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의 경주마로 `경마`라는 판만 벌려놓고 `사행행위`(도박)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던 한국경마가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과 마찬가지로 총체적 산업의 형태로 급격하게 전환이 되어가고 있다. 또한 개혁과 개방이 이어지면서 여러 발전의 틀을 마련해가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마가 총체적 산업의 형태로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이 파생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경마산업은 여타의 갬블산업과는 달리 총체적 산업으로 구성되며 각 산업간에 유기적인 관계가 이어지고 그 관계가 긴밀한 협조와 이해가 수반될 때 발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즉 농민들이 경주마를 생산하고 육성하는 1차산업, 목장이나 경마장의 시설을 건설하는 2차산업, 마권발매를 중심으로 한 3차산업, 그리고 이 과정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4차산업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조화를 이룰 때 경마산업의 선진화 및 발전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경마산업이 발달된 국가일수록 산업간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잘 발달돼 있다.
이러한 선진경마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마산업은 지나치게 한분야 즉 마권발매를 중심으로 한 3차산업 분야만 비대하게 발전한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마권구매를 둘러싼 이러저러한 문제가 자주 발생해 국민들로부터 경마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특히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뿌리깊게 자리잡혀 좀처럼 사회의 편향된 인식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마산업은 88서울올림픽 이후 비약적인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지난 89년부터 국산마생산정책이 시작되었고 93년에는 선진경마의 틀을 갖추기 위한 마주제 경마도 시행이 되었다. 그리고 오는 2005년에는 부산경마장 개장과 더불어 아시아경마연맹(ARF)총회도 개최해야 하는 역사적 상황을 맞고 있다.
최근 20여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온 우리의 경마산업은 많은 분야에서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대로 틀을 갖추지 못한 채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경마는 생산육성 분야인 1차산업을 튼튼히 해야만 안정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주마생산 농가들은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1차산업에 종사하는 경주마생산자들은 많은 농가에서 경영난에 허덕이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생산정책에 대한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일반인이 경매에 참여하여 경주마를 구입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경주마를 생산육성하는 농민들뿐만아니라 경주마를 직접 소유하는 경주마 소비자인 마주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경주당 평균상금은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여 높은 편이지만 총상금 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경주별 상금격차도 적어 우수경주마를 배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마주자격을 지나치게 통제하다보니 마주 개인별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국산마에 대한 경매가 활성화되고 외산마의 개별구매가 허용되면서 경주의 질은 눈부시게 향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마주들의 부담은 그만큼 커지게 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마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현행 마주제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통제적이고 규제적인 마주자격을 대폭 완화하여 일정한 자격을 갖춘 국민이면 누구나 마주가 될 수 있도록 하고 고가의 경주마는 함께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예를들면 공무원자격에 결격이 없는 국민정도의 신분이면 경주마를 소유한 상태에서 누구나 등록신청을 하면 마주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로 전환을 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된다면 큰 부담없이 많은 국민들이 쉽게 마주자격을 획득하여 경마산업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경마의 이미지가 크게 개선되는 것은 물론이고 경주마 소유열기가 확산되어 생산농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소나 돼지 등의 가축을 키우는 농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경주마생산이 대체 농업으로 정착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경주마의 생산-육성-경주투입-생산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마주자격 개방은 시급히 실시되어야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