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종주길에서 만나는 한남정맥 이야기 열한 번째

[수명산]

한남정맥종주 11구간(구봉산ㆍ달기봉) 
 

일자 : 2002년 6월 12일

구 간 : 안골도로 ∼ 구봉산 ∼ 달기봉 ∼ 가현치

도상거리 : 13.3km

산행시간 : 4시간 50분

월드컵 경기 거리응원이 펼쳐진 지난 10일 비옷 장사와 생수 장사의 희비가 엇갈렸다고 한다. 날씨를 잘 읽어야 장사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정맥꾼들은 날씨에 민감하다. 일주일 내내 바뀌어가던 일기예보가 오늘 날씨는 한 두 차례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확인하며 집을 나선다.

09시 45분 하늘은 흐렸어도 비는 내릴 것 같지 않은 57번 지방도 따라 내동부락을 확인하며 들어선 콘크리트마을길이 지난번 걸음을 멈췄던 안골도로다. 은하수마을 전원주택을 분향한다는 입간판이 여전하고 고갯마루에는 황토가 넘쳐흐르고 있다.

능선 좌측으로 마을길을 따라 전원주택을 끼고 걷는다. 정맥은 전원주택단지가 되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 숲길로 들어서면서 싸리나무와 잡목들을 가르다보니 길목을 막고 있는 베어진 나무들이 한차례 정맥꾼들을 괴롭힌다.

잠시 내려섰다 오르는 정맥길은 좌측으로 신설도로를 내면서 마루금까지 침범해있고, 공사장과 인접한 능선엔 온통 지뢰밭이 되어 발길을 붙잡는다. 콘크리트포장도로로 내려서고 비포장길을 따르다가 만나는 민가와 공장이 들어선 정맥능선...

09시 08분 장수농원 표지석이 서있는 57번 지방도를 가로지른다. 정맥은 비포장길로 들어서며 만나는 연안김씨합동제단이 눈길을 끌고, 이어지는 정맥길에는 어지럽게 석재공장이 자리 잡고 있고, 한국자연농업연구소를 확인할 수 있다.

콘크리트포장길로 바뀌면서 왕벚나무, 청단풍등을 판매한다는 조그만 간판을 확인하며 이어지던 정맥이 오른쪽으로 빼곡이 들어서 있는 느티나무 터널 숲을 뚫고 능선에 붙는다. 녹이 슬고 여기저기 늘어져있는 철선을 따라가다가 깜짝할 순간 걸려 넘어질 뻔한 이영주, "아이고 영주야 또 정맥 빼먹으려고..."

무심코 걷다보면 놓칠 수 있는 희미한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으로 내려선다. 잡목 숲을 헤치면서 뒤따르던 조랑말 구용회의 한마디,"봉사 시집가는 것 같네". 한차례 웃고 나니 어느새 거지가 들어차 있는지 허기가 몰려온다.

더덕밭이 나타난다.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순간 어딘가에서 밭주인의 고함소리가 들리고 서둘러 통과를 하고 이어 왼쪽으로 내려선 곳이 1차선콘크리트포장도로다. 도로를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산판길, 삼거리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언덕을 올라선다.

밭과 목장을 끼고 이어지는 목초지로 변한 정맥길을 따라 좁은 날 등으로 이어가는 정맥길은 희미한 미로가 되어 눈을 크게 뜨고 확인하며 간다. 여기저기 나타나서 앞을 막는 계곡들을 뿌리치며 이어가는 정맥의 능선길...

다시한번 젖소농장을 내려다보며 들어선 꽉 들어찬 잡목 숲, 정맥의 야트막한 능선의 수많은 갈림길을 찾아가면서 선답자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선답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희미한 정맥길의 연속, 좌측으로 가좌리교회를 확인하며 1차선 콘크리트포장길에 내려선다.

완만한 둔덕을 넘으면서 방향을 바꾸며 고개를 숙인 채 진행하다보니 이 오묘한 정맥길은 찾으며 희열을 느꼈을 선답자들이 다시 한번 떠오른다. 박성태, 신원기씨 그리고 건건산악회, 준과 희 그리고 거인산악회, 우리 모두가 정맥이 맺어준 귀한 만남이 아닙니까...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차소리가 들리고 이어 콘크리트포장길에 내려서며 만나는 금강목장, 정맥꾼들은 콘크리트포장길을 따르다가 극동기상연구소 높은 담을 끼고 한동안 이어나간다. 길가에 먹음직스러운 산딸기군락, 떠날 줄을 모르는 정맥꾼들, 정문을 통과하면서 외부인 출입통제라는 경고판은 조금은 부담을 느끼며 간다.

10시 16분 아스팔트포장길을 따르다가 만나는 326번 지방도 두창리 고개(삼거리)에서 잠시 다리 쉼을 하며 허기를 메꾼다. 본래 용구현과 처인현을 합치고 용구에서 "용"자와 처인의 "인"자를 합쳐 용인현이라고 칭하다가 후에 양지군을 합치며 난개발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용인시, 일찍이 온조왕이 하남 위례성에서 즉위한 이후 계속 백제의 영토에 속해 있었는데 용인지방이 용구현이란 명칭으로 기록상에 나타난 것은 서기 475년(고구려 장수왕 63년)이며 이것이 최초였다고 한다.

10여분의 쉼으로 새 힘을 얻은 정맥꾼들, 도로를 가로지고 가파르게 오르면서 정맥길은 곧이어 만나는 마대로 쌓은 참호가 있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팍 꺾이며 정맥길이 열린다. 희미한 산판길을 가로지르며 한차례 가파르게 오른다. 그리고 만나는 옛 성황당 흔적이 남아있는 십자로 안부, 정맥길에서 처음 만나는 리본 하나가 눈길을 끈다. '산! 갈곳은 많고, 시간은 짧고, 그래! 쉼 없이 가보자'

긴 오름막길을 올라서다가 만나는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완만하게 이어가며 작은 오르내림이 이어지는 정맥길, 삼각점이 있는 283.7봉에 오른다. 아카시아와 잡목들을 베어놓아 약간의 공터가 있는 곳, 눈뜬장님과 진배없는 여름철의 정맥길, 시야가 탁 트여 마음놓고 즐길 수 있는 겨울철이 빨리 왔으며...

10시 53분 능선분기점인 283.7봉에서 왼쪽(남)으로 넓은 등산로가 열린다. 작은 언덕을 넘으면서 키가 큰 참나무들이 줄줄이 서있고 오르내림이 이어지는 정맥길은 군데군데 바위들의 세상이다. 잠시 내려선 십자로안부를 가로지르고 우측으로 선명한 갈림길을 통과한다.

한동안 평탄하게 이어지던 정맥길은 두창리로 내려설 수 있는 이정표가 서있는 갈림길을 만난다. 두창리에는 통일신라 말기에서 고려 초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삼층석탑이 마을 입구에서 이정표 구실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곧이어 만나는 운동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쉼터...

우측 아래로 시설물이 나타나며 정맥능선에서 만나는 통나무집, 가파른 오름길, 능선분기점에서 왼쪽으로 바위지대의 언덕을 넘으면서 여러 식구를 거느린 참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 잘날 없다는데...

우측으로 태영골프장의 시설물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1991년 골프장 조성당시 폭우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곳이다. 하룻밤을 자고 나니 산더미처럼 몰고 내려온 토사가 온통 논과 밭을 메우고 말았다고 한다. 개중에 피해 보상도 받고 모래장사로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도 있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자연 앞에 두 손을 뻔쩍 들고 항복했던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한차례 가파르게 올라서다가 이정표(석술암산, 구봉산)가 서있는 능선분기점이다. 오른쪽으로 구봉산 능선이 시작이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누렇게 시들어 가는 구봉산 능선길, 구봉산은 용인시 원삼면과 백암면에 접해있는 산이다. 서편으로 태영골프장이 산허리까지 차지하고 있고 동편은 장촌부터 남쪽 황새울까지 산허리로 찻길이 나있는 산이다. 아홉 개의 봉을 이루고 있는 산, 연이어 봉을 넘다가 고도계가 450m을 가리키는 봉에서 도시락을 비운다.

11시 55분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와는 상관없을 것 같았던 하늘이 배반을 한다. 시커먼 비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잠시 내려섰다 올라선 좁은 공터에 시야가 가려있는 봉에는 삼각점(안성 24, 1987 복구)이 자리잡고 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에 오른다. 좌측으로 태영컨트리클럽 녹색의 넓은 골프코스가 내려다보인다. 예전에 저곳을 들어 다닐 때는 한남정맥 종주를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잠시 내려선 넓은 평지에는 '2001년 소비자가 뽑은 베스트 경기미 우수상'을 경축하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억새풀이 도열해 있는 정맥능선은 한차례 가파르게 오르고 완만하던 길이 잠시 내려섰다가 낙엽이 수북한 바윗길을 올라선 곳엔 초라한 표지목이 지키고 있다. 표고 465m의 구봉산 정상이란다. 왠지 쓸쓸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정상에는 판독할 수 없는 삼각점도 볼 수 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정상을 뒤로 서둘러 길을 재촉하는 정맥꾼들 잠시 후 만나는 달기봉을 가리키는 이정표, 정맥은 이곳에서 왼쪽(동남)으로 방향을 틀며 가파르게 떨어진다. 밧줄과 통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는 정맥길, 한없이 떨어지던 긴 내리막길이 완만해지더니 안부를 가로지르고 바위지대를 통과한다. 능선길은 한차례 쏟아지려는지 천둥번개가 정맥꾼들을 밀어붙이고, 걸음아 나 살려라....

억새밭을 가르며 평탄하던 정맥이 달기봉 오름길이 시작된다. 완만한 오름길, 바위지대를 통과하며 올라선 곳이 달기봉이다. 여전히 초라한 표지목이 서있고, 서둘러 사진 한 장을 찍다보니 비가 쏟아진다. 우의와 배낭커버로 중무장하다보니 어느새 보이지 않는 정맥꾼들, 능선분기점인 달기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뚜렷하지만 빗길 이라 미끄러운 내리막길, 우측으로 콘크리트 임도가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만나는 황새울관광농원으로 내려설 수 있는 이정표가 서있는 안부, 4만여 평의 석천리 마을 안으로 깊숙이 들어앉아 있는 황새울관광농원은 조용한 산간 휴양지로 맑은 개울물에는 유난히 물고기가 많아 옛날부터 황새가 많이 모여들어 '황새우리'라는 뜻으로 마을 이름이 황새울이라 불리게 되었단다.

안부를 뒤로 정맥길은 잠시 후 우회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이어지면서 만나는 운동시설이 설치된 쉼터가 정맥꾼들을 반기지만 하늘을 보니 다시 한차례 쏟아질 것만 같다. 키 작은 소나무숲길은 이어 산불지역이 을씨년스럽고, 이어 깬 자갈이 깔려있는 임도를 따라간다.

임도를 버리고 능선에 붙으며 만나는 송전탑은 왜 그렇게 크게 만 보이는지, 넓은 능선길을 따르다가 능선분기점에서 정맥은 왼쪽방향이다. 평탄하던 정맥길에서 선두를 지키던 장선배가 큰소리로 외친다. "함정이다." 하마터면 큰일치를 뻔했다. 정맥길에서 사람 잡을 일이 있나, 아무리 산짐승도 좋지만 이렇게 큰 함정을 파놓다니 몹쓸 사람들...

연이어 십자로안부를 가로지른다. 완만한 오름길의 소나무숲길은 낙엽과 솔잎의 밟히는 감촉이 부드럽다. 천둥과 번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랑싸움만 벌리고 있는 산새들, 왠지 조금은 미운 것 같다. 오늘은 검은등뻐꾸기는 휴가를 떠났는지 내내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이어지는 정맥길...

좌측으로 절개지가 나타난다. 그리고 온통 파헤쳐 사라져 가는 정맥능선, 좁게 겨우 남아있는 미끄러운 흙길을 조심하며 간다. 오전 내내 숨어있던 바람은 이때라 싶었는지 정맥꾼들을 몰아붙인다. 한남정맥이어 끝까지 정맥꾼들에게 실망만 안겨줄 것인가...

능선분기점에서 정맥은 오른쪽으로 조금 올라서니 송전탑이 우뚝하고 347.2봉 삼각점을 만날 수 있다. 우측에 있는 공원묘지를 끼고 간다. 정맥능선은 온통 쓰레기 밭이다. 잘 정돈되고 예쁜 꽃으로 단장된 묘지와는 달리 온통 쓰레기로 얼룩진 정맥능선...

콘크리트 말목이 군데군데 보이는 정맥길은 대낮인데도 마치 밤이 다가오는 것처럼 어둡다. 음지에서도 몇 송이 나리꽃이 곱게 피어 정맥꾼들의 길을 지켜주고 있다. 한동안 잡목이 앞을 막는 긴 터널숲길의 내리막길은 공원묘지로 내려섰다가 절개지를 만나면서 왼쪽으로 가파르게 내려선 곳이 82번 지방도가 지나는 가현치다.

참아주던 비가 우박과 합세하며 쏟아지기 시작한다. 어이구 후미그룹은 어떡하지, 그리고 한시간 후 누구 말처럼 깡통만 들면 거지떼 같은 후미그룹이 나타난다. 비바람과 천둥번개로 완전히 참패를 당한 채...

[소그미]

수고 많으셨습니다. 옛날 오래된 길을 개척해가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직도 용인 땅. 용인은 지금도 개발이 진행 중이지요. 용인에 살고 계시는 몇분을 아는데, 이곳은 땅만 있으면 쉽게 개발이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개발 허가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서 빠르고 쉽게 난다고 하네요…. 아무튼 반바지 입고 다니시는 분도 계시고, 여자분들도 참 용감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들어져 있는 길을 걷는 것 하고, 길을 개척해야 하는 것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되겠지요.. 날은 점점 따뜻해 져오는데… 그래서 마스크 쓴 얼굴이 확확 달아 오릅니다.. 빨리 끝나야 할 터인데요…~

[수명산]

어떻게 보면 미친 짓이였지요. 어떨때는 마치 깡통만 들면 거지같은 모습으로 하산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지요. 경기옛길의 구봉산 고생많이 했던 구간입니다, 꽃피는 봄이건만 꽃구경은 못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