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크라 힐링에 관한 정신신경면역학적 고찰
2.선행연구 검토
박미라는 인간의 물질적 신체를 근거로 하여 차크라의 존재를 규명하고자 하는 연구들을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첫째는 신경계와 내분비계를 인체 안에 있는 나디와 차크라, 쿤달리니에 적용하여 그 특성과 역할을 설명하는 연구이고, 둘째는 인간에게 존재하는 에너지장들을 차크라와 연결하여 설명함으로써 치유의 도구로 이용하는 접근법들, 셋째는 Wilhelm Reich의 근육무장이론과 차크라 이론을 비교 고찰하는 신체심리학적 접근법이다.
첫 번째 접근법은 정신신경면역학에 이르러 종합된다고 할 수 있는데, 정신신경면역학은 정신계와 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에너지와 관련된 것으로서 물리적인 개념이지만 정신신경면역학의 생화학적 이론과 무관하지 않다.
몸과 마음의 연결에 관한 물리적인 설명 방식은 양자물리학 이론을 토대로 제안된 양자의학이다. 신경희에 따르면, 양자물리학과 정신신경면역학 사이에서 통용되는 개념은 정보와 에너지이다.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사이토카인과 같은 화학적 전령물질(messanger)들은 말 그대로 정보를 운반하는 물질이고, 이 물질들이 실제로 운반하는 정보는 전기적 에너지이다. 또한 모든 생화학 반응은 결국 전자(electron)들이 옮겨지는 현상이다. 따라서 생명현상은 전자기적 현상이다.
정신신경면역학 연구의 선구자인 Candace Pert는 James Oschman의 저서인『에너지의학(Energy Medicine)』의 서문에서, 수많은 보완대체요법은 모두 에너지 흐름에 작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모두 같은 기제로 효과를 낸다고 기술하였다. 생명에너지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에너지의학은 인류 역사 속에서 가장 오래된 의학이자 가장 포괄적인 자연치유의학이다. 비록 계몽주의 이후의 과학적의학은 생기론(vitalism)과 관련된 모든 개념을 철저히 거부해 왔지만, 생명에너지라는 개념은 전 세계 100여 개의 문화권에서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개념이다. 동양의 도교와 한의학, 요가와 아유르베다의학도 모두 생명에너지가 인간의 생리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생명체에서 방사되는 에너지는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작다는 뜻에서 미세에너지(subtle energy)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현대 에너지의학은 이 에너지를 측정하여 진단과 치료에 이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미 임상 현장에서도 미세에너지를 이용하는 다양한 치료 양식들이 심신의 건강을 도모하고 질병을 치료하려는 목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미세에너지와 관련된 현상에는 과거에 신비주의나 영적인 현상으로 분류되었던 것들이 포함되며, 많은 방법론들이 보완대체의학의 범주 중 심신의학적 중재법으로 분류된다.
인체의 생체장 이론과 관련된 질병 치료의 기본 개념은 부족한 파동을 보충하거나 비정상 파동을 정상 파동으로 반전시키는 것이다. 동종요법, 침술, 기공치료 등의 원리도 생체장 이론으로 설명된다. 기공치료에서는 치료사와 환자의 기가 공명에 의해 서로 전달되는 것으로 설명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기공치료가 널리 이용되고 있는데, 심지어는 동물에 대해서도 시행되고 있다. 치료적 접촉(therapeutic touch: TT)은 1970년대 초에 Dolores Krieger와 Dora Kunz에 의해 개발된 것으로, 다른 수기치료 방식과 달리 대개 직접 환자 몸에 손을 대지 않고 환자의 에너지 균형을 바로 잡는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일반 간호대학원에서 정식 교과과정으로 다루고 있고 임상에서도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내분비 시스템에 대한 서양 과학적 연구는 척추를 따라 배열되어 있는 차크라, 즉 보이지 않는 에너지 센터들의 균형을 맞추는 고대 동양의 수행법들이 건강과 웰빙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인체의 주요 내분비계 분비선들은 이 차크라들과 연결되어 있다. 이들 내분비선의 기능이 영적인 가르침과 관련되어 있는 차크라의 기능과도 대응된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차크라는 요가의 기본 개념이지만 일반적으로 요가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서는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차크라는 일반적으로 형이상학적으로 표현되는 인체의 에너지 중심으로 간주된다. Maxwell은 요가 차크라의 생리학적 기초에 대해 개관하면서, 차크라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유는 차크라에 대한 묘사가 환상적인 신화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그 이유를 지적하였다. 비록 요가 수행이 가져오는 생리학적 효과가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도 있고, 차크라가 생리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설명도 과학계나 요가 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기는 하지만, 요가 수행이라는 것이 주관적 경험에 기초하고 있고, 대개의 수행자나 요가 지도자들은 객관적인 설명을 피한다는 점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Maxwell은 세포 간 간극연접(gap junction)이 침술과 같은 다른 분야뿐만 아니라 요가에 기술된 미묘한 에너지 시스템의 기초가 되는 생리학적 기제를 제공한다는 가설을 세우는 초기 연구를 바탕으로, 요가 차크라의 생리학적 기초를 개관하였다. 그에 따르면 차크라의 세 가지 물리적 측면은 간극연접과 관련된 기제를 통해 통합되며, 배아 발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제안된다. 또한, 간극연접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지점들과 관련된 전기 전도 현상은 해당 차크라에 기인하는 특성을 발현할 수 있다. 이 이론은 이전에 설명되지 않았던 차크라 이론에 대한 많은 세부 사항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며 그러한 주관적 현상을 개념화하고 연구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차크라에 대하여 좀 더 현대 생리학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설명은 내분비생리학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차크라가 단지 신체와 관련된 에너지 중심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모든 차원과 관련된 에너지 중심이라는 점에서, 전신을 연결하고 몸과 마음, 생명과 환경을 전령물질의 작용기제로 설명하는 정신신경면역학은 차크라에 관한 생리학적 기반으로서 매우 유망하다.
정신신경면역학은 중추신경계와 자율신경계, 면역계와 내분비계 사이의 상호 연결을 탐구하는 새로운 학문 분야이다. 정신신경면역학 연구는 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 면역계의 사이토카인(cytokine), 내분비계의 호르몬(hormone)과 같은 화학적 전령 물질들에 의한 세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신체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통합체로 만드는 것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몸과 마음의 통합체, 생명과 환경의 통합체를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Wisneski는 정신신경면역학을 전일주의(holism)의 과학적 기초라 하였다.
정신신경면역학은 현대 생의학과 전통의학들의 이론을 통합하여 설명하는 기반이기 때문에 통합의학의 생리학이라 불리기도 한다. 생명에너지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대부분의 전통의학들은 경험적 치유법과 전일주의 철학에 기초를 가지고 있으나, 정신신경면역학은 화학적 전령물질에 의해 일어나는 생명현상이 결국은 물리적 에너지 현상임을 설명한다.
특히 Wisneski는 송과체(pineal gland)에 관하여 연구하였다. 송과체는 아즈나 차크라(ajnachakra)에 대응된다. 그는 인체 내분비계의 지배자선(master gland)이 뇌하수체나 시상하부가 아니라 송과체라 주장하고, 송과체를 에너지 변환기로 설명하면서, 차크라 이론과의 접목을 시도하였다. 동양의 여러 전통적 가르침에서, 내분비선들은 생식과 창조성의 신비뿐아니라 잠재된 가능성과 재생력의 열쇠이다. 복잡한 정신세계와 송과체의 기능의 연관성에 관한 관심은 현대에 이르러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명상과 같은 깊은 이완상태, 변성의식 상태에서 나타나는 신경계의 변화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같은 뇌영상기술로 추적이 가능해지고 있으며, 이 상태에서 나타나는 초월의식 상태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기제도 밝혀지고 있다. 각각이 일종의 뇌라고 할 수 있는 차크라에 대한 치유가 실제로 어떤 생리적 기제로 이루어지는지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나고 있고, 여러 학자들에게 송과체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주제이다.
송과체는 고대 문헌에서 '세 번째 눈(the third eye)'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실제로 송과체를 구성하는 세포 중에는 눈의 광수용체 세포와 매우 유사한 세포도 발견된다. 사하자 요가(Sahaja Yoga)의 창립자인 ShriMataji Nirmala Devi에 따르면, 아즈나 차크라는 용서와 동정의 차크라이다. 용서는 분노와 증오와 분개를 없애고 겸손하게 영의 고귀함과 관대함을 발견할 수 있는 힘이다. 그것은 우리의 모든 자아, 조건화, 습관, 차별과 관련된 잘못된 생각, 그리고 우리의 모든 무지를 소멸하는 것이다. 이곳은 우리의 의식이 일곱 번째 중심인 최종 목적지로 올라가는 길을 여는 문이다. 그 결과 우리가 가진 두려움에 기인한 분노, 증오가 평화와 안녕의 상태로 변화될 수 있다.
송과체는 여러 종교와 문화에서 신성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 생리학에서는 그 연구가 매우 제한되어 있었고, 단지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만드는 내분비 기관일 뿐이었다. 비록 일부학자들이 30여년 동안 송과체 연구를 해왔지만, 주류과학에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송과체에서 발견되는 호르몬은 멜라토닌 외에도 많다. 휴식과 수면을 유도하는 능력, 항산화와 항노화 능력 때문에 멜라토닌에 관심을 가져왔지만, 멜라토닌은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 NK세포)를 비롯한 면역세포들의 활동을 향상시키고 혈소판 응집을 억제한다. 이는 송과체가 면역계나 순환기계와도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근거들이 축적되면서 서양의학에서도 명상과 같은 치유법이 생리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설명되고 있다.
멜라토닌은 내인성 환각물질인 DMT(dimethyltryptamine)의 전구물질이다. '영혼의 분자(spirit molecule)'이라고도 불리는 DMT는 의약품인 수마트립탄(sumatriptan)과 같은 물질이다. 아마도 우리는 아즈나 차크라의 활성화가 가져오는 변성의식 상태나 그상태에서 일어나는 치유적 효과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정신신경면역학은 영적인 치유법의 실질적 효과를 이완 기제에 의해 규명해 왔다. 예를 들어 세타파(theta wave) 같은 서파(slow wave) 단계의 깊은 이완상태에서 분출되는 이완호르몬들은 약리학적으로 진정, 진통, 대사조절, 상처치유, 항암, 신경회복, 항산화, 항노화 등의 목적으로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는 약물들이다. 아즈나 차크라 즉 송과체의 깨어남이 멜라토닌, DMT같은 물질들의 분비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흉선이나 심장과 관련이 있는 아나하타 차크라의 깨어남은 면역 조절, 수명 연장과 관련된 물질들의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마음과 몸의 상호작용을 설명하고 있는 정신신경면역학은 심신의학의 기초이기도 하다. 따라서 명상, 최면, 심상법 등의 생리적 효과를 설명하는 과학적 원리이기도 하다. 스트레스 연구를 기반으로 성립된 정신신경면역학에서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부정적 정서가 심신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이완과 관련된 긍정적 정서가 심신에 미치는 영향도 설명한다.
차크라 이론에 기초하는 요가 역시 대표적인 심신의학적 기법이다. 에피네프린(epinephrine)처럼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장에 작용하는 호르몬이 심장박동을 증가시키는 것을 심전도를 통해 전자기 파장의 변화로 관찰할 수 있다. 심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강력한 전자기파장을 발생시키는 곳이므로, 뇌는 물론 전신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심지어 한 사람의 심전도파는 옆 사람의 뇌파나 심전도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신신경면역학과 관련한 새로운 학문 분야 중에서, 심장신경면역학(cardioneuroimmunology)이라는 분야는 심장에서 새로 발견된 호르몬과 뇌의 신경펩티드와 면역계 사이의 상호작용을 설명한다.
요가, 내경의학을 비롯한 전통의학에서 심장은 마음의 장기이고 존재의 중심이다. 가슴 차크라의 깨어남은 심신의 건강에 생리학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주요 내분비 시스템에 독자적인 신경계가 형성되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심장이 하나의 독립적인 신경계를 가진 것처럼 장(intestine) 또한 그러하다. Cayce가 복부에 있는 뇌에 대해 언급한 후, 이 주제는 Gershon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Gershon에 의해 '제2의 뇌(second brain)'이라 명명된 복부 뇌 또는 장에 분포하고 있는 장신경총은 수많은 신경펩티드를 생성하며, 면역 기능을 조절하기도 한다.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stme)와 장내 미생물 사이에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은 최근에 뇌-장축(brain-gut axis), 뇌-장-장내미생물 축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고, 이를 통해 장내 환경의 변화가 인지, 정서,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직감(gut feeling)'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는 것처럼, 소화기계에 속해 있는 장이라는 내장기관은 본능과 관련된 마음과 행동이 형성되는 곳이다. 장은 인체의 가장 큰 내분비기관이자 면역계이므로, 장은 그 자체가 정신-신경-내분비-면역계를 구현한 곳이다. 인체의 다른 기관들도 그러하다. 여러 호르몬과 사이토카인, 신경전달물질을 합성하는 피부 또한 '제 3의 뇌(the third brain)'로 불리며, 최근에는 간(liver)과 같은 곳에서도 일종의 신경계가 유사한 조직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이것은 척추의 주요 차크라 이외에도 인체의 다른 차크라에 대한 연구 또한 필요함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체의 주요 내분비계는 차크라의 위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각 내분비 시스템의 원활한 활동은 질병과 건강, 노화 및 웰빙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루어진 차크라에 관한 생리학적 연구는 주로 척추의 차크라가 주요 내분비선에 상응한다는 정도의 연구에 불과하다. 특히 차크라의 각성이 심신에 영향을 주는 기제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차크라 힐링의 치유적 기제를 정신신경면역학에 기초하여 더욱 면밀히 고찰해 보고자 한다.
<차크라 힐링에 관한 정신신경면역학적 고찰/ 정문성 선문대학교 대학원 통합의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