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사케 붐이다. 사케만 전문으로 하는 바가 생겨나더니 이젠 대형마트에서도 제법 다양한 청주를 구입할 수 있다. 올해 6월까지 수입된 일본 술은 5649톤, 전년과 비교하면 3배나 증가한 양이다. 해서 다녀왔다. 사케의 고장 고베 시 나다 마을을. 술 익는 냄새 물씬한 양조장에서 보낸 4일은 술 보기를돌같이 하던 기자를 사케 애호가로 만들어놓기에 충분했다.
400년 전통의 사케 마을에 가다
고베 시에서 니시미야 시까지 해변가를 따라 동서 12km에 이르는 술의 마을, 이곳이 나다灘다. 나다고고灘五鄕는 이마즈고今津鄕・니시노 미야고西宮鄕・우오자키고魚崎鄕・미카케고御影鄕・니시고西鄕의 다섯 개 양조 마을五鄕을 통칭하는 말로, 일본 전역에서 출하되는 사케의 30%가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나다의 술은 에도 시대부터 수도인 에도(지금의 도쿄)인들의 사랑을 받던 최고급주로 전성기에는 70개 이상의 양조장이 마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술 빚기가 시작되는 늦가을이면, 골목마다 쌀냄새, 누룩냄새가 진동을 한다. 양조 장인들의 지휘하에 일사분란하게 물과 쌀을 나르는 기술자들, 담을 넘는 노랫소리, 꽁꽁 언 겨울밤을 녹이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증기, 술통을 가득 싣고 에도로 향하는 항구의 선박 등은 오직 나다에서만 볼 수 있는 정취였다.
나다고고가 맛있는 술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나다고고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롯코 산에서 흘러나오는 미야미즈宮水라는 물과 품질 좋은 술쌀인 야마다니시키山田錦가 재배되기 때문이다.
1840년, 술도가 사쿠라 마사무네의 6대 주인인 야마무라 다자에몬은 우오자키고와 니시노미야고에 술도가를 하나씩 갖고 있었다. 그런데 술을 만들면 항상 니시노미야고의 것이 질이 좋았다. 쌀도 최고의 술 쌀인 야마다니시키를 사용했고 술장인도 교대해서 술을 만들게 했지만 결과는 늘 니시노미야고 것이 우수했다. 고민 끝에 니시노미야고의 물을 가져와 우오자키에서 술을 빚었는데 그제서야 똑같은 품질의 술이 만들어졌다. 바다에서 융기한 롯코 산에서 흘러나오는 미야미즈는 미네랄이 풍부해 일본 최고의 물로 불린다,
본격적인 술빚기가 시작되는 10월, 전국 유수의 주조 장인들이 나다고고로 몰려든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고베는 나다에서 흘러나오는 술 빚는 냄새로 진동한다.
술을 아니 맛이 보이더라
오사카, 교토, 나라, 고베로 이어지는 일본 관서지방은 몇 번이고 와봤지만 고베에, 그것도 시내에서 고작 15분 떨어진 곳에 술도가 마을이 숨어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생소해하기는 양조장 측도 마찬가지였다. “나다 마을은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나요? 사실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술도가 투어는 니혼슈 붐이 불기 시작한 최근의 일이거든요.
외국에서 이렇게 자세하게 취재를 해가기는 처음이에요.” 취재진을 맞아준 양조장 담당자들의 하나 같은 목소리다. 차를 타고 다니며 6개의 양조장과 자료관을 둘러보았다. 하얀 콘크리트 건물 사이사이로 삐죽 얼굴을 내밀고 있는 까만 목조 건물의 양조장은 흑백사진 속 옛 모습 그대로다.
“예전에는 여기 이 길이 전부 양조장이었어요. 한 집 건너 한 집이 술을 빚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게 한신대지진으로 폭삭 주저앉아버렸어요.”
현재 남아 있는 목조 건물들은 지진 이후 복원한 것들이다. 옛터를 그대로 양조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소규모 술도가도 있지만, 기쿠마사무네菊正宗나 하쿠츠루白鶴와 같은 기업형 양조장의 경우 신식 기계들로 무장한 공장을 따로 두고, 본래의 양조장은 전통적인 양조 방법과 도구를 관람할 수 있는 자료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플러스로 실제 양조 과정을 견학하거나 무료로 사케를 시음해볼 수 있고, 술 판매점, 레스토랑 등의 시설을 두어 관광의재미를 더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자료관만 순회하는 관광 코스가 개발되어 일본 현지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매년 3월에서 5월에는 각 자료관의 스탬프를 찍어오면 상품을 제공하는 투어도 있다.
술맛은 손맛, 전통 술도가 이즈미유노스케
채 여명이 트지 않은 이른 새벽, 어둠 속에서 뽀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늦가을, 나다고고는 바야흐로 술 빚는 계절이다. 1880년 이래, 3대째 대를 이어가고 있는 양조장 이즈미유노스케泉勇之介는 전통 양조 방식을 고수하는 수제 양조장이다. 이전의 삼나무 술통이 스테인리스 스틸로, 장작불 찜기를 기계 찜통이 대신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쌀씻기에서 술을 짜내는 모든 과정이 여전히 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정미, 쌀 씻기, 쌀에 물 흡수시키기, 쌀 찌기, 누룩균 만들기, 주모酒母 만들기, 효모 발효, 술 짜기, 지게미 거르기, 여과, 불 넣기, 저장 숙성 과정을 거쳐 한 알의 쌀이 액체의 니혼슈가 되기까지의 기간은 평균 2~3개월. 여기에서 또 반년에서 1년의 숙성 기간이 지나서야 술병에 담긴 상품이 된다.
니혼슈는 긴 시간과 복잡한 공정, 그리고 장인들의 고된 노동으로 태어나는 술이다.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맛과 풍미가 변해 한 해 술 빚기를 망칠 수 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잠시도 쉴 수가 없는 중노동이기에 술 빚는 시기인 가을에서 이듬해 봄까지 양조기술자들은 술도가에서 합숙을 하며 겨울을 나게 된다. ‘저 산이 없다면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을텐데’ 등의 노동요에는 이러한 양조 장인들의 고달픔이 서려 있다.
양조장에 햅쌀이 들어왔다. 술의 맛을 무겁게 하고 텁텁하게 하는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쌀 표면을 깎아내는데, 어느 정도 정미하느냐에 따라 술의 등급이 결정된다. 보통의 술의 경우 30%가량 벗겨내는데, 최고급 니혼슈에 속하는 다이긴죠슈의 경우 50% 이상 벗겨내 35~35% 정도만 남기는 것도 있다. 쌀을 얼마나 정미했느냐, 그날의기온 등에 따라 쌀을 씻는 시간, 찌는 시간 등에 미묘한 차이가 생기는데, 단 몇 초 차이가 술의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스톱워치 등을 이용해 엄격히 시간을 잰다.
취재진이 이즈미 상을 찾은 아침은 쌀 찌기가 한창이었다. 우리가 먹는 밥과 달리 술쌀은 증기로 찐 쌀을 사용한다. 쌀이 다 쪄지자 양조장의 주인이자 장인인 이즈미 씨가 김이 펄펄 나는 뜨거운 쌀을 맨손으로 한 주먹 움켜지더니 경단을 빚듯 손으로 치댄다.
“이렇게 쌀 형태가 안 보이게 떡처럼 뭉쳐지면 쌀이 잘 쪄진 거예요.” 온 가족이 달라붙어 쌀을 대나무판 위에 넓게 펴서 식힌다. 차가운 아침공기에 코끝이 시린데 계속해서 뒤집어가며 뜨거운 쌀을 식히는 장인의 손끝은 발갛게 익어간다
바야흐로 사케 붐이다. 사케만 전문으로 하는 바가 생겨나더니 이젠 대형마트에서도 제법 다양한 청주를 구입할 수 있다. 올해 6월까지 수입된 일본 술은 5649톤, 전년과 비교하면 3배나 증가한 양이다. 해서 다녀왔다. 사케의 고장 고베 시 나다 마을을. 술 익는 냄새 물씬한 양조장에서 보낸 4일은 술 보기를돌같이 하던 기자를 사케 애호가로 만들어놓기에 충분했다.
금녀의 공간에 발을 들이다
예로부터 양조장에는 여성의 출입을 금했다. 쌀을 씻는 것부터 짜내는 과정에서조차도 여성 주조기술자가 없는 것은 술을 빚는 작업이 고된 중노동이기도 하지만 워낙 술 빚는 일 자체가 예민한 일이었기에 부정을 타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여성의 출입을 의도적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특히 술의 맛을 결정하는 코우지(누룩균)를 배양하는 일은 더더욱 그렇다. 시대가 좋아졌고 취재진은 운이 좋았다. 때마침 코앞에서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으니. 코우지는 쌀의 전분을 당으로 만드는 누룩균을 말한다. 코우지를 배양하는 방은 한겨울에도 30℃이상의 온도를 유지한다.
배양실로 들어간 이즈미 씨의 이마에 채 1분도 되지 않아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균이 쌀에 골고루 배도록 쌀을 수십 번 뒤집었다 섞기를 반복하는 이즈미 씨의 단단한 팔은 육십이 넘은 나이지만 근육으로 단련되어 있다. 그의 두건이, 셔츠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수십 겹의 천과 비닐로 꽁꽁 싸매어진 이 쌀들은 이틀이 지나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마침, 코우지가 잘 배양된 쌀알을 맛볼 수 있었다. 몇 알을 집어 입 안에 털어놓고 꾹꾹 씹었더니 달착지근한 맛이 입 안을 뒹군다. “당연히 달지요. 이게 달지 않으면 술이 될 수 없거든요.” 지금 막 배양실에서 나온 이즈미 씨의 이마에 대롱대롱 맺힌 땀방울이 그대로 고드름이 되어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진화하는 양조 기술, 넘쳐나는 술의 천국
나다고고에서 만들어내는 술이 일본 전역에 출하되는 사케량의 30%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키쿠마사무네, 사쿠라마사무네, 하쿠츠루와 같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사케 공장이 있기 때문이다.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술을 만들 수 없는 옛 양조 환경과는 달리, 발효에 적절한 온도와 시간을 기계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나다는 일년 365일 술을 빚을 수 있게 되었다.
엄격한 위생 관리하에 운영되고 있는 하쿠츠루 양조장. 공장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위생복과 위생캡을 쓰고, 에어샤워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조 과정은 모두 기계화, 자동화되었다. 주조기술자들은 발효 상태와, 산도, 알코올 도수 등만 체크한다. 하루에 생산되는 술의 양은 자그마치 7만 리터. 한 사람이 하루에 2홉씩 마셔도 450년을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발효 과정을 거쳐 알코올이 된 원액이 걸러져 나오고 있었다. 가열, 여과, 숙성, 일정량의 물을 섞어 도수를 낮추는 후반 공정을 거치지 않은 원액은 효모가 살아 있어 술잔 아래 작은 탄산가스가 모여 있다.
“이 원액은 옛날 같으면 양조 장인들만 맛볼 수 있는 건데, 멀리서 오셨으니 어디 한번 맛이나 보슈.” 시판되는 청주와 달리 약간 노르스름한 빛깔을 띠는 원액을 시음잔에 받아 들고 코로, 입으로, 목으
로 찬찬히 넘긴다. 입 안으로 퍼지는 매운맛. 으아! 오늘도 걸쭉하게 취하겠다.
하쿠츠루 주조기념관 1900년대 초기에 세워진 양조장을 그대로 이용해 자료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양조 방법을 마네킹을 이용해 재현하고 있어 이해하기가 쉽다. 하쿠츠루에서 생산된 술과 술을 이용한 화장품, 아이스크림 등을 구입할 수 있으며 무료로 시음도 가능하다. address 神戸市東灘区住吉南町4-5-5 tel 078-822- 8907 www.hakutsuru.co.jp biz hour 9:30~16:30(일휴무) admission fee 무료
키쿠마사무네 주조기념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원에 술쌀을 씻던 작은 물레방아와 물을 긷던 우물이 있다. 국가 지정 유형 민속문화재로 등록된 양조 도구 등을 볼 수 있다. 무료 시음 가능. address 神戸市東灘区魚崎西町1-9-1
tel 078-854-1029 www.kikumasamune.co.jp biz hour 9:30~16:30 admission fee 무료
사와노츠루 자료관
자료관 자체가 효고 현의 귀중 유형 민속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지하 구조의 구들터가 남아 있다. 공정 과정을 비디오로 시청할 수 있다. address 神戸市灘区大石南町1丁目29-1 tel 078-882-7788 www.sawanotsuru.co.jp/siryokan biz hour 10:00~16:00(수 휴무) admission fee 무료
이즈미유노스케 양조장
수제 양조 과정을 견학할 수 있다. 옛 정취가 물씬 나는 양조장은 NHK-TV 드라마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소량 생산되기 때문에 나다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 술을 마실 수 있다. address 神戸市東灘区御影塚町1-2-7 tel 078-851-2722 www.nadaizumi.co.jp biz hour 09:00~17:00(주말 휴무) admission fee 무료
사케 마을 나다고고 ③
사케 소믈리에에게 묻다
바야흐로 사케 붐이다. 사케만 전문으로 하는 바가 생겨나더니 이젠 대형마트에서도 제법 다양한 청주를 구입할 수 있다. 올해 6월까지 수입된 일본 술은 5649톤, 전년과 비교하면 3배나 증가한 양이다. 해서 다녀왔다. 사케의 고장 고베 시 나다 마을을. 술 익는 냄새 물씬한 양조장에서 보낸 4일은 술 보기를돌같이 하던 기자를 사케 애호가로 만들어놓기에 충분했다.
라벨 읽기
1 술 이름 2 사케 종류 3 알코올 도수 4 정미 배합 5 원재료 6 제조자 및 제조 장소 7 내용량 8 제조년일
일본 사케의 종류
사케酒는 술이라는 뜻의 일본어로, 크게 니혼슈日本酒와 쇼츄燒酒로 구분된다. 니혼슈는 쌀과 물을 누룩균을 이용해 발효시킨 청주이고, 쇼츄는 니혼슈를 증류시켜 만든 증류수다. 우리가 흔히 정종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일본술은 니혼슈를 말하며, 정종(正宗, 마사무네)이라는 말은 기쿠마사무네, 사쿠라마사무네 등의 특정 상표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술집에서 ‘진로 한 병 주세요, 산 주세요’ 하고 주문하던 것이 하나의 고유명사로 굳어진 것이다. 니혼슈는 그 자체로 차갑게 또는 데워 마시지만, 쇼츄는 알코올 도수가 높아 얼음을 넣어 마시거나 따뜻한 물을 넣어 희석해 마시는 게 보통이다.
이자카야에서 실패없이 니혼슈 주문하는 요령
1. 쥰마이純米라는 글자가 있는지 확인한다
니혼슈는 알코올의 첨가 여부에 따라 쥰마이슈(純米酒, 순미주)와 혼죠조슈(本釀造酒, 본양조주)로 나뉜다. 쌀과 누룩균만으로 만든 술을 쥰마이슈, 쥰마이슈에 양조 알코올을 첨가한 것을 혼죠조슈라고 한다. 준마이슈는 순수 쌀만 사용해 향이 깊고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진짜 니혼슈를 느껴보고 싶거나 일본 사케를 처음 마셔보는 사람이라면 쥰마이라는 글자를 확인하고 선택한다.
2. 정미 비율을 확인할 것
쌀의 표층부에는 단백질과 지방분이 있어, 정미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술맛이 무거워지고 잡맛이 난다. 정미를 많이 하면 할수록 술의 향과 맛이 풍부해지고, 깔끔해지지만, 그만큼 생산되는 술의 양이 적어지기 때문에 가격은 비싸진다. 정미 배합 70%라는 말은 쌀의 70% 이하만 남기고 정미했다는 의미로 긴죠슈(吟釀酒, 음양주)는 정미 배합 60% 이하, 다이긴죠(大吟釀酒, 대음양주)는 50% 이하를 규정하고 있다. 만약 라벨에 쥰마이다이긴죠純米大吟釀酒라고 쓰여 있다면 이는 50% 이상 정미한 쌀과 오직 누룩균으로만 빚어낸 술로 니혼슈 중에서 가장 등급이 높은 술이며, 맛과 향이 가장 섬세한 술이다. 비싸긴 하지만 실패가 없는 주문 방법이다.
일본인처럼 니혼슈 마시기
쥰마이슈나 다이긴죠, 긴조슈이슈는 오렌지주스에 비할 수 있다. 맛이 부드러워 술을 잘 못 마시는 이들도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으며, 차갑게 마시는 것이 정석이다. 반면에 혼죠조슈의 경우 홍차나 커피에 비할 수 있다. 맛이 남성적이고 매운맛이 강해 기호에 따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차갑게 마시거나 데워서 마실 수 있다.
이자카야에서 잔술을 주문하면 접시 위에 받친 빈 잔과 술을 병째 들고 와 보는 앞에서 따라주는데 이때 일본 손님들은 “코보레테, 코보레테(넘치게 넘치게)”를 외치며 잔이 넘치도록 따르는 것을 좋아한다. 술이 가득한 술잔은 손으로 들지 않고 ‘술을 맞으러 간다’는 의미로 잔에 입을 갖다 대고 7부 정도 남을 만큼만 마신 다음 접시에 넘쳐 흐른 술을 다시 잔에 따라 붓는다.
테이블에 놓인 잔에 입을 가져다 대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여성들은 애초에 넘치지 않게 따라 달라고 이야기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첨잔을 하지 않지만 일본의 경우 상대방의 잔이 비는 것을 실례라고 생각한다. 첨잔은 ‘내가 당신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표현이다.
사케 Q&A
1. 시음잔 바닥에 왜 파란색 원이 그려져 있나?
사케 시음가들이 사케의 등급을 판단하는 기준에는 물론 맛과 향이 빠질 수 없지만 얼마나 맑게 걸러졌는가도 포함되어 있다. 바닥의 파란 줄과 하얀 줄은 사케의 투명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2. 양조장마다 문 앞에 걸려 있는 ‘스기다마’는 무엇을 의미하나?
스기다마杉玉는 삼나무 잎을 잘라서 구슬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술도가를 상징하는 간판 역할을 한다. 양조장은 술이 완성되면 ‘올해도 맛있는 술이 나왔습니다’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초록색 스기다마를 문에 걸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스기다마의 색이 발갛게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술이 숙성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3. 술쌀과 우리가 먹는 쌀은 어떻게 다른가?
좋은 술쌀은 일반 쌀에 비해 입자가 크고 쌀의 중심부에 전분이 많다. 키가 크고 알이 무거워 바람에 넘어지기 쉬운 술 쌀은 농사짓기가 까다롭다. 때문에 전문 농가와 계약을 맺어 쌀을 제공받으며 가격도 2배 정도 비싸다. 찰기가 없어 밥을 지어 먹기엔 맛이 없지만, 이것이 좋은 술쌀이다.
4. 바닥에 돌기가 있거나 구멍이 있는 잔은 불량?
불량품이 아니다. 베쿠하이可杯라고 하는 이 잔은 구멍이 뚫려 있거나 잔이 울퉁불퉁해 술잔을 다 비우기 전에는 테이블에 놓을 수 없도록 한 일종의 놀이용 잔이다. 한문에서 可는 문장의 밑(마지막)에 둘 수 없는 글자라는 의미에서 베쿠하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사케 마을 나다고고 ④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여행
바야흐로 사케 붐이다. 사케만 전문으로 하는 바가 생겨나더니 이젠 대형마트에서도 제법 다양한 청주를 구입할 수 있다. 올해 6월까지 수입된 일본 술은 5649톤, 전년과 비교하면 3배나 증가한 양이다. 해서 다녀왔다. 사케의 고장 고베 시 나다 마을을. 술 익는 냄새 물씬한 양조장에서 보낸 4일은 술 보기를돌같이 하던 기자를 사케 애호가로 만들어놓기에 충분했다.
일본 3대 고천, 아리마 온천
아리마 온천은 도고, 시라하마와 함께 일본 3대 고천古泉 중 하나로 손꼽힌다. 철분과 염분을 다량 함유한 붉은 온천이라 불리는 킨센金泉과 라듐과 탄산천이라 불리는 무색 투명한 긴센銀泉 두 가지 타입의 온천수에서 입욕을 즐길 수 있다. 시원하게 온천을 즐기고 나서 맛보는 시원한 청주맛, 유카타를 입고 골목을 누비며 탄산을 이용한 센베와 인형붓, 킨센 족욕탕 등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술 지게미 절임, 고난츠케甲南漬
한국 사람들이 맛있는 김장김치 하나면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듯, 일본 사람들은 츠케모노(절임)에 사족을 못 쓴다. 고난츠케는 200여 종의 츠케모노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아궁이에 지은 쌀밥과 술 지게미로 만든 츠케모노 정식 외에 나다에서 나오는 술 3종류를 비교하며 마실 수 있다. address 兵庫県神戸市東灘区御影塚町4-4-8 menu 츠케모노 정식 945엔, 나다술 3종세트 500엔, 차세트 400엔 biz hour 10:00~17:00(식사는 11:30~13:30에만 가능) tel 078-842-2508
사케와 요리를 동시에, 사카바야시さかばやし
양조장 슈신칸酒心館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매일 아침 만들어 선보이는 수제두부 요리로 유명하다. 제철 재료를 이용한 일본정식과 슈신칸에서 만든 사케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사케 소믈리에가 상주하고 있어 다양한 사케들 중에 나에게 꼭 맞는 사케를 추천받을 수 있다. 레스토랑 옆의 상점에서 사케 구입도 가능하다. address 兵庫県神戸市東灘区御影塚町1-8-17 menu 런치 2000엔선, 디너 4000엔선 biz hour 11:00~14:30, 17:00~22:00 tel 078-841-2612,
www.shushinkan.co.jp
바야흐로 사케 붐이다. 사케만 전문으로 하는 바가 생겨나더니 이젠 대형마트에서도 제법 다양한 청주를 구입할 수 있다. 올해 6월까지 수입된 일본 술은 5649톤, 전년과 비교하면 3배나 증가한 양이다. 해서 다녀왔다. 사케의 고장 고베 시 나다 마을을. 술 익는 냄새 물씬한 양조장에서 보낸 4일은 술 보기를돌같이 하던 기자를 사케 애호가로 만들어놓기에 충분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 타치바나たちばな
일본풍과 모더니즘이 조화를 이룬, 일반 이자카야보다 조금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사케바. 유명한 고베 소고기와 두부 요리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4~5명의 소규모 모임을 위한 프라이빗한 공간이 많은 것이 특징. 한국인 어드바이저가 있어 일본어를 몰라도 마음놓고 찾아갈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을 하거나 바에 들어가 ‘마리’씨를 찾을 것. 말만 잘하면 이국 땅에서 서비스로 사케 한 잔을 대접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address 兵庫県神戸市中央区北長挟通1-3-6 光陽ビルB1 menu 사케 한 잔에 1000엔 내외, 사시미모둠 1580엔, 아카시야키 714엔, 네기토로 마키 819엔 biz hour 17:00~24:00 tel 078-321-6075, www.tcbn.co.jp
캐주얼한 오뎅바, 나다 灘
산노미야 역 아케이드 1층에 자리한 캐주얼 오뎅바로 나다에서 만드는 대표적인 니혼슈 9종류를 맛볼 수 있다. 베지밀 병 크기의 작은 술병에 담긴 니혼슈에 따뜻한 오뎅을 곁들이면 호텔로 돌아가는 길 내내 뱃속의 온기가 가시지 않을 듯. address 兵庫県神戸市中央区三宮町 1910 menu 사케 180ml 400엔, 오뎅 120엔~500엔, 야키토리 180엔 biz hour 10:30~21:00 tel 078-391-5559
전국 사케가 다 모인 나고미이오리なごみ庵백화점과 상점가가 몰려 있는 고베 산노미야 역에 자리한 사케바. 나다의 민속주뿐 아니라 일본 전역의 유명 사케를 맛볼 수 있다. 일식과 양식을 결합한 다양한 코스 요리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 에 식사를 겸하며 즐길 수 있다. 프라이빗한 룸도 좋지만 이왕이면 바에 앉아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일본식 이자카야의 재미를 느껴볼 것. 참고로 일본의 이자카야의 경우 오토우시お通し라는기본 안주비를 한 사람당 400~500엔씩 따로 받는다. 계산서를 받아 들고 정체 모를 내역에 깜짝 놀라는 일은 없도록!
address 兵庫県神戸市中央区北長狭通1-4-2 神戸・あじびる三宮 5・6・7층 menu 사케 한 잔에 1000엔 내외, 사미미모둠 980엔, 야키토리 680엔 biz hour 12:00~16:00, 17:00~23:00 tel 078-332-3456
사케 마을 나다고고 ⑥
사진으로 보는 나다고고
바야흐로 사케 붐이다. 사케만 전문으로 하는 바가 생겨나더니 이젠 대형마트에서도 제법 다양한 청주를 구입할 수 있다. 올해 6월까지 수입된 일본 술은 5649톤, 전년과 비교하면 3배나 증가한 양이다. 해서 다녀왔다. 사케의 고장 고베 시 나다 마을을. 술 익는 냄새 물씬한 양조장에서 보낸 4일은 술 보기를돌같이 하던 기자를 사케 애호가로 만들어놓기에 충분했다.
전통적인 사케 양조에 쓰였던 도구들을 전시해둔 양조기념관
술의 맛과 풍미를 결정짓는 쌀을 찌는 과정. 쌀은 밥을 지을 때와 달리 증기를 이용해 찐다.
쌀과 물, 효모가 알맞게 발효되도록 2~3시간에 한 번씩 저어가며 상태를 체크한다. 사진은 이때 필요한 도구.
대부분의 양조장은 사케를 시음해보고 구입할 수 있는 판매점이나 기념관을 별도로 마련해놓고 있다.
고베 지진으로 땅에 묻힌 양조장을 옛 모습과 똑같이 복원했다.
첫댓글 사진이 배꼽처리되어 아무것도 안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