전히 어울린다. 라이브 내내 관중의 시선을 붙잡아둘 정도로 힘있는 무대 매너를 보였다.
|
|
|
|
주부라면 대부분 아쉬워하는 연애시절의 애틋한 감정. 공주까지는 아니었을지언정 최소한의 매너와 다정한 관심을 기울이던 연애시절의 남편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수리’ 대하듯 한다. 뭔가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며 분위기 있는 외식도 외쳐보건만 남편의 짧은 말, “난 짜장!” 그렇다면 미사리 카페촌을 슬쩍 권해보자. 늦은 시간에 떠나도 걱정 없고, 근교에 있으니 ‘한번쯤은…’하는 생각에 마음이 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낯익은 가수들이 부르는 추억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솔깃해질 것이다. 분위기가 조용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라이브 카페이니 어린 자녀가 있다면 갖은 방법(?)을 동원해 어딘가에 맡겨두고 떠나자.
밤에 떠나는 미사리로의 도심 탈출에는 승용차가 필수. 물론 버스(16번, 16-1번)가 있기는 하지만 귀가시 걸어오거나 비싼 택시요금을 낼 생각이 아니라면 승용차를 이용하자. 반포대교에서 올림픽대로로 들어가 약 20킬로미터 정도 지나면 미사리에 도착한다. 지리에 밝지 않은 ‘길치’라도 잠실 방면의 올림픽대로에 진입했다면 앞만 보고 달리면 되므로 초행길이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단, 행여 지나는 차가 적다고 해서 과속할 생각은 하지 말자. 그 20킬로미터 안에만 서너 군데의 무인 카메라가 호시탐탐 지켜보고 있으니, 자칫 배보다 더 큰 배꼽의 경우를 당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제한속도(80km)를 준수하고 달려도 20여 분이면 도착하니 서두를 이유가 더더욱 없다. 어둠이 깔린 무렵부터 하나 둘씩 켜지는 카페들의 조명은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무심코 지나는 이들마저 유혹한다. 먼저 미사리의 초입에 도착하면 선동사거리의 안내 표지판이 나오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인 카페들의 뷔페가 시작된다.
싼타나
네 거리의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어 쉽게 눈에 띄며, 전체적으로 은은한 조명을 사용하여 편안한 느낌을 준다.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졌고 라이브 무대는 2층에서만 열리는데, 1층에서도 멀티비전을 통해 라이브를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텔레비전 화면보다 좀 더 크다는 것 뿐 별반 다를 게 없으니 되도록 2층으로 자리잡는 것이 당연한 일. ‘싼타나’는 인기그룹이었던 ‘벗님들’의 리더 이치현 씨가 고정 출연하는데, 무대에 오르기 전 만난 이치현 씨는 꽤 세월이 흘렀음에도 예전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노래에 관한 한 베테랑인 그가 소규모 라이브 무대가 텔레비전이나 콘서트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손님들이 바로 코앞에서 턱 괴고 보기 때문에 오히려 더 힘들어요.”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내심 동의를 했지만 무대에 오른 그를 보니 역시 엄살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건네며 분위기를 돋우더니 ‘집시여인’, ‘당신만이’ 등으로 듣는 이들을 매료시켰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카페의 특성상 분위기 있는 곡보다는 빠른 템포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것이라고. 밤 9시와 자정인 12시에 두 번 출연하며, 올해 안에 새 앨범을 선보일 예정이기도 한 그는 변함없이 세련된 음악을 구사하고 있었다.
해적
배를 거꾸로 엎어놓은 듯한 외관의 ‘해적’은 언뜻 애꾸눈 선장 후크같이 수염 더부룩하고 ‘한 덩치’ 하는 이들이 득실거릴 것 같은 모양이다. 내부 또한 나무로 마감되었고, 곳곳에 있는 칼, 밧줄, 해골 그림 등의 요소들이 ‘해적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렇다면 라이브 무대도 메탈 음악같이 시끄러울까? 라이브 무대가 벌어지는 2층으로 가보니, 누구의 음악을 들으러 왔는지 대부분 젊은 층으로 자리가 꽉 찼다. 이윽고 실내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조명이 켜지자, 낯익은 그러나 너무 오랜만인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정현…. 수려한 외모로 뭇여성들의 가슴을 콩딱거리게 만들었던 그가 서 있는 것이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솜씨로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슬픈 바다’ 등을 열창하고 1층으로 내려오자 사인을 받겠다고 여러 명이 몰려든다. 그 중에는 “제가 초등학교 때 참 좋아했어요”라며 종이를 내미니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고맙죠. 아무리 많아도 정성껏 사인을 해드립니다.” 예전처럼 화려하지도, 한껏 멋을 부리지도 않은, 그저 수수하기만한 조정현 씨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 한 단계 승화된 가수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고, 그 또한 더없이 편안해 보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