いも植(うゑ)て門(かど)は葎(むぐら)わか葉哉(かな)
감자를 심고 문은 덩굴풀의 어린 잎이로구나
いも는 감자를 포함해서 구황식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감자를 심는 것은 최소한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 가뭄에 먹고 살아남는 구황작물을 심는 것은 자기 먹을 가장 최소한의 것을 자기 손으로 심어 자기가 먹고 사는 삶. 문에는 덩굴풀이 엉켜서 자라고 있다. 문이 있으나 항상 잠겨 있는 門雖設而常關문수설이상관(陶淵明도연명 「歸去來辭귀거래사」)의 정경과 같다. 문을 여닫으면 덩굴풀이 올라서 자랄 시간이 없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도 문을 열고 나가는 사람도 없다. 隱居은거중이라는 것. 덩굴풀의 어린 잎은 새로움을 준다. 은거가 게으른 생활도 아니고 무료한 일상도 아니다. 어린 잎이 돋아나는 것처럼 새로운 색이 있고, 새로운 삶이 펼쳐지는 것이다, 조용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