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유대인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느 지파에 속하나요?"
그런데 엉뚱한 답변이 나온다..
성경의 가나안 전쟁을 현대로 끌어와 관련시켜 해석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주로 보수 기독교인들 중에서 과격한 세대주의자들이 그런 해석을 한다.
1. 성경의 여호수아서에 기록된 가나안 전쟁은 현대의 팔레스타인 땅에서 전개되었다. 수많은 지명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고대 여호수아 시대의 숱한 팔레스타인 지명들이 오늘날에도 승계되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2. 현재의 본문에 언급되는 전쟁터들인 예루살렘, 헤브론, 라기스, 가사, 기브온, 게셀 등은 오늘날 사용되는 도시명이거나 지명이기도 하다.
3. 예컨대, 가사는 현대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거주지인 가자(Gaza) 지구에 속한 주요 성읍이었다. 특히 여호수아 10장에 고대 가나안 남부 지역에 소재한 다섯 개의 중심 도시들이 등장한다. 예루살렘, 헤브론, 야르뭇, 라기스, 에글론이다. 거기에 나중에 지원군을 이끌고 합세한 게셀(Gezer)이 추가될 수 있다.
4. 이 도시들의 이름 중 중 여럿이 현대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의 하마스 조직의 본거지인 가자 지구는 구약성경의 "가사" 성읍이다.
5. 고대와 현대의 이러한 역사적 연결고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현재 팔레스타인에서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민족 간의 갈등과 분쟁을 성경적인 것으로 오해하며 이스라엘을 하나님의 선민으로 여기며 응원하는 것을 당연히 성경적이라 생각한다.
6. 분명 현재의 팔레스타인 분쟁은 어느 정도 이런 고대의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민족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단일 혈통이 아닌 오래도록 팔레스타인 땅에 살아왔거나 이주해서 살아온 다양한 아랍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성경의 본토 가나안 주민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7. 말하자면, 오늘날 구약시대의 모압인, 에돔인, 암몬인, 아모리인, 블레셋인 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오늘날 “유대인”이라 하는 민족 집단의 성격도 과연 성경에 뿌리를 둔 정확히 규정될 수 있는 소위 “이스라엘 민족”인지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이 든다.
8. 몇 가지 근거가 있다. 먼저 이스라엘 민족은 먼저 BC 722년에 앗수르에 의해 멸망당할 때, 북쪽의 10지파는 거의 궤멸되고 말았다. 이때 민족의 단합에 의한 저항을 막기 위한 앗수르의 강력한 이주 정책과 혼혈 정책으로 북 이스라엘은 인종이 섞여 대거 비유대인으로 분류되는 사마리아인으로 전락했으며, 흩어진 10지파의 이스라엘 민족은 여러 민족에 혼합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9. 물론 북 왕국의 사라진 10지파 중 일부 지파는 중간기를 너머 신약시대까지 명맥을 유지했던 것은 사실이나(예, 눅 2:36의 아셀 지파 사람 바누엘), 북 왕국 멸망과 함께 10지파는 사실상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10. 이후 남 유다와 베냐민 지파만이 생존했는데, 이들도 BC 586년에 멸망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혈통의 순수성은 유지되었는데, 나중에 이들은 포로로부터 귀환한 뒤 예루살렘 중심으로 유대 공동체를 재건했다. 이후 바로 이들이 역사 속에서 혈통적인 단일 유대인 집단이 되었다.
11. 하지만, 이들 마저도 AD 66년 시작된 로마의 대규모 공격으로 나라는 완전히 사라지고, 지중해 연안으로 대거 흩어지고 말았다(디아스포라).
12. 이후 유대인들은 나라 없이 떠돌이 생활을 했는데, 어느 나라에서든 배척받고 고난을 받는 민족이 되었으며, 특히 여성들은 남성들의 성적인 공격에 너무나 취약했다. 그 절정이 바로 히틀러에 의한 600만명에 이르는 유대인 홀로코스트(대학살)였다.
13. 원래 성경의 전통에서 분명히 유대인은 원래 아버지의 혈통이 이어져가는 부계 사회다. 그러나 그들의 역사 속에서 성폭력에 취약했던 유대 여성들이 아이를 낳았을 때, 아버지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유대인 여성의 배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유대인으로 삼자고 결정했으며, 이로 인해 유대 사회는 모계 사회로 바뀌었다.
14. 그러나 분명 이것은 구약의 부계 전통과 어긋나 있으므로, 현대의 유대인을 성경적 이스라엘 민족과 동일시하는 것은 큰 오류가 아닐 수 없다.
15. 성경의 부계에서 현대의 모계로 혈통의 계승이 바뀐 점에서 과연 현대의 유대인이 구약에서 말하는 이스라엘 민족과 동일시 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구약 시대에 타국민에게 시집간 여자들의 후손들도 뿌리를 추적해 모두 유대인으로 취급해 주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16. 또한 오늘날 유대인들은 여러 부류로 나뉘어 있다. 크게 독일-북 유럽 계통의 아슈케나즈와 스페인 계통의 세파라드로 분류되는데, 그 외 다양한 계통으로 나뉘며 심지어 검은 피부의 이디오피아 계열의 유대인들도 수만 명이 존재한다.
17. 나는 과거에 성경의 땅 탐사를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여러 유대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당신은 12지파 조상 중 어느 지파에 속합니까?” 이 질문은 마치 한국에서 “당신은 어느 어느 김씨, 무슨 파에 속합니까?”라는 질문과 비슷하다.
18. 그런데 그들은 그 질문 자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구약을 끄집어내 설명을 한 뒤에야 "아하~"하고 실컷 웃으면서 질문 자체가 넌센스라고 하면서 자신들은 더 이상 그 12명의 조상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답한다. 그냥 자신들은 "유대인"일 뿐이라는 것이다.
19. 실제로 그들의 뿌리를 12지파의 하나로 추적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현대의 유대인은 성경과 전혀 다른 기원과 전통을 지닌 유대인으로 바뀐 것이다.
20. 더구나 오늘날 국가 이스라엘에는 아랍인이 220만명이나 되는데, 전체 이스라엘 인구의 900만명 중 무려 25%나 차지한다. 이들은 유대교가 아닌 이슬람교를 믿지만 명백히 국가 이스라엘의 시민들이다.
21. 따라서 국가 이스라엘을 고대 이스라엘 민족과 동일시하면서, 국가 이스라엘이 2천년만에 재건된 것을 성경의 선지자들이 예언한 “이스라엘의 회복”으로 간주하는 황당한 신학적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25%의 아랍인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22. 더 중요하게는 “이스라엘의 회복”에 대해 신약은 수많은 곳에서 예수님이 새로운 이스라엘 백성으로 세운 교회의 결성이 이스라엘의 회복이라는 것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23. 신약은 분명하게 선언하길, 구약 이스라엘의 역할은 종결되었으며, 그 모든 사명이 교회인 신약의 새 이스라엘로 넘어왔다고 말한다. 이제 새로운 하나님 백성인 우리가 “제사장 나라요, 거룩한 백성”인 것이다(벧전 2:5, 9). 이런 신약의 선포는 여러 군데서 나타나는데, 지면상 생략한다.
24. 물론 어쩌면 국가 이스라엘 재건은 바울이 예언한 대로, 언젠가 유대인 집단 회심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되는 섭리적 사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그 자체가 이스라엘의 회복 사건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25. 따라서 현대의 유대인은 우리가 그들을 여전한 선민으로 간주하며, 선하고 아랍인은 악하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고 편들어줄 대상으로 삼아선 안된다.
26. 무슬림을 악의 세력으로 간주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그들을 전도하고 선교하자는 것인가? 유대인은 무슬림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이 중요한 선교적 대상으로 접근해야 함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불교도를 전도하듯이, 무슬림도 전도해야하고 유대교도들도 전도해야만 하는 것이다.
27. 결론적으로, 우리는 구약의 여호수아서의 팔레스타인 땅에서 벌어진 가나안 전쟁을 오늘날 그 땅에서 진행되는 유대-팔레스타인 분쟁과 연결시켜 해석하고 이해하려는 위험한 시도를 접어야 한다.
28. 성경의 고대의 가나안 전쟁과 현대의 팔레스타인 전쟁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우리는 그 전쟁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영적인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
29. 바울은 우리의 씨름과 싸움은 더 이상 혈과 육에 속하지 않고 영적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한 영들이라고 강조한다(엡 6:12).