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 중국의 중심 북경에 'K-뮤직'의 바람이 불었다.
국악의 한류화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청주시립국악단(상임지휘자 한진)이 처음으로 해외무대에서 'K-뮤직'을 선보였다. 청주에서 온 그 '바람'의 파장은 기대이상으로 뜨거웠다.
청주시립국악단이 국악의 한류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K뮤직'은 우리의 전통음악 국악과 대중음악을 결합한 개념이다. 'K-뮤직'은 청주시립국악단이 국악을 바탕으로 독창적으로 기획·제작한 프로젝트로, 청주를 소재로 한 국악관현악곡들로 구성돼있다. 내년 초 음반출시도 앞두고 있다.
한류를 향한 'K-뮤직'의 여정은 지난 6~9일 한류의 중심지인 중국 북경에서 시작됐다.
국악단은 한·중 수교 21주년을 맞아 주중한국문화원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주중한국대사관 후원으로 북경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디스커버리 코리아(DISCOVERY KOREA)' 행사와 주중한국문화원에서 잇따라 초청공연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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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코리아' 행사에는 한국을 사랑하는 중국인, 각국의 무관(武官) 사절단을 비롯해 주중한국대사관 권영세 대사, 김진곤 주중한국문화원장, 김광진 국방무관, 특파원단 등 800여명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특히 올해 규모를 확대해 한국의 음악과 음식, 패션을 한 자리에서 소개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청주시립국악단의 공연(40분), 전양배연구소의 한지(韓紙)패션쇼, 한국음식 등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보고 듣고 맛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날 중국공연에서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단연 'K-뮤직'. 'K-뮤직'의 대표곡인 청주를 소재로 한 'The Wind from C'(8분30초), 청주 무심천을 표현한 'Heart River'를 작곡가 김의석씨의 피아노협연으로 처음 선보여 호응을 얻었고, 이길상 가수의 '멀어져간다' 노래도 관심을 샀다.
마지막곡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나오자 폭발적 반응이 쏟아졌다. 말그대로 국악의 재발견이었다. 파란눈을 가진 외국인과 중국인들은 싸이의 말춤을 추면서 신명나는 국악의 흥을 즐겼다.
이날 공연에서는 창작곡 '여는 소리'를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가장 대표 민요이자 세계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에 등재된 '아리랑', 신명나는 장단의 창작곡 '놀아보세 놀아보세' 등 국악 7곡을 선보였다. 중국 천커신 감독의 영화 '첨밀밀' 주제곡, 중국인들의 애창곡 '친구(朋友)'가 한국전통악기로 연주될 때에는 중국인들이 노래를 따라부르며 국악선율에 가까워지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세계화를 향한 첫 발걸음'의 의미를 가집니다. K-뮤직을 세계시장에 런칭한 이정표 같은. 그 첫 발이 좋아서 앞으로도 힘차게 잘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한진 청주시립국악단 지휘자)
첫날 공연이 끝나자마자 성과가 나왔다. 중국 공천당 까오빈 문화주임이 내년 11월 북경에서 열리는 중국문화산업박람회에 국악단을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일찍감치 제의해왔다. 이번 공연의 의미는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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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국공연은 '무지개'다. 연주한 곡은 7곡이었지만 이를 받아들인 중국관객들은 다양한 색깔로 감동받았을 거에요. 무지개는 밝은 것에 대한 약속이자 희망의 의미잖아요. 시립국악단의 K-뮤직이 앞으로 중국 하늘에서 무지개처럼 예쁘게 빛날 거라고 믿어요."(권오헌·타악)
"패스포트다. 해외 나갈 때 제일 처음 내미는 것이 패스포트(여권)잖아요. 청주시립국악단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첫 관문이자 필수과정이었어요."(변영수·청주시립국악단 기획홍보)
"세계지도다! 앞으로 이 지도 위에 K뮤직이 전파된 점이 찍어질 거에요. 이번 중국을 첫 시작으로 앞으로 K-뮤직의 영역을 넓혀가야죠."(나혜경·타악)
유일한 판소리 단원인 상금주씨는 해외에서의 '아리랑' 공연은 가슴 뭉클하다고 했다. 지난해 아리랑의 세계유네스코 등재 이후 전통의 가치를 더 크게 느낀단다.
"판소리는 국악의 꽃이죠. 한국의 희로애락이 들어가 있어서 사람들을 웃게도 울게도 하고 흥도 나게 합니다. 소리(노래), 발림(몸짓), 아니리(말) 등이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입니다."
지난 8일 주중한국문화원 공연에서는 앵콜곡을 3곡이나 받는 등 뜨거운 국악공연을 선보였다. 한류의 인기도 다시금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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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에게는 국악이 생소할텐데 외국인들이 저희 공연 보면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고 유심히 듣는 것을 보면서 뿌듯했어요. 특히 가장 경직되어 있는 군인들이 우리 공연 보면서 얼굴이 밝아지는 모습 보니까 이런 게 문화의 힘이구나 느꼈어요."(유재춘·가야금)
"한류의 인기에 놀랐어요. 호텔직원이 "한국사람이세요?" 물어보더니 "한국이 좋아서 한국어를 배운지 1년 됐다"며 굉장히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거에요."(이현아·피리)
85년 비상임으로 출발해 단원 33명 전체가 총출동한 해외공연은 이번이 11번째. 북경공연은 처음이란다. 이번 해외공연이 가능한 데에는 일정에 동행한 연철흠 청주시의원의 공이 컸다.
"2004년께 청주시립국악단과 대만 카오슝 공연을 같이 갔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그래서 지난해 행정감사때 해외공연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는데 올해 예산이 세워진 겁니다. 국위선양도 하고 외국에 우리 문화도 전하고… 행복합니다."
청주시립국악단이 맺어준 '1호 부부' 박정호(해금)·김진옥(아쟁) 부부는 서로를 더 챙기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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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단에서는 동료로서 음악적으로 서로의 부족한 점에 대해 모니터해줘요."(박정호)
국악단의 가장 '큰오빠'인 윤순병(대금)씨는 단원부족으로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지 못한 데에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가 단원 충원이에요. 동주(同州)도시로 전주시립국악단(단원 58명)과 매년 공연을 하는데 한 무대에 서면 단원 차이가 두 배여서 창피해요."
청주시립국악단이 이번에 중국 땅에 뿌린 'K뮤직의 씨앗'이 앞으로 싹을 틔우고 전세계에서 열매를 맺길 기대해본다.
청주의 소리가 해외의 소리가 되도록 해야죠"
[인터뷰] 한진 청주시립국악단 지휘자
"국내 '가요'와 해외의 'K팝'은 같은 가요이지만 스케일 등에서 다르잖아요, K팝이 해외진출을 위해 더 많은 돈과 시간, 공을 들여 곡을 만들고 연주하고 해외마케팅하는 것처럼, 'K뮤직'이 그렇습니다. 청주의 소리가 한국을 대표하고, 해외의 소리가 되게 하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청주시립국악단 한진 지휘자는 국악의 한류화, 특히 청주국악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그 핵심전략이 바로 'K-뮤직'. 글로벌한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국악의 전통적 요소와 서양의 오케스트라적 요소를 결합해 정교화한 것이 바로 'K-뮤직'이다. 'K-뮤직'의 첫 출발점이 된 이번 중국공연에 대해서는 만족해했다.
"중국에서도 K뮤직에 주목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K드라마, K팝 등을 중심으로 한류가 진행중인데 이제 K뮤직이 K팝을 넘어서서 한류의 새 바람을 일으킬 것입니다."
K-뮤직의 대표곡 'The Wind from C'(작곡 김의석)에서 'C'는 청주의 'C', 한국의 'C', 새로운 도전의 'C'를 의미한다.
"올초, 단원들에게 2013년도 계획을 발표하면서 '5C전략'을 소개했었어요. 청주시립국악단(Cheongju)에서 한국(Corea)을 대표하는 음악을 만들어(Creative), 해외런칭에 도전해보자고(Challenge), 첫 공연은 한류의 중심지 중국(China)에서 갖자고 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쁩니다."
내년 초에는 K-뮤직 앨범이 나올 예정이다. 모두 12곡이 수록될 예정으로, 청주를 소재로 한 'The Wind from C', 무심천을 음악으로 표현한 'Heart River', 청주의 관문 가로수길을 그린 'Green Gate', 청주 중앙공원의 1천년 된 은행나무를 소재로 한 'Soul Tree' 등 4곡이 포함됐다.
"퓨전국악이 다방이라면, 'K뮤직'은 스타벅스입니다. 시작부터가 마케팅, 타깃층, 기획부터가 달라야죠. 다방에 머물러있으면 소멸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지역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사랑받는 스타벅스 같은 존재로 변신이 필요합니다. 전세계인 누가 들어도 공감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지휘자는 이번 공연의 선곡에도 남다른 전략을 담았다. 'The Wind from C' 등 K뮤직 3곡을 해외무대에서 첫 선을 보이고, 피날레는 K팝의 이정표가 된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기에 '진도아리랑', '놀아보세 놀아보세' 곡들을 통해 한국의 전통 소리와 흥과 신명을 보여줬고, 중국곡 '첨밀밀', '친구'을 포함시켜 중국과의 친밀도를 높였다. |
"K팝의 뿌리 국악을 알린 공연"
[인터뷰] 김진곤 주중한국문화원장
"우리 거니까 지키는 게 아니라, 좋으니까 지키는 거에요. 우리는 국악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해요."
중국에서의 '한국문화대사' 역할인 김진곤 주중한국문화원장은 청주시립국악단의 'K뮤직'의 첫 장(場)을 마련해줬다. 청주시립국악단을 한·중 수교 21주년 기념 'DISCOVERY KOREA'행사에 초청해 국악의 재발견, 한국의 재발견으로 유도했다.
"이번 음악교류의 목적은 첫째 중국사람들이 우리(한국) 문화를 보고 '아 우리랑 비슷하구나'라고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고, 둘째가 '중국과 비슷한 줄 알았는데 다르구나'라고 다름을 인정하면서 존중하게 하는 거에요. 한국과 중국은 전통악기가 비슷해서 문화적 이질감이 적지만 리듬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셋째가 한국문화에 K팝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뿌리에 국악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목적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서로 같은듯 다른 문화의 '차이'를 존중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은 가사를 중시하는 반면 한국은 멜로디 위주여서 한국음악이 한류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악을 대중화, 특히 세계화하기는 어려워요. 우리도 국악을 잘 안듣잖아요. 국악을 들으라고, 한복을 입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죠. 알리는 게 먼저입니다. 중국에서 우리 국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 자연스럽게 국악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거죠."
특히 이날 행사는 한국의 음악, 음식, 패션을 한 자리에서 보여준 자리로, 한국음악을 들으면서 한국음식을 먹고, 한국 패션을 보는 자리로 기획됐다. 한류의 분위기속에서 한국의 문화의 정수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취지.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문화가 한국문화에요. 중국문화에 있어 한국이 가장 중요한 나라 라는 말이죠. 이것이 바로 문화의 힘, 한류의 힘입니다."
김진곤 한국문화원장은 이번 청주시립국악단의 수준높은 공연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수준높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릴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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