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이라는 말
두 발이 드잡이한 것일까요
한 발 접질리고 나서 조심을 생각하네요
눈길 미끄러워 조심하라는 말
찰떡같이 앞은 조심이라 읽고
뒤로 엉덩방아 찧고서 깨우치네요
산책길에 드러난 나무뿌리
조심이라 읽고 손은 허방 짚더라며
오른손을 깁스한 친구 빙긋 왼손을 내밀어요
대낮 뚜껑 열린 맨홀은 어차피 어둠의 자식입니다
콘크리트 양생 중이니 조심하라고요
철근 몇 가닥 찔러넣은 흉터가 감쪽같은데
혹시 몰라요, 그 안에 어둠을 뚫는 잡초가 있을지
아이들 발에 손에 머리에 새기고 있는
엄마의 조심은 어디까지 따라붙을까요
엄마라서 엄마의 세상이 끝나야 멈추게 되겠지요
어쭙잖은 참견이 주먹을 자초하지요
입안에서 엉키고 설킨 불친절 때문에
이따금 피 터지게 혓바닥을 씹기도 해요
조심이라는 말을 줄 긋고 환절기라 부릅니다
마당에 들마루에 난교의 낌새가 스멀거려요
집적거리는 바람의 상간 뭉클 폭발하는 송홧가루
팬데믹, 팬데믹, 팬데믹
참혹한 언덕에서 숨진 봄을 다시 일으켜요
캄캄하던 그 봄, 조심이라는 말로 고쳐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