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복권사업팀 이인영(李寅英.47.사진) 팀장은 복권계에서 '미스터 로또'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말 로또복권을 출범시킨 산파역이자 요즘에도 당첨자 추첨에서부터 당첨금 지급까지 실무를 총괄하는 주역이다.
이 팀장은 매주 월요일만 되면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동관 6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1-2등 당첨자들을 만나는 행운(?)을 독점한다. 이 때문에 그는 일반인이 궁금해하는 '로또 당첨자들에 대한 정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9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1-2등 당첨자들이 당첨금을 찾으러 왔을 때 보이는 태도를 묻는 첫 질문에 "금액의 차이만큼이나 그 행동에도 차이가 난다"며 운을 뗐다.
"1등 당첨자의 경우 금액이 워낙 고액이고 주위를 의식해서인지 신분 노출을 꺼리며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짓기 일쑤예요. 반면에 2등 당첨자들은 1등이 못됐다는 아쉬움도 보이지만 '2등이 어디냐'는 생각으로 다른 당첨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등 여유를 보이는 편입니다."
고액 당첨자의 출신배경과 관련, 이 팀장은 "평소 만나는 이웃집 아저씨나 아주머니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다만 글씨나 대화 등을 통해서 볼 때 상류층보다는 중-하류층이 많고 학력도 중졸이나 고졸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1등 당첨자는 모두 122명, 2등 당첨자는 수백명을 헤아린다. 이 가운데 최연소가 24세 청년, 최연장자가 85세 노인이다. 하지만 연령대별로는 노장층에 비해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많고, 성별로는 여자에 비해 남자가 많은 편이다. 이는 복권 구매율과도 비례한다.
복권 당첨자는 대부분 복권 추첨 후 첫 업무가 시작되는 월요일에 당첨금을 찾으러 온다. 신분 노출을 꺼려 일주일 정도 지난 후에 당첨금을 수령하는 당첨자가 많다고 알려진 세간의 얘기와는 사뭇 다르다. 가급적 빨리 '현실'을 확인하겠다는 심리로 풀이된다.
당첨금을 찾기 위해 사무실을 찾은 복권 당첨자들이 검증 절차를 거치는 동안 복권사업팀에 의해 간단한 설문조사가 이뤄진다. 이 가운데 재미있는 대목이 복권을 사기 전 당첨자들의 꿈에 관한 내용이다. 통상적으로 돼지나 똥 꿈을 꾼 사람들이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 로또 당첨자들의 경우 조상과 관련된 꿈을 꾼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최근 1등 당첨자들이 '조상의 은덕에 감사드린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보게 된다"며 "조상숭배와 같은 전통적인 한국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풀이했다.
복권사업팀이 분류한 고액 당첨자의 유형은 크게 다섯 가지. 자신의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묻지마형'이 있는가 하면, 주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월요일이 아닌 주중에 조용히 나타나 담담한 표정으로 당첨금을 받아 가는 '무덤덤형'도 있다.
다음으로 '스마일형'은 복권사업팀 관계자들을 가장 흐뭇하게 한다. 이들은 대부분 가족과 함께 나타나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어려운 친지나 이웃을 도울 뜻을 내비친다. 당첨 번호를 잘못 알고 찾아오는 '헛다리형'도 있다. 끝으로 숫자 하나 차이로 2등이 됐지만 꼭 1등에 당첨돼 다시 오겠다고 인사하는 '의지형'이 있는데, 실제로 2등에당첨된부산아주머니한분은 두번째로본점을찾았는데아쉽게도이때도 2등짜리였다.
이 팀장은 "최근에는 젊은 마니아들 사이에 복권을 연구하는 '학구파' 유형도 생겨났다"며 "이들은 각 장의 번호를 비슷하게 선택해 아예 당첨권에서 멀어지든가 무더기 당첨을 노린다"고 소개했다. 지난주말(34회)에는 이런 방식을 이용, 1만원짜리 1장으로 2등을 3개나 차지한 30대 청년이 나왔다는 것이다.
1등 당첨자들은 갑작스럽게 거머쥔 거액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상담을 요청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먼저 외국의 사례를 설명한 다음 자녀를 위한 장기성 예금이나 아파트 등 부동산 구매를 권하죠. 나머지는 유동자금으로 해외여행, 취미생활 등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인생을 즐기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돈이 남으면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를 하라며 명함을 내밀어요."
상담 과정에서 거액의 기부금을 선뜻 내놓아 감동을 안겨주는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93억여원에 당첨된 인천의 K모씨는 직장이 변변치 않아 이직의 고민에 싸여 있다가 대박의 행운을 안았다. "상담 도중에 그분이 선뜻 1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말해 가족과 한번 상의해본 다음 그래도 뜻이 있다면 일주일 뒤에 오라고 했어요. 직원들 모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정확히 일주일 후에 찾아오더라고요. 당시까지만 해도 이분의 기부액 규모가 가장 커 이후 다른 당첨자들이 기부에 적극 동참케 하는 동기를 제공했습니다." K씨의 기부금은 대구참사 유가족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억원씩 기탁됐다.
지난 22일 현재 로또 당첨자들의 누적 기부금 총액은 47억8000여만원. 이 팀장은 "앞으로 고액 당첨자들이 더욱 많이 기부에 참여해 로또복권이 우리나라에 기부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로또가 사행심을 조장한다'며 게임당 판매금액과 1등 당첨금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달갑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다. "로또가 경마나 경륜에 비해 사행심이 작다는 것은 이미 선진국에서도 입증된 사실입니다." 그는 이어 "로또가 건전한 복권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선 '대박의 꿈'에서 벗어나 심심풀이 차원에서 즐기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첫댓글 정말 나도 일등돼서 그 미스터로또 아저씨좀 만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