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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인터넷 이용자는 약 24억명이다. 이들은 인터넷 이용을 위해 웹브라우저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인터넷 익스플로러다. 우리나라 인터넷 사용자들 대부분도 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인터넷 서핑을 한다. 그런데 웹브라우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만 있는 것이 아니다. 파이어폭스도 있고, 크롬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과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웹브라우저가 있다. 바로 ‘오페라(Opera)’다. 인터넷 이용자 24억명 가운데 8분의 1인 약 3억명 정도가 사용하고 있다 하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웹브라우저다. 오페라는 이용자가 운영체제(OS)를 가리지 않고 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둔 웹브라우저다. 운영체제뿐 아니라 접속환경도 차별하지 않는 것이 이 웹브라우저의 특징이자 핵심 사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애플이 ‘사파리’라는 웹브라우저를 만들어 자사 컴퓨터나 스마트폰, 태블릿PC에 기본으로 깔아 보급하는 것과는 다르다. 오페라라는 이름이 낯선 이용자도 있을 게다. 이름도 생소한 이 웹브라우저를 전세계에서 3억 명이 쓴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과 러시아, 동유럽 등에서 널리 쓰인다. 이 지역은 대체로 인터넷 접속환경이 한국보다 좋지 않은 축에 속한다. 한국과 달리 네트워크 환경이 좋지 못한 국가일수록 오페라 이용률이 높은 데 이는 오페라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결과다. 오페라 웹브라우저는 PC용 ‘오페라’를 비롯해 모바일용인 ‘오페라 미니’와 ‘오페라 모바일’로 나뉜다. 출발은 PC용 웹브라우저였다. 1994년 노르웨이의 가장 큰 통신회사 텔레노는 윈도우용 웹브라우저를 출시했다. 1년 뒤 오페라소프트웨어ASA(이하 오페라소프트웨어)는 이 웹브라우저를 들고 텔레노에서 독립했다. 조그만 웹브라우저 전문벤처로 출발한 오페라소프트웨어는 지금은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로 컸다. 이 회사의 2012년 한 해 매출이 2억16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천억 원에 이른다.1) 이후 오페라는 PC와 휴대폰뿐 아니라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되는 웹브라우저로 성장했다. TV에서 웹브라우저를 이용하게 하는 TV 렌더링 용도부터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이 나오기 이전의 스마트폰과 PDA, 셋톱박스와 게임콘솔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 잇따라 나왔다. 오페라의 영역은 PC나 스마트폰에 갇혀 있지 않다. 2006년 1월 일본 닌텐도는 휴대용 소형 게임기 ‘닌텐도DS’에서 작동하는 오페라를 소개했다. 그해 12월 자사의 콘솔 게임기 ‘위’(Wii)에서도 이용자가 웹 서핑을 즐기도록 오페라 웹브라우저를 탑재했다. 그뿐 아니다. 한국의 셋톱박스 제조사 휴맥스는 2011년 스마트TV 셋톱박스에 오페라를 내장했다. 오페라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이용해 TV 이용자가 TV 화면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접속하고 인터넷 음악 서비스를 이용해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블루레이 DVD 플레이어에 오페라를 설치해 판매하겠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PC에서 웹페이지를 새로 열 때마다 웹브라우저 창이 여러 개 뜨면 이용자로선 귀찮게 마련이다. 지금은 웹브라우저 창 하나에 여러 페이지를 한꺼번에 띄울 수 있다. 이걸 ‘탭’ 기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기능을 가장 먼저 소개한 웹브라우저가 바로 오페라다. 탭브라우징 뿐 아니다. 지금은 일반화된 브라우저 기능 가운데 오페라가 가장 먼저 선보인 것들이 적지 않다. 웹브라우저를 열고 빈 페이지를 열면 자주 가는 웹페이지가 네모난 섬네일 형태로 가지런히 배열돼 나오는 ‘스피드 다이얼’도 오페라가 가장 먼저 내놨다. 스피드 다이얼은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드나드는 웹사이트를 이용자가 입맛대로 등록하는 기능으로, 마치 웹브라우저 첫 화면을 여러 웹사이트로 구성하는 것과 비슷하다. 집에 있는 PC의 웹브라우저에서 쓰던 즐겨찾기나 스피드 다이얼, 자주 쓰는 검색 서비스를 회사 PC에서도 그대로 불러와 쓰면 얼마나 편리할까. 지금은 보편화된 동기화 기능이지만, 그 원조 역시 오페라가 선보인 ‘오페라 링크’다. 지금은 파이어폭스와 구글 크롬 등도 웹브라우저 설정을 저장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PC 뿐 아니라 스마트폰에서도 웹브라우저를 열고 로그인하기만 하면, 자신에게 맞는 설정과 열어본 웹사이트, 즐겨찾기 등을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것이다. 오페라는 모바일 이용자가 웹페이지에 접속할 때 해당 웹페이지를 자사 서버를 거쳐 모바일 화면에 뿌린다. 서버가 웹페이지 데이터를 압축 전송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용자는 적은 데이터를 수신하는 만큼 데이터 이용료를 줄이고, 웹페이지를 띄우는 속도도 빨라진다. 2011년 아마존은 태블릿PC ‘킨들파이어’를 출시하며 자체 웹브라우저 ‘실크(Silk)’를 내놨는데 오페라와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다. PC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모바일 기기에서도 이용자가 불편을 겪지 않고 웹서핑을 하도록 아마존은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EC2(Elastic Computing Cloud)를 기반으로 한 웹브라우저를 만들었다. 모바일용 오페라는 ‘오페라 모바일’과 ‘오페라 미니’ 두 제품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오페라 모바일은 아이폰 ‘사파리’나 안드로이드용 웹브라우저, 구글 크롬, 돌핀브라우저, 모바일용 파이어폭스와 비슷한 모습이다. 오페라 미니는 오페라 모바일과 화면 구성이나 메뉴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 데이터를 압축한다는 점이 다르다. 오페라 미니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동유럽, 러시아 등 인터넷 접속 환경이 한국만큼 빠르지 않은 지역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오페라 제품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전세계 오페라 미니 사용자는 약 2억3천만명으로, 오페라 모바일 사용자가 약 2100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많다. 오페라는 PC 웹브라우저로는 높은 점유율을 보이진 않지만, 모바일에서는 오페라 미니 덕을 톡톡히 본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모바일 웹브라우저 중 오페라의 점유율은 17%를 상회한다.2) 또 다른 시장 조사기관 넷마켓셰어는 휴대폰과 태블릿PC를 더한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에서 오페라 미니 점유율을 10.53%로 조사했다. 오페라 미니로 웹서핑을 하면 이용자는 오페라의 서버를 거쳐온 웹페이지를 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서버는 최대 90%까지 데이터를 압축해 오페라 미니로 전송한다. 이 모바일용 웹브라우저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피처폰에서도 작동한다. 자바 게임이 작동하는 휴대폰이나 자바가 작동하는 블랙베리는 오페라 미니4.X버전을, 노키아 아샤와 같이 터치 화면이 장착된 피처폰은 오페라 미니 7.X 버전을 깔 수 있다.3) 오페라 미니가 지금까지 서비스한 웹페이지는 1,650억 페이지가 넘으며, 이를 데이터 양으로 따지면 13페타바이트(PB)가 넘는다. 오페라 모바일과 오페라 미니 사용자 수를 합치면 2억4600만 명인데 이 중 스마트폰에서 쓰는 사람이 3분의1에 달한다.4) 발행2013.0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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