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풀이 죽던 공주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난장이들을 보며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습니다.
"저, 죄송하지만 제가 이곳에 여러분과 함께 살면
안 될까요?"
"네에?"
일곱 난장이들은 백설공주가 갈 곳이 없는
너무너무 착한 소녀라는 것은 알았지만 백설공주가
난장이가 아닌 사람이었기 때문에 고민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난장이를 싫어했습니다.
자신들과는 다르게 생긴 난장이들의 겉모습만 보았지
난장이들의 맑은 마음은 보지 않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난장이들은 안개숲 같이 깊숙한 곳에서
숨어살아야만 했던 겁니다.
하지만 고민은 금방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집을 이렇게 번쩍 반짝 깔끔하게 만들어줄 만큼
착한 마음씨를 가진 공주라면 함께 살아도 좋겠다고
다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일곱 난장이들이 입을 모아 소리쳤습니다.
"공주님을 환영합니다!"
백설공주와 함께 살게된 일곱 난장이들.
한 명씩 나서며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합니다.
"전 이곳 난장이네 대장 산들마음이에요.
이곳에서 나이게 제일 많아요"
"전 길님이라고 해요. 집 안 살림을 맡고 있어요.
청소를 잘 못해서 죄송해요."
"전 산만해라고 해요.
힘도 산만큼 세고 곡괭이질도 제가 최고예요."
"전 이 숲 속 제일의 노래꾼! 물, 물, 물. 물소리라고 해요."
"전 꽃이슬이에요.
여기서 필요한 연장은 모두 제가 다 만들어요."
"전 노을숲이라고 해요.
안개숲 난장이네 하루하루를 그림으로 기록하지요"
산들마음과 길님이, 산만해, 물소리,
그리고 꽃이슬과 노을숲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난장이들이 차례차례 인사했습니다.
"그런데, 저기 저분은 왜 아무 말도 없으세요."
집 안 구석진 곳에서 조용히 공주를 바라보고만 있던
난장이가 있었습니다.
그의 키는 귀를 곧게 펴고서 앉은 회색털여우만큼 작았고,
그의 손은 다람쥐가 제일 좋아하는 꿀호두 세 개를
겨우 합한 만큼 작았습니다.
난장이들 중에서도 제일 작은
일곱 번째 막내난장이었습니다.
공주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화들짝 놀란 그 난장이는 쪼르르
한 구석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살림꾼 난장이 길님이가 대신 대답했습니다.
"저 애는 말을 하지 못해요.
태어날 때부터 그랬답니다.
반달아. 이리와 인사 드리렴."
그제야 반달이라 불린 어린 난장이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공주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는 그날 광산 옆 꽃밭에서 꺾어와
뒷짐에 숨기고 있던
공주처럼 하얗고 환하게 핀
안개꽃 한 다발을 내밀었습니다.
길님이가 반달이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공주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반달이가 인사드리는 거예요.
우리 모두의 마음이니 받아 주세요."
공주는 반달이게 수줍게 내민 안개꽃 다발을 받아들며
환하게 미소지어 주었습니다.
그런 공주의 아름다움에 반달이의 얼굴은 그만
빨갛게 달아오르고 말았습니다.
"에에, 우리 반달이 볼 빨개진 것 좀 봐."
"어디 어디, 정말이네."
난장이들은 뒷걸음치며 수줍어하는 반달이를 보며
왁자지껄 웃어댔습니다.
그런 웃음 속에 공주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