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이 아빠 지원이 아빠 주원이 아빠 보세요 (14)
오늘 편지를 보내고 왔는데 오후에 당신한테서 편지가 왔군요.
7일 날 쓰신 것이 23일 오늘에야 들어왔네요. 여보 더위에 고생 많으시죠.
여보 눈에 보이는 것 같아 땀을 흘리며 일하는 당신의 모습이 여보 당신 얼굴 까맣게 탔겠네요.
당신 배에 기름이 벌써 쪘다고 식사를 조금 들어요.
여보 자기가 말하는 게 우습다. 여보 당신은 음료수나 하드를 좋아하는데
그런 것들은 드실 수 있는지요. 그리고 탁구장은 세를 놓았답니다.
괜찮게 되기는 했는데 물이 나와서 하루에 몇 번씩 퍼다 버리자니
고모가 일이 힘 드는지 안 한다고 해서 세를 놓았답니다. 잘 되었어요.
갔다 오면 앙앙거리는 소리 안 들으니 살 것 같아요. 여보 아버님이랑
어머님이 며칠 전에 조금 다투시더니 어머님이 담요를 들고나와 소파
위에서 4일 저녁을 주무시더니 풀어졌는지 이젠 방에서 주무십니다.
어머님은 좀 특이해요. 노인네들이 망령이 나셨는지 내 속이 끓어요.
봄이 되어 그런지 몸은 노곤하고 애들은 밖으로만 나가자고 하고
요즘은 신경질만 나네요. 막내삼촌은 피부병인지 옴인지 옮아서 집에서 다녀요.
매일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고 약을 바르고 해도 빨리 낫지를 않네요.
어머님도 매일 아프고 큰삼촌도 무슨 약인지 먹고 아픈 사람이 많아요.
진짜 속상해요. 여보 나는 편지를 쓰느라고 쓰는데 잘 들어가는지
모르겠군요. 4월에 몇 번이나 보냈는지 아세요. 6일 10일 14일 19일
23일 그리고 26일 오늘 다 들어갔는지요. 나는 안 들어가는 것 같아요.
여보 편지는 23일 쓴 것인데 봉투가 없어서 보내지를 못하고 고모 방에
있나 해서 찾았더니 한 장 써 놓은 것이 있어서 보낸 것이에요.
여보 우리 주원이가 8kg밖에 안 나가니 속이 상해요. 애들 때문에 못
먹어서 그런가 봐요. 여보 다리가 다 꼬였대요. 이제부터는 우유도
하루에 서너 번씩 주고 빵도 사주고 해야겠어요. 딱해서 못 보겠어요.
그럼 여보 안녕히 계세요. 26일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