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2학번이다. 고3때 담임 선생님께서 "영문과 나오면 밥은 먹고 산다."고 조언하셨다. 진로에 대한 계획이나 신념이 없던 나는 그래도 답답한 교사는 되고 싶지 않아서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마다하고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로 진학했다.
그러나 결국은 교사가 되고 말았다. 운명의 힘이었다. 대학교 4학년때 제1회 사립 교원 임용 시험 공고가 났다. 일반대학원에 갈 계획을 가졌었는데, 교원 시험일이 하루 차이로 겹치지 않아서 응시해보기로 했다. 원화여고에서 원서를 접수하려고 줄을 서있자니, 바바리 입은 남자 지원자 두명이 내 뒤에 서서 하나 둘 남자들만 헤아리면서 자기들 남자만 뽑으면 인원이 다 찬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순간 맹렬한 전투 의지가 솟았다. 실력으로 뽑지 성별로 뽑는 줄 아느냐? 얼굴이 노래지도록 밤낮 가리지 않고 공부해서 마침내 합격했다. 합격자 20명 중 남자는 단1명. 그럼, 그렇지. 대한민국 교육계는 공정했다.
이런 우연한 운명으로 사립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근무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학교 관리자가 되었다. 영어 수업을 안한지는 10년이 훨씬 더 넘었다. 이제는 단어도 가물가물하다.
남편 퇴직 후 후년쯤 해외 여행을 가게되면 영어를 많이 써야할 상황을 만날 것이다. 10여년만에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보려한다. 대학원 공부가 먼저이니 영어에 몰두할 수는 없고 생각나면 간간이 해볼 작정이다. 그래도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는 진전이 빠르리라 믿어본다. 요즘 영어 잘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배울 매체도 많다. 무료 어플 몇 개를 다운받아야겠다. 이것도 새로운 시작이라 설레는 기분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