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산수유마을은
백사면 원적산 <원적봉(564m), 천덕봉(634m)> 자락에 위치한
경사리, 도립리, 송말리 등 3개 마을을 이른다
원적산은 이천 동북쪽에 위치한 가장 높은 산으로
천덕봉과 원적봉이 어깨를 나란히 이천을 감싸고 있으며
여주시와 경기 광주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백사면 일대에 산수유가 많은 것은
원적산이 병풍처럼 북풍을 막아줘 다른 곳보다 기온이 다소 높기 때문으로
이 산자락의 척박한 땅도 생명력이 좋은 산수유에게는 물 빠짐이 잘되는 호조건으로 작용했다.
이곳에는 수령 100~500년 된 산수유나무가 10,000여 그루 자라고 있으며,
2000년부터 가로수로 식재한 10년생 산수유도 7,000그루나 된단다
주 행사장 부근에 위치한 도립리 육괴정은
조선 중종 14년(1519) 조광조를 중심으로 이상 정치를 추구하던 신진사류들이
기묘사화 여파로 크게 몰락하자, 난을 피해 낙향한 개혁파 남당(南塘) 엄용순이 건립했다
육괴정(六槐亭)이란 이름은 당대의 명현인 모재 김안국을 비롯
규정 강은, 계산 오경, 퇴휴 임내신, 두문 성담령, 남당 엄용순 등 6명의 선비가 모여
시와 학문을 논하며 우의를 기리는 뜻에서 정자 앞에 연못, 남당(南塘)을 파 연을 심고,
각각 한 그루씩 모두 6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는 데서 유래되었으며
이때 산수유나무도 함께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초당이던 건물은 중건을 거듭하며 원형을 잃었고
연못은 메워졌으며 수령 500년 이상 된 6그루의 느티나무 중 3그루가 고사하여
후손들이 다시 연못을 조성하고 느티나무 3그루를 심었다
지금의 건물은 솟을삼문 안에
정면 4칸(9m), 측면 2칸(3.78m)의 골기와를 얹은 팔작지붕 건물에 담장을 둘렀다
솟을삼문에는 임진왜란 때 여주 영릉(英陵-세종대왕릉)을 끝까지 지키다 순절한
엄용순의 손(孫), 엄유윤(嚴惟尹)의 "충신 정문" 편액과
본당 마루 앞에 걸린 "육괴정" 현판을 비롯
그 뒤에 「남당 엄선생 육괴 정서(南塘嚴先生六槐亭序)」, 「육괴정 중수기(六槐亭重修記)」등
9개의 현액(懸額)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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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 략 -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동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나태주의 시 "내가 사랑하는 계절" 중에서
겨울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다가 갑자기, 이천 산수유마을의 산수유나무가 생각나 차를 몰았다
매년 산수유꽃 축제가 열리는 백사면 산수유마을은
봄에는 노란 꽃이, 가을엔 빨간 열매가 마을 일대를 붉게 물들이는 수려한 풍치를 자랑하는데
한 시절 산수유 열매가 이곳 주민들에게는 자식을 대학까지 공부시킬 수 있었던 주요 수입원이었단다
육괴정과 산수유 시춘목을 찾아 발길을 옮기는 언덕 저편에는
전원주택단지와 단독주택이 다투어 들어서고 있다
일주문도 없는 작은 절, 영축사 앞에는
아직 수확하지 못한 산수유 열매가 줄지어 서 있어 자태를 뽐내고
실개천이 흐르는 물가에도
해묵은 산수유나무들이 잎새를 모두 떨군 채 쓸쓸하게 서 있다
수령 500년이 넘은 느티나무 사이로 고즈넉하게 '육괴정'이 자리를 잡았고
건물 앞엔 작은 연못, 남당(南塘)이 있다
솟을삼문에 들어서면 문 위에 충신 엄유윤의 '충신 정문' 편액이 걸려 있고
본당 마루 앞에 '육괴정' 현판과
그 뒤에 「육괴정 중수기(六槐亭重修記)」등 9개의 현액(懸額)이 걸려 있다
육괴정 담장 너머로 바라본 느티나무..
세월의 무게에 곳곳이 상처투성이이지만, 500년을 살아온 그 숭고함, 아름다움...
시춘목으로 가는 마을길 곳곳의 벽면엔
저마다 고유의 벽화가 그려져 있지만,
쓰러질 듯 초췌한 건물에 칠이 떨어지고 벗겨진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다
비록 집은 남루할지라도,
우리의 전통 놀이인 그네뛰기, 널뛰기, 강강술래는 찬란하리라,
녹슨 지붕만큼이나
까치밥 몇 개 남은 앙상한 나목의 감나무와 산수유 노목들이 상추객의 마음을 붙든다
'연인의 길'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면, 줄지어 서있는 산수유 군락,
뼈대를 앙상하게 드러낸 산수유 나목들에서 초겨울의 허허로움을 본다
죽은 듯 서 있는 저 나무,
'질겨서 잘 꺾어지지 않는다'는 산수유나무 수피의 투박함에 왜 눈길이 자꾸 가는지..
'연인의 길'로 들어서기 전, 오른편에 기묘사화로 피신해 온 명현이 심었다는 시춘목이 있고
그 앞에 마을의 풍년과 안녕을 기리는 제단이 설치되어 있다
산수유 시춘목
봄에는 선비의 상징인 노란 꽃, 여름에는 향기 나는 잎, 가을에는 자수정 같은 열매,
겨울에는 마디마디 아름다운 눈꽃나무로 상징되고 있다.
겨울을 이겨내고 첫 봄을 알리는 산수유나무에 시춘목이라는 이름을 지어
후손들이 나무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 깊이 간직함이다.
- 시춘목 비석에서 발췌..
'연인의 길'을 안내하는 돌담길 초겨울 풍경에는
쓸쓸하고 삭막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
제주도 전통가옥 문과 흡사한 정낭..
정주석이라 불리는 돌기둥 사이에 3개의 기둥을 걸어 두는 나무,
그것은 도둑이 없다는 얘기일 텐데
이곳 도립리 산수유마을에도 정낭 같은 문이 있어 눈길을 끈다
대부분 수확이 되었지만
겨울 내내 수확하지 못한 산수유 열매는 새들에게 고마운 먹이가 되어준다.
'연인의 길'을 휘돌아 나오면 제법 운치 있는 통나무 다리를 만난다
다리를 건너면
모델을 동반한 사진 애호가들이 숨죽여 누르는 셔터의 둔탁한 소리..
하늘을 가릴 듯 줄지어 선, 쓸쓸한 겨울의 산수유나무
계곡 따라 바람골까지 멋지게 도열해 있다
백사면에는 도립리를 중심으로 산수유나무 17,000여 그루가 있으며,
약 500여 년 전 심어진 듯한 해묵은 노거수도 많이 보인다
되돌아가는 길
외딴집 뜨락에 키 큰 감나무.. '행낭'이 걸쳐 있어, 그저 바라만 본다
소박한 돌담 넘은, 어느 집 지붕 위에도
키 큰 산수유나무가 잎새를 떨구고 겨울을 향해 가지를 움츠리고 있다
아직 추수하지 못한 고추밭과
무게를 못 이겨 늘어진 산수유 열매의 정경이 또다시 길손의 시선을 붙잡고,
꽁꽁 얼어붙은 논바닥 저 멀리
이천을 포근하게 감싸 안은 원적산 산봉우리의 자태가 퍽 안온하다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조망으로 눈길 닿는 곳마다 산들은 첩첩하여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할 지경,
빼어난 풍경 외에도, 정상 한 곳에서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 있으니..
그래서 비박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논둑에도, 밭둑에도, 길가 어디를 보아도 산수유나무가 있어
그곳에 깃든 아름다움을.. 행여 놓칠까.. 마음이 바쁘다
근 2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산수유마을,
바로 이곳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난 노란 산수유꽃 군락을 처음 만났다
그때, 그 감동이란...
그때는 봄이었지만,
지금은 산수유 열매가 대부분 수확된, 철 지난 초겨울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뀌고 계절 또한 다르나, 마을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다
뼈대만 앙상한 해묵은 나목들..
"낙엽 져 나무 밑동까지 드러나 보이는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한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구를 다시금 되뇌어 본다
집 앞, 실개천, 논둑, 밭둑 등 길가에 서있는 산수유 나목들에
예스러움과 촌스러운 멋이 오롯이 배어있는 마을,
쌓아놓은 폐자재와 널브러진 비닐들로 조금은 어수선했어도
해묵은 산수유 나목이 아름답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소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겨울의 한 자락,
선비의 상징이었던 은은한 산수유꽃도 아름답지만
수정처럼 빛나는 열매가 듬성듬성 매달린, 노목의 산수유나무에 더 정감이 간다
언젠가 다시 올 땐, 원적산 등반을 겸하여
한적한 겨울 산자락, 까치밥 성글은 열매와 다시 만난 기쁨을 누리며
비록 퇴락하였으나 한 시절을 풍미했던 괴정 육현(槐亭六賢)의 꿈과
이상을 헤아려보면서 그들과 함께 모진 풍파를 헤쳐온,
이곳 산수유 노목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고 싶다
첫댓글 이천에 이렇게 먹진 산수유 마을이 있었군요. 역사도 깊고 즐감하고 갑니다.
우리나라의 산수유 마을 3곳을 꼽으라면,
대부분이 구례 산수유 마을, 의성 산수유 마을, 이천 산수유 마을을 꼽지요,
이천 산수유마을의 장점은 서울에서 가깝고,
역사가 깃들은 육괴정과 근처에 영원사, 그리고 천연기념물 반룡송과 백송이 있어
연계해서 다녀 올만 합니다.
봄날 몇 번 가 본 곳인데
축제기간보다 차분하고 좋아보이네요
네, 봄 축제기간에는 마을을 수놓은 은은한 산수유꽃이 장관이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사진을 담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천에 산수유 마을이
있었군요?
자세히 설명도
질하시고 사진도
꼼꼼하게 잘 담아오셔서
눈 호강했네요
글이 주저리주저리 너무 길지 않았나요? ~^^
좋게 보아 주시고 공감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20년 쯤 전에 다녀온 기억이 있네요.
노랗게 꽃 필때도 좋지만
파아란 하늘 배경 빨간열매 또록한 지금도 참 멋집니다.
역사적인 유래까지 곁들인 슈토벤 님의 포스팅은 더 멋집니다.
고맙습니다.^^*
주제 넘게 너무 길게 쓴게 아닌가 했는데..
이렇게 공감해 주시니 감사하면서도 민망합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이천에도 이런 산수유 마을이 있군요.
또 찾아가 봐야 할 곳이 생겼습니다. 예쁩니다.
언젠가는 꼭 한 번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관광지가 다 그렇지만, 이곳도 '코로나19'의 여파로 두 해째 '산수유꽃 축제'가 취소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지 않은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육괴정과 산수유 마을을 둘러본 뒤 근처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381호 도립리 반룡송을 보고 영원사를 경유,
약 6km 거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253호 백사면 신대리 백송까지 연계해서 다녀 올만 합니다.
산수유마을 이라고하면 당연 구례가 떠오르는데
이천에도 오래된 산수유 마을이 있군요
낙목한천에도 아직도 빨갛게 달려있으니 그래서 산수유가
좋은 약재가 되나 봅니다
고즈녘 하네요~~
감탄만 하게 되네요
글솜씨도 작품담는 솜씨도 최고십니다
사진 작가님들은 일반인과 보는시각이 다른가봅니다 작품하나하나에감탄하며 즐감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