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메이
필자가 근래 본 공포영화 중 꽤 충격적으로 보았던 작품 중 하나. 2002년 전세계 개봉당시 '서스페리아'와 '캐리'의 감수성이 만난 작품이라는 평을 들으며 천재호러감독의 탄생을 알린 작품. 호러 마니아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 영화는 '서스페리아'적인 음울한 잔혹함과 '캐리'의 왕따의 복수라는 모티브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었습니다. 한쪽 눈이 사시라서 어릴때부터 친구가 없었던 메이. 그녀는 늘 인형을 좋아했고 수지라는 인형에게서 자아를 투영하는 외곬적인 삶을 삽니다. 어느날 그녀는 이상적인 남자를 발견했고 그를 향한 구애가 시작되지만 이미 자신의 영혼이 되어버린 인형, 수지는 그러한 정상적 관계를 용납하지 않지요. 메이의 정신분열은 극도에 달하게 되고 마침내 그녀는 극단의 결심을 하기에 이르럽니다. 친구가 없다면 친구를 한명 만들면 된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젊은 감독의 재기넘치는 마니아적 기질이 영화 전반에 걸쳐 감각적, 자극적으로 그려집니다. 물론 이러한 기질은 앞서 말했듯 '캐리'의 모티브에 '서스페리아'의 색을 입힌 것으로 두 영화의 극단적 공포성에 익숙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영화의 전반부 대단히 코믹한 설정으로 관객들을 웃음짓게 만들다가 후반부로 접어들며 갑작스레 애드가 알란 포우 식의 악마적 어둠으로 전환하는 부분에서 관객들은 넋을 잃게 될 지도 모릅니다. 다리오 아르젠토 풍의 극단적 음향과 화려한 원색의 색채, 혀를 내두르게 하는 잔혹함 등은 고어씬에 일정 수준 적응이 된 사람만이 순조롭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영화의 관객평은 극단으로 갈립니다. 놀랍다, 환상적이다, 에서부터 끔찍하다, 기분나쁘다, 등의 평까지, 확연히 구분이 되죠. 저같은 경우는 '놀랍다'의 경우입니다. 대단히 재기발랄했으며 이러한 영화가 지금의 암울한 공포영화 혼란의 시대에 나와주었다는게 더없이 기뻤습니다. 사실 제 생각은 그러습니다. '왓 라이즈 비니스'같은 영화보다는 '고무인간의 최후'같은 영화가 호러영화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다는! 또 한 가지 더, 주연 여배우의 놀라운 연기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는데 호러영화의 완성은 여배우의 사실적인(절대 오버와 혼돈해선 안됨) 연기력으로 마무리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17. 크로우
은밀히 말해 공포라고까지 할 건 안 되지만 호러적 색채를 띈 스릴러이기에 소개합니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이소룡의 아들 브랜든 리의 사망으로 유명해진 작품이죠. 또한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적인 면에서 혁신적인 작품이기도 했죠.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무엇보다 각본이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한을 품고 죽은 이가 까마귀의 미스터리한 힘으로 되살아나 무덤속에서 돌아온 사신이 되어 적들을 처단하는 이야기. 비슷한 류의 이야기를 들자면 '퍼니셔'정도가 되겠지요. '퍼니셔'역시 만화를 원작으로 했으며 '돌프 룬드그랜'이 주연을 맡은 작품은 국내에서도 꽤 성공을 거두었죠.(또한 두 주연배우 돌프 룬드그랜과 브랜든 리는 '리틀 도쿄'라는 작품에서 공동 주연을 하기도 했음) 퍼니셔 역시 대단히 매력적인 각본이지만 크로우는 호러적인 미학을 곁들여 더욱 웅장한 암흑의 서사시를 이룹니다.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특히 까마귀의 시점에서 움직이는 카메라등이 대단히 신선했으며 브랜든 리의 유연한 몸놀림과 파괴본능적인 액션이 영화의 암울한 분위기에 절묘하게 녹아들어 한편의 오페라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줍니다. 브랜든 리의 죽음이 곧 엄청난 홍보효과가 된 탓에 이 영화는 예상외로 거대한 성공을 거두며 속편을 제작하게 됩니다. 프랑스의 국민배우 뱅상 페레가 주연을 한 속편의 경우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꽤 성공을 거두었지만 필자의 경우 제작사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한 이유말고는 왜 만들었는지를 모를 영화였습니다. 1편과 완전히 똑같은 복제품에 불과했으니까요.
18. 식스센스
전미 흥행 2억 8천불, 박스오피스 5주 연속 1위라는 초유의 신기록 수립, 영화사상 최고의 반전! 반전에 관해서는 이 영화를 따를 영화가 없을 정도로 이 영화는 언제나 반전, 반전, 반전 얘기 뿐이죠. 간혹 '유주얼 서스펙트'와 누가 더 최고의 반전인가를 두고 비교되기도 하죠.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두 영화의 반전은 서로 성질이 조금 다른 경우죠. '유주얼 서스펙트'가 마지막에 가서 모든 것을 감쪽같이 속이기에 포커스를 둔 것이라면 '식스센스'의 경우는 속이기의 기능보다는 영화의 재해석에 포커스를 둔 것이죠. 식스센스는 단순히 귀신 영화가 아니며 '엑소시스트'나 '전설의 고향'식의 유령 쫓아내기, 유령 한풀이 정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이 바로 영화의 주제속에 녹아 있는 하나의 맥거핀에 불과했으며 관객들이 그러한 것에 신경을 빼앗기고 있을 때 감독이 숨겨둔 진짜 진실은 모르고 지나쳤던 것이지요. 이런 얘기 말고도 식스센스는 너무나도 할 말이 많은 영화죠. 필자가 극장에서 보며 모처럼만에 대단히 무섭게 본 영화이기도 했으며 정말로 대단한 반전에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으며 엄청난 이야기꾼 한명이 세상에 알려지는 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후 그의 모든 영화는 극장에 걸리는 개봉 첫날 모두 보아야만 직성이 풀렸으며 '언브레이커블''싸인' 모두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현재 미국 박스오피스를 흔들고 있는 그의 최신작 '빌리지'는 개봉 첫주에만 5천만불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며 흥행불패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9월 중순경에나 개봉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늑장 개봉을 하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음.(국내에 걸린 영화수가 그렇게도 많아서 뒤로 미룬건가. 알아보니 기껏해야 십여편 정도던데) 아무튼 '식스센스'는 공포영화사를 새로쓴 작품이며 그후 '유령'과 '반전'이라는 키워드를 새롭게 유행시킨 작품이기도 함!
19. 디아더스
스페인의 젊은 천재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가 불과 29살에 만들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영화! '유령'과 '반전'이라는 키워드때문에 어찌할수 없이 '식스센스'와 비교되어지기도 한 영화. 하지만 두 영화는 다른 영화입니다. 식스센스가 사실 자아찾기 혹은 자아실현에 대한 이야기라면 디아더스는 '공존'에 대한 이야기죠. 어찌보면 비슷할 수도 있지만 식스센스가 유령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아의 발견, 성숙, 완성등의 과정을 다루었다면 디아더스는 정체성의 회복을 통해 유령과 인간과의 공존, 나아가서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전자가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라면 후자는 내부에서 외부로 나아가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어찌됐건 이 영화는 대단한 영화입니다. 헨리 제임스의 호러소설 '나사못 회전'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이 영화는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의심과 불안을 공유하게 만듭니다.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사실은 거짓일수도 있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가능할 수 있는 모호함속에서 공포는 차곡차곡 쌓이며 마침내 마지막 순간 엄청난 폭발력을 과시하며 심장을 싸늘하게 만듭니다. '식스센스'와 함께 필자로 하여금 제대로 무서운 것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으며(효과음, 특수분장 따위가 다가 아님을 국내 감독들이 좀 알았으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작품이기도 했죠! 라스트의 충격은 아무리 다시 보아도 대단함!
->위 영화들과 함께보면 좋은 영화들 - 서스페리아, 캐리, 캐리2, 프로폰도 로쏘, 크로우2, 리틀도쿄, 퍼니셔, 엑소시스트, 언브레이커블, 싸인, 유주얼 서스펙트, 떼시스, 오픈 유어 아이즈, 스터 오브 에코, 기프트, 머큐리
첫댓글 난 디아더스를 니콜키드먼보고 봤었는데 중간에 눈치를 챘었죠, 글구 식스센스는 보다가 친구놈이 반전을 말해줘버려서 내가 올드보이의 반전을 말해줬더랬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