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그 황홀했던 눈산행의 기억이 눈에 밟혀 이젠 이벤트성 산행으로 자리잡았다.
아침 잠을 설치면서 터미널에 모여 버스를 타고 성판악에 도착했다. 산업정보대를 지나자 온 산
야가 하얗다. 조짐이 좋다. 성판악이 가까워 지자 도로까지 눈이 쌓여 버스를 타고 온 것이 잘했
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8시가 넘도록 늦잠을 잤다던 앞장은 선달과 함께 먼저 도착하여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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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판악 휴게소는 다소 한산한 편이다. 정상을 목표로 하는 등반객들은 대부분 이미 산에 올랐다.
스패츠에 아이젠을 장착하느라고 바쁘다. 1년에 한 두번 사용하는 것이 고작이라 아직도 서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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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에 입산 신고를 하고 보무도 당당하게 출발한 시각은 10시가 조금 지났다. 가루눈
이 쉬지 않고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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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로에 접어들자 환호가 터진다. 잎이 있는 나무들은 흰눈을 잔뜩 이고 늘어져 있고, 잎을
떨군 가지에도 눈꽃이 하얗게 피었다. 검게 보이는 굴거리나무잎도 기름에 튀겨놓은 것처럼
얼어있다. 어디를 보아도 온통 하얀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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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은 앞서 간 사람들이 적당히 다져 놓아 그렇게 미끄럽지도 않고 마침 걷기에 편하다. 여름
에는 온통 자갈 투성이인 길이 폭신폭신 걷기 좋은 길로 변했다. 삼나무가 보이는 걸로 보아 여기
가 속밭인 모양이다. 거리는 약 3.5km, 시간은 두 시간 정도 걸었으나 전연 피곤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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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 등반로의 위치를 표시해 놓은 말뚝에 4-14라고 되어 있는 부근에 우리가 작년에 점심
을 먹었던 작은 궤를 찾았다. 작년보다 눈이 더 쌓여 있어 달리 보였으나 틀림없이 그 궤다. 우리
는 이 궤를 'C오동 눈고망' 으로 명명하고 매년 눈산행에 우리의 아지트로 삼기로 했다. 네 사람
정도 겨우 눈을 피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나 이 나마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니다. 오늘은 가장 도수
가 낮은 막걸리로부터 복분자주, 한라산 소주, 독한 위스키까지 줄곧 마셔댔으나 취기가 쉬 오르
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이 아름다운 자연에 취해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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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도 아랑곳없이 흥에 겨워 노래가 절로 나온다. "발길을 돌리려고 바람 부는 대로 걸어도"로
시작하여 "하아얀 눈 위에 구두 발자국"까지 장르도 다양한 노래가 끊임없이 나온다. 인위적인
오름song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나오는 노래다. 옛날 경상도 시골에서 선생노릇할 때 동네 청년
들과 함께 젓가락 장단을 두드리며 부르는 노래다. 왜 오늘 노래가 이렇게 잘 되지? 감정이 담뿍
들어간 운공의 표정이 보기 좋다. 그 옛날 갱상도 가시나가 생각 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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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점심시간을 마치고 눈고망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오늘 참석 인원은 모두 여덟명이다.
작년에 이 자리에 있던 도원, 산하 부부가 빠지고 대신 운공과 은하수가 끼었다. 다들 얼굴에 웃음
이 넘친다. 이 행복 희수까지 굿짝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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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다가 잠시 쉬면서 3,6,9와 쥐잡기 게임도 하는 여유를 즐겼다. 선달은 긴 공백으로 게임
이 낯설어 잠시 뒤로 물러 서 있지만 곧 동화될 것이 분명하다. 누가 우리를 60대 후반으로 볼 것
인가. 눈 속에서 장난치는 철부지 어린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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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이 너댓 시간 동안 눈길을 헤치고 7km를 걸어온 사람들로 보이는가? 아직도 힘이 넘친다.
한라산의 설경에 기를 담뿍 받아 다들 기가 충만해진 모습이다. 내려오는 길은 힘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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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라. 자연이 빚어낸 위대한 작품을..... 이런 부드러운 질감과 오묘한 형상을 어느
누가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 사진을 비롯하여 이 산행보고에 쓰인 모든 사진은 우리의 꼴찌
의 작품이다. 그의 사진 기술이 일취월장하고 있음에 우리 모두 박수를 보내자.
오후 3시경에 휴게소에 도착했다. 5시간 정도의 알맞은 산행이다. 내년부터는 무리하게 9시에
성판악에 모이지 말고 평소대로 10시에 모이는 것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승용차 운행이 곤란한
경우에는 9시에 터미널에 모여 버스를 이용하면 되고.
휴게소에서 국수 한 그릇씩 먹고 산북은 버스로 산남은 승용차로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산에서
받은 행복 한아름씩 안고......... 2008. 1. 31.
첫댓글 눈고망이 지난 해 찍은 사진과 비교해보라. 아맹해도 틀린거 닮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