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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장의 주장을 요약하여 재구성하여 정리했습니다.
현재 많은 연구들이 없어진 글자 살리자는 주장은 많지만, 기본이 되는 훈민정음해례본의 해석상의 오류에 따른 문제의 제기가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오는 유성음 표기문자의 삭제는 한글 세계화에 큰 글림돌이 되고 있기에 이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으로 재정리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점이 있거나 보완할 사항 또는 이견이 있으면 답글이나 댓글로 올려주시면 정리하여 토론회를 개최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글의 ‘된소리’와 유성음 표기 문제
1. 개요
훈민정음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은 그 혜례본에 명확하게 나와 있으며,1) 그렇기에 오늘날 세계 글이 될 수 있는 조건이 가장 잘 갖추어져 있는 문자로 이해된다.
그런데 1910년경부터 진행되어 1933년 24자의 ‘한글마춤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세계 여러 언어나 자연의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글자들이 없어짐으로써 원래의 표기능력이 많이 줄어들어 연구자마다 나름대로의 글자를 만들게 되고 그것에 대한 합의가 어려워 새로운 ‘한글만춤법 통일안’을 만들지 못함으로써 한글을 세계글로 만드는 데 심각한 걸림돌이 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 훈민정음 28자와 중 없어진 4글자와 복합글자 를 살려 쓰자는 주장이지만, 그와 함께 현재의 『훈민정음』[해례본]을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해 훈민정음의 표기능력을 엄청나게 축소시킨 ‘한글 만춤법’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된소리’ 표기 문제다. ‘한자’는 뜻이 다양하므로 문맥을 잘 살펴야 바른 해석을 할 수 있는데 한글학회 등 권위 있는 기관에서는 아직 바른 해석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많은 언어와 자연의 소리, 그리고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말 속에는 유성음이 매우 많다. 1940년에 발견된 『훈민정음혜례본』에는 淸音과 濁音 및 소리의 緩急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1930년대에 만들어진 한글맞춤법에서는 청음인 된소리[ㅺㅽ 등] 표기 글자를 없애고 탁음(=유성음=장음)인 각자병기 글자[ㄲㄸㅆ 등]로 된소리를 표기하도록 만들어버림으로써 유성음 표기 능력이 크게 축소되고 말았다.
그런데 한글학회와 국립국어원 등 현재의 주류 학자들은 물론 대부분의 훈민정음 학자들도 그 사실조차 모르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는 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대종언어연구소장 박대종의 지적을 바탕으로 짚어보기로 한다.
2. 한글만춤법 된소리 표기 오류의 과정
조선총독부가 1930년 언문철자법을 공포하면서 ‘주시경의 제자들의 의견에 따라’ 세종대왕 때부터 수백 년 동안 써오던 된시옷과 된비읍을 쓴 정통 합용병서 된소리 표기인 ㅺㅼㅽㅶ 등을 강제 폐기하고, 된소리와는 전혀 관련 없는 倍聲(=長音) 표기 글자인 ㄲㄸㅃㅆㅉ 등을 된소리 표기글자로 바꿔치기 하였다.
이는 우리의 문자를 교란시키고 왜곡시킨 다음에 궁극적으로는 어느 결정적 시기가 도래하면 조선어를 폐지하고 일본어로 통일시키려는 그들의 국가목표 하에 저질러진 일로서, 우리나라 곳곳의 명산에 쇠말뚝을 박아 민족의 정기를 끊어놓는 것보다 훨씬 더 악랄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2)
그런데 1933년 10월 현 한글학회의 전신이자 주시경의 제자들로 구성된 조선어학회는 위 조선총독부의 언문철자법과 거의 대동소이한 「한글마춤법(지금은 '맞춤법')통일안」을 제정·공표했다. ‘전탁음’을 된소리로 인식한 주시경의 이론을 좇아 ㄲㄸㅃㅉㅆ 등 각자병서를 된소리로 보고 세종대왕이 만들어 오랫동안 써오던 합용병서 된소리 표기(ㅺㅼㅽㅶ 등)를 폐기시켜 버림으로써 일제의 조치를 정당화 시켰다.
이에 대해 다음해인 1934년 7월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교장을 지낸 박승빈과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교장을 지낸 윤치호(애국가의 작사자), 독립선언문의 기초자인 최남선, 국문연구소 위원이었던 지석영, 역사학계의 이병도, 육서심원의 저자 권병훈 등 112인 연명으로 조선어학회의 ‘한글마춤법 통일안’에 대해 “우리의 어음과 맛디 아니 하며 우리의 언어의 관념과 어그러뎌서 그 법칙은 도저히 조선 민중이 이를 曉解(효해)하고 이를 수긍하야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업는 것…조선어문에 대한 교란의 행동”이라 맹렬 규탄하는 한글식 新철자법 반대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당시에 이미 사망한 주시경이나 이 발표를 할 당시의 사람들이 『훈민정음해례본』을 보지 못했으니 그럴 수 있다고 백보 양보한다고 해도 1940년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에 분명히 ‘병서한 것은 탁음’으로 ‘느린(凝) 소리’이며, ‘빠르다(厲)’는 글자와 관련된 설명이 나와 있는데도 우리 학자들은 아직까지도 이 글자를 ‘거세다’로 잘못 해석함으로써 일제의 의도적 왜곡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렇게 하여 세종대왕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도록 만든 훈민정음에서 ㄲㄸㅃㅆㅉ 등의 전탁음(유성음, 영문 g, b, d 등의 표기에 쓰임) 표기 기능을 없앰으로써 ‘한글’이 국제공용어가 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글 내지 훈민정음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하루빨리 시정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학자들이 이러한 실상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금까지 그대로 계승, 유지하고 있는 게 커다란 문제인 것이다.
3. 濁音을 된소리로 본 주시경의 잘못
1) 해례본의 ‘竝書’[현 된소리]의 음가 및 소리의 淸濁에 대한 기록
① 5-8쪽
ㄱ牙音 如君字初發聲 竝書如虯字初發聲
ㄷ舌音如頭字初發聲 竝書如覃字初發聲
ㅂ脣音彆字 初發聲 竝書如步字初發聲
ㅈ齒音如卽字初發聲 竝書如慈字初發聲
ㅅ齒音如戌字初發聲 竝書如邪字初發聲
ㅎ喉音如虛字初發聲 竝書如洪字初發聲
② 16~17쪽
又以聲音淸濁而言之 ㄱㄷㅂㅈㅅㆆ爲全淸 ㅋㅌㅍㅊㅎ爲次淸
ㄲㄸㅃㅆㆅ爲全濁 ㅇㄴㅁㆁㄹㅿ爲不淸不濁
이와 같이 훈민정음해례본에서는 牙舌脣齒喉의 5음을 청탁으로 나누고, 청탁은 다시 全淸, 次淸, 全濁, 次濁[不淸不濁]으로 나누었으며, 같은 글자를 병서한 ‘ㄲㄸㅃㅆㆅ’을 全濁이라고 하면서 전청, 차청, 차탁 등의 글자와 구분하여 표기하고 있다.
淸音과 濁音은 서로 완전히 다르며 따라서 표기 방법도 당연히 다르다. 청음은 무성음이고 탁음은 유성음이다.
1447년 신숙주는 『동국정운』 서문에서 “우리나라의 말소리는 그 청탁의 분별이 중국과 다름이 없다(我國語音 其淸濁之辨 與中國無異).”라고 증언하였다. 따라서 훈민정음의 ‘全濁’이란 용어는 세종대왕이 지어낸 말이 아니라 중국 전통 聲韻學 용어이며, 훈민정음 창제 당시 신숙주 등이 중국에 여러 차례 파견되어 물었다는 내용도 있으므로 훈민정음을 제대로 번역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중국 성운학 이론을 조사해야 하는 데도 이런 연구가 미흡한 실정이다.
세종께서는 전청음 ‘가’는 ‘가’로, 전탁음(=탁음) ‘가’는 초성 ㄱ을 겹쳐 쓴 ‘까’로 표기하여 글자로도 능히 淸濁의 소리를 구별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또한 전청음 ‘가’에 ㅎ이 증가되는 차청음은 ‘카’로, ‘가’의 된소리는 된시옷을 ㄱ 왼쪽에 덧붙인 ‘’로 쓰도록 함으로써 28자로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훈민정음 시스템을 최종 완성(1443)하였다.
2) 현 한글의 문제점 분석
2009년 현재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의 ‘열린마당→자주 나오는 질문’ 편 368에서는 “우리말의 된소리는 무성음”이라 답하고 있다. 이는 현재 된소리를 표기하고 있는 ㄲㄸㅃㅉ 등이 탁음이 아니라 청음이라는 말로서 훈민정음의 ‘탁음을 된소리’로 해석한 주시경의 시각이 잘못된 것이며, 따라서 그러한 주시경의 잘못을 근거로 한 조선총독부와 조선어학회가 ㅺㅼㅽㅶ 등을 폐기하고 같은 글자를 병서한 ㄲㄸㅃㅉ 등으로 된소리 표기를 하게 만든 것이 잘못이자 훈민정음 훼손행위였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최고의 국어학자들이 모인 이곳에서 그 답이 자기 선학들의 잘못을 비판하는 내용이라는 것조차 모르고 그것을 바로잡으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종 때는 ㄲㄸㅃㅆㅉ 등을 全濁이라고 하고 ‘느린 소리’를 표기하는 데 사용했으며, 당시의 『용비어천가』와 『석보상절』에서는 된소리를 全濁 소리와 구별하여 ㄱㅂ의 된소리는 된시옷을 쓴 ㅺㅽ을, ㅅㅈ의 된소리는 된비읍을 쓴 ㅄㅶ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현 한글에서는 이런 된소리 표기를 없애버리고 탁음 표기 글자로 된소리를 표기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말소리에도 여전히 당시의 글에서 볼 수 있는 청음과 탁음이 분명하게 있다. 그런데 1930년 조선총독부의 제3차 언문철자법과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된시옷과 된비읍을 쓰던 된소리 ㅺㅼㅽㅄㅶ 등을 폐기하고 그 된소리를 탁음 표기에 사용되던 ㄲㄸㅃㅆㅉ 등 병서표기로 대치한 ‘한글마춤법’을 만들었기 때문에 현 한글로써는 더 이상 우리가 사용하고 있고, 영어 g d b 등에 해당하는 탁음(=유성음=울림음=느린소리)을 표기할 수 없게 되었다.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다던 ‘훈민정음’은 우리의 말소리에 있는 탁음조차 표기할 수 없는 ‘한글’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한글에 외국어나 자연의 소리를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는 글자가 없다면 국제표준이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세계 글(=국제공용어)이 되는 데는 훈민정음이 현재의 한글보다 훨씬 우수한 체계를 갖추고 있으므로 빨리 『훈민정음해례본』을 바르게 번역하여 유성음의 표기 글자를 비롯하여 없어진 여러 글자를 살리는 등 창제원리와 음가를 재정립하고 나서 이를 현대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그리고 세계의 수많은 언어학자들이 인류 공용어 연구 개발에 진력하고 있는 시점이며, 국립국어원 등 한글과 국어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정부가 나서서 하루빨리 이런 작업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4. 소리의 淸濁을 가리는 凝의 잘못된 해석
1) 청탁 표기와 凝에 대한 『훈민정음해례본』의 기록
[②16~17쪽 又以聲音淸濁而言之 ㄱㄷㅂㅈㅅㆆ爲全淸 ㅋㅌㅍㅊㅎ爲次淸
ㄲㄸㅃㅆㆅ爲全濁 ㅇㄴㅁㆁㄹㅿ爲不淸不濁]
③ 18~19쪽 全淸竝書卽爲全濁 以其全淸之聲凝卽爲全濁也
唯喉音次淸爲全濁者 盖以ㆆ聲深不爲之凝
ㅎ比ㆆ聲淺 故凝而爲全濁也
앞의 ③에서 보듯이 “전청을 나란히 쓰면 전탁이 되는 것은, 전청의 소리가 凝하면 전탁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했는데, 여기서 국립국어원을 비롯한 거의 모든 번역자들이 凝자를 ‘엉기다’로 잘못 해석함으로써 근본적인 문제가 생기게 된다.
2) 凝자의 바른 해석
전청과 전탁은 초성을 구별하는 전통적 성운학의 용어이다. 그런데 우리말에서는 초성 ㄱ 두 개가 직접 병렬 연결되어 발음되는 때가 없다. 앞 글자의 종성과 뒷 글자의 초성에 같은 ㄱ으로 만날 수는 있으되, 모음을 집어넣어 ‘그그’ 또는 ‘기기’ 식으로 읽지 않는 한 초성 ㄱ끼리 서로 만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한 글자만으로써는 ‘엉길’ 수가 없으니 凝을 ‘엉기다’는 해석하는 것은 잘못인 것이다.
단국대 동양학연구소의 『한한대사전』을 보면(아래 그림), ‘凝’자의 뜻은 총 9개인데, 그 중 음과 관련됨을 명시한 뜻은 ‘음조(音調)가 느리다’ 뿐이다.
중국 현존 가장 이른 시문총집인 『文選』의 이선주(李善注)에선 “느리게 끄는 소리[徐引聲]를 凝이라 한다.”고 하였고, 『자치통감』에서는 濁聲의 반대인 淸聲을 ‘급하고 빠른 소리’라 하였다. 즉 全濁 또는 濁音이란 淸音이 ‘엉기어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청음의 ‘느린 음조’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처럼 淸濁은 엉기는 여부에 따른 소리가 아니라 장단음 개념이다. ‘郡守(군수)’와 ‘動詞(동사)’의 ㄱㄷ처럼 소리를 길게 끌면(=느리게 하면) 탁음(=울림음)이 되고 ‘軍需(군수)’와 ‘東西(동서)’의 ㄱㄷ처럼 소리를 짧고 빠르게 하면 울릴 틈이 없어 청음이 된다. 전통음악에서 탁음을 倍音이라고도 하니, 세종께서는 소리의 늘어짐과 倍(곱 배)자를 연결시켜 ㄱ의 탁성은 ㄱ의 소리를 곱으로 늘린 것이므로 ㄲ으로 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소위 국어학자, 훈민정음 학자라는 사람들이 이런 기본적인 사실도 알지 못하고 거의 모든 번역자들이 凝을 ‘엉기다’로 번역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 바른 훈민정음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5. 소리의 촉박을 나타내는 厲의 잘못된 해석
1) 厲와 소리의 緩急, 促急에 대한 『훈민정음해례본』기록
④ 13쪽 ㅋ比ㄱ 聲出稍厲 故加劃.
⑤ 17쪽 ㄴㅁㅇ其聲취不厲 故次序雖在於後 而象形制字卽爲之始
ㅅㅈ雖皆爲全淸 而ㅅ比ㅈ聲不厲 故亦爲制字之始
⑥ 29쪽 正音制字尙其象 因聲之厲每加劃
⑦ 30쪽 那彌戌欲聲不厲 次序雖後象形始
⑧ 45~46쪽 聲有緩急之殊 故平上去其終聲不頻入聲之促急
不淸不濁之字其聲不厲 故用於終則宜於平上去
全淸次淸全濁之字 其聲爲厲 故用於終則宜於入
⑨ 48~49쪽 全淸次淸及全濁 是皆爲入聲促急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문제의 ‘厲(려)’자가 앞의 자료를 포함하여 총 7회 등장한다. 여기서 厲자는 촉급하게 내는 소리를 말하는데 이를 한글학회를 비롯한 주류국어학자들은 물론 대부분의 훈민정음연구가들이 ‘세게, 거세게’로 잘못 해석함으로써 그와 관련된 ‘全濁音이 된소리’라고 오해하게 된 것이다.
2) 厲자의 바른 해석
⑧번 자료를 보면 厲자가 ‘거세게’란 의미로 해석한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누구나 바로 알 수 있다.
물론 단국대 동양학연구소의 『한한대사전』(우측 그림)에서 보듯이 厲자에는 ‘거세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음운과 관련되는 내용이라면 당연히 13번째 내용인 ‘촉급하다, 소리가 높고 빠르다’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특히 위의 ⑨번 자료내용은 “전청․차청 및 전탁음을 종성에 쓰면 모두 입성이 되어 그 소리가 촉급해진다.”라는 내용이니 濁이나 厲가 소리의 빠르기와 관련된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진다.
또 ④번 내용과 연관되는 내용이 47쪽의 ‘五音之緩急 亦各自爲對如牙之ㆁ與ㄱ爲對 而ㆁ促呼則變爲ㄱ而急 ㄱ舒出則變爲ㆁ而緩(오음의 느리고 빠름이 또한 각자 대가 되니, 어금닛소리의 ㆁ과 ㄱ이 대가 되는데, ㆁ을 빨리 발음하면 변하여 ㄱ이 되어 빠르고, ㄱ을 느리게 발음하면 변하여 ㆁ이 되어 느리게 됨과 같다.)’는 내용에서도 명확히 厲자의 의미가 확인된다. ④의 내용도 ‘ㅋ이 ㄱ의 소리에 비하여 소리가 좀 빠르므로 가획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이처럼 厲자의 의미는 ‘세다, 거세다’가 아니라 ‘빠르다, 촉급하다’가 된다. 그렇게 되면 청음은 ‘빠른 소리’가 되고, 탁음은 거센소리, 된소리가 아니라 ‘느린 소리’가 되어 앞에 설명한 淸音과 濁音, 凝자의 의미와 연결되어 전체 훈민정음 해례본을 바르게 해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해석의 오류가 탁음 표기글자로써 된소리를 표기하는 잘못을 가져온 것이다.
6. 결론
정인지가 해례본 서문에서 이야기했듯이 훈민정음 28자는 ‘그 전환이 무궁하여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핵심을 갖추고 있어 바람소리와 새소리와 개 우는 소리까지 표기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런 점에서 훈민정음은 인터넷 시대의 세계 모든 컴퓨터 자판기 문자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문자다.
그러나 현재의 한글에서는 이런 완벽한 체계가 흐트러져 많은 언어와 자연의 소리를 표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복원시키는 것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어 있는 훈민정음에 대한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한글이 세계 공용어 내지 세계 글이 되기 위해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바르게 해석하여 ‘한글’이 되면서 없애버린 초성의 된소리 표기를 살리고, 유성음 표기인 병서 글자인 탁음(=유성음) ㄲㄸㅃㅆㅉㆅ 등과 폐기한 4글자(ㆍㅿㆁㆆㅋㅋ), 외국어 표기를 하는 데 필요한 복합글자들도 살려내고, 현대에 필요한 새 글자를 최소한으로 보충하는 등의 현대화를 통해 세상의 모든 언어와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글자로 다시 탄생시켜야 한다.
여기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문제는 정부와 관련된 한글학회나 국립국어원 등의 주류한글학자들이 주시경과 최현배 등 ‘잘못된 한글’을 만든 주축멤버들의 후배 내지 추종세력이라는 점 때문에 정부의 이런 정책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여기에 머무르면 세계문화유산인 우리의 훈민정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이 턱없이 줄어들게 된다.
세계가 우리글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는 지금이 우리에게 최대의 기회다. 나라에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훈민정음에 대한 바른 연구를 강화하여 잘못된 과거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서 이를 현대화시킴으로써 문자가 없거나 어려운 나라와 민족에게 한글을 수출하고 한류의 흐름을 이용하여 세계인들에게 보급하면서 우리의 글이 한글보급 정책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훈민정음을 한글로 잘못 변경시킨 학자들과 그 학맥의 기존 학자들은 배제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잘못만 해도 큰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한문해석을 비롯하여 발성법과 정보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훈민정음 학자들은 참여시키고 그들이 연구한 것을 열린 토론을 통해 교류함으로써 훈민정음해례본을 바르게 이해하고 그 정신을 살리면서 현대화ㆍ국제화시키는 노력이 매우 시급하게 요구된다.
* 각주
1) 以二十八字 轉換無窮 簡而要 精而通 ~ 雖風聲 鷄唳 鷄鳴 狗吠(해례본 66쪽, 정인지 서)
2) 일본의 언문철자 만든 경위(위키백과사전) : 1912년에 ‘보통학교용 언문철자법’, 1921년에 ‘보통학교 언문철자법 대요’를 정한 조선총독부는 아동들의 학습 능률 향상, 한국어 철자법의 정리, 통일을 도모하여 새 철자법을 만들게 되었는데, 1926년부터 제1차 조사회(조사위원 : 박승두, 박영빈, 심의린, 이세정)을 거쳐 학무국 원안을 작성하여 1929년부터 제2차 조사회(조사위원 : 권덕규, 김상회, 신명균, 심의린, 이세정, 이완응, 장지영, 정열모, 최현배, 오꾸라, 다까하시, 다나까, 니시무라, 후지나미)에서 원안을 심의하여 1930년 7월에 발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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