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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받은 성격
특강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한 학생이 멈칫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자기 성격에 대해 상담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고개를 숙인 채 겨우 들릴 듯한 소리로 간청을 했다. 좀 바쁘긴 했지만 그의 표정(表情)으로 보아 절박한 사연인 듯싶어 차마 뿌리칠 수 없었다.
그는 대학원 학생인데, 성격상 다른 사람 앞에서 발표를 잘 못 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숙제라도 있는 날이면 걱정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하였다. 자료 준비에서 정리, 연습까지 아무리 철저히 해도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막상 자신의 차례가 오면 어쩌나 떨리는 지 아는 것을 반도 발표하지 못하고, 그런 이유로 발표가 끝난 뒤에는 몹시 비참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미워진다는 것이다.
"선생님, 제 성격을 좀 바꿀순 없을까요? 전 이것만 해결되면 아무 고민이 없습니다."
나는 그에게 조언을 해 주었다.
"천만에! 자넨 아직도 갈 길이 멀어, 그 성격 변하는 날 자네 발전도 끝날 것일세! 좀더 그대로 지녀야 하네."
그는 무슨 말인지 영 알아들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생각해 봐, 자네는 영리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노력이 있어야 하네, 문제는 그 노력이야. 무엇이 자네로 하여금 그토록 노력하게 만들었나. 그건 자네의 그 성격 때문이야. 자네는 여러 사람 앞에 나서질 못해. 말도 잘 못 하지. 자네 말처럼 내성적이야.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네는 누구보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자넨 좋은 대학에도 합격했고, 교수 요원으로까지 추천을 받지 않았나 말일세. 떨리는 만큼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던 것이지. 그게 자네를 오늘 이 시점까지 밀어 올린 거야. 자네의 그 성격은 자네에게 원수가 아니라 은인일세."
그는 내 이야기를 다 믿지 못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나는 내친 김에 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네는 아까 나처럼 당당하고 유창한 달변으로 연설할 수 없을까 하고 부러워했지? 그래, 난 하나를 알아도 마치 열이나 아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꾸며댈 수 있어, 난 활발한 성격이라 조용히 있으면 오히려 좀이 쑤시고, 다른 이 앞에서 떨지도 않기에 열심히 준비를 안 해도 된다네. 자넨 열을 알아도 하나를 표현 못 한다니 그만큼 열심히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지. 그래서 자네는 고민이라지만, 생각해 보게. 이대로 십 년을 가면 자네와 나와의 실력 차이는 어떻게 되겠나?"
그제서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보물덩이 내향성을 바꾸다니, 천만의 말씀! 지금은 좀 귀찮고 불편하지만 그게 자네를 키워 주는 밑거름일세. 발표 때 정 떨리거든 떨린다고 솔직히 털어놓게.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소심해서.......' 라고 뒤통수를 긁어봐. 장내는 가벼운 웃음이 일겠지. 그런 자네를 교수는 이해하고 애교스럽게 봐 주실지언정 미워하진 않으실 걸세. 교수는 알아. 공부도 안 한 학생이 말만 그럴듯하게 하는지, 실력은 있는데도 말주변이 없어 더듬대는 것인지를. 교수님이 어느 학생을 더 신임하고 좋아할 것 같은가? "
그의 눈엔 뭔가 확신이 서는 듯했다. 내 두 손을 꼭 잡은 그의 큰 눈엔 눈물마저 고여 있었다.
"선생님, 그렇군요. 이젠 됐습니다.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는 바쁘게 인사하고 저만치 달아나고 있었다.
"자넨 훌륭한 교수가 될 거야."
내가 등 뒤로 한 소리를 그가 들은 것 같지는 않다.
내향적(內向的)인 사람은 자신이 없다. 어딘가 모자란 듯 싶은 자기 부족감에 고민하고 있다. 적극성도 없고 매사에 용기도 없으니, 해 보기도 전에 패배감부터 든다. 이들이 열등감에 잘 빠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향적인 성격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지 못하고 깊은 수령에 빠져 버리는 이들도 없진 않다. 하지만 내향적인 사람 모두가 좌절의 늪에 가라앉는 것은 아니다. 그들 중에서 많은 이들은 자신의 성격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다. 그것밖에 이들에게 주어진 무기는 없기 때문이다. 노력, 근검형이 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난 셈이다.
외향적(外向的)인 사람은 화려하다. 갖춘 것도 많고 인기도 좋다. 어딜 가나 사람들로부터 귀여움도 받고 인정도 받는다. 여기저기 불려 다닌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은 충분히, 아니 그 이상 발휘할 수 있으니 크게 노력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예뻐해 준다. 그렇게 모든 것이 외부로부터 채워지니 어떤 사람들은 더 이상 스스로 채워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외향적인 사람은 화려하고, 확실히 그들에겐 주어진 것이 많다.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내향적인 사람이 더 열심히, 그저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한다면, 수십 년이 지난 먼 훗날 두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어느 쪽의 삶이 보다 풍성할 것이라고 생각되는가? 정말로 축복(祝福)받은 성격은 어느 쪽일까? 당신의 대답이 궁금하다.
- 이시형의 '축복 받은 성격'중에서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lwy.hyosung.daegu.kr%2Fsunset02.jpg)
니콜라스 드 안젤리스(Nicolas de Angelis)
프랑스 출신의 기타 연주자 '니콜라스 드 앙젤리스''아람브라 궁전의 추억'과 함께 큰 인기를 끌었던 니콜라스 드 앙젤리스는 '장 끌로드 볼레리', '리차드 클레이더만'과 함께 80년대 프렌치 팝 연주분야를 선도 했던 인물로 프랑스 국립 음악원에서 클래식을 전공한 기타리스트입니다.
니콜라스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적당한 리듬을 혼합해 현재까지 이 분야 최고의 기타 리스트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 출처 http://geulbang.wo.to
- 사진 황현교
- 음악 Quelques Notes Pour Anna(슬픈 안나를 위하여 눈물로 적은 시)/Nicolas de Ange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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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싱그러운 하루 맞으십시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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