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베반스 : 편안함으로 슈퍼스타들의 패션을 완성하다
폴린 브라운 | B 2023.02.23
롱블랙 프렌즈 B
NBA의 전설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 팝 스타 존 레전드John Legend,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이들 슈퍼스타의 ‘룩’을 설계하는 디자이너, 크리스 베반스Chris Bevans가 있습니다. 최근 루이비통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된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전담 디자이너 역시 크리스였습니다.
슈퍼스타들의 선택을 받는 크리스. 그런 그의 미적지능은 번뜩이는 직관에 의존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 비범함의 비결이 듣고 싶었어요. 하지만 크리스는 비범함보다 기본을 강조했어요. “기본을 알고 있어야 추월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미적 경험의 설계자들> 위크 네 번째 이야기,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 베반스를 통해, 실용과 아름다움의 ‘조화’를 설계하는 법을 알아볼게요.
폴린 브라운 미적지능연구소 대표, 전 LVMH 북미 대표
패션 디자이너는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예술가, 나머지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엔지니어.
둘은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전자는 풍부한 상상력과 남다른 감각을 가졌지만, 실행력과 사업 운영력이 부족하죠. 후자는 숙련된 제조 기술을 가졌지만, 매력적인 브랜드 운영과 스토리텔링에 어려움을 겪어요.
제가 크리스 베반스에 주목하는 건, 그가 둘다 잡았기 때문이에요. 숙련된 기술로 옷을 디자인하고, 이를 슈퍼스타와 스포츠 브랜드에 입힐 줄 압니다. 미적 지능의 이상적인 모습이에요. 미적 가치를 발굴해내고 이를 비즈니스적 가치로 연결해내는 능력 말입니다.
Chapter 1.
재단사 할머니에게서 옷의 미적지능을 배우다
크리스 베반스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옷은 편안한 옷입니다. 그래서 몸의 움직임, 땀구멍, 자주 마찰하는 부위까지 고려해 옷을 만듭니다. 까다로운 일이에요. 디자인 역량뿐 아니라 원단을 보는 안목, 재단과 수선법까지 알아야 하죠.
크리스는 재단사였던 할머니의 밑에서, 어린시절부터 이 감각을 익혔어요. 원단을 자르거나, 재봉틀을 다뤘죠. 어린 크리스는 옷 만지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할머니의 가게가 뉴욕 브루클린Brooklyn에 있었던 덕분에, 다양한 인종과 문화권의 옷을 만져볼 수 있었죠. 그런 크리스에게 할머니는 늘 강조했어요. “아름다운 옷은 입었을 때 느낌도 좋아야 한단다.”
이후 크리스는 자연스럽게 재단사의 길을 걷습니다. 열 일곱 살까지 테일러 스쿨에 다녔고, 드라이클리닝 가게에서 일하며 옷 세탁부터 다림질까지 배웠죠. 졸업한 뒤엔 공장에서 일하며 다림질 장인, 봉제 장인의 제자가 됐어요.
옷 만드는 과정을 꿰뚫고 나니, 크리스는 ‘패션 디자이너’로서 경쟁력이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의 창업자 구찌오 구찌Guccio Gucci,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Bonheur Chanel 모두 기술력과 창의력을 겸비한 ‘실용적인 아름다움’을 제안했으니까요.
1996년 뉴욕 패션기술대학교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섬유학과에 들어간 크리스. 4학년 실습 프로그램에서 곧바로 두각을 드러냅니다. 이안 감독의 영화 의상, 존 레전드의 맞춤형 무대 의상을 작업할 기회가 있었어요.
크리스는 배우가 부담없이 움직이는 데에 집중합니다. BMW 자동차를 격렬하게 운전하는 영화배우, 댄스와 피아노, 노래 퍼포먼스를 소화하는 가수가 불편하지 않은 정장을 만들었죠.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부분에 여유를 넉넉하게 주는 식으로요. 비결은 대화에 있다고 해요.
“아티스트가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잠시 짬이 날때는 분명 있어요. 그때 불쑥 찾아가 체형을 측정하고, 대화를 나누며 원하는 핏을 메모했죠. 테일러는 대화없이 어떤 옷도 만들 수 없거든요.”
섬세한 관찰과 대화 덕분에, 크리스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입소문을 탑니다. 존 레전드에서 퍼렐 윌리엄스로, 로저 페더러로 옮겨가며 전담 디자이너로 일했죠. 덕분에 그는 학교를 막 졸업한 스물 여덟의 나이부터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크리스 베반스는 재단사인 할머니 덕분에 ‘옷 만드는 기술’을 일찍이 섭렵했다. 이후 ‘실용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크리스 베반스
Chapter 2.
나이키 : ‘맞춤형 아웃도어 웨어’를 만들다
2003년 크리스는 나이키의 어반 어패럴Urban Apparel 디자인 총괄로 합류합니다. 그는 스포츠웨어의 빈틈을 찾았어요. ‘섬세하지 않은 사이즈 분류법’부터 뜯어고쳤죠.
“스포츠웨어 제품은 제 패션 철학에 어긋났습니다. 사이즈를 스몰, 미디엄, 라지로 단순 분할하고, 원단을 더 쓰냐 덜 쓰냐의 기준으로 나누기만 했거든요. 그러니 엑스라지가 단순히 ‘헐렁한 옷’ 정도로만 인식됐죠. 하지만 사람의 체형은 제각각입니다. 어깨 기장 한끗 차이로 옷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지죠.”
크리스는 사이즈 별 ‘표준 체형’을 다시 정의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라지Large 옷을 입는 180cm 남성 수십 명의 어깨 길이, 목의 두께, 허리춤을 재고 평균값을 냈죠. 팔 소매는 얼마나 길어야 안정적인지, 허리는 얼마나 들어가야 슬림한 느낌이 연출되는지도요.
‘퍼포먼스 지퍼Performance Zipper’는 크리스가 스포츠웨어 업계 최초로 고안한 기능성 디자인입니다. 나이키의 러닝용 반바지 양쪽에 지퍼를 달았죠. 지퍼를 잠그면 허벅지를 꽉 조여주고, 지퍼를 열면 숨어있던 원단이 펼쳐져 편안한 착용감을 줍니다. 달릴 때의 핏과 쉴 때의 핏을 구분했죠.
“단순히 기능성 소재가 들어간 옷보다, 기능적이면서도 ‘편안한’ 옷이 필요했습니다. 높은 관찰력이 요구되는 일이죠. 나풀거리는 원단은 가슴을 드러낼 수 있고, 두껍고 폭신한 원단은 전체적인 체형을 커버할 수 있어요. 이처럼 전체적인 룩이 조화로워야 아름다운 옷이라 할 수 있는 거예요.”
맞춤형 옷에 대한 집착 덕분에, 나이키는 크리스에게 선수복 제작을 맡깁니다. 세계적인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와 코비 브라이언트,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 모두 나이키가 후원하는 모델들이었죠.
“나를 고용한 사람에게 ‘내가 뭘 잘하는 사람인지’ 뚜렷이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나는 ‘르브론 제임스가 불편한 옷 입는 꼴을 보고싶지 않다’고 나이키에게 어필했어요. 선수가 최적의 편안함을 얻으면서도, 핏fit한 비율을 유지하도록 디자인하겠단 거였죠. 디자이너에겐 이런 포부가 필요해요.”
세부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 지퍼는, 크리스 베반스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스파이더(왼쪽 위), 나이키 블루리본 컬렉션(오른쪽), 본인이 만든 패션 브랜드 다인(왼쪽 아래)에도 지퍼 디자인이 쓰였다. ⓒ스파이더, 나이키, 다인
Chapter 3.
휠라 : 브랜드와 모델의 목소리를 경청하라
나이키에서의 경험을 바탕삼아, 크리스는 여러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협업 디자이너로 활동합니다. 프로케즈Pro-Keds, 헤드Head,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Billionaire Boys Club에서 디자인 총괄을 지냈죠.
하지만 크리스는 갈증을 느낍니다. 스포츠 스타들의 ‘화려한 비주얼’에만 집중한 선수복이 맘에 들지 않았죠. 어딘가 불편해보였어요.
“TV로 US 오픈을 보고 있었습니다. 세리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가 라켓을 휘두를 때마다 거추장스러운 부분이 여럿 보이더군요. 곧장 떨어져 나갈듯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밀착되지 못하고 가볍게 휘날리는 치마, 마찰음이 너무 큰 원단 등이요.”
크리스는 세리나의 옷에서 ‘디자이너의 과한 욕심’을 읽었어요. 디자이너가 브랜드와 모델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보다, 개성있는 포트폴리오를 쌓겠다는 자기 욕심에 도취된 것 같았죠.
2022년 휠라의 게스트 디자이너로 합류한 크리스. 자신이 생각하는 맞춤형 선수복을 디자인합니다. 캘리포니아 인디언웰즈Indian Wells에서 열리는 BNP 파리바오픈에 맞춰 ‘베반스 파크 컬렉션Bevans Park Collection’을 발표했어요.
크리스는 선수복에서 화려한 색상을 덜었습니다. 테니스 코트 주변에서 볼 만한 초록, 연두, 하늘색으로 원단을 염색했어요. ‘익숙한 색’을 제안한 데엔 이유가 있습니다. 화려한 치장이나 디자인이 경기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대신 크리스는 선수복에 ‘휠라의 키 컬러’를 녹였어요. 하양, 빨강, 파랑을 그라데이션으로 섞은 곡선을 프린팅했죠. 역동적인 에너지가 몸을 타고 흐르는 듯한 디자인이 특징이에요.
“스포츠카가 시속 30km/h로 달릴 때 그 진가가 드러나듯, 테니스 선수도 코트 위를 날아다닐 때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이들의 움직임movement을 선수복에 시각적으로 녹이고 싶었습니다.”
크리스의 디자인은 ‘기능’으로 완성됩니다. ‘딱 붙는 핏’이 대다수인 선수복에 편안함을 섞었죠. 관절의 가동 범위를 최대로 늘리도록 했어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가슴팍은 쉽게 늘어나는 섬유를 썼고,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등과 옆구리는 단단한 섬유를 사용했죠.
디자인과 기능, 두 가지를 모두 잡은 크리스의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는 ‘실험적인 디자인’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험적인 디자인이란, 대상에 대한 연구없이 ‘무작정’ 신선한 발상을 접목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상의 모든 면을 뜯어보고, 목소리를 들은 뒤 ‘가장 어울릴 만한 디자인’을 찾아 안정적으로 입히는 거죠.”
여러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크리스를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브랜드의 철학과 의도를 파악해 제품에 접목하기 때문이에요.
“패션 디자이너들은 화려한 디자인만큼 ‘기능’에도 집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쓴 원단이 입는 사람의 피부에 닿았을 때 부드러운지, 까끌거리는지, 스티치 라인이 피부를 자극하는지까지도 알아야 하죠. 필요하면 재단사나 봉재사의 일도 이해할 줄 알아야 하는 겁니다.”
크리스 베반스가 디자인한 휠라의 2022년 테니스 컬렉션. 휠라의 키 컬러를 ‘에너지 파동’처럼 표현했다. 세계 랭킹 1위 챔피언 애슐리 바티Ashleigh Barty부터 13위 디에고 슈왈츠먼Diego Shwartzman 등 휠라가 후원하는 10명의 선수에게 입혔다. ⓒ휠라 테니스
폴린 브라운
크리스는 패션 산업과 문화의 빠른 성장에 비해, 제조 역량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이너들이 기능과 아름다움을 분리하지 않고, ‘멋지면서도 편한 옷’을 고민하길 바랐죠.
때문에 크리스는 기능적으로, 미적으로 완성도 높은 패션을 강조해요. 그가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를 ‘세 가지 인사이트’로 나눠 알려드릴게요.
Insight 1.
결과로 압도하고 싶거든 과정을 장악하라
크리스 베반스는 기본기를 강조합니다.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언제나 3개의 F를 힘줘 말하죠. Fit(핏), Function(기능성), Fabric(원단). 크리스도 기본 개념이 지루하다는 걸 압니다. 또한 기본을 건너뛴 자는 결국 한계에 부딪혀 무너지고 만다는 것도 잘 알죠.
“영감과 직관이 가득한 디자이너가, 어쩌다 인지도를 얻어 유명해진다고 상상해볼까요. 그에게 디자인 어시스턴트나 스태프가 여러 명 붙을 겁니다. 몸은 편하겠지만 장기적으론 독이 됩니다. 디자이너가 무능해지거든요. 창의성만 있지, 실무적인 감각이 떨어져요. 브랜드의 지원에서 멀어지는 순간 ‘빈털터리’가 되는 겁니다.”
그는 일의 모든 과정을 장악하라고 밀합니다. 옷 한 벌이 만들어지는 A to Z를 모두 참여하라면서요. 개성있는 스타일은 어느 순간 ‘반짝’ 나타나는 게 아니에요. 수없이 인풋input을 반복하다 아주 가끔 발현되죠.
크리스와 줌 인터뷰를 나누며, 그의 방 벽면에 붙어있는 수백 개의 팬톤Panton 컬러보드가 눈에 띈 것도 그래서예요. 저게 다 뭐냐고 묻자, 그는 수줍어하며 “기술적, 심미적으로 검증된 색을 사용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내 영감에 기대지 않고, 검증된 재단기술과 염색법을 하나라도 더 찾아보려고 해요. 우린 종종 ‘새로움’ ‘파격’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검증된 디자인 결과물과 연구에서 배울 점도 많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크리스 베반스는 3F를 통해, 제조 과정을 장악하는 디자이너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크리스 베반스
Insight 2.
스트릿 패션의 화려함과 기능 사이, ‘미들맨middle-man’이 되다
지난 20년 동안 패션 산업은 ‘비주류의 주류화’가 반복됐습니다. 특히 10~20대 중심의 ‘스트릿 패션*’이 격식을 갖춘 패션의 ‘대체재’로 자리잡았죠.
*길거리 사람들의 패션을 의미한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정신’ 혹은 ‘문화’로 해석되기도 한다.
선두에 타미힐피거Tommy Hilfiger가 있었어요. 1990년대 ‘어반 시크urban chic*’를 유행시켰죠. 그뒤 제이지Jay-Z, 퍼프 대디Puff Daddy 같은 흑인 힙합 가수가 “뉴욕의 백인 남성이 흑인 문화를 표방한다”고 지적하며, 보다 ‘현실적인’ 스트릿 브랜드를 표방했고요. 흘러내려갈듯 박시boxy한 바지, 후드의 가슴팍을 가득 채우는 로고 프린트가 유행했어요.
*도시의 색으로 대표되는 검정, 하양, 회색 같은 무채색에 간결한 라인으로 ‘도시적인 지성미’를 느끼게 하는 패션.
문제는 힙합 가수들이 제조 과정을 잘 알지 못했단 겁니다. 대중의 관심을 이끄는 데엔 성공했지만, 옷의 품질이 나빴기 때문에 인기는 금방 식었어요.
크리스 베반스는 아이디어와 디자인 역량을 모두 가졌어요. 그는 퍼렐 윌리엄스, 칸예 웨스트 같은 흑인 셀럽을 어떻게하면 패션으로 돋보이게 할지 고민했죠.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대신, 셀럽 뒤의 남자The guy behind the guy가 되어 옷을 재단했어요.
덕분에 크리스는 흑인 사회와 패션 업계를 잇는 ‘미들맨middle-man’로 자리매김했어요. 그의 작업엔 ‘맞춤형 옷’이라는 고전적인 문법과 ‘기능성 캐주얼 웨어’라는 현대적 감성이 공존합니다.
아직 갈 길은 멉니다. 크리스는 타고난 ‘실행력’을 가진 반면, 퍼스널 브랜딩엔 약하다고 생각해요. 천재적인 감각을 지닌 버질 아블로Virgil Abloh도 빅 브랜드인 루이비통Louis Vuitton 덕분에 인지도를 올렸죠. 크리스도 남다른 비전vision을 갖춘다면, 알맞는 브랜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크리스 베반스는 최근 루이비통의 남성복 디렉터로 부임한 퍼렐 윌리엄스의 무대 의상 디자이너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 칸예 웨스트, 존 레전드 등 패션 감각이 남다른 아티스트의 의상을 디자인해, ‘셀럽 뒤의 남자’로 불린다. ⓒHTC
Insight 3.
미래를 생각하는 습관이 점프 업jump up을 만든다
크리스는 제게 자주 ‘패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기능성 애슬레저와 럭셔리 패션의 경계가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하곤 했죠. 그는 둘을 합친 테크니컬 테일러 웨어technical tailored wear가 유행할 거라고 전망합니다.
크리스는 패션에 ‘첨단 기술’을 접목하기도 합니다. 2015년 론칭한 남성복 브랜드 다인DYNE이 대표적이죠. 원단에 NFC* 태그 기술을 접목했어요. 사용자가 휴대전화를 옷 가까이 대면, 의류 원단과 섬유 정보부터 세탁 방법, 수선 연락처까지 확인할 수 있죠.
*10cm 이내의 거리에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
NFC 기술로 브랜드와 소비자의 ‘소통’도 할 수 있어요. 크리스가 직접 옷을 만든 이유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죠. 피드백을 교환하는 커뮤니티와도 연결돼, 제품에 대한 불만을 다인 매장에 보낼 수도 있습니다.
“늘 미래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3~4년 뒤엔 테크니컬 아웃도어가 크게 유행할 겁니다. 패셔너블한 감각이 기능성 의류에도 접목되고 있거든요. 몽클레르의 부활을 보세요. 스키용 패딩 점퍼를 런웨이에 올려, 스스로 패션의 권위를 부여했죠. 아웃도어에 섹시함과 날렵함을 덧입혀 ‘기술을 숨기려는’ 시도가 계속될 겁니다.”
크리스는 말합니다. ‘내 일’에만 집중하지 않고, 내가 몸담은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내가 자주 쓰는 원단과 디자인 말고, 패션 업계가 주목하는 신소재를 공부하라고 덧붙였죠.
크리스 베반스는 패션 브랜드 다인을 통해, 기술과 패션의 결합을 실험하고 있다. 사진은 NFC 태그 기능을 접목한 트레이닝 바지. ⓒ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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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에게서 ‘기본기에 충실한’ 디자이너의 단단함을 읽습니다. ‘속 빈 아름다움’을 경계하는 그의 태도가, 콘텐츠 에디터인 저에게도 좋은 귀감이 되는 군요.
오늘 노트, 폴린 브라운이 주목한 인사이트 세 개를 메모해봅니다.
1. 디자이너는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 3개의 F를 기억하라. 핏Fit, 기능Function, 원단Fabric. 실용적인 감각을 가진 디자이너는 모든 패션 브랜드가 환영한다.
2. 패션은 시대 정서를 반영하는 ‘문화’와도 같다. 크리스는 스트릿 패션을 ‘맞춤형 옷’으로 재단해 유명인에게 입힘으로써, 문화의 ‘대세감’을 공고히 했다.
3. 내 일을 넘어, 내가 몸담은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래야 한 발 앞서갈 수 있다.
오늘 노트, 어떻게 읽으셨나요? 내일은 위크의 마지막 플레이어, 김세홍 셰프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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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베반스는 매년 휠라의 게스트 디자이너로 참여하고 있다. 휠라와 파트너십을 맺은 테니스 선수들이 입을 옷을 디자인, 재단하는 일도 겸한다. ⓒ휠라 테니스
크리스 베반스가 디자인한 테니스 운동화 ‘레노Renno’. 파란 테니스 코트와 연두색 테니스공에서 영감을 받았다. ⓒ휠라 테니스
크리스 베반스가 디자인한 휠라의 2022년 테니스 컬렉션. 휠라의 키 컬러를 ‘에너지 파동’처럼 표현했다. ⓒ휠라 테니스
크리스 베반스가 디자인한 테니스 선수복은, 세계 랭킹 1위 챔피언 애슐리 바티Ashleigh Barty부터 13위 디에고 슈왈츠먼Diego Shwartzman 등 휠라가 후원하는 10명의 선수가 입었다. ⓒ휠라 테니스
크리스 베반스는 존 레전드, 퍼렐 윌리엄스, 칸예 웨스트 같은 유명 아티스트의 무대 의상을 제작했다. 편안한 스트릿 패션에 화려한 패턴과 장식, 편안함을 더해 아티스트 사이에서 인지도를 쌓았다. ⓒ크리스 베반스 인스타그램
크리스 베반스는 존 레전드, 퍼렐 윌리엄스, 칸예 웨스트 같은 유명 아티스트의 무대 의상을 제작했다. 편안한 스트릿 패션에 화려한 패턴과 장식, 편안함을 더해 아티스트 사이에서 인지도를 쌓았다. ⓒ크리스 베반스 인스타그램
폴린 브라운은 크리스의 미적 지능이 ‘실용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옷의 본질을 생각하는 디자이너는,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인다. ⓒ크리스 베반스
세부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 지퍼는, 크리스 베반스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았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스파이더(왼쪽 위), 나이키 블루리본 컬렉션(오른쪽), 본인이 만든 패션 브랜드 다인(왼쪽 아래)에도 지퍼 디자인이 쓰였다. ⓒ스파이더, 나이키, 다인
크리스 베반스는 패션 브랜드 다인을 통해, 기술과 패션의 결합을 실험하고 있다. 사진은 NFC 태그 기능을 접목한 트레이닝 바지. ⓒ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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