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발달학교를 설립한 것은 2014년 2월, 제가 직접 발달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기숙생을 받은건 2016년부터니까 이래저래 길다면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우리집에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면서 학교 위치가 바뀔 때마다 집도 학교 옆으로 이사를 해서 늘 근거리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었는데요...
늘 집을 떠나올 때마다 원상복구해주느라 비싼 값을 치루고 보증금에서 제해야하는 품목이 바로 방충망이었습니다. 우리가 살던 집은 방충망이 찢어지거나 찢김을 당하곤 하는데요, 6개월 남짓 데리고 있었던 청소년기의 여자아이는 같이 있으면 끝없이 같은 말을 반복하며 너무 몸을 밀착하며 달라붙어서 혼자있게 하는 연습을 수시로 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처음에는 혼자서 잘 버텨주더니 얼마 못가 계속 주목끌기용 탈출을 감행하는데 그녀가 택한 탈출방법은 방충망찢기.
자기몸도 잘 가누지 못하고 늘 바닥에 누워있으려고만 하던 평소의 자세에서 어떻게 이런 괴력이 나오는지 그녀의 탈출현장에는 늘 커다랗게 찢겨진 방충망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창을 고정해놓아도 그것도 힘으로 열어버리는 괴력을 보면서 저는 우리 아이들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제가 참으로 돌보기가 어렵다고 느꼈던 10대 중반 남자아이는 그나마 상태가 좋을 때는 이불에 누워만 있지만 밤만 되면 고양이과 동물처럼 눈을 밝히며 나가려고 하는데 밖에 나갈 수 없도록 현관문부터 단도리를 다 해놓은터라 공식적으로 밖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 이 아이눈에 들어온 것은 창문 방충망.
내가 잠시 잠든 사이를 틈타 커다란 거실 창문 방충망을 찢어서 나가려다가 이층에서 뛰어내리려니 겁이 났는지 다시 집으로 들어와 3층 창문의 방충망을 찢고 3층 창문의 좁은 틈으로 몸을 빼내고 3층 창문에서 연결된 계단으로 탈출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날 밤, 거실쪽의 커다란 창문의 방충망과 3층방의 창문 방충망은 또 맥없이 찢겨져 나갔습니다. 사실 이 집은 시설이 아주 괜찮았던 자재가 좀 좋은거로 디자인된 집이라 사실 방충망 보상비가 만만치 않았는데요...
영흥도에 이사와서 보니 집뿐 아니라 집에 설치된 시설들이 대체적으로 너무 낡아서 다 수리할 수는 없고 여름이라 급한대로 방충망부터 고쳤는데요, 요즘은 알루미늄 방충망이 아니라 섬유조직으로 된 방충망을 많이 쓴다고 해서 섬유질의 방충망을 해놓았는데요... 결국 나의 방충망은 또 날아가려고 합니다.
빈백을 너무 좋아하고 빈백가지고 다양한 놀이를 하는 안이가 보기좋아서 영흥도 집에까지 빈백을 하나 놔주었더니 이 빈백을 부득불 소파 위에다 올려놓고 그 위에서 뒹굴었다 발로 찼다 별짓을 다 합니다. 그러다가 소파 바로 옆 방충망 쪽으로 빈백을 놓고 힘을 써대니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방충망은 사방에서 이탈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섬유소재이다보니 찢어지진 않았지만 큰 틀을 탈출해버리는 사고가 벌어지고 말았네요.
우리집에 방충망을 하는 건 포기해야 하는지 아이들의 괴력에 나약한 방충망들은 제자리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 듯 합니다. 어차피 또 나갈 방충망이기에 이번에는 제가 방충망을 직접 고쳐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들은 저로 하여금 별걸 다 배우게 하는 듯 합니다.
비록 또 방충망은 나갔지만 빈백만 주어지만 제법 사회적 제스츄어가 나오는 안이를 보며 위안을 삼으렵니다. 다양한 문제를 갖고 참으로 어려운 아이들과 생활해보면서 태균이는 거저 키운 듯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