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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차려진 '한 상'…엄마 정성
그대로 소담스러운 정원·편안한 집 분위기 '맛도 두배' 된장·김치·전 등 곁반찬도 주인 손맛 고집 담백한 대구찜· 별미 탕·후식까지 기분 좋아
가족에게 음식을 차리는 맘으로 조미료 힘을 빌리지 않고 요리하는 식당이면 일단 괜찮다. 물론 주인이 주방일까지 보면 금상첨화. 그런 식당이라면 이윤은 적더라도 식재료만은 가능한 고급을 고집할 것이니. KBS대구방송총국 들어가는 길 맞은편 대동교회 옆 길로 100여m 올라가면 골목 왼편에 나타나는 웰빙 한정식 식당 동심원도 그런 집으로 보인다. 동심원은 평범한 주택가 양옥을 개조한 식당이다. 한학자인 원명(原明) 이갑규씨(양정서당 대표)가 적은 현판형 간판이 운치를 더해준다. 나무 계단을 통해 정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여기 식당 맞아!'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소담스러운 정원 풍광이 손님을 즐겁게 만든다. 200여종의 야생초와 수석, 분재 사이를 걸어 현관으로 들어서면 운치어린 거실이 나타난다. 중국의 정치가 위안스카이(袁世凱)가 쓴 예서체의 서예작품이 정면 오른편에 걸려 있다. 감물 들인 천으로 커튼과 방석을 만들었다. 곳곳에 동서양 차와 다구가 세팅돼 있다. 툇마루 같은 식탁 앞에 앉자, 부산 출신의 손맛 짭짤한 여주인 김경언씨가 인사를 한다. 몇년 전 그녀는 이곳에서 동다원이란 찻집을 운영했다. 예사롭지 않은 인테리어와 조경 실력도 그때 배운 것이다. 지난해 몇몇 단골들이 찻집보다는 차와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식당으로 가는 게 좋겠다며 압력을 가하는 바람에 오늘의 동심원이 생겼다. 한정식 솜씨는 본식보다는 곁반찬에서 드러난다. 된장과 간장, 김치가 시원찮으면 본식도 흔들리게 된다. 물론 주인이 손수 조리해야 된다. 김씨는 음식에 대한 고집이 보통이 아니다. 식단이 질박하다. 한점 한점이 돌담처럼 꽉 짜여있다. 한마디로 밥상이 '무명 보자기' 같다. 무형문화재 이무남이 빚은 질그릇을 식기로 사용한다. 애피타이저로 호박죽이 나온다. 이어 울릉도 특산식물 명이장아찌가 유혹한다. 입맛 돋우는 명이나물 아닌가. 짠맛과 단맛, 신맛이 알맞게 황금분할돼 있다. 또한 꿀과 무·유자를 섞어 빼낸 무·유자청이 소스로 들어간 샐러드도 시들한 혀끝의 감각을 살려준다. 김치도 게육수와 멸치액젓을 섞어 담근 것인데 산 김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삭하면서도 숙성된 기운이 감돈다. 청방 배추로 빚어서 오래 묵혀도 흐물거리질 않는다. 이밖에 미역과 전복, 목포산 홍어, 호박, 냉이, 부추·배추전, 두부 등이 곁반찬으로 들어온다. 소금은 간수 뺀 황토소금을 사용하고, 된장도 청도의 한 농가에서 재배한 콩만 사용한다. 동심원은 화학조미료 얘기만 나와도 기겁한다. 소금도 구워서 사용한다. 유기농 채소라도 건강을 생각해 식초와 소금물에 일단 한번 씻어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세척도 대충하질 않는다. 밀가루를 사용해 그릇을 씻는다. 곁반찬을 먹고 나면 감포 참가자미찜, 대구찜도 담백하게 조리한다. 너무 감미로우면 대구 특유의 육질을 못 느껴서 그렇게 심심하게 요릴 했단다. 봄엔 나물종류, 여름엔 채소류, 가을엔 각종 열매, 뿌리, 추어탕, 겨울엔 어패류를 특화해 낸다. 채소도 경산 와촌에서 직접 재배한 걸 사용한다. 묵은 김치 넣은 매운탕, 장어탕, 울릉도 자연산 미역국, 고디탕, 추어탕 등이 며칠 사이를 두고 번갈아 나간다. 김씨는 조만간 야생초로 만든 요리도 개발할 모양이다. 음식하는 걸 좋아해 식단을 자주 바꾸어준다. 후식으론 우롱차 한 잔이 올라온다. 바쁜 사람들보다는 오랫동안 못 만난 인연들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식사하기에 더없이 편안한 곳이다. 통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방긋 웃는 야생화, 생각하니 그것도 보너스 반찬 아닌가. 식사 값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 1만원, 2만원, 3만원 세 종류 상이 있다. 휴무는 첫째·셋째 일요일. 영업은 오전 10시~밤 10시. (053)743-5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