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모사독
해독 동맥경화방지 저항력증진 유즙부족에 효험
▶ 항암작용, 말초혈액에미치는 영향, 피응고에 미치는 영향, 방사선피해에 미치는 영향, 중독작용(신경독작용, 출혈독작용, 혈액순환장애작용, 용혈작용, 괴사작용, 혈액 응고촉진 또는 응고저지작용), 항암약, 해독약, 진통약, 수술 할 때의 국소마비약, 동맥경화증, 무력증, 기관지천식, 척수신경근염, 류마티스성관절염, 좌골신경통을 다스리는 살모사독
뱀의 독을 사독(蛇毒)이라고 한다. 살모사독은 출혈독이며 신경독의 특징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살모사에게 물리면 무섭게 저리는 통증과 함께 상처 부위가 부어오른다. 그러나 생쥐나 들쥐 같은 작은 동물에 대해서는 살모사의 독이 대단히 강하다고 한다. 살모사에게 물린 생쥐는 30초 이내에 죽는 경우도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인류는 이미 강력하고 무서운 뱀독을 이용한 각종 신약 개발과 치료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밝혀진 사실이지만, 브라질산 뱀독에서 유래한 BMS의 고혈압 치료제인 ‘캅토프릴’은 연간 20억달러(약 1조 8600억원) 이상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단지 뱀을 보신용으로 잡아 먹는 것을 떠나서 독이 많은 살모사를 대량 사육하여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만드는데 시야를 돌림으로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고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살모사독에 대해서 북한에서 펴낸 <동물성동약>에서는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살모사독(사독, 복사독)
라틴어: Agkistrodon, Viperotoxin, 영어: Maccasin venom, Snakesvenom, Viperotoxin, 러시아어: Ядщитоморд1ника, Виперотоксин, 중국어: 복사독:蝮蛇毒:fù shé dú=푸서뚜, 일본어: 지야도쿠:じやどく
[기원]
살모사(Agkistrodon halys pailas)를 비롯한 독뱀의 독선분비물이다.
[채취 및 가공]
독은 마찰압착법과 전기자극법으로 뽑는다.
마찰압착법: 한손에 뱀대가리와 함께 목부분을 쥐고 손가락으로 눈뒤에 있는 독선을 누르면서 자기나 유리로 된 그릇에 독이빨을 대고 독액을 받는 방법이다. 잘못하면 물릴 위험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전자자극법: 산 또는 알칼리축전지에서 직류로 뱀대가리를 자극한다. 두전극을 상구개점막에 대고 3~9V로 자극하면 독액이 독이빨을 따라 나오는데 위와 같은 방법으로 그릇에 받는다. 살모사독량은 개체의 독선크기, 계절 변화, 생리상태, 먹이활동과 나이에 따라차이나지만 보통 한 마리에서 10~50mg을 뽑을 수 있다.
가공: 독은 냉동건조한다. 독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여 조독을 분리 정제한다. 초산완충액, 초산-암모니움완충액, 인산완충액 등과 디에틸아미노에틸, 카르복시에틸, 세파맥스 A-50, G-50~150을 써서 정제한다.
[동약형태]
독액은 누런색이며 점성이 있다. 마른독은 누런색의 윤기나는 무정형결절이다.
[성분]
살모사독의 일반조성성분에는 탄소 40~50%, 수소 7~10%, 질소 15~17%, 유황 3~4%, 단백질 약 40%, 매우 적은양의 염으로 되어 있다. 뱀독의 약 90%는 단백질이며 고분자핵산은 들어 있지 않다. 갈락토즈, 만노즈, 푸코즈 등의 단당류가 들어 있으며 Na+, K+, Zn++ 등의 무기물질과 17가지 효소들과 지질 등이 들어 있다.
살모사독속의 출혈인자 HR-1은 분자량 80,000~91,000, 등전점 pH 4.7, 아미노산으로서 아스파가긴산, 글루타민산, 티로진, 시스틴, 술피드잔기가 많은량 들어 있으며 중성당이 12% 들어 있다. HR-1은 산성 단백질이다.
일본산 살모사독에서 브라디키닌의 활평근수축작용을 돕는 폴리펩티드 6종을 분리하였는데 그의 아미노산배열은 티로진-글루타민산-로이신-프롤린-프롤린-아르기닌--프롤린-리진-이소로이신-프롤린-프롤린이라고 한다.
살모사독에서 순수 분리된 성분중에 출혈인자로 HR-Ι과 HR-Ⅱ, 프로테아제, 1종의 펩티드유리효소와 2종의 펩티드파괴효소, 포텐티아토르E가 있다.
중국산 살모사독에는 두종의 항응고 성분인 안티트롬보플라스틴과 플라스민류사물질이 들어 있다. 또한 14개의 단백봉우리도 분리하였는데 여기에는 포스포디에스테라제, 포스포모노에스테라제, 5-누클레오티다제, 단백분해효소, 아미노산에스테라제, L-아미노산옥시다제, 포스포리파제 A, 출혈독소, 항응혈활성효소, 피부리놀리진 등이 들어 있다.
[약리작용]
항암작용: 살모사독에서 분리한 아르기닌에스테르히드로리진엔짐은 뚜렷한 항암작용을 나타냈다. 항암작용이 가장 뚜렷한 농도는 0.075mg/1000g이다.
말초혈액상에 미치는 영향: 살모사독 0.002mg/100g(1), 0.01mg/100g(2)을 흰쥐에게 14일 동안 배안 주사하여 적혈구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 결과 용혈성빈현을 일으킨 다음 28일 지나서 대조 83.1%일 때 (1)은 98.1%(P < 0.001), (2)는 94.5%(P < 0.01)로서 유의차가 있었다. 백혈구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4주일 지나서 대조 113.1%일 때 (2)는 136.2%(P < 0.05)로 높았으며 실험전기간에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피응고에 미치는 영향: 살모사독은 트롬보플라스틴과 비슷한 작용을 나타냈는데 1:100,000희석용액에서도 나타났다. 독액에 0.025mo1 염화칼슘용액 0.3m를 넣을 대 피응고 시간이 짧아졌다.
방사선피해에 미치는 영향: 방사선 8.5Gy를 쪼인 다음 흰주의 생존률에 미치는 살모사독의 영향을 검토하였다. 대조무리생존율은 15일, 30일만에 각각 62.5%, 43.8%, 실험무리생존률은 87.5%, 81.3%, 81.3%, 68.8%였다.
중독작용: 독뱀의 중요한 작용은 신경독작용, 출혈독작용, 혈액순환장애작용, 용혈작용, 괴사작용, 혈액 응고촉진 또는 응고저지 작용 등이다.
세계적으로 3,000여종의 뱀 가운데 독뱀은 600여종이 알려졌는데 사람에게 치명적은 뱀은 약 200종읻. 독뱀에 물린 다음 비교적 오랜 시간 지나서 물린 부위에 프로나제를 주사한 결과 치료효과가 인정되었다.
독성: 우리 나라 살모사독의 독성은 흰쥐에게 피하주사때 LD50 0.00052g/100g, 정맥주사때 0.000085g/100g, 배안 주사때 0.00010g/100g이며 계절에 따르는 독성변화는 없었다. 흰생쥐에게서 죽는양은 0.36mg/kg였다.
[응용]
항암약, 독풀이약, 아픔멎이약, 수술할 때의 국소마비약으로 쓴다. 동맥경화증, 무력증에도 쓴다. 과민성반응을 검사한 다음 써야 한다.
[제제 및 처방]
뱀독주사약: 살모사독으로 만든 주사약이다. 위와 같은 목적에 쓴다. 기관지천식, 척수신경근염, 류마티스성관절염, 좌골신경통 등에 쓴다.
뱀독연고: 살모사독으로 만든 연고이다. 위와 같은 목적으로 바른다.]
살모사독을 뽑는 방법에 대해 북한에서 펴낸 <동의치료경험집성>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 독사독(毒蛇毒)을 뽑는 방법
기구준비: 독사의 목을 누를 수 있는 Y자형 나무막대기, 고무장갑, 투베르쿨린주사기, 소독된 비닐(10×10㎝), 소독솜.
뽑는 방법: 독사의 목을 Y자형 막대기로 누른 다음 장갑을 낀 한 손으로 살무사의 목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독사의 입술을 약솜으로 닦는다. 다음 소독된 비닐을 접어서 뱀의 입에 물리면 독이빨구멍(위잇몸의 양쪽에 독이빨이 있다)에서 독(毒)이 나와 위이빨이 닿은 비닐에 묻는다.
한 번에 1∼5방울 정도 나오는데 이것을 투베르쿨린주사기로 페니실린병에 넣어두고 쓰거나 무균상태(無菌狀態)에서 말려두고 쓸 때마다 희석(稀釋)하여 쓸 수 있다.
독을 많이 얻으려면 때려서 잡지 말고 목을 눌러 잡아야 한다. 잘 관리하면 한 달 동안 두고 뽑을 수 있는데 잡은 첫날에는 하루에 2번도 뽑을 수 있다. 그 다음부터는 며칠에 한 번씩 뽑는 것이 좋다.]
◆ 살모사독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류머티스성관절염(임상보고)
살모사독주사약
조성: 살모사독
만들어 쓰는법: 살모사독으로 주사약 만드는 법에 따라 주사약을 만든다. 제일 아픈 부위 1~2곳에 0.2~0.4ml씩 피하주사하되 주사부위간격을 2~3cm되게 한다. 15일을 한 치료 주기로 하며 15일 쉬고 다시 치료할 수 있다. 한번 주사량을 1ml 초과하지 말아야 한다.
쓰는데: 류머티스성관절염
연구자료: 류머티스성관절염환자 15례를 살모사독주사약으로 치료한 결과 뼈마디아픔은 15례중 15례, 열감은 8례중 8례, 부종은 12례중 12례가 없어졌고 저린감, 걷기 장애, 운동장애는 대상환자의 80% 이상에서 나았다.
임상증상과 함께 혈침도 정상화되었다. 그러나 일부 환자들에거서 주사후 30~1시간에 메스꺼움, 경한 어지어룸이 나타났는데 주사량을 줄여서 쓰면 즉시 멎었다. [실용고려약처방 110면]
2,
살모사 독과 관련해 흥미있는 기사들을 모아보면 아래와 같다.
1, 동아사이언스 2002년 12월 18일
[살모사 독에서 항암물질 추출
맹독사인 까치살모사(칠점사)의 독에서 강력한 항암 물질을 발견했다.
연세대 의과학과 정광회(鄭光會) 교수는 12일 “까치살모사의 뱀독에서 암 전이를 억제하는 단백질 ‘삭사틸린’을 처음으로 발견해 분리했으며, 동물 실험에서도 암 전이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정 교수는 “이 물질은 특히 폐암 대장암 흑색종양의 전이를 강하게 억제했다”며 “독성시험 결과 인체에 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 물질은 암세포가 성장하기 위해 새로 혈관을 만들거나 혈관 안쪽 세포에 달라붙는 것을 억제해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다.
연구팀은 삭사틸린을 만드는 유전자를 효모의 DNA에 삽입해 이 물질을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정 교수는 “삭사틸린은 97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발견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엔도스타틴’이라는 암 전이 물질과 비교해 기능은 비슷하면서도 효과는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국내외 제약회사와 함께 이 물질의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며 이르면 4년 후에 신약으로 개발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 교수는 이 물질에 대해 미국 등 8개국에 특허를 신청했으며 관련 연구를 ‘암 연구’지 등 11개의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과학이야기] 뱀독은 독약이 아닌 특효약
봄을 만끽하러 나선 등산길에서 뱀을 만난다면 어떨까. 그 순간 오랜만의 봄나들이가 공포의 도가니로 변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사람을 즉사시킬 만큼무서운 살모사의 독에서 사람을 살리는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독이 약이 되는 셈이다.
뱀 입장에서 보면 먹이에 주입한 독이 순식간에 퍼져야 사냥에 성공할 확률이높아진다. 그래서 뱀은 독이 먹이의 몸 속에서 잘 퍼지게 하기 위해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방지하는 물질을 같이 주입한다. 캘리포니아 휘터대의 데빈 리모토 박사는 뱀독에 들어있는 이 물질이 가진 의학적 효능에 대해 관심을 갖고연구를 시작했다.
혈관에 지방이 쌓이면 약해진 혈관벽을 파손시켜 혈액 응고가 일어난다. 그 결과 심장이나 뇌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들어 심장마비나 발작이 일어난다.
리모토 박사는 뱀독에 들어있는 혈액 응고 방지물질을 이용하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연구팀은 살모사의 독에서 혈액 응고를 막는 효소 단백질을 분리해낸 다음, 청바지 천에 묻은 핏자국과 반응시켰다. 실험 결과 효소는 천에 묻은 핏자국 상당부분을 없애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응고된 혈액을 분해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나면 피브린이라는 단백질 작용으로 혈액이 응고되면서 더이상 출혈을 방지하려는 과정이 일어난다. 지난 3월 30일 리모토 박사는 미국화학회에서 실험결과를 발표하면서 뱀독에 들어있는 특정 효소 단백질이 상처주변에 생긴 피브린을 분해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뱀에 물린 상처에는 혈액 응고가 일어나지 않아 혈관을 따라 뱀독이 온몸에 퍼지게 된다.
뱀독을 이용해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예방하는 연구는 2002년부터 영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옥스퍼드, 버밍엄, 리버풀대 공동연구팀은 영국심장재단(BHF) 후원을 받아 뱀독에 심장병과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는 어떤성분이 함유돼 있는지를 규명한다는 목표 아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뱀독은 암을 치료하는 데도 이용되고 있다. 특히 이 분야에서는 우리 과학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2002년 연세대 의과학과 정광회 교수 연구팀은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맹독사 까치살모사(칠점사)의 독에서 강력한 항암 물질을발견했다. 살모사 독에서 추출한 ‘삭사틸린’이라는 단백질은 동물 실험에서암 전이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삭사틸린은 암세포가 성장하기 위해 새로 혈관을 만들거나 혈관 안쪽 세포에 달라붙는 것을 억제해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다. 특히 폐암, 대장암, 흑색종양 전이를 강하게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독성시험결과 인체에 해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삭사틸린을 만드는 유전자를효모의 DNA에 삽입해 이 물질을 대량 생산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정 교수팀은 올해 초에는 독샘에서 분리한 유전자로도 항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살모사 독샘에서 추출한 디스인테그린 유전자를 쥐에 주입한 결과 우수한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 그 동안 뱀독에서 분리한 단백질인 디스인테그린을 쥐에 주사해 각종 암의 전이와 성장을억제시켰다는 보고는 있었으나, 이 단백질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주입해 항암효과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었다.
흥미롭게도 북한에서도 뱀독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북한중앙통신은 북한 과학원 생물분원 산하 동물학연구소가 항암 면역 부활능력이강한 새로운 살모사 독 주사약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주사약은 항암제의 부작용인 백혈구와 림프구 감소현상을 막아 암 환자의 면역능력을 유지하는 효능이 있다는 것. 특히 방사성 치료를 할 때 함께쓰면 백혈구 감소를 방지,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2, 동아사이언스 2004년 1월 27일
[살모사 독샘 유전자 항암물질 공장 역할
한국산 살모사의 독샘에서 분리된 유전자가 쥐 실험 결과 암의 전이와 성장을 억제하는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의대 심혈관연구소 정광회(鄭光會), 임상병리학과 박용석(朴容奭) 교수팀은 살모사의 독샘에서 추출한 ‘디스인테그린’ 유전자를 피부암에 걸린 쥐에게 3주간 투여한 결과 암 전이와 성장이 각각 92%, 75% 억제됐다고 26일 밝혔다.
그동안 뱀의 독에서 분리된 ‘살리신’이라는 단백질이 폐암 대장암 피부암 등 각종 암의 전이와 성장에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는 있었으나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항암효과가 입증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 교수는 “단백질은 3주간 매일 주사해야 하는 반면 유전자는 같은 기간 4, 5일에 한 번만 투여해도 되는 장점이 있다”며 “쥐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20주 후에까지 큰 부작용 없이 단백질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뱀독의 유전자를 이용해 치료하는 것은 아직 초기단계지만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암 연구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 미국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 최신호에 실렸다.]
3, 동아사이언스 2004년 11월 17일
[동물 맹독에 명약 있었네
‘동물이 뿜는 맹독으로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한다.’ 다소 의아스럽게 들리는 얘기다. 벌에 쏘이거나 독사에게 물리면 신경이 마비되고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파괴돼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른다. 이들의 독으로 병을 치료한다니 과학적 근거가 약한 ‘민간요법’에서나 통용되는 말이 아닐까. 하지만 최근 과학자들은 독을 약으로 둔갑시킬 수 있는 흥미로운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충북대 약학과 홍진태 교수와 경원대 한의학과 김기현·송호섭 교수 공동연구팀은 지난 2년간 ‘벌의 독(봉독)’에서 추출한 물질이 류머티스 관절염에 효과를 보인다는 점을 생리적 차원에서 규명했다.벌(왼쪽)의 독에서 추출한 물질이 류마티스성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부패한 통조림에 살고 있는 맹독성 미생물(오른쪽)에서 분비되는 ‘독물’을 묽게 만들면 주름을 제거하고 근육경련을 완화시키는 등 ‘약물’ 효과가 발휘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이 연구논문은 미국에서 발행되는 ‘관절염과 류머티즘(Arthritis & Rheumatism)’ 11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현재 한방과 양방 모두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봉독요법’을 기초과학 수준에서 해석하고 싶었다. 봉독을 추출해 침이나 주사로 투여하면 염증 생성이 억제되고 통증이 사라진다고 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올해 봉독요법을 시도하고 있는 병원과 클리닉이 800개가 넘는다.
연구팀은 봉독에서 멜리틴을 비롯한 7가지 단백질로 이뤄진 복합물질을 추출해냈다. 이 물질을 류머티즘에 걸린 쥐의 다리에 투여하자 염증과 부기가 현저히 빠졌다. 또 류머티즘 환자로부터 얻은 무릎관절 세포(활액세포)에 투여한 결과 세포 내 염증 유발 유전자의 활성이 억제된다는 점을 밝혔다.
벌에 쏘이면 체내에서는 독물질과 싸우느라 염증이 생기고 피부가 붓는 것이 상식인데, 어떻게 거꾸로 치료효과가 나타나는 것일까.
홍진태교수홍 교수는 “봉독의 농도를 묽게 만드는 것이 비결”이라며 “1마이크로g(100만분의 1g) 수준의 극미량을 투여했을 때 치료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이상 농도를 투여하면 ‘본래의 성질’인 독성이 발휘될지 모른다는 의미다. 같은 약물이라도 ‘많으면 독이 되고 적으면 약이 된다’는 의학계의 오랜 믿음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묽은 봉독’이 왜 염증을 치료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비해 독이 약이 되는 ‘이유’를 미리 알고 접근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일명 ‘살모사 연구팀’으로 불리는 연세대 김두식(생화학과)·정광회 교수팀(의대)의 사례다.
연구팀은 살모사 독(살모신)에서 천연의 ‘항혈액응고제’를 추출했다. 살모사가 먹이를 물었을 때 생체에서는 피가 흐르지 않도록 물린 부위의 혈관에 혈소판 등이 몰려간다(응고). 살모사 독에는 이 방어작용을 막기 위한 항응고제가 존재하는 것. 만일 살모신을 인체에 투여하면 혈액응고로 인해 혈관이 막히는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흥미롭게도 살모신은 암세포 주변의 새로운 혈관생성도 막는다. 연구팀은 지난 수년간 살모신과 그 유전자를 생쥐에 투여해 탁월한 항암효과를 확인하고 미국 암학회가 발행하는 ‘캔서 리서치’에 두 차례 논문을 게재했다.
김두식 교수는 “사람에게도 살모신과 비슷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있을 것”이라며 “올해 9월부터 5년간 과학기술부로부터 국가지정연구실로 선정돼 ‘인체 내 살모신’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주름제거제로 잘 알려진 보툴리눔 치료제(상품명 보톡스)도 독물의 작용원리를 미리 알고 개발된 사례다.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위치한 바이오벤처 메디톡스는 2001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보툴리눔 치료제를 개발하고 올해 6월 서울 4개 병원의 2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모두 마쳤다. 얼굴의 절반이 실룩거리며 떨리는 ‘반측안면경련’에 약효가 뛰어나다는 점이 밝혀진 것.
치료제의 재료는 부패한 통조림에 살고 있는 미생물(Clostridium botulinum)의 독물질. 신경세포 끝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차단해 근육마비를 유발한다. 1마이크로g만 인체에 투여돼도 사망에 이른다.
연구진은 이 물질을 1000배 이상 묽게 만들었다. 근육이 떨리는 것은 그 부위의 신경이 과도하게 자극을 받은 결과다. 따라서 ‘희석된 독물’을 투여하면 어느 정도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메디톡스의 정현호 사장은 “눈가 주름도 신경자극의 반복으로 피부 아래 근육이 굳어져 생긴 것이어서 이 물질이 주름을 펴는 데 효과가 있다”며 “앞으로는 신경치료제로도 많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4, 동아사이언스 2006년 02월 03일
[코브라의 독을 세제로…
피리 부는 사람의 음악소리에 맞춰 춤추는 코브라. 코브라의 독은 소량으로도 사람이 즉사시킬 수 있을 만큼 엄청나게 강하다. 코브라를 비롯한 뱀의 독에는 수백 종의 단백질과 효소가 섞여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휘티어대의 한 연구팀은 이러한 뱀독의 성분을 세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뱀독 속에는 먹이 조직을 분해할 때 쓰이는 효소가 존재한다. 이 효소가 잘 지워지지 않는 얼룩의 단백질 결합을 끊어줌으로써 때가 잘 떨어지게 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독 하면 개구리독도 뱀독에 못지않다. 남미에는 독화살개구리가 있는데, 원주민들이 화살촉을 이 개구리에 문지르면 살상용 독화살이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을 죽일 정도는 아니지만 두꺼비의 독도 강하다. 고대 마야에서는 수수두꺼비의 피부 독을 사람에게 최면을 거는 물질로 사용했다고 한다.
또 브라질의 염색개구리는 앵무새를 화려하게 ‘염색’하는 데 쓰이는 분비물을 낸다. 녹색앵무새의 털을 뽑은 다음 맨살에다가 이 개구리를 문지르면 깃털이 다시 돋아날 때 다양한 색깔의 깃털이 나온다. 개구리의 분비물이 깃털의 생성과정에 영향을 미쳐 색깔을 띠게 하는 분자의 구조를 바꿔 주기 때문이다.
자신을 공격하는 곤충들에게 화상을 입힐 정도의 독성물질을 분비하는 벌레도 있다. 이 벌레는 폭탄먼지벌레라 불린다. 폭탄먼지벌레 꽁무니에는 두 갈래의 분비선이 있는데, 한쪽 분비선에는 사진을 현상할 때 쓰이는 하이드로퀴논이, 다른 한쪽에는 상처가 났을 때 소독약으로 쓰이는 과산화수소가 들어있다. 폭탄먼지벌레는 평소에 이 물질을 갖고만 다니다가 외부에서 공격을 당하면 두 물질을 섞어 폭탄처럼 초당 700번씩 발사한다. 혼합반응이 일어나면 온도가 섭씨 100도 가까이 올라가기 때문에 공격하던 거미와 같은 곤충들은 속수무책으로 화상을 입게 된다.
모기도 독성물질은 아니지만 침을 꽂아 피를 빨 때 피가 굳지 않도록 막는 물질을 낸다. 이 물질은 의약품으로도 연구돼 왔다.
동물의 다양한 화학물질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