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세기」를 통해 본 신라인의 성(性)풍속
- 살아있는 생신(生神)으로서 제신(帝神)과 황신(皇神)
글│원동석 미술평론가
「화랑세기」는 혼인 풍속이 중국과 다른 점을 강조하는 대화에서
“우리는 중화(국)와 다른 ‘신국(神國)’이다. 그러므로 신국의 도를 따를 뿐이다.”고 말한다.
여기서 김대문(金大問)이 말한 ‘신국’의 신라 말의 고유 명칭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지만, 원시사회의 권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지아비와 지어미의 역할을 찾아보게 한다.
우선 나라 임금의 지아비를 제(帝)라 이름하고, 그 지어미를 황후(皇后)라고 신라가 호칭한 점에서 조선조의 왕과 왕비보다 훨씬 자주적이고 독자적이었다는 사실이며, 제와 황은 다 같이 임금을 뜻하면서 그 역할이 다른 점을 중국문헌에서 추론할 수 있다.
황제라는 합성명사를 진시황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 명칭 시황(始皇)이 말해준다. 중국 은(殷-상:商)나라는 최고의 제사신으로 상제(上帝)라는 이름이 나오는데 후세는 이를 두고 만물위에 군림하는 초월 신, 하늘 신, 북극별 등으로 해석한다.
물론 상제는 서양의 ‘하나님 아버지’라고 부르는 남성신임을 의심의 여지없이 받아들인다. 중국의 시조신이라 말하는 황제(黃帝)로부터 시작하여 전욱(顓頊), 제곡(高辛), 요(堯), 순(舜), 우(禹) 5제는 모두 남성이며 그 위에 군림하는 것이 상제이다.
일본인 학자 하야시 미나오(林巳奈夫)는 『중국고대의 신들』 이라는 책에서 흔히 태양이 ‘세발(三足)을 가진 까마귀’라고 보았던 중국인의 상상력,
신화는 검은 독수리를 잘못 본 것이라면서 은대 청동기, 옥제의 문양 분석을 통해 밝히고 있으며 제(帝)라는 글자도 검은 독수리 깃털에서 유래함을 세세히 설명한다.
반면에 하늘 ‘天’의 글자는 어미주술사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어, 고대의 추상적 ‘天’관념이 원시신화에 뿌리 두었음을 말한다. 그러나 황(皇)이라는 글자의 유래를 어느 책에서도 나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글자 풀이로 읽는다면 백(白)과 왕(王)이 합한 글자이다. 중국인의 ‘3황 5제’에서는 제에 앞서있는 원시적 신이 황이다. 그리하여 삼황은 복희(포희), 신농(선농), 여와(여왜)이다. 하(夏)왕조에 앞서 존재하는 5제에 나라의 건국과 정복, 정치하는 일에 대한 신화가 깔려있다면,
3황은 인류의 창조에서부터 농사짓는 법, 혼례, 결승문자, 팔괘 등 원시사회의 형성 신화인데 복희와 신농은 같은 기능의 동일한 남신이며 흙으로 인간을 창조하는 여와라는 여신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여와는 거북이 다리를 잘라 하늘 기둥을 삼게하고 혼인을 주도한다고 나와 있으나, 고대에서 독자적인 여와의 사당모심이 국가차원에서는 없다. 항상 복희와 짝지어 나타난다.
중국은 남성인 제가 최고의 제사장이라면, 신라의 황후는 신궁황신이라 일컫는 최고의 제사장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원시적 어미사회의 유제이다. 일본에는 황제라는 말이 없으며
모두 덴노우(천황:天皇)이라 부르며 여성도 천황에 오른 점에서(가령 추이고오:推古 천왕) 신라의 선덕, 진덕, 진성여왕 등이 임금 자리를 차지한 것과 같다. 반면에 여성의 권력 승계가 아예 없는 중국의 황후는 여성적인 농사분업에서 선도자 역할 이외에는
‘암 닭이 울면 나라의 흉조’라는 신화(「춘추좌전」 중) 속에 갇혀 있다. 하(夏), 은(殷), 주(周-서주)의 망국 배경에 여성이라는 요물이 있었음을 역사적 사실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 중국인의 부권중심 신화의 실체이다.
중국의 ‘시경 (詩經)’은 공자(孔子)가 은‧주시대의 가장 오래된 구전민요(風)이며 제사 시에 올리는 주술노래(頌)를 채집‧편찬한 것으로 유명한데 여기서 ‘상제’라는 의미가 여러 기능과 역할을 가진, 매우 다의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이를 추려보면 호천상제 (昊天上帝), 황의상제 (皇矣上帝), 상제시황(上帝是皇), 상제시지(上帝是祗) 등이 나오는데 시경 번역자는 한 결 같이 상제를 형용하는 언어로 해석하고 있으나,
호천이라는 상제가 글자그대로 염천(여름하늘)의 의미가 아니라, 만물의 번식을 돕는 봄을 상징하는 상제라고 보면서 ‘황의상제’와 동일시하는 것이 대만 철학자 방동미(方東美)의 해석이다(「원시유가도가철학」 중)
그러나 상제는 황신이다, 땅 귀신이라는 지시적 표현은 그것이 형용사일 수 없다. 3황을 5제에 앞서 존재시키는 신화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좌전」에는 천황후토(天皇后土)라는 말이 나온다.
후토는 땅신이면서 주나라 시조인 후직으로 읽는다. 말하자면 3황의 신화가 내포하듯이 황의 글자는 어미 땅의 존재와 창조, 생육에 관련된 원시성을 말하는 의미라고 본다.
중국 천자가 극심한 가뭄의 기우제(祈雨祭) 때 벌이는 춤을 ‘황무(皇舞)’ 라 한다. 8명의 소년, 소녀가 흰 깃발을 흔들면서 ‘빗님이여 내리소서’하는 주술춤을 추는데 용성(龍星)-지금의 목성별-을 향하여 빈다는 것이다.
아니면 특정한 산과 숲, 강신 하백(河伯)에게 기원하고, 흙으로 용의 형상을 만들거나 용그림으로 대신한다. 제물은 무당이나 천자자신(우임금)이었다. 혹은 병신 곱추를 희생으로 삼아 불에 태웠다고 한다. 소위 인신 공양의 극대화인데,
비구름을 몰고 오는 용신이 하필이면 멀고먼 목성인가? 가까운 달별을 두고도 바뀐 신화적 변용이 의심스럽다. 우리의 민간 기우제는 마을의 가장 높은 산에 각자가 마을에서 땔감을 지고 올라가 모아서 불을 질렀다.
이때의 말로 ‘하늘님 밑구멍을 지진다’는 도발적이고 불경한 언사를 사용하였다. 밑구멍이 뜨거우면 구름신이 오줌비를 싼다고 본 것이다. 중국의 복잡한 격식에 비해 추상적이지 않다.
아무튼 황의 의미는 여러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특히 황조(皇祖), 황고(皇考), 황고(皇姑) 낱말의 의미는 죽은 할아비, 죽은 아비, 죽은 할어미를 높이는, 신성을 부여하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말에는 그 같은 낱말이 없다.
중국 고대의 제왕들은 하늘의 상제를 모시고 있으므로 스스로 천자(天子)라고 부르지만, 살아 있는 신으로서 천황, 생신(生神)의 관념이 없다. 그러나 신라의 법흥제는 말하기를 ‘백성이 나를 신으로 삼는다(億兆以朕爲神)’고 「화랑세기」는 전하고 있다. 그리하여
‘나의 후궁 옥진은 내가 신으로 삼고 있다(朕以玉珍爲神)’라고도 덧붙인다. 이 같은 말이 중국과 다른 ‘신국’을 자처하는 신라 이외에 어디에 있는가? 더욱 「화랑세기」의 문헌이 아니었으면,
김부식, 일연 같은 중국식의 역사, 신화체계로 우리의 고대사회를 해독하였을 것이다. 까마득하게 몰랐던 우리 고대의 역사, 신화이었기에 가짜시비가 나온 것은 당연하다.
일본은 신라의 이 같은 전통을 이어서 일본근대 군국주의 멸망 이전까지 천황을 생신(生神:이께가미)로 여기었다. 세계 2차대전의 종료라 할 수 있는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 미군에 의해 일본천황은 비로소 생신이 아닌,
인간화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생신신화는 분명히 원시 무당신화의 유제이다. 당골의 원말 ‘tangor’가 천인(天人)이라는 뜻이고 천인은 신인(神人)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재도 그것이 남아 있으며 그 같은 신화의 존속이 종교나 문명의 후진성을 말하는 어떤 잣대도 아니다. 신의 존재나 관념은 인간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믿느냐의 문제이다. 종교사적으로 보면 신이라
자칭한 최대의 피해자는 예수 그리스도였다. 신의 초월적 존재를 믿는 유대인들 앞에서 예수는 거침없이 ‘나는 신의 아들이요, 하나님이다’고 말하였으며, 그 때문에 유대인의 핍박으로 십자가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유대인)가 너를 돌로 치려함은 선한 일을 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신성모독으로 인함이니, 네가 사람이 되어 하나님이라 자칭함이로다 (요한복음 10:13)”
그러나
기독교는 오직 예수 한 분만이 하나님을 자칭할 수 있다고 한정한다. 그리하여 성부와 성자, 성령이 하나라는 신학체계를 만들어 내었다. 상제를 내세운 중국만이 아니라 서양의 기독교국이 일본의 생신 천황을 용인하지 않는 것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
도판 WonDDo-1
반사 - <공양인상> 돈황 제 409굴, 서하
도판 WonDDo-2
반사 - <남자군상> 아스카 문명
도판 WonDDo-3
반사 - <여자군상> 아스카 문명
도판 WonDDo-4
웹 - 선덕여왕릉 경북 경주시 보문동 소재 신라시대 사적 제 182호
도판 WonDDo-5
웹 - <첨성대> 경북 경주시 인왕동 소재, 신라 선덕여왕 재위 기간인 632년∼647년 사이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
첫댓글 안녕 하세요?
이제 소 .대한이 다 지났네요
옛말 대로라면 앞으로는 혹한은 없을듯
싶습니다만 음력 2월에도 김치독 깬단 말도 있는것 보면
장담을 못할 일 이네요
우리 님들 감기 조심 하시고
건강 하세요
안녕 히게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