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밤 SBS 금토드라마 ‘7인의 부활’이 끝났다. 시리즈 1편인 ‘7인의 탈출’을 다룬 글에서 “김순옥 작가로선 체면을 확 구긴 저조한 시청률이라 할만하다. 이미 촬영중인 시즌 2가 내년에 제대로 돌아올지 의구심이 생길 정도”라고 한 바 있는데, ‘7인의 부활’이 지난 3월 29일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결방없이 16부작을 마쳤다.
1회 6.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같음.)로 시작해 최고 시청률 7.7%를 찍은 ‘7인의 탈출’에 대해 그렇게 말했는데, ‘7인의 부활’은 그것보다 훨씬 더 안좋다. 1회에서 찍은 4.4%가 최고 시청률이니까. ‘7인의 부활’은 2회에서 3.2%로 내려앉더니 더 이상 올라서지 못했다. 오히려 16부작중 4번이나 2%대로 주저앉기까지 했다.
결국 3%대 시청률에 머물고만 실패작으로 남게 됐다. 얼마 전 끝난 KBS 월화드라마 ‘멱살 한번 잡히시다’와 다름없는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최저 시청률은 2.1%다. 460억이란 제작비나 김순옥 작가의 유명세, 그리고 평일이 아닌 금토드라마인 점을 감안하면 치욕의 시청률이라 할만하다. ‘펜트하우스’ㆍ‘낭만닥터 김사부’ㆍ‘모범택시’ㆍ‘소방서 옆 경찰서’ 등 SBS의 어떤 시즌제 드라마에서도 볼 수 없던 최악의 시청률이다.
그뿐이 아니다. ‘7인의 부활’은 2019년 2월 15일 ‘열혈사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5년 넘게 방송한 SBS 금토드라마 30편중 꼴찌에서 두 번째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으로 남게 됐다. 참고로 가장 저조한 시청률의 멍에를 짊어진 SBS 금토드라마는 ‘오늘의 웹툰’(2022.7.29.~9.17)이다. 최고 4.1%, 최저 시청률은 1.5%다.
‘7인의 탈출’을 다룬 글에서 “이른바 ‘순옥적 허용’(드라마가 황당하더라도 김순옥 작가니까 그러려니 해준다는 의미)도 유통기한 내지 유효기간이 다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한 바 있는데, 처참할 지경의 ‘7인의 부활’ 시청률이 그 점을 공고히 한 셈이라 할까.
그야 어쨌든 금라희(황정음)ㆍ한모네(이유비)ㆍ차주란(신은경)ㆍ양진모(윤종훈)ㆍ고명지(조윤희)ㆍ남철우(조재윤)는 전편 끝장면에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방다미(정라엘) 편에 선 민도혁(이준)을 죽게 내버려둔 채 매튜리(엄기준)의 헬기를 타고 그 현장을 떠났다. ‘7인의 부활’은 그러나 그런 1편의 결말과 다른 모습으로 시작한다.
1회부터 매튜리의 총에 맞아 죽으면서 “대신 엄마는 살려달라”고 한 다미 영상을 본 라희의 참회와 복수하기가 펼쳐진다. 다소 헷갈리게 하는 반전의 전개인 셈인데, 라희는 도혁을 돕기로 한다. 매튜리 별장에 잠입한 도혁과 강기탁(윤태영) 탈출을 돕고 도망가다가 덫에 걸려 한쪽 다리를 잃으면서도 라희는 한번은 사람답게 살려고 ‘다미 죽인 짐승들’에 대한 복수를 이어가다 8회에서 죽는다.
주인공중 1명이 드라마 중반에서 죽는 이례적인 전개지만, 그로 인해 편이 선명하게 갈라진다. 2편에서 새로 등장한 빌런 황찬성(이정신)이 매튜리와 한편을 먹고, 도혁ㆍ기탁과 그를 돕거나 따르는 모네ㆍ진모ㆍ명지ㆍ철우ㆍ주란은 원팀이 된다. 결국 가짜 심준석이기도 한 매튜리의 미치광이적 악행은 심판받고 단죄되기에 이른다.
1편에 이어 기본적으로 너무 부앙부앙한 이야기는 황당무비 그 자체이지만, 시리즈 완결편이라 그런지 비로소 의문이 풀리거나 그랬구나 하는 공감도 생긴다. 가령 ‘7인의 탈출’을 다룬 글에서 “깡패 출신 기탁이 왜 칠성을 돕는지 개연성 없이 얽히긴 했지만, 그의 활약이 궁금해지는 시즌 2다”라고 했는데, 그런 게 풀리는 식이다. 기탁이 다미의 친아빠로 밝혀져서다.
“‘7인의 탈출’이 드러낸 가장 큰 문제는 도대체 말하고자 하는 게 뭐냐는 것과 무엇 하나 남는 게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는데, ‘7인의 부활’은 그 점도 극복하고 있다. 온갖 악행을 일삼은 범죄자들의 참회와 함께한 행동을 통해 가족이 최우선 가치라는 메시지를 비교적 뚜렷하게 전하고 있다. 가령 매튜리 지시에 의해 위장부부가 된 진모와 명지의 노한나(심지유)를 지키기 위한 목숨 건 싸움을 예로 들 수 있다.
그중 압권은 남편을 살해하기까지 하는 모네다. 헛된 욕망(인기스타)으로 다미를 죽음에 이르게 한 모네는 엄마 윤지숙(김현)을 향해 “잘못 살았다, 왜 이렇게 괴물이 된 거야, 나는?”이라며 참회한다. 자신이 저질렀던 모든 죄상을 자수해 모두 밝히고, 출소후 시골에서 엄마를 간병하며 산다. “내가 사는 이유”라던 엄마가 잠자듯 죽자 “이제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겠다”며 자신도 죽을 것임을 암시한다.
그런데 최종회에서 양씨 성이 된 한나는 진모가 1편에서 좋아하던 노팽희(한보름)가 키운 양딸이다. 사랑하던 팽희가 매튜리에게 죽음을 당하자 진모는, 이를테면 한나의 보호자가 된 셈이다. 명지는 그런 진모를 사랑한 나머지 한나를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건다. 그러니까 모네의 딸로 밝혀졌는데도 엄마 찾아줄 생각은 하지않은 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들이 한나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싸운 것이다.
“이런 식이면 시즌 2를 통해 시즌 1에서 이미 죽은 팽희 등 누가 또 살아 돌아올지 모를 일”이라 지적한 바 있는데, 이휘소가 불기둥에 깔려 죽고 기탁의 도움을 받은 진짜 심준석인 도혁이 살아 돌아온다. 그리고 한나를 지키기 위해 매튜리 차를 들이받아 죽은(13회) 진모가 살아 돌아온다. 도혁 이후 왜 없나 했더니 진모가 죽은 지 2회 만에 살아 돌아온 것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되게 강조하는 결구지만, 그러나 뭔가 찡하게 와닿진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파고드는 어떤 뭉클함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기본적ㆍ상식적으로 친부모가 멀쩡히 있는데, 남들이 목숨까지 걸어가며 보호하고 지키는, 썩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 전개라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닌가 한다. 한마디로 너무 작위적이란 얘기다.
한편 앞에서 황당무비 그 자체라 말했는데, 그 예로 ‘1조 패밀리’를 들 수 있다. 1편에서 대통령 비서실장ㆍ여당대표ㆍ신문ㆍ방송사 사장 등이 성찬그룹 회장실에 모인 것보다 한 수 위라 할까. 차기 대권주자인 국무총리를 비롯 검찰총장ㆍ경찰청장 등 나라의 모든 고관대작들이 매튜리와 한통속이거나 매수된 설정이라서다.
총리실, 교도소 감방 등 시도때도 없이 꺼내드는 권총도 그렇지만, 정체가 들통난 매튜리가 옆에 서있던 대원의 기관총을 잽싸게 낚아채 난사하기는 또 얼마나 부앙부앙한가?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수감중인 매튜리를 도혁과 기탁이 찾아가 총으로 쏴죽이고 교도소에 불까지 내는 단죄는 또 얼마나 황당한가?
물론 매튜리가 그만큼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나쁜놈’이긴 하다.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법치주의에 익숙한 민주사회의 나라에서 그런 황당한 방식의 단죄는, 오히려 ‘7인의 부활’의 질을 그나마 급격히 추락시킬 뿐임을 유념했어야 했다. 작가나 연출자는 정녕 그걸 몰라서 그런 것인지 나로선 전혀 이해가 안된다.
전반적인 황당무비와 별개로 허술함도 있어 아쉬움을 준다. 가령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서울구치소로 이송한다”고 하는데, 이게 맞는지 의문이다. 사형을 선고한 재판장이 매튜리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총기난사로 철우를 죽게한 매튜리에 대한 제압 및 체포장면이 없는 건 또 다른 아쉬움을 준다.
‘7인의 탈출’을 다룬 글 말미에서 “최소한 배우들의 발음상 오류 없이 돌아오기 바란다”고 주문했는데, 희망사항이 되고 말았다. “내 비슬(빚을→비즐) 왜 갚아줘”(8회)라는 배우의 발음상 오류가 드러나서다. 그런 오류가 단 한번뿐인 걸 위로삼아야 할까. 단, 본방송인데도 9회부터 대사를 자막으로 내보내 몰입도를 높인 건 잘한 일이라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