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불이행으로 인한 과오 - 1
어느 시대고 어느 사회치고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우리의 역사만큼
그 질이나 양 면에서 심각했던 경우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정치, 경제제도나 관행 은
구조적인 문제로 인하여 사건 속에 머물고 있지만
우리 국민은 인내가 참 대단한 민족은 틀림없습니다.
약속 불이행.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데는 대략 세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첫 번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을 했으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뜻하지 않은 재난이나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한 돌발사태가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
애초에 지키기 힘든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아예 약속을 지킨 의사가 없이 약속을 한 경우입니다.
이것은 약속이 아니라 거짓말입니다.
첫 번째의 경우는
인간으로서는 불가항력이므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두 번째와 세 번째의 경우입니다.
두 번째,
지키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약속을 하는 것은 대게 당장의 곤란함을 피하고
보자는 미봉책이거나
쓸데없는 선심을 쓰려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흔히 약속을 잘 안 지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이미 약속이 있다거나
다른 일정이 있을 때에는 분명하게 거절을 하셨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긍정의 의미로 그냥 침묵을 지키셨습니다.
혹시나 지키지 못할 사태가 발생할 것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시고는 반드시 지키셨습니다.
《열반경涅槃經》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기 전 마지막 여행 때의 일입니다.
부처님은 쿠시나가라로 가시기 전에
베살리에 잠시 무머셨습니다.
베살리에는 유명한 유녀遊女(요즘 말로 하면 창녀입니다.)
암바팔리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부처님은 바로 그 유녀의 동산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유녀 암바팔리는
부처님께서 자신의 망고동산에 머물고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는
곧장 수레를 몰아 부처님을 찾아갔습니다.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고 가르침을 받고는 기쁨에 넘쳐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싶으니 허락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무 말도 없이 침묵으로 응하셨고,
암바팔리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돌아갔습니다.
암바팔리는 공양을 준비하기 위해
수레를 몰고 돌아가다가
릿차비족 귀족 청년들의 수레와 부딪혔습니다.
릿차비족 청년들은 화가 나서
암바팔리에게 왜 그렇게 수레를 거칠게 몰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암바팔리는 내일 부처님께
공양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너무 서둘러서 그랬다고 사죄했습니다.
릿차비족 청년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들도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려고
부처님을 찾아가던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암바팔리의 초대를 수락하셨다는 말에 더욱 놀랐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릿챠위족 왕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자신들은 안중에도 없는 암바팔리였다.
암바팔리는
누구를 만나든 항상 아름다운 얼굴 가득 웃음을 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을 만나고 온 암바팔리의 얼굴은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설렘과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암바팔리의 변화를 느낀
왕자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습니다.
왕자들은 암바팔리의 길을 막은 채
부처님과의 약속을 취소하고
자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말했습니다.
암바팔리가 거절하자 왕자들은
더 많은 보석과 재물을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암바팔리는 재물과 보석뿐 아니라 바이살리 전체를 준다고 해도 부처님과의 약속이 먼저라며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왕자들은
부처님과 스님들을 초대한 자리에
자신들도 불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암바팔리는
부처님이 먼저 초대를 수락하셨다며 거절했습니다.
결국 암바팔리를 설득하지 못한 채 부처님을 만나러 간 릿챠위족의 왕자들은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대접하게다고 청했습니다.
릿챠위족 왕자들은 자신들이 공양을 청하면
부처님께서 창녀인 암바팔리의 초대를 당연히 거절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이미 암바팔리의 초대를 수락하셨다며
릿챠위족 왕자들의 청을 거절하셨습니다.
다음 날 부처님은 제자들과 함께
암바팔리의 망고나무 정원을 찾았습니다.
깨끗하게 청소를 마친 암바팔리의 정원은
부처님과 스님들이 설법을 하고
휴식을 취하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부처님이 설법을 마치자
암바팔리는 정성껏 준비한 공양을 올렸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계속 이야기를 올려드리겠습니다.
이것이 오늘의 따끈따끈한 글입니다.
오늘의 따끈따끈한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행복한 시간들로 가득 차시기 바랍니다.
2023년 04월 24일 오전 08:36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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