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는 머물 곳을 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유명한 곡 중의 하나인, 철새는 날아가고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알려진 노래다. 20대의 다방에 가면 신청하지 않아도 흘러나오는 노래에 매료되어 차 한 잔 시켜놓고 자주 들었던 추억의 노래다.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제목을 이렇게 붙였을까! 아름다운 노래로 들려지는 노래지만 원곡의 사연은 농민 혁명으로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 즉 독수리가 된다는 전설을 믿고 있다는 잉카인들의 슬픔이 녹아있는 노래로 알려져 있다.
철새는 우리나라에는 약 430종류의 새가 있다. 겨울 철새로는 두루미, 황새, 독수리, 큰 기러기, 청둥오리, 백할미새 등이 있고. 여름 철새로는 제비, 백로, 파랑새, 뻐꾸기 등이 있다, 그중에 텃새인 참새나 비둘기, 까치같이 주위에서 흔히 보는 새들은 자주 본다. 특히, 비둘기는 성질이 순하고 길들이기 쉬워서 공원이나 심지어 사람이 오가는 길에서도 거부감 없이 많이 모여 있다. 철새의 이동 경로는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계절을 따라 움직이고 새끼를 낳기 위해 먼 거리를 날아가는 철새들을 보면 대단한 생각마저 든다. 무리 지어 날아가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철새의 본질은 한 곳에 머물 수가 없어 이동하며 살아가는 고단하고 가엾기까지 한 떠돌이 새라 측은한 마음도 든다.
철새도 환경을 따라 이동하며 살아가듯이, 사람의 성향도 텃새처럼 머물지 않고 생각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그러한 사람들의 끝은 모양새가 안 좋다. 요즘 말로 줄을 잘 서는 기회주의자로 눈치 왕이다. 아파트 공사가 한창일 때 일명 떴다방이라고 해서 부동산업자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입주자들에게 웃돈을 넘겨주고 되팔기를 하면서 매매해 주는 신종 부동산붐이 일어나곤 했다. 신축이 완성되면 또다시 이동하곤 사라지는 철새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곳에서 정착해도 사업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학교 다닐 때 유독 자주 전학 가고, 오는 친구들이 눈에 띈다. 사귈 만하면 부모님의 전근으로 학교를 옮겨가는 어쩔 수 없는 낯선 아이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이 성장기에 걸림돌이 되곤 한다. 그러다 보니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않고,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별로 없다. 고향에서 나고 자라서 결혼하고 뿌리를 내리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부모가 고향을 지키고 자식들은 더 좋은 환경을 찾아, 학교를 가는 경향이라 졸업해도 직장을 잡고 다니다 보면 좀처럼 고향에 정착하기가 쉽지 않다. 태어나고 자란 시골은 고향을 지키는 어른들만이 텃새처럼 살고 있다. 결혼해도 직장 때문에 자연스럽게 고향을 등지게 된다.
시골에서 농사짓고 고향을 지키는 젊은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골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텃새인 고향을 등지고 철새가 되어 날아가 살기 좋고 편한 곳이 텃새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자식들 공부를 위해 도회지에 살다가 자식들 결혼시키고 고향을 찾아 다시 역행하여 노후는 전원생활을 즐기려고 돌아가기도 한다. 농사철이 돌아오면 땅을 놀릴 수 없어 자급자족하며 연로한 몸으로 농사를 짓는다. 자식들은 부모님을 찾아뵐 겸 일부러 휴가를 내서 고향 땅을 밟기도 한다. 손주들은 자연이 펼쳐진 새로운 세계에 신기해하며 철새가 되어 날아다닌다. 그것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굴은 함박웃음이 피어오르지만, 우리가 지키던 고향도 타향이 될 날이 머지않음에 애써 마음을 추슬러본다. 하늘을 보니 화려한 날갯짓으로 이동하는 두루미를 쳐다본다.
철새는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때가 되면 언제든 떠난다. 긴 행로를 약속이나 한 듯 미련 없이 날갯짓하며 날아간다. 그들만의 살아가는 자연법칙이다. 이 모두가 환경의 변화가 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었다. 남미 페루의 민요인, 철새는 날아가고를 흥얼거려 본다.
난 달팽이가 되기보다는 참새가 되어야지 /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게 좋겠지 / 못이 되기보다는 망치가 되어야지 /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게 좋겠지 / 멀리멀리 떠나고 싶어라 / 날아가 버린 백조처럼 / 인간은 땅에 얽매여 가장 슬픈 소리를 내고 있다네 / 가장 슬픈 소리를 /길보다는 숲이 되어야지 /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게 좋겠지 / 지구를 내 발밑에 두어야지 /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그게 좋겠지.
첫댓글 70년대 한때 고달픈 철새 인생으로 사는 이들이 많았지요. 사는게 나아진 요즘엔 다른 방향으로 철새이동이 늘어나고 있지요. 아이들 공부시킨다고 유학보내고 회사에서 연수도 외국에 가서 신문물을 받아들이고요 철새인생의 변천사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여러가지를 생각나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참 많은 이야기들을 했는데, '철새는 안주하고 싶다'는 주제로 정리되지 않고
좀 산만한 느낌을 갖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