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 감정을 자제한다. 패배한 상대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상대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프로게이머 사이에서 암묵적인 룰이기 때문이다.
가끔 프로게이머들은 이런 룰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감정표현은 일희일비가 엇갈리는 순간에나 허용된다.
스타리그행이 결정지어진 순간, 상대에게 GG를 받아낸 순간 프로게이머 조형근은 억누르고 있던 기쁨을 해맑은 미소로 표현했다.
◆잊고 지내야만 했던 스타크래프트, 그리고 스타리그.
그는 사실 신인이 아니다. 2001년 스카이 스타리그에 출전했고, 1승2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뒀지만 당대 최고의 저그유저로 불렸던 홍진호를 잡아내며 강력한 모습을 선보였다.
스카이 스타리그 16강에서 홍진호에게 승리를 거뒀지만 정유석과 세르게이에게 패배하며 1승2패로 재경기를 치러야 했다. 결과는 2패로 탈락. 그는 그때를 떠올리면 너무나도 아쉬웠던 순간이란다.
그리고 그는 네이트 스타리그 예선을 마지막으로 부산으로 향했다. 고3이었던 그에게 집과 학교에서는 공부를 하라고 재촉했다. 미래를 위해서라면 공부를 하고 대학을 들어가야한다는 것이 부모님의 의견이었다.
◆부산에서의 하루하루.
부모님의 뜻에 따라 다시 책을 잡은 그는 프로게이머 시절 게임에 몰두한 이상으로 학업에 전념했다. 한시도 책을 놓지 않고 공부에 매달렸지만 머리 속에서 맴도는 스타리그의 추억이 가시질 않았다. 16강에서 아쉽게 1승2패로 탈락한 것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단 몇개월간 공부에 매달린 덕분에 만족할만한 성적을 얻었다. 수능을 보자마자 그는 서울로 상경했다. 분당에 있는 강도경의 집에 머물기도 했고, 한빛스타즈의 숙소에서 미친듯이 게임에 매달렸다. 그러나 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서울로 올라온지 1달만에 그의 몸에 이상이 왔다. 몸이 너무 아파 부산으로 내려갔고, 병원에 입원해 병치료에 신경썼다. 치료기간이 너무 길어져 대학 합격 통지서도 병상에서 받을 정도였다.
몸이 완쾌되자 그는 대학 생활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 학생으로 1년을 지냈고 2003년 겨울 그는 결심을 하게 된다. 휴학을 하자고. 게임을 다시 시작해보겠다고.
◆또 한 번의 도전.
휴학원을 내고 그는 무작정 서울행 열차를 탔다. 일단 강도경의 집에 여장을 풀고 숙식을 해결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강도경에게 고마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단다. 평생의 은인이라고까지 말한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자신에게 너무나도 많은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다시 시작한 뒤 출전한 챌린지 예선장. 그는 3차전까지 올라갔지만 또 한번 3자 재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상대는 김민구와 전상욱. 당시 그들의 기세는 신예 중 가장 눈에 돋보일 정도였다. 조형근은 또 아쉽게 2패로 탈락하고 말았다.
마지막에서 탈락하고 나서 그는 충격에 빠졌다. 탈락이 가져온 충격이라기 보다 또 3자 재경기에서 패했다는 충격이었다. 자신이 꼭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커졌다.
흔들리는 그를 잡아준 것은 '평생의 은인' 강도경이었다. "넌 할 수 있어"라는 그 말에 다시 자신감이 솟구쳤다. 강도경은 단순한 형이 아니었다.
◆난 할수 있다.
그는 한빛스타즈 숙소를 다시 찾았다. 팀원들과 합숙을 하고 훈련에 '올인'했다. 강도경의 분당집을 찾을 때도 있지만 숙소 생활에 익숙하려고 애썼다. 빨리 적응할수록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두 번째 출전한 챌린지리그 예선. 마지막 고비에서 GO 마재윤에게 승리를 거뒀을 때 그는 웃지 않았다. 마음 속으로 기뻤지만 최대한 자제했다. 그의 꿈은 훨씬 높은 곳에 있었다.
며칠후 게임TV 신인왕전 예선도 무난히 통과한 그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래 난 할 수 있어!'
◆챌린지리그 첫 출전 첫 패배. 그리고 아이옵스 스타리그 진출.
챌린지리그 예선을 통과한 뒤 첫 경기에서 SK텔레콤의 고인규에게 패배했다. 많이 준비했지만 상황 판단이 흐려지며 그는 GG를 칠 수 밖에 없었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너무 아쉽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 지주인 강도경이 경기장까지 응원왔었는데 패하고 말았다. 그는 강도경에게 위로를 받았다. 아직 떨어진 것 아니니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하라는 그말. 어찌보면 아무런 말도 아니지만 그에겐 큰 힘이 됐다.
강도경의 위로에 자극을 받은 그는 챌린지리그에서 2연승을 거두며 턱걸이로 듀얼토너먼트에 진출했다. 듀얼토너먼트에서 '퍼펙트테란' 서지훈을 2번이나 연파하며 아이옵스 스타리그 진출을 확정지었다. 정확하게 37개월 만의 스타리그 복귀.
아이옵스 스타리그에서 몇강까지 올라가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8강"이라고 짧게 대답한다. 이재균 감독이 "적어도 4강은 가야된다"고 옆에서 채근했지만 그는 지난 2001 스카이 스타리그에서 16강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신 것이 마음에 걸렸던가 보다.
"8강까지 해보고 싶다. 8강에 오른 후 또 다른 목표를 찾고 싶어요. 저그전만 보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랫만에 돌아온 스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스타리그 복귀를 꿈꾸는 올드 프로게이머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저를 이끌어준 이재균 감독님과 도경이형, 선기형 등 한빛스타즈 팀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37개월만에 스타리그로 돌아온 조형근이 8강에 올라 '컴백 스타리거'의 자부심을 세워 줄 그날을 상상해 본다.
첫댓글 너무 감동적이예요>_<
형근님하이팅!!
컴백슷하리거 형근님하 화이팅 ;ㅁ;/////
형근님 부라보^ ^ㅋ
형근님 화이팅~!!
형근님 힘내시구 아자아자~! 도현님 대신 좋은결과 기다릴께열 ㅎ,
형근님 화이팅!! 좋은결과 잇으실꺼에요!
조형근 선수!!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