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나선 고성군 삼산면.
코로나로 인하여 이리저리 야산을 옮겨가며 혼산하다보니 자꾸만 찾게되는 곳이다.
삼산면은 통영시 도산면과 함께 고성만을 오목하게 똬리틀어 수문역할을 하는 곳으로, 삼산면의 ‘3산(갈모봉산,매바위산,봉화산)’이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다.
그 남서쪽 남해와 자란만 사이에 100m안팎의 유명무실한 봉우리들이 흩어져 있다.
그곳이 오늘 내가 찾는 곳.
원점회귀를 이루는 대포마을 ‘룡대미어촌체험마을’은 다소 부자연스러운 이름이다.
한글문법도 무시한 북한식 버전이지만 고유명사이니 그대로 따를 수밖에.
‘룡대미(龍大米)’는 용호(龍湖), 대포(大浦), 미동(米洞)의 머릿글자를 딴 이름으로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마을을 이르는 듯.
대포마을엔 염전과 자원이 풍부한 갯벌이 있어 ‘큰개(한개)’라 불렸다가 이를 한자화하다보니 대포(大浦)가 된 것이다.
‘든바위산(154.4)’은 대포마을의 뒷산이지만 아무데도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
바위가 있을 것으로 짐작하였으나 나즈막한 봉우리엔 돌하나 없이 그저 잡목만 수북한 야산이었다.
대덕산(168.2)은 산아래 덕산(德山)마을에서 이름을 따와 ‘크다(大)’라는 접두어를 붙여 ‘대덕산(大德山)’으로 불리는 듯.
아니면 산이름에서 마을 이름을 따왔을 수도 있겠다.
숭월산(86.1)은 그 이름에서 운치를 더해 감히 ‘崇月山’이라 명기하였더니 그만 둥근 달이 두둥실 높이 솟은 듯하였다.
마을에서 올려다 보았을 때 휘영청 밝은 달이 산위에 걸려있으니 마을사람들이 이런저런 소원들을 빌었으리라.
네이버지도에 보이는 30m도 채 되지 않는 ‘새밭이산’은 봉우리도 아닌 곳에 있다.
도로를 따르다 군부대 입구의 ‘출입금지’ 안내판에서 “나는 봉꾼도 아니면서”하고 돌아섰다.새밭이산은 ‘새바지’가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새바지란 샛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말하며, 샛바람은 동편에서 불어오는 바람(동풍)을 의미한다.
거제도와 가덕도에도 '새바지'란 지명이 여럿 보인다.
참고로 동서남북(東西南)을 우리말로는 ‘새한마높’이라 하여 ‘東이 새, 西가 한, 南이 마, 北이 높’이라고 한다.
따라서 샛바람은 동쪽에서 부는 바람이고, 하늬바람은 서쪽에서, 마파람은 남쪽, 높새바람은 북(높)동(새)풍인 것.
회귀하다 오른 허산(85.5)은 인적없이 내팽개쳐진 유야무야한 봉우리.
잡목에 둘러싸이니 세상의 주체는 나를 떠나고, 허허로움만이 무주공산을 에워싸고 있다.
그래서 “허허~ 虛山이로고”하였다.
보리섬은 마을에서 내려다본다는 뜻으로 ‘바리섬’, 또는 바다의 거센 물결을 막아주는 ‘보루섬(堡壘島)’, 마을을 보호해 준다는 ‘보리(保理)섬‘으로 안내판에 쓰여져 있다.
온갖 미사여구로 덧입혀진 지명이지만 나는 우리네 민초들의 원초적인 이름으로 보았다.
‘보리섬’을 그대로 한문화하여 ‘맥도(麥島)’라 명기하고 있으니 ‘섬의 생긴 모양이 마치 겉보리를 닮아서’일 것.
그 보리섬에 연육교(대보교)가 생겨 보리섬 한바퀴(약 1.5km)를 돌아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궤적
해변 아스팔트도로와 보리섬 일주까지 11km가 조금 넘는 거리를 4시간 30분쯤 걸렸다.
고도표.
<산길샘>
보리섬 정자인 '맥도용천정(麥島龍天停)'은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다 멈추었다'는 안내판을 따라 '머무를 정(停)'자를 썼다.
빈 표지기는 '새밭이산'을 쓰려다가 '가서 보자'며 미루었고, 결국 내키지않아 미답(未踏)이 되었다.
'룡대미어촌체험마을'의 주소는 '고성군 삼산면 두포로 153-2', 또는 '고성군 삼산면 미룡리 1208-4'.
안내판 옆에는...
대포마을 안내판도 있다.
대포마을 표석과 정자가 있는 곳에 차를 댔다. 든바위산 오름길은 차량 좌측 화살표 방향.
500여m 전방에 보리섬과 연육교가 보여...
살짝 당겨 보았다.
대포마을 표석과 정자쉼터.
노란 쓰레기통 뒤 나무에 가려진 곳에 '룡대미어촌체험마을' 건물이 있다. 든바위산은 화살표 방향.
경운기가 다닐 수 있는 비포장 농로.
산마루에 이르자 농막.
농막 뒤 고개마루에 무덤이 있고, 잘 생긴 소나무가 있는 좌측 능선으로 올라 붙는다.
편백숲을 지나자...
반듯한 산길에...
100m대 동네뒷산의 편안함까지.
수더분한 든바위산 낯익은 시그널 옆에 서명한 표지기를 걸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뉴한사랑산악회'와 '철인부부' 시그널.
찾는 이가 별로 없는 듯...
길은 묵어가고...
금세 포장 임도에 내려서...
내려온 곳과 진행방향을 쳐다본 모습.
민가를 지나 'ㅜ'자 갈림길에서 우측 화살표 방향...
비포장 임도를 잠시 따르다...
좌측 산자락으로 올라 붙는다.
잡목이 성가신 산길을 오르자 대덕산. 낯익은 시그널 옆에 서명한 표지기를 걸었다.
대덕산에서 정상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다 아랫도리를 내려다보니 "이기, 무슨 꼴이고?"
나무들이 휘어질 정도로 세찬 바람을 타고 송화가루가 날리고 있다. 아니 중국발 황사인가?
군시설물인 진지.
이후 능선을 따라 방공호가 이어져 있고...
그 흔적은 제법 길게 형성되어 있다.
묵은 산길에서...
비석은...
절충장군(折衝將軍)이공지묘. 절충장군은 조선 시대 정삼품 당상관의 무관 품계.
임도를 만나는 곳에 비석이 있어...
돌아 보았더니...
'진양강철원妻김해김씨효열비'.
임도를 내려서자...
맞은 편 도로건너 두루뭉실한 모습의 숭월산이 보인다.
아스팔트에 내려서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에 덕산마을 표석이 있고...
숭월산은 덕산마을 표석 뒤로 들어간다.
덕산마을 안내판.
숭월산을 향하다 좌측으로 내려다본 밭골.
좌측 꼬리가 내려앉은 산자락은 엊그제 다녀온 봉화산 자락이고, 바다건너 뽕긋 솟은 봉은 몇해 전 다녀온 통영 봉화산.
작은 고개를 향하면...
고개마루에서...
좌측으로 낮게 솟은 봉이...
아무도 찾지 않은 숭월산. 감히 '崇月山'이라 쓴 표지기를 걸었다.
되돌아 내려온 고개에서 진행방향은 좌측.
고개에서 대덕산을 돌아본다. 오른쪽에는 엊그제 다녀온 봉화산.
숭월산 반대편인 고개 서쪽으론 '한려예술원'이 있는 곳. 나는 그냥 남서쪽 고개를 내려간다.
고사리밭 아래로 길다랗게 돌출된 새밭이산(새바지)이 보이고...
묵은 밭둑길을 따라...
대숲을 지나니...
아래에 무언가가 빽빽히 나열돼 있는 게 보인다.
무얼까? 궁금하였으나 물어볼 데도 없고. 장은 아닌 것 같고, 매실?
마을이 보이고, 저 아래 새밭이산도 고개를 내밀었다.
돌아보는 내려온 길.
'포교마을회관'에서 바라보는 새밭이산.
노을이 아름다운 포교마을 안내판.
산 위로 오를 수도 있으나...
집들이 있어 도로를 따르기로 했다.
도로 끄트머리의 '포교소초' 안내판이 가리키는 곳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출입금지' 푯말이 있어 그만 되돌아 섰다.
사진으로 보는 황토색 건물이 군부대이고, 그 우측 비스듬한 등성이가 네이버지도가 가리키는 '새밭이산'이다.
되돌아 나가면서 아까 숭월산에서 내려온 고개가 황토색으로 보인다. 좌측 제법 높은 건물이 한려예술원.
돌아보는 새밭이산.
언덕 위에 보이는 건물이...
한려예술원이고, 이 길을 따라가도 숭월산에 갈 수 있는 것.
아까 지나간 '덕산마을' 표석이 오른쪽에 보인다..
도로를 따라 걷노라니 정면으로 허산이 보이고...
뼈대만 있는 건물 좌측으로 뚜렷한 산길이 보인다.
사람이 없는 비어있는 공장으로 보이나 나는 해안길을 따라 공장 뒷편으로 돌아 올랐다.
그렇게 산길에 접속하여...
뒤돌아 보는 모습.
이 길은 임도급 수준으로 우측으로 휘어져 오른다. 빨간 시그널은 '고성군묘지관리대행'.
능선으로 통하는 반듯한 임도를 만나...
뒤돌아 본다. 내가 올라온 길은 우측 길이고, 반듯한 임도는 좌측에서 올라온다.
임도가 정수리에 올라서고, 파란 물탱크가 있는 곳의 좌측 10m 지점이...
허산이다. 올라도 오른 듯하지 않고, 내려가도 돌아보이지 않으니 감히 '虛山'이라 명기하였다.
임도를 따라 민가 좌측으로...
내려서는 임도.
아스팔트 도로를 걷다 바다에 떠있는 괴암섬(奇岩島)을 바라본다.
한자는 기이한(奇) 바위(岩)로 명기하였지만 개(浦) 안에 있다하여 '개안섬'으로 불리다 발음이 변이되어 괴암섬으로 부른다 한다.
괴암섬 좌측...
작은 섬은 나비섬이고, 그 뒤론 사량도인 듯.
도로 언덕에 있는 집은...
고성농요로 알려진 인간문화재 김석명(1939~ )기념관.
덕개항을 지나 언덕배기를 돌아서니...
보리섬 연육교가 보인다.
썰물이면 발을 걷고 건널 수 있었지만 이젠 100여m 길이의 아치형 연육교가 생겼으니 언제라도 건널 수 있는 곳.
그 연육교 이름을 '보리섬 대보교'라 명명했다.
대보교에서 건너다 보는 우측의 든바위산과 뽈록뽈록 성지산과 봉화산.
대보교 아래에는 마치 구획정리를 한 듯 줄이 쳐져있다. 어촌체험을 하는 구역을 구분한 듯.
앙증맞은 조형물.
야자매트 깔린 산책로에...
보리섬 생태탐방로 안내판이 있다.
우측으로 들어갔다가 좌측으로 나왔으니 이 지점을 '만남의 광장'.
보리섬은 누가 봐도 겉보리를 닮았다.
정자가 있는 곳이 42.8m 높이의 용천정.
안내판 뒤로 보이는 바위섬은 어룡개(漁龍浦) '돌여'. 밀물 때는 물에 잠겨 암초가 되고, 썰물 때만 드러난다.
마을의 복과 행운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다.
드러난 '돌여'.
보화정자 안내판엔 비암목 커다란 뱀이 여의주(상주섬)를 물고 승천을 하다 돼지를 만나 그 자리에 멈췄다고 룡천정(龍天停).
"다 龍이 될 필요는 없다. 게나 가재가 되어도 된다."
비탈 나뭇가지에 '맥도룡천정(麥島龍天停)' 표지기를 걸었다.
보화정자 룡천정.
돌아 나오다 벤치가 있는 지점에서...
안내판이 가리키는 작은 섬을 당겨보았다. '상두섬'이다.고성군지에 '상주섬(祥珠島)'으로 불리는 섬으로 전설의 여의주를 말한다.
상주섬 안내판.
대보교로 돌아나왔다.
차를 댄 '룡대미어촌체험마을' 건물과 마을 뒤로 든바위산이 제법 우뚝하다.
북쪽 바다건너 갈모봉산 방향.
차 옆으로 올라 회귀하였다.
늘 꿀꿀한 일상이 산에 한 번 다녀온다고 완전히 해소되는 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