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 신화, 아직 믿고 계시나요?
집은 은퇴자산이 되어 줄 수 있을까? 수도권 집, 소득 한 푼도 안 쓰고 10년 모아야
가계자산 중 부동산 등 실물자산 비중은 75%...은퇴 후 유동성 위기에 빠질 확률 높은 구조
생애 첫 구입 시, DTI 40% 이내 대출 바람직...중년 집 확장 땐, 금융자산 충분히 확보해야
필요 이상 큰 집, 자산관리 측면에서 비효율...규모 줄여 유동성 확보, 주택연금 가입도 고려
몇 년 전부터 언론에 자주 보이는 ‘영끌족’이라는 말이 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코로나19를 전후로 최대한 많은 부채를 동원해 집을 산 젊은 세대를 주로 지칭하는 용어이다.
초저금리 상황 속에 주택가격이 상승하던 시기에는 영끌족들의 선택이 잘한 것인 듯 보였다. 하지만 금리가 상승하고 주택가격이 조정을 받게 되면서부터 조금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감당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다소 무리하게 받아 놓은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한계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내 집을 마련하고 싶다는 보편적인 꿈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동산, 특히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은 여전히 자산증식의 주요 수단이다. 개인적으로 집은 삶의 거처로써 그 용도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부동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생애자산관리 관점에서 주택마련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1. 너무 부담스러운 주택마련
주택가격의 상대적인 수준을 비교할 때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ㆍPrice to Income Ratio)이라는 지표를 많이 활용한다. 이 PIR은 해당 지역 주택의 중간가격을 가구소득 중간값으로 나누어 구한다.
예를 들어 PIR이 10이라고 했을 때 가구소득을 10년 동안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참고로 대전은 주택가격 비율(PIR)은 9.5이고, 전세가격비율(PIR)은 6.2이다.
따라서 주택가격 상승세가 가구소득 증가세보다 높아지면 PIR이 상승하면서 주택구입 부담이 증가되는 상황으로 분석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PIR은 지속적인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12월 발표한 주거실태조사(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전국 주택 PIR은 5.5에서 2022년 6.8까지 1.3이 상승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주택의 PIR은 2017년 6.7에서 2022년 9.3으로 2.6이나 급등했다.
해당 자료는 자가가구의 소득과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이니 아파트만으로 PIR을 구하면 훨씬 높은 수치가 나올 것이다. 수요공급의 법칙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 수요,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많은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이 지속되면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비중 또한 높게 나타나고 금융자산과 같은 유동성 자산의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등 실물자산 비중은 75%를 넘어설 정도(76.6%)로 너무 높다. 가계가 가구주(주된 소득원)의 은퇴 후 현금흐름이 부족해지면 유동성 위기에 빠질 확률이 높은 구조다.
물론 은퇴 후 부동산을 팔거나 줄여 마련한 현금을 생활비로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마냥 오르거나 나중에 쉽게 팔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 자가보유율은 61.3%인데 주택보유에 대한 인식은 89.6%로 훨씬 높다. 잠재적인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
한편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구구조의 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이미 2018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주택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리는 상황이 발생하였으나 유사한 과정을 겪은 일본 사례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도 장기간 하락하거나 조정기에 접어들 확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인생의 최대 고민거리인 주택구입, 연령대별 접근방법을 제안해 보는 바이다.
2. 생애최초 주택구입 단계, 절대 무리하지 않기
결혼을 하고 30대 정도가 되면 생애최초 주택구입(평균 소요연수 7.4년)을 고민하게 된다. 본격적인 경제생활을 오래한 것도 아니기에 자산에 여유가 없어 주택구입이 쉽지 않은 시기이다.
대부분 대출을 이용해서 집을 구하게 되는데 대출상환능력을 고려해 주택예산을 정해야 한다. 이때 총소득에서 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총부채상환비율(DTIㆍDebt To Income)을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가구 연간소득이 5,000만 원인 경우 DTI 40%를 적용하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두는 것이다. 중산층 기준으로 소득에서 다른 부채가 없다는 가정하에 평균생활비를 제하고 남은 비율이 40% 정도이다. 이를 실질적인 상한선으로 보고 주택구입 시 너무 무리한 대출은 피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저축이나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에 40%도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니다. 또한 대출기간이 장기인 만큼 변동금리보다는 일정 기간 이상 고정금리로 선택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바란다. 원하는 대출금액이 나오지 않는다면 DTI를 높여 적용하는 것보다 대출기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
3. 주택확장 단계, 자산 내 부동산 비중 50% 지키기
자산이 늘어나고 자녀가 성장하면 더 좋은 지역으로 이사 가거나 집 크기를 늘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때 기존 주택의 대출상환으로 부채상환 부담이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다시 추가 대출을 받아 집을 확장하는 것은 지양하기 바란다. 우리나라 가계자산에서 70% 넘게 차지하는 부동산 비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부동산은 환금성이 떨어져 유동성 공급이 어렵고, 부채상환 부담으로 여유자산이 적어지면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자산증대 또한 쉽지 않다.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부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주거용 부동산 비중을 50% 내외로 가져가고 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 시기에는 쌓인 자산이 부족하고 대출을 받아서 부동산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정 자산이 쌓인 후에는 주택으로 자산을 확대하기보다는 금융투자 등을 활용해 자산 내 금융자산 비중을 늘려가시기 바란다. 과거 성장기와 같은 부동산의 지속적인 가격상승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금융자산을 충분히 만든 후에 주택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생애자산관리 관점에서 안정적인 선택이다.
4. 은퇴생활 고려단계, 출구전략을 준비
자녀가 독립하게 되면 부모세대는 정년을 앞두고 닥쳐온 은퇴준비가 비로소 고민되기 시작한다. 자산 내 부동산 비중을 적절히 유지해왔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겠지만 주택규모가 필요 이상이라면 출구전략을 미리 생각해두고 준비해야 한다.
필요 이상 큰 집은 자녀들이 떠나버린 후 공허감에 노후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산관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자녀와 함께 살 계획이 아니라면 적당한 중소형 주택으로 옮기거나 주택가격이 비싼 도심에서 좀 더 외곽 지역으로 옮기고 발생한 차액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바란다.
비싼 집에 살고 있어도 충분한 노후소득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하우스 푸어(집 가진 빈자)’가 되어 행복하지 못한 노후생활이 될 수 있다. 이사를 가기가 싫거나 마련한 노후자금이 부족하다면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주택연금은 보유주택(공시가격 12억 원 한도)에 계속 살면서 부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별다른 소득 없이 부동산 비중이 높은 가구가 활용하기 좋으며 장수 리스크 대비에도 괜찮은 방법이다.
집이란 안식처가 돼야 한다. 실제 많은 사람들은 실거주 측면이 우선시되고 있을 것이다.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증대에 부동산이 큰 기여를 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투자보다 실거주 측면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주택구입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와 이로 인해 지속될 저성장까지 감안한다면 과거와 같이 급격하고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상승 확률은 낮아 보인다. 무리하지 않는 적절한 주택마련 전략으로 효율적인 생애자산관리를 해보자.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첫댓글 좋은 정보 되시길...
너무 유익한 정보 대단히 감사합니다!
매우 유익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